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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하은이가 파마를 해달라고 노래를 부르고있다.

파마와 짧은 반바지.

하은이는 그냥 있는 대로 입고 머리도 잘 빗지 않는 사람이었는데(나처럼)

이제 자기를 코디하는 데 정성을 다하고 있다.(아빠처럼)

토요일에 가기를 원했으나 어제 상영회 때문에 내내 뾰루퉁해있었다.

 

꼭 가야해? 나 안가면 안돼? 

 -그럼 집에 혼자 있든지

알았어~!

뭐 이런 대화 끝에 어제 영상자료원엘 같이 갔고

오늘 파마를 하러 가려고 했으나 웬일로 마음을 바꿔 옷만 사자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김포행.

 

서울 살 땐 '대형마트에 안가기'를 원칙으로 정해놓고

나름 열심히 지켰지만

강화에 오니 쉽지가 않다.

은별이가 사고 싶은 헬로키티 신발이 동네 신발가게에 없다.

헬로키티가 문제지 싶지만 그것까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집에 tv가 없는데 어떻게 키티를 알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유치원 친구가 신고온 신발을 보고 희망사항이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

 

김포 롯데마트에 가서 아이들 옷을 사고

각자 먹고 싶은 걸 하나씩 샀다.

아이들은 항상 마이쭈, 나는 항상 감자칩.

맥주를 사니까 "왜 엄마는 먹고 싶은 거 두 개를 사?" 해서

너네는 옷 샀잖냐...했더니 수긍.

공평하지 않으면 피차간에 피도 눈물도 없다.

 

집에 와서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나는 세탁기와 청소기를 돌리고서

(누가 로봇청소기를 선물로 줬다. 성능 엄청 좋음)

맥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듣고 있자니

은별이가 옆에 와서

"엄마, 술은 아주 안좋은 거래. 삑이야 삑!" 한다.

 

아.....애들한테 불필요한 정보가 너무 많이 입력되는 거 아닌가?

술이나 담배가 몸에 안좋다는 것 보다는

타인의 취향에 대해서 인정하는 것을 먼저 가르쳐야하는 거 아닌가

"얘, 따지고 보면 마이쭈도 엄청 몸에 안좋거든~!"

하는데 듣는 척 마는 척 그냥 간다.

쟤는 너무 자기중심적이야, 생각하다

오랜만의 휴식에 그냥 좀 너그러워지기로.

 

진보넷 블로그 메인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접하고

링크를 따라갔다가 오타맨의 블로그를 들르고...

어렴풋이 어떤 분이었는지 그려지면서 급 우울.

답답함보다는 안쓰러움이 오래 인다.

마지막 순간에 얼마나 외로웠을까...

몇달 전 게시물,

카메라와 하드와 노트북, 지갑....모든 걸 다 잃어버린 후

피씨방에서 계좌번호를 올렸던.

마지막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을 것이며

남은 이들은 또 얼마나 자책할 것인지.

 

죽음이 너무 흔해져 버려서.....무섭다.

살아가기를.

살아있기를.

누구에게도 가닿지 못할

맥없는 바람.

 

2011년 어느 여름날 저녁의 중얼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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