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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너머의 연인 중

유이카와 케이.

균질성이  떨어진다. 어떤 책은 너무 성기고 어떤 책은 적당하다.

 <어깨 너머의 연인> 중 일부를 옮겨적는다. 나중에 써먹으려고.

 

"왠지 요즘은, 남자들한테 아양떠는 게 싫어졌어요."

"어머나, 웬일."

"아양 안 떨어도 나, 인기 있어요. 그건 알고 있어요. 그런데 나도 모르게 서비스를 하게 된다니가요.

이러면 상대방이 좋아하겠지. 하면서 나도 모르게 한다니까요."

후미는 그 굵은 목을 천천히 앞으로 내밀었다.

 

"당신 말이지, 부모님 사랑 못 받고 자랐어?"

루리코는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애교떨고, 떼 부리고, 울고, 그러지 않으면 부모님이 쳐다보지도 않았던 거 아냐?"

"글쎄요."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면, 당신 같은 어른으로 크는 법이야. 음, 그러니까 그런 걸 뭐라더라?"

"트라우마요?"

"아아, 그래 그거."

 

루리코는 멍하니 부모의 얼굴을 떠올렸다. 둘 다 일이 있고, 애인이 있고, 자유를 무엇보다 존중하고,

아내와 남편이기 보다 아버지와 엄마이기보다, 개인으로서의 삶을 지금도 여전히 살고 있다.

나이가 이쯤 되니까, 그런 두 사람의 삶을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이 사는 모습에 신경을 쓰던 시절에는 왜 이혼하지 않을까, 왜 자식을 낳았을까,

의문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다른 가정과는 정말 달랐다. 관심이 적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모든 것을 부모에게서 받은 트라우마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렇지 않다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 가령 닥치는대로 남자하고 잔다던가,

툭하면 도둑질을 하고 싶어진다든가, 화가 치밀면 폭력을 휘두른다든가, 사람을 죽이는 것도

모두 트라우마 탓으로 돌리면 그만일 것이다.

 

모든 주위 사람들에게 애지중지 소중하게만 여겨진 과거 따위 있을 리 없다.

악의는 어디든 존재하고, 모두들 악의에 노출된 채 살고 있다.

완벽한 부모 따위 없다.

부모 역시 온갖 고통을 겪으면서 살고 있다.

그 부모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지면 자기도 트라우마를 짊어지고 있다고 고백할 것이다.

결국은 책임 전가일 뿐이다.

 

"난 그런 거 싫어요."
 

사소한 일로 상처 입고, 그것을 무슨 깃발처럼 높이 쳐들고, 따뜻한 곳으로 도망치려 한다.

포근한 이불에서만 자면 등뼈가 굽는다.

부드러운 것만 먹으면 치주농루에 걸린다.

 

..................

 

밤이 조용히 깊어 간다.

밤은 언제든, 아침을 데리고 온다는 약속을 지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심하고 잠 속으로 빠져든다.

모에와 루리코, 둘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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