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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태프의 노동실태와 개선방안

영화 스태프의 노동실태와 개선방안

 

 

"문화.예술.스포츠 분야 비정규직 인권상황 실태 토론회"(2011.12.21) 발표문

 

 

1. 문제제기


한국의 영화산업은 2000년대 초중반 전성기를 거치며 다소간 위축기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국내 개봉작의 상당 부분을 국내 제작 영화가 차지하고 있으며, 각종 국제영화제에서의 수상과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등을 통해 국제적인 위상 또한 제고되었다. 그러나 한국 영화산업을 현장에서 뒷받침하고 있는 영화 스태프들은 전근대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제작환경 속에서 단속적인 실업과 취업의 반복, 전근대적인 현장통제 등으로 인해 노동권을 비롯한 기본적 인권을 침해받는 등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영화산업의 구조와 노동시장 특성, 영화 스태프의 노동실태와 노동자성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영화 스태프의 인권상황 개선방안을 도출하고자 한다.


2. 영화산업 개요


한국 영화의 시장규모는 1990년대 말부터 급속 성장하기 시작하여 2000년대 중반에는 국내 개봉작 영화 중 국내 제작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50%에 이를 정도로 팽창해 왔다. 그러나 스크린쿼터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서 드러난 바 있듯, 영화산업의 글로벌화라는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국내 제작영화의 시장점유율이 점차 하락하는 등 다소간의 위축기를 맞이하고 있다(<표 1> 참조). 지난 2006년 스크린쿼터가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된 이후 한국영화의 수익률은 급감하였고, 이에 따라 한국영화 제작편수도 감소하게 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4-5억 수준의 비교적 저예산 영화들의 제작이 많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제작편수 및 예산규모 감소는 영화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 및 고용기간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표 1] 한국 영화산업 주요 지표, 2003-2010 (단위: %, 개, 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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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살펴볼 때, 영화산업 종사자 규모는 14,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취업자는 약12,400명, 실업자는 약1,500명 규모로 집계된다. 그리고 다시 취업자 가운데에서는 임금노동자가 약8,300명 규모로 파악되며, 나머지는 자영업자 형태로 파악되고 있다. 영화산업 노동력 구조에서 특징적인 것은 영화산업의 특성상 영화 스태프의 상당수가 집계에서 누락되고 있을 것을 감안하더라도 실업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국내 제작 상업영화의 경우 작품당 부서별 필요인력은 비교적 일정한 수준인 것으로파악된다. 장편 상업 영화를 기준으로하면, 촬영 현장에 모인 직원의 인원 규모는 일반적으로 50-60명 내외이다. 연간 제작편수를 60-70편으로 볼 때, 영화산업노동조합의 계산에 따르면 현장에서 일하는 영화 스태프의 규모는 약4,000명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데, 반복적 실업이라는 노동시장 특성에 더해 연출 및 제작과 같은 특정 부서의 노동력 과잉을 고려하면 쉬고 있는 스태프들의 규모는 현장 스태프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영화 스태프의 규모를 약12,000명으로 추산할 수 있다.


1) 직무 및 경력구조


영화제작 중 영화감독과 기사/감독급을 제외하면 스태프들이 분포하고 있는 주요 부서는 제작, 연출, 촬영, 조명, 미술, 음향 등이다. 제작 및 연출 부서에서 부분적으로 독특한 요소들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각 부서 내에서의 경력구조와 숙련형성구조는 대부분 유사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경력구조 면에서는 방송산업과 유사하게 퍼스트급-세컨드급-서드급 이하 등의 구조가 형성되어 있으나, 숙련형성 측면에서는 도제식 숙련형성 과정의 특성이 방송산업에 비해 보다 강하게 나타난다.


각 부서의 팀은 상당히 위계적으로 조직되어 세컨드급 이하의 스태프들은 감독/기사급의 의사를 거스르기 어렵다. 이는 제작 결과물에 대한 책임이 각 부서의 감독/기사급에 부여된다는 영화 제작과정 전반의 특징과 긴밀한 연관을 갖는다. 한편, 감독 및 기사급과 팀원들 간의 관계는 위계적이기도 하지만, 작업 과정에서는 긴밀한 협의가 이루어진다. 상당한 비용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수익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제작사나 감독 중 누군가의 독단적 의견이 지배하는 구조 형성이 어렵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직급이 낮은 스태프에 대해서도 직무수행에 일정한 숙련이 요구되고, 그 숙련수준이 최종 결과물인 영화의 질적 수준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2) 입직 및 채용


영화 스태프 채용은 대부분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팀 단위의 네트워크 형성은 입직 단계에서부터 이루어지며, 이후에도 스태프들의 경력과정에 걸쳐 지속된다. 채용시에는 퍼스트급에 해당하는 팀장이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통해 팀원들을 모집하며, 채용공고의 경우에도 팀장이 직접 내는 사례가 상당하다. 감독/기사급이 팀을 구성하면 동일한 인적 구성의 팀이 평균적으로 3-4년간 지속된다.


3) 고용계약


다수의 영화 스태프들은 제작대상인 영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도급계약 형태를 빌려 계약을 맺고 일한다. 영화 스태프 계약은 특정 사업체와의 고용계약이 아니라, 작품당 계약으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계약의 단가를 조정하는 방식을 취하는 전형적인 프리랜서 계약방식이다.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하는 계약비율이 높지만 자신의 계약을 고용계약이라고 생각하는 스태프들의 비중이 높은 가운데 하위직급에서 도급 계약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요컨대 최근에는 개별 계약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으나 팀별 계약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엔지니어와 스태프 계약이 구분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으로, 전체적으로 개별 계약이 행해지고 있는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고, 아직 개별 계약과 팀 계약이 혼재된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제작부 및 연출부에는 개별 계약이 많이 적용되는 데 반해, 촬영부와 조명부, 미술부 등에서는 여전히 팀별 계약이 지배적이다.


4. 영화 스태프의 노동실태


1) 반복적 실업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화산업 노동시장의 가장 큰 특성은 작품 단위의 ‘프로젝트형’ 노동시장이라는 점과 도급계약 형태의 계약관행에서 드러난다. 특히 제작방식의 특성상 상당한 몰입이 요구되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작품에 참여할 수 없고, 연간 2개 작품 이상에 참여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영화 스태프들은 상당한 실업 기간을 갖게 되며([표 2] 및 [표 3] 참조), 이 기간 동안에 생계를 위해 광고 등의 분야에서 단기간의 일을 하거나 영화 및 영상 분야와 무관한 아르바이트에 종사하기도 한다.


[표 2] 영화 스태프의 지난 1년 중 쉬었던 기간이 있는지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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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 영화 스태프의 지난 1년 중 쉬었던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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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임금형태 및 임금수준


영화 스태프들의 임금형태는 포괄임금제 형태로, 보통 3개월에서 5개월 사이의 영화 제작기간 동안 계약금액을 두세 차례에 나누어 받는 방식이다. 영화 스태프들의 연간 임금수준은 월100여만원을 넘기기 어렵다. 임금인상 또한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제작사들의 자금조달 환경 악화와 맞물려 종종 축소되기도 한다.


영화 스태프 설문조사 응답자들의 월평균 보수 계약액은 192만 4천원으로 나타났다([표 4]). 이를 작품 참여기간에 해당하는 평균 계약기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885만원에 해당된다. 요컨대 영화 스태프들의 연간 월평균 임금수준은 73만 8천원에 불과한 것이다.


[표 4] 영화 스태프의 평균 계약기간 및 월평균 보수계약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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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참여를 통한 임금소득과 실업기간의 부수적 임금소득을 모두 포함한 스태프 소득을 파악해본 결과 월평균 96만 6천원으로 나타났다([표 5]). 연간 월평균 22만 8천원을 단기간의 아르바이트 등 부가적인 수입으로 보전하고 있는 셈인데, 이를 포함해도 월평균 100만원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표 5] 영화 스태프의 연간소득 및 월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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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임금체불 문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화 스태프들의 임금형태는 포괄임금제 형태로, 보통 3개월 정도로 정해지는 영화제작 기간 동안 계약금액을 두세 차례에 나누어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제작기간은 제작환경상의 이유로 연장되며, 이 과정에서 임금체불이 빈번히 발생한다([표 6]). 이 문제는 계약방식에도 기인한다. 도급계약 형태가 여전히 지배적인 환경에서는 임금체불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보호받기 어렵다. 이에 영화산업 노사가 표준근로계약서를 개발하고 보급하려 하고 있으나, 영화 스태프들은 단속적 노동의 특성상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생계형 채무상황에 놓이는 일이 흔해 고용계약 형태보다는 현금거래 형태의 기존 계약관행을 불가피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고용계약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실업부조 형태의 복지 대책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표 6] 영화 스태프의 평균 임금체불 기간 및 임금체불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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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들이 체불임금을 좀처럼 받지 못하는 배경에는 스태프들이 임금체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은 임금체불에 대한 대응방식에서도 확인된다. 임금체불을 경험하는 스태프들은 대부분 그냥 기다리는 등 적극적 대응을 하지 않거나 개인적으로 대응하는 데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배경에는 차후에 겪게 될지 모를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놓여 있다. 하위 직급의 스태프가 아닌 감독/기사급들의 경우에도 임금체불에 법적?제도적 대응을 하기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계속 제작사와 작업을 해야 하고 그런 일들이 경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4) 노동시간


국내 영화제작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제작사들은 한정된 자금으로 가능한 한 짧은 기간 안에 작품을 완성할 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영화제작 현장에서는 밤샘촬영이 빈번하며, 촬영장 간 이동 등까지 고려하게 되면 영화스태프들의 연속 노동시간은 24시간에서 심지어는 48시간을 넘는 일도 많다. 한편, 영화산업 위축에 따른 제작사들의 비용절감 흐름 속에서 고정된 예산 중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것은 결국 인건비인데, 제작사들 사이에서는 부족한 제작비를 보완하기 위해 몇 회차에 찍을 분량을 한 회차로 몰아넣는 ‘회차 줄이기’와 같은 관행이 나타나기도 한다. 과도한 촬영분량을 소화하기 위해 스태프들은 장시간 촬영에 혹사당하고 있는 것이다.


5. 영화 스태프의 노동자성 및 노동자 정체성


영화 스태프의 경우 일단 계약이 이루어진 뒤에는 전속성이 인정된다는 점, 출근시간과 장소가 지정되고, 지시 없이 퇴근할 수 없다는 점, 대부분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해고될 수 있다는 점, 연장노동 및 야간노동 또한 비자발적인 사유로 행해진다는 점, 보수가 제작사 또는 감독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 대다수가 제작사, 감독/기사급 등으로부터 작업지시를 받고 있으며 독자적으로 작업을 하는 경우는 없다는 점, 일단 지시받은 업무를 독자적 판단에 따라 변경할 수 없다는 점, 작업도구를 제공받는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영화 스태프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배제의 근저에는 이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노동법 적용에서 배제되어 있는 법제도적 구조 외에도 투자환경과 수익구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영화진흥법, 그리고 이에 근거를 둔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진흥기금 운영 등에 있어 실질적인 영화 제작인력인 스태프들의 기본적 인권상황 개선과 숙련향상 문제를 도외시 한 채 운영되는 등의 제도적 문제점들이 있다.


문화산업 분야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이러한 차별과 배제를 재생산한다. 다시 말해 ‘좋아서 하는 일이니 힘들어도 참아라’ 식의 사회적 인식 또한 영화산업의 제작환경을 둘러싼 문제들 가운데 노동자들과 그들의 권리라는 문제를 도외시하게 만들고, 문화산업 노동자들 자신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노동자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기본적 인권을 주장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영화 스태프들은 스스로를 어느 정도로 ‘노동자’로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이를 파악해 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통해 스스로를 어느 정도나 노동자로, 예술인으로, 자영업자로 인식하고 있는지 1점에서 10점 사이의 척도로 물어보았다.


[표 7] 영화 스태프의 노동자/예술인/자영업자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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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을 분석해 본 결과, 노동자 정체성이 8.4점, 예술인 정체성이 6.9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특히 노동자 정체성은 매우 높게 나타났는데([표 7]), 이는 응답자의 75%가 영화산업노동조합의 조합원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퍼스트급 이상과 세컨드급 이하의 두 개 범주의 직급별로 분석해 본 결과 평균값의 차이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6. 영화산업 인력구조 개선과제 의견


설문조사 분석 결과, 열악한 작업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 생계에 위협을 주는 보수 수준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응답, 계약 특성에 따른 고용 불안정이 해소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1순위에서 3순위에 이르기까지 일관적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으며, 그중에서도 1순위에서 생계에 위협을 주는 보수 수준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응답의 비율이 57.1%로 매우 높았다([표 8]).


[표 8] 영화산업 인력구조의 개선과제에 대한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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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영화 스태프들의 집합적 대응과 제도개선 추진과정


본 조사에서 검토한 학교 운동부 코치, 방송산업 보조인력 사례와 달리 영화산업 분야에서는 2003년 4부 조수연합으로부터 발전하여 지난 2005년 설립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 영화제작환경을 둘러싸고 사회적 문제제기를 하며 노사관계 형성을 주도해 왔다. 이후 영화산업노동조합과 사용자측인 영화제작가협회에 더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참여하는 형태로 영화산업협력위원회라는 일종의 산업 단위 노사정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사관계 및 노사정 관계에도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영화제작가협회의 경우, 협회로 조직되지 못한 중소규모 제작사들이 매우 많아 노사관계를 통한 산업적 규제력을 발휘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 영화진흥위원회 또한 그간의 파행적 운영에서 드러나듯, 영화제작환경과 영화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부족하다.


한편, 영화산업노조의 문화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복지제도 확충 요구에 힘입어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반복적인 실업에 놓이면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예술인들의 상황 개선에 대한 요구가 부상하며 2009년에 처음으로 예술인복지법안이 제출되었으나, 정부의 부정적 반응 속에서 계속하여 통과되지 못하였고, 2011년 6월에도 동 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여 본회의에 상정되었으나 역시나 부결된 바 있다. 결국 2011년 10월에 본회의에서 통과된 예술인복지법안은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적용을 핵심으로 한 애초의 법안에서 다시금 후퇴하여 고용보험을 제외한 산재보험만을 적용하도록 하였다. 그밖에도 계약서 체결을 적용 대상 기준으로 삼는 등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가운데 영화산업 부문에서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노사관계 속에서 자체적으로 산업 차원의 실업부조 도입을 시도하였다. 영화산업노동조합과 영화제작가협회는 2008년 영화산업실무교육센터를 설립, 운영하면서 영화 스태프 교육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2011년 사단법인 형태의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를 설립하여 휴직기간에 처한 스태프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그들에게 실업 보조금을 지원하는
시도, 즉 훈련 인센티브 제도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영화 스태프들의 교육훈련은 주로 현장에서 팀 단위 작업방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직무교육은 한편으로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을 지닌다. 스태프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직무에 대한 전문성이 향상되고, 이를 토대로 팀 단위의 실습까지 이어지면서 산업 안에서 인력 제공이나 배치에 관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영화산업 노사는 훈련 인센티브 제도 도입의 기본적인 방향에 의견을 모으게 되었다. 영화산업협력위원회에서도 훈련 인센티브 제도 도입의 기본 방향은 합의된 바 있으나,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발전기금을 통한 재정지원 등 본격적인 도입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8. 개선방향


1) 영화 스태프들의 노동자성 인정


영화 스태프를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들을 검토해 보더라도 부분적으로 사용종속성이 약하게 나타나긴 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노동자로서 판단된다는 견해들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자성 판단과 관련한 최근의 논의들이 사용종속성 중심의 법원 판단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며, 조직종속성 및 경제종속성을 균형 있게 고려할 것을 강조하고 있음을 볼 때, 영화 스태프들의 노동자성은 명확해 보인다.


프랑스의 문화예술 노동자 복지 지원제도인 앵떼르미땅 지원제도는 2000년대 초반 영화 스태프들의 기본권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할 때부터 대안적 제도방안으로 국내에서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인들을 기본적으로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반면, 국회에 제출되어 왔던 예술인복지법안들은 구체성이 매우 낮은 수준인데, 그러하더라도 그 기본적인 방향이 앵떼르미땅 지원제도와 비교할 때 어떠한 수준인지 검토해 보고, 앞으로 실현 가능하고 바람직한 입법방향을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2) 영화산업 주체들의 과제


이상에서 살펴본 영화 스태프들의 노동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자사, 제작사, 영화산업노동조합, 영화제작가협회, 영화진흥위원회 등 영화산업 내 각 주체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우선,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투자관행과 수익분배구조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개입 필요성 또한 나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관련 정부부처는 영화산업 전반에 대한 실사를 바탕으로 최소한의 합리적 투자 및 제작관행이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투자사들의 경우 무엇보다 총 제작비용 중 많게는 30%에 이르는 부분을 제작사들이 자체적으로 조달하도록 떠넘기는 투자 관행을 바로잡을 것이 요청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 스태프 인건비 지원 사업이 제시하고 있는 예산의 25% 기준으로 스태프 인건비 예산을 포함시키고 영화 스태프의 사회보험 적용을 비롯한 스태프 복지 예산을 포함시킨 작품에 투자하는 ‘사회적 책임 투자’ 관행이 영화계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요 제작사들은 영화제작가협회의 대표성 제고를 통해 노사관계를 통한 문제해결이 보다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영화산업노동조합에는 무엇보다 조직률 제고가 요청된다. 훈련 인센티브제도가 정착되고 클로즈드 샵이 체결된다면 이러한 측면에서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도 노동조합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인력양성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제작가협회,
영화산업노동조합과 더불어 영화산업협력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영화 스태프 훈련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영화발전기금 등을 통한 재정지원 또한 포함된다. 나아가 영화 스태프 인건비 지원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밖에도 영화 제작현장에서는 영화감독으로의 통제력 집중과 도제식 숙련형성구조로 인해 폭력, 폭언, 인격적 모독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영화 스태프들이 영화제작 현장이라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 인격적 존중을 받을 기본적인 노동권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영화산업노동조합을 비롯한 노사정 차원에서 제작현장 인권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9. 영화 스태프 노동실태: 문제와 개선방안 요약


1) 문제


먼저 영화 스태프의 노동조건과 노동시장 변화의 메커니즘을 요약하면 다음의 [그림 1]과 같다. 영화 스태프의 노동조건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영화 스태프 노동시장에서는 숙련노동자들의 이탈에 따른 전문인력 부족과 관련 교육기관 졸업자 급증에 따른 신규진입인력 과잉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림 1] 영화 스태프의 노동조건과 노동시장 변화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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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글로벌 영화시장 변화와 스크린쿼터제 등 제도변화에 따른 국내 영화 시장환경 변화, 영화산업의 제작과정 및 노동과정의 특성을 포함하는 산업적 특성이 놓여 있다. 이에 따라 영화 제작사들은 비용절감을 추구하게 되고 영화산업 제작구조 상에서 가장 하위에 위치한 스태프들에 대한 부당처우를 지속하게 된다.


또한 이 과정에는 투자사들의 관행도 개입한다. 결국 영화 스태프들은 반복적 실업으로 인한 고용과 생활의 불안정, 임금체불과 장시간노동이라는 노동권 침해를 겪으며 노동조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것이다.


2) 개선방안


다음으로 영화 스태프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정책방안을 요약하면 다음의 [그림 2]와 같다. 영화 스태프의 노동조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반복적 실업과 그에 따른 저임금과 고용불안, 고질적인 임금체불, 장시간 노동이다.


[그림 2] 영화 스태프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정책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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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자 및 제작관행에 대한 규제, 노동자성 인정과 실업급여 수급 등 사회보장 적용 확대, 관리감독 강화 등이 필요하며, 이와 관련된 주체들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련 정부부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산업협력위원회 등이 있다.

 

한편, 보다 상위 법제들에 대한 검토 또한 중요하다. 문화예술 종사자의 양성과 지원을 규정하고 있는 문화다양성협약이 국제법으로서 존중되어야 할 것이며, 예술인복지법은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이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전제로 고용보험 등의 적용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영화진흥법의 영화산업 관련 조항들에 영화산업 인력의 복지증진에 대한 내용들이 포함되도록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노사관계 측면의 요소들 또한 중요하다. 무엇보다 영화제작가협회 측에서는 임금단체협약 위임사 범위를 확대하고 영화산업노동조합은 스태프 조직률을 제고함으로써 스태프 임금단체협약 적용범위가 확대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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