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하늘과 땅

나는 하늘과 땅 사이에 산다.

불멸의 신神적인 것을 가슴에 품고 있지만,

방 안에 혼자 있으면 코를 후빈다.

내 영혼 안에는 인도印度의 온갖 지혜가 자리하고 있지만,

한번은 카페에서 술 취한 돈 많은 사업가와 주먹질하며 싸웠다.

나는 몇 시간씩 물을 응시하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뒤좇을 수 있지만,

어느 주간 신문에 내 책에 대한 파렴치한 논평이 실렸을 때는 자살을 생각했다.

세상만사를 이해하고 슬기롭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때는 공자孔子의 형제지만,

신문에 오른 참석 인사의 명단에 내 이름이 빠져 있으면 울분을 참지 못한다.

나는 숲 가에 서서 가을 단풍에 감탄하면서도 자연에 의혹의 눈으로 꼭 조건을 붙인다.

이성의 보다 고귀한 힘을 믿으면서도

공허한 잡담을 늘어놓는 아둔한 모임에 휩쓸려 내 인생의 저녁 시간의 대부분을 보냈다.

나는 하늘과 땅 사이의 인간인 탓에 하늘을 믿고 땅을 믿는다.

아멘.

 

- 하늘과 땅Ohne Anfang und Ende.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