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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에 대해서 강 건너 불로만 생각했는데
글렌 그린왈드의 테드 동영상을 보면서
사생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음.
그러면 사생활을,
사적 영역의 일상과 상념을
영화의 재료로 쓰는 나는 어쩌란 말인가,라는 생각도 들었고.
무엇보다 봄! 새봄이니까!
블로그 단장을 계획함.
내게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공간이 더 편하다.
어제 개강총회가 있어서 뒷풀이만 참여했는데
화제를 이어갈 수가 없어서 힘들었다.
갈수록 새로운 사람들과의 대화가 힘겹다.
어제 함께 있었던 분은 객원교수로
예전 MBC에서 알바할 때 국장님이었다.
그렇다고 그 분이 수많은 알바 AD 중에 한 사람일 뿐이었던 나를
기억할리는 없었고
그런데 대화가 이런 식.
나:아, 교수님, 저 예전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시즌1에 참여해서
그 때 교수님 교양제작국에서 뵈었어요.
그분:아 그래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너무 빨리 만든 것같죠? 세상이 변해서
나:네. (그냥 웃음)
그분:어디 살아요?
나:강화 살아요.
그분:아, 나 강화에 아는 사람 있는데. 토박이고 의사고.
나:혹시 0000 아니셔요?
그분:아 맞아요. 친해요?
나:아니 그분은 유지시라. 저만 그 분을 알아요.
그분:아 네.
뭐 이런 식으로 화제를 이어가려고 이어가려고 애를 쓰다가
공동의 화제를 모색만 하다
2차로 자리를 옮기는 걸 보고
잽싸게 빠져나옴.
그런데 과연 그 분 뿐인가.
나는 아이들하고는 대화하는 게 즐겁다.
그러니까 아이들 남편 의사선생님 외의 사람들과는
대화를 길게 한 기억이 가물가물.
오랜만에 사무실에 가서도
남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며(거의 그들은 만담꾼 수준)
하하하 웃다가만 왔는데
이렇게 오프라인에서의 대화가 힘들었던 건
최근만이 아님.
10대 이후 평생 동안 그래왔던 듯.
스물 두살? 스물 세살?
그 때 시작했던 하이텔은 그래서 내게는 자유로운 공간이었음.
하이텔 동호회와 채팅방을 거쳐
CUG를 거쳐
싸이월드를 거쳐
블로그를 거쳐
트위터와 페이스북까지 갔는데
트위터는 끝내 적응못하고
현재는 페북과 블로그를 병행하고 있는데
페북은 원래 영화 홍보를 위해 하던 거라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사람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기를 바라는 방향으로(하하)
글을 쓰는데 요즘은 잘 안쓰게 된다.
주로 페북에 올리는 이야기는
개 이야기, 고양이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주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들로.
블로그에 계속 글을 쓰는 이유는
나는 표현하는 사람이니
일상적으로 표현에 대한 훈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20대 초반 통신 시절의 경험 때문에
주로 신변잡기를 많이 늘어놓게 되고
그래서 사생활이 많이 노출되는 사람이고
뭐 그렇더라도 별 신경을 안 썼던 게
나는 극장에 내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이라고 쓰고 팬이라 읽는다)과
나의 이야기를 교류하고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2005년에 처음 만난 그 관객(들)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친밀해졌고
서로의 내밀한 이야기도 주고받게 되었고
그러니 나의 꿈 이야기까지 하는 것에 대해서도
괜찮다고 생각함.
그러나 최근 방문자 카운터의 갑작스런 증가.
페북에서 부쩍 늘어나는 친구 요청 등등을 겪으면서 좀 혼란스러운 와중에
글렌 그린왈드의 동영상을 보고
블로그의 위상을 다시 생각해야겠다고 결심.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 나의 이름이 나오는 건 다 지웠다.
태그에 내 이름이 걸려있는 것도 다 지움.
나는 그냥
이름을 특정하지 않는
독립영화감독
정도로만 읽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그런 설정으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내 영화의 영역이 여성, 결혼, 육아, 장애, 가난
이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이야기들이 빠질 수는 없겠지만
나는 하루이고
네번째 영화를 발표하기 전에 이 곳에서 그렇게 썼던 것처럼
아이들 이름은 하늘, 하돌, 앵두이다.
이 이름은 애들의 태명이다.
하루라는 사람은
석 자 이름을 가진 현실의 누군가와는 다른 존재이다.
가족들이 보는 나와 집 밖에서의 내가 다르듯
블로거 하루는 나를 아는 누구도 사실은 안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다.
소설적 자아처럼
영화적 자아?
블록그적 자아로 이해해주시기를.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내 블로그가 진보넷에 있다는 것.
진보넷,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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