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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끝

준비시작이라는 말이 맞을려나

어중간하게 걸치고 있던 모임에서 나왔고

하지만 그 행위가 준비된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결정이라 당혹스러웠고

그런데 마침 맥이 시스템을 Mojave로 바꾼 채 짠~ 하고 등장했다.

 

현실이 마음먹은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에는 

사물의 움직이는 경로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작업실에 나의 물건들을 옮겼다.

110볼트라서 다운을 해야하는 기기가 두개.

더블데크와 꼬마 모니터.

변압기가 하나 뿐이라 두 개를 동시에 켤 수 없었기에

꼬마 모니터에 카메라를 연결시켜서 정상작동을 확인했다.

변압기를 주문하고 기다리느라 몇일,

변압기가 와서 두 개의 변압기에 두 개의 기기를 다 연결하고 오래된 영화들을 보려고 했지만

데크와 모니터를 연결시키는 라인이 없었다.또 몇일.

창고의 박스들에서 라인을 찾을 시간이 없었다.

겨우 짬이 나서 라인을 찾아서 연결을 시키고 설레는 마음으로 데크와 모니터를 켰는데

며칠 전엔 멀쩡하던 모니터가 안 켜졌다.

전원이 아예 안들어왔다.

모니터를 들어보는데 아래에 조그만 개구리가 있었다.

생생해보였지만 죽어있었다. 미이라가 되어있었다.

혼자 상상: 혹시 이 아이가 모니터의 전원을 나가게하는 데에 역할을 한 것일까.

메마른 개구리를 흙으로 돌려보내고 다시 생각.

컨버팅해야할 vhs가 많은데 모니터가 켜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구형 데크와 연결가능한 모니터를 구하면 된다. 

구형 모니터(구형 볼록이)를 찾아 주변에 물어보고 중고를 뒤져본다. 없다.

한 개 나왔는데 대구에서 직거래만 한다고 한다. 

가족들에게도 물어보지만 이미 오래전에 모두들 최신형으로 바꾼 상태. 

언니는 구형 모니터는 구하기 쉽지 않을텐데 어떻게 하냐고 걱정이다. 

 

고심끝에 프로젝터를 연결해보았다.

프로젝터는 컴퓨터는 입력이 되는데 데크는 또 인식을 못했다

혹시나 해서 프로젝터를 초기화해보니

모두 러시아어로 바뀌어버렸다. 아, 이 프로젝터가 러시아에서 온 거였어?

러시아에 사는 언니에게 도움을 청하려하는데

나는 핸드폰을 잃어버렸기에 앵두의 핸드폰을 빌려야했다

집에 가서 앵두에게 핸드폰을 좀 빌려달라고 하는데

앵두가 하는 일이 있어서 또 30분 정도를 기다렸고

겨우 핸드폰을 얻어서 작업실로 돌아와 벽에 영사된 화면을 찍어서 언니에게 보냈다.

내 처지는 완전 까막눈이기에 한 글자도 읽을 수가 없었고

언니가 사진에 나오는 모르는 글자들에 대해서 몇번째 칸 몇번째 줄, 이라는 설명으로

언어설정을 알려주어서 한국어로 돌렸다.

하지만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 여전히 프로젝터에 데크입력은 안된다. 

 

최신형 소니 캠코더의 충전기와 배터리를 잃어버렸고

폰도 같은 날 잃어버린 것같고

모니터는 안 켜지며

프로젝터는 데크입력을 못한다.

도대체가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 혼자 곰곰히 생각하다가

남편 집안에 배고픈 조상이 와있다는 점쟁이의 말을 떠올릴 정도로

내가 피폐해졌음을 발견했다.

러시아 언니와 긴 통화를 하면서

조금 위로를 받기는 했지만 내 처지는 그리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고 궁금해서 물어본 말에 누군가가 크게 상처를 입었고

거기에 대해서 나의 인성을 거론하는 말을 들었기에 나는 주저없이 그 모임을 빠져나왔다.

나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고 싶다,

와 같은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오늘 새 운영체제 Mojave로 단장한 작업용 맥과

(고마워 DY~!!)

vip라서 무료로 제공한다는(하하 속아주겠어!하고 속아주었다)  핸드폰이 왔다.

두 기기가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현실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사물의 작동방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이 현실이 내게 무슨 메시지를 주는 건가 생각해왔던 그 습관 그대로

지금의 이 상태를 진단해본다면 바로 이런 거겠지.

 

작업을 해라.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시간은 제외하더라도

꼭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은 조용히 쳐내고

그리고.... 작업해라.

이것이 현실이 내리는 명령.

작업하자. 세상 모든 인연은 멀리하고서.

나의 세계로 깊숙히 가라앉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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