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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의 추억

서울시장 후보들의 TV토론을 보았다. 강금실은 뭐랄까, TV토론에 적한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오세훈은 여유롭고 차분해보였다. 흥미진진한 토론회는 아니었지만, 꽤 마음 졸이며 보았다. 김종철 후보가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긴장하기도 하고 아쉬워하기도 하고 손뼉을 치기도 했다.

 

주택문제에 관해 토론을 하면서 김종철후보가 공공임대주택의 구별 쿼터제를 도입하겠다는 말을 했을 때, 이렇게 좋은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잘 알아들을 수 없을 것 같아 속이 상했다. 그리고는 정말이지 뜬금 없게도, 죽은 시아버지 생각이 난 것이다.

 

재작년 가을에 결혼해서 생긴 시아버지인데 작년 가을에 장례를 치렀으니, 생각해보면 참 짧은 인연이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동안 어쩜 그리 많은 김치를 담그어주었는지. 며느리 예쁘다고 달마다 김치 담그어주던, 꼬막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 우연히 흘려듣고는, 나 갈 때마다 꼬막 무쳐주던 시아버지.

 

그 시아버지는, 신동엽이 나와 하던, 주말 저녁 남북어린이들의 "가상" 퀴즈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도대체 어쩜 남북 아이들이 한데 모여서 퀴즈를 하는지 도통 신기해서 알 수가 없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리곤 했었다. 몇번이고 설명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엔 그냥 포기하곤 웃고 말았다.

 

김종철 후보가 공공임대주택 이야기를 할 때, 공공임대아파트 들어가고 싶은데 들어가기 어렵다더라며 푸념하던 시어머니 생각이 났다. 그리고는 문득, "가상" 퀴즈를 진짜 남북 아이들의 경합으로 오해하던 시아버지가 떠올랐다. 그 시아버지가 보아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할텐데, 하면서.

 

서울시장 후보들의 합동토론을 보다, 이렇게 한참 죽은 시아버지를 추억하게 된다. 죽은 시아버지가 살아, 좋아하며 박수치는 후보가 되어야 할텐데. 아, 이 짧은 글을 쓰는 동안에도 눈물이 쏟아진다. 남북 애들이 주말마다 모이는 걸 희한해하던 시아버지 생각에 울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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