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動詩] 준설공과 청둥오리

2022/08/10 18:59

[勞動詩] 준설공과 청둥오리

 

준설공에게 5톤 물차는 하수구 뚫이에 동원되는 맹물 보급대다

용당동 주택단지 사이 시멘트 포장으로 골목길이 새로워지고 골목에 묻힌 하구관로에 오물이 쌓여 청소하는 것이 직업이었다.

수압끌이 볼을 오수 우수관로에 길게 밀어넣고 흙먼지 티끌을 쓸어내리는 것이 준설공의 하루였다.

준설차가 나오면 뒤따라 진공흡입차가 들어가 진흙탕물 빨아들여 탱크를 채우는 작업반장, 그 뒤로 5톤 물차 끌고 들어가 진흙탕물 씻어내는 인공폭포 볼에 물을 공급하는 것이 맹물보급대가 할 일이다.

어느 겨울날 맹물보급 하자고 남해개발 중수도 정수장에 청소수 뜨러 갔다가 석양이 지운다.

노동선배와 형들이 몸보신 의기투합 아래 해당방조제 갯벌너머 청둥오리 잡겠다고 내게 바닷가 위에 덫을 놓으라 한다.

초년병인 나는 천연기념물 못잡겠다 마음속 다짐 끝에 저 덫에 손가락 넣어 내손을 자를까 하다가,

이놈아, 뭐하냐? 퇴근시간 되었다. 후딱 던져두고 5톤차 몰고 진공청소차 뒤따라 오너라!

의리라면 저리가라 대우 큰형님이 낌새를 눈치채고 해당벌 천하를 두고 호령한다.

아, 나는 군대를 제대하고도 소집영장 기한이 끝났는대도 명령권에서 이탈하는 탈영병이다.

집총거부 감옥살이 대체 병역! 여호와의 증인처럼 마음속 다짐 선서에 따라 검지손가락을 자를까 말까 심하게 고뇌를 하는 30대 병역도발자이다.

나는 얼마 안가 그 후로 청둥오리 덫을 전쟁처럼 싫어하는 마음에 따라 준설공을 때려치웠다.

징집병처럼 선임 명령에 따라 총질을 거부한다는 뜻에서 천연기념물 청둥오리 사냥 덫을 놓는게 싫어져서다. 나는 복날에도 개체수가 줄어가는 야생오리 천연물 종족 보존을 위해 청둥오리 저민고기를 먹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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