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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주세요

 

 

 

1. 이 노래에서 좋은 부분은

"거짓말이라도 그게 중요한가요..."

참 신선하다.

그 말을 할 땐 거짓말이 아니었을 거다.

언젠간 변할지도 모른다는 걸 안다 하더라도

뜨거운 마음을 가진 그 때 

변할 미래를 걱정하는 건 바보짓이니까.

 

거짓말이라도 그게 중요한가요.

나중에 거짓말이 되어버린다해도

그 땐 아니었을 거잖아요. 하하

 

2. 남편은 늘 나를 의심했었다.

내가 동료들과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면 며칠 삐졌고

가끔 새벽에 들어오면 “어떤 놈하고...”라는 식으로 말을 해서

할 말이 없었다.

그냥 대한민국의 보통 남자였을 수도 있을래나.

아니면 사제와 영화감독의 조합이 그토록 삐걱일 수밖에 없는 거였나.

다큐멘터리 감독들 사이에는 동류의식이라는 게 있다.

우리는 영매처럼 내가 찍는 인물들에 공감하고 동일화된다.

그의 진실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제대로 가고 있을까, 

그런 고민들은 같은 작업자들 사이에서 진하게 공유되는 것 뿐이다.

당신의 기도와 나의 음주는 동격이다, 라는 말을 했을 때

당신은 기가 막혀 했지만 그건 정말 진심이었다. 

 

하지만 어떠한 말로도 남편의 의심은 어쩌지못했다. 

2009년을 기점으로 그 의심은 도를 넘쳤고

그래서 나는  남편의 눈을 보며 마음을 다해 말을 했다.

“이 생에서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마지막 남자가 될 것이다”

나는 당연히 이 약속을 지킨다.

 

내가 몇 번이고 말했으나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 사실이 있다.

서른을 맞으면서 나는 큰 결심을 했는데

마음에 들어온 누군가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교류하지 않겠다는 거다.

생겨나고 자라다가 변질해서 구질구질해지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관계를

더이상 내 삶에 들이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인간에 대한, 사랑에 대한 모든 기대를 다 접은 후에

나는 당신과 결혼했다.

당신은 최소한 신을 믿는 사람이니

새로운 사람에게 마음을 뺏긴다 하더라도

나 이전에 신에게 먼저 그 고민을 털어놓겠지.

 

살다보면 누군가에게 매혹당하는 순간이 올거야.

감정과 관계는 다르니

관계로 발전하기 전에 감정을 정리하든지

아니면 그 사람과 새로운 관계로 발전하기 전에 나와의 관계를 끊어줘.

그래야 나를 사랑했던 시간이 어디까지인지 내가 아니까.

결혼과 동시에 남편에게 여러 번 그런 부탁을  했다.

 

20대에 겪었던 여러 번의 배신들.

죽어볼까, 내가 죽어서 그 사람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해볼까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던 순간들.

그 순간들을 다 거친 후에 당신을 만났다.

나는 더이상 사랑에 대해서도 사람에 대해서도 기대하지 않았다.

M과의 이별은 그 정점에 있었다.

유일하게 내가 먼저 돌아선 사람. 

내가 유일하게 보고 싶어했던 사람.

m과 있었던 긴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아니 당시 그저 가난한 마을의 젊은 사제였던 당신은 말했다.

"그런 일을 다 겪느라 힘들었겠어요"

그런 나를 아껴주어서 사랑해주어서 당신에게 감사한다.

 

남편과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이 사람이 이토록 다정한 사람이었다는 것에 감동했고

내 아이들의 좋은 아빠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m, 당신과라면 어땠을까.

내가 길에서 데려온 강아지도 그토록 소중히 했던 사람이니

아마 m과도 그렇게 살았겠지.

 

남편은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이다.

너무 달라서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을 거야.

닮았다고, 내 영혼의 반쪽을 찾은 것같다고,

좋아했던 m, 너와는 너무 힘들었잖아.

아니야. 솔직히 말해서 너무 달라서 가끔 막막해질 때가 있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아이를 낳고 함께 키우며

이토록 긴 시간을 잘 걸어왔잖아.

앞으로도 갈 길은 멀다.

어제 아침에 힘없이 앉아있는  남편을 보았다.

우리는 이렇게 같이 늙어갈 것이다.

그러니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살아.

당신이 내게 건넨 믿음을

나 또한 평생 지킬거니

이 나이가 되어보니 사는 데 중요한 건

보은인 것같다.

은혜를 입고 은혜를 갚고

누군가에게 은혜를 베풀고

그것을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돌려받고.

그러니 불안해하지도 말고 슬퍼하지도 말고

담담하게 가자. 저녁산책하듯이 편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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