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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겨울 산행,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 더 늦기전에
2012년 5월과 2015년 2월 지리산행 비교
2년전 5월 나홀로 지리산행은 정말 힘겨웠다. 그래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던 산행, ① 배낭무게 적당히하기 ② 무리한 산행일정 피하기 등 산행시 잘 준비하지 못하면 즐거운 산행이 아니라 고역이 될 수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던 산행이었다. 그래서 당시 두번 다시 하지 말아야 할 1박2일 종주산행이라고 다짐했건만 결국 이렇게 다시 시도한다.
3월정도에 지리산행을 계획하려고 이것 저것 준비하는데 2월 15일부터 4월 말까지 입산통제기간이라 지금가지 않으면 5월에야 가능하다는 사실 때문에 결행한 것이다.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 일정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 추위 등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을까? 낙오하면 어쩌지? 긴장은 하되, 나를 믿고 무리하지 않으면 된다.
- 일정
2월 11일(수) 23:52 구례구행 기차 03:02 도착
1일차(12일) : 성삼재(03:40)-노고단-임걸령-화개재-연하천-벽소령-세석(14:20):23.2km
2일차(13일) : 세석(06:10)-장터목-천왕봉-로타리-중산리야영장(10:50):10.5km
잠을 자야한다
기차에서 잠을 자지 못하면 큰 낭패, 지난번은 5월이라 등산객이 너무 많아 잠을 자지 못해 연하천에 도착하자마자 잠을 청했던 기억. 다행히 이번은 기차승객도 거의 없어 바로 잠을 청하고 02:50 알람소리에 잠을 깼다. 근 3시간 잠, 이정도면 하루정도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부족한 잠은 세석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역 대합실로 나오니 4팀이 있다. 나와 홀로인 여성, 그리고 화엄사팀3명, 성삼재1팀. 나는 여성과 화엄사팀3명 등 5명이 택시에 탔다. 03:20분쯤 출발, 화엄사에 3명 내려주고, 여성과 나는 성삼재로 간다. 버스로 갈때는 잘 몰랐는데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다. 눈이 있으면 당연히 차량운행이 어려운 길이다. 올라갈수록 도록 양 옆에는 눈이 많이 쌓여있다. 조금은 불안하다.
1/2, 초기속도는 평소보다 느리게
성삼재도착하니 먼저 출발했던 팀이 산행준비 중이었다. 택시기사가 눈이 다 놓아서 아이젠필요 없다하여 바로 출발했으나 웬걸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갈때까지 가보자며 그냥간다. 하지만 갈림길에 이르러서는 아이젠을 착용한다.
[등산이 쉬워지는 '½속도']
워밍업은 본격적인 운동을 하기 전에 실시하는 가벼운 준비운동입니다. 운동하기 좋은 상태로 체온을 적당히 올려 주는 것입니다.
워밍업을 실시하면 근육과 관절이 유연해지고 강한 운동을 수행하기 적당하도록 대뇌흥분 수준이 높아지며 심폐기능도 함께 좋아집니다. 워밍업을 하지 않고 처음부터 힘들게 오르면 등산이 더 힘들어지고 수명도 단축됩니다.
등산도 워밍업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빠른 속도로 오르면 근육운동의 피로 물질인 젖산이 빠르게 증가하여 쉽게 피로를 느낍니다. 지방보다는 탄수화물이 사용되어 다이어트효과도 적습니다. 출발 전에 워밍업을 위한 준비운동을 할 수 없다면 출발 초기의 보행속도를 통해 워밍업을 해야 합니다.
처음 20분 정도는 평소에 오르는 속도보다 ½정도 천천히 오르는 것을 워밍업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자신도 모르게 점차속도가 빨라져 급하게 앞서 오르던 사람들을 힘들지 않게 추월하며 오를 수 있습니다. 등산이 좋은 것은 알지만 오를 때의 힘든 고통이 싫으신가요? 등산은 힘든 고통을 받으며 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출발 초기에 ½속도로만 걸어도 등산이 쉬워집니다.(출처, 국립공원관리공단)
스트레칭없이 바로 출발하다보니, 스트레칭과 워밍업을 동시에 한다는 심정으로 평소보다 느리게 산행을 한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걸어서 노고단에 도착하니 04:38분, 웬걸 소요시간이 평소보다 빠르고 몸이 아주 좋다.
취사장에는 화엄사에서 01시에 올라온 팀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나이가 60이 넘어보이는 노인분들도 있다.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본격적인 산행이다.
겨울산행, 길을 잃어버릴까 노심초사
목적지가 세석인 팀은 없다. 05:10분 혼자 출발한다. 날이 어둡고, 눈이 쌓인 지리산 산행길은 전혀 딴판이다. 길을 낸 눈길을 걷는다. 눈길이 중간에 없어지기도 해 길을 잘못들까 신경을 집중한다. 어둡기도 해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거나 잘못들어서 되돌오기도 한다.
헤드랜터 건전지를 갈아끼우는데, 홀로 산행인이 지나간다. 그와 연하천까지 동행하게 되는데, 임걸령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직진방향과 임걸령샘물로 가는길을 놓고) 기다린 것이다.
해가 이렇게 고마울데가
07:30분 해가 이렇게 떠오른다. 너무 고마워 사진을 찍었다. 주변이 다소 환해졌다. 적이 안심이다.
12:30분 벽소령지나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셀카, 1일 산행하면서 딱2번 사진을 찍었다. 그럴만한 사유가 있는 것이다.
평소보다 느리게 그리고 추워서 쉴수가 없다
1박2일 산행동안 사진을 딱 4번 찍는다. 손이 시려 찍을 수가 없고, 쉬는 동안 추위가 몰려와 경치를 감상하고 픈 생각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느리게 걷다보니 쉬는 주기가 대략 1시간이상이다. 물 또는 행동식을 먹기 위해 쉴 뿐이다. 쉬지 않고 체력이 버티는 한 계속 걸었다. 걸으면서 불어오는 칼바람은 매서워, 버프를 눈 밑까지 올리고 있으면 숨이 차고 칼바람이 잦아들면 다시 내리고 반복한다.
겨울산행, 물과 물티슈가 얼어버렸다
산행시 자주쓰는 물건은 배낭밖에 둔다. 물이 얼어, 물과 얼음을 동시 먹을 수밖에 없었다. 난 찬물을 싫어한다. 입안에서 물을 데워 넘긴다.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연하천에 도착 화장실가려고 물티슈를 꺼내는 순간 아차 했다. 꽁꽁 얼어버렸다. 결국 물속에 넣고 끓어서 녹였다. 물은 꺼내기 쉽게 배낭안에 넣었지만 이것도 얼었다. 다소 배낭깊이 넣어야 했다.
겨울산행, 스틱과 손(발)난로의 가치
난 항상 스틱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번 산행에서는 여러번 걸리적거린다. 스틱이 눈속에 푹푹빠져 제 기능을 못하거니와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했다. 한번은 스틱이 눈속에 푹빠지면서 나는 중심을 잃어 미끄러져 넘어지고 그러면서 스틱에 힘을 주자 스틱은 휨과 동시에 손잡이부분까지 푹빠져버렸다. 일어나 스틱을 꺼내보니 150cm부분이 휘어져있었다.
겨울산행시 추위는 매서웠다. 특히 코, 그리고 손과 발이다. 그래서 버프와 손과 발 핫팩을 준비한 것이고, 손핫팩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산행 2일째 장터목에서 결국 발핫팩을 발가락밑에 붙이게 된다. 천왕봉까지 따뜻하게 갔다.
등산, 준비와 자세의 중요성
12년5월 성삼재(04:25)-노고단-임걸령-화개재-연하천-벽소령-세석(19:00):14시간35분
15년2월 성삼재(03:40)-노고단-임걸령-화개재-연하천-벽소령-세석(14:20):10시간40분
12년5월 세석(05:50)-장터목-천왕봉-로타리-중산리야영장(12:45):6시간55분
15년2월 세석(06:10)-장터목-천왕봉-로타리-중산리야영장(10:50):3시간40분
2월 겨울산행이 악조건임에도 거의 모든 면에서 훨씬 여유로운 경험이었다.
같은 조건에서 4시간 차이를 분석해보면, ① 기차에서의 잠 그리고 세석에서의 충분한 휴식과 잠, 역시 잠이 보약이다. 잠을 자고 안자고의 차이는 매우 컸다. ② 배낭의 무게, 5월산행시 먹거리 준비가 과다했다. 거의 1/2은 남겨서 되가져왔다. 2월산행은 소주1팩(200ml)만 남기고 싹 다 먹었다. 5월 산행이후 배낭무게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터득하여 실행하고 있다. 밥을 얼려서 가져가는 것. ③ 자세, 추워서 그런것도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세석못가면 벽소령에서 잘 심산으로 서두르지 않았다.
잠과 물
세석에 도착하여 옷갈아입고 대충 정리하여 잠을 청한다. 3시간 정도 잤다. 일어나 생수병4개에 물을 채운다. 오늘하고 내일 쓸 물이다. 그리고 저녁먹고 19시에 잠을 잔다.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여러번 산행 중 가장 깊고 길게 잔 것 같다. 05시 20분정도에 일어나 사과 먹고 06:10 출발한다.
유난히 노인분들이 많다
세석에서 장터목 가는 길도 역시 새롭다. 어둡기도하고 눈길이라 짐승 발자욱도 있고 무섭고 길을 잃을까 두렵다. 세석평전 등 구경은 포기, 3.4km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장터목에 도착했다. 1시간 10분소요. 이게 웬일인가? 믿기지 않는다.
취사장에서 밥을 먹는다. 노인분 3명이 식사를 하고 있다. 이번 산행에서 노인분들이 많이 보인다. 나도 저 나이에 지리산에 올 수 있을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때는 혼자 올 수 없으니 지금부터 누굴 트레이닝시켜야 하나? 내 주위엔 산행인이 그리 많지 않다.
지리산, 올 때 마다 다른 산
08:45, 장터목 출발한지 45분, 천왕봉 도착 10분전. 오던 길을 뒤돌아 본다. 다행인가? 행운인가? 아님 마지막이라는 미련때문인가? 카메라를 꺼낸다. 우측 산위로 구름 안개가 떠다닌다, 중앙, 그다음 좌측.
천왕봉, 아무도 없다
매번 천왕봉에 오르면 사람들이 바글, 그래서 사진 찍는 둥 마는 둥 걸음을 재촉했던 기억. 그러나 오늘은 아무도 없다. 대신, 바람이 거세다. 사진찍는 것을 방해할 정도다. 손이 시려 더 찍기도 싫다.
천왕봉에서 셀카와 정상석
중산리, 그동안 많은 정비가 진행되었다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내려오는 길, 계단을 정비하였다. 중산리탐방센터에서 진주행버스터미널까지도 달라졌고, 이는 사람을 부르는 행위로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어 좋겠지만 다른 한편 달갑지만 않아 혼란스럽다.
사고없이 무사히 내려와서 다행이다. 그러나 겨울산행은 너무 춥다. 가급적 자제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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