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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07
    난생 처음 하는 경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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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4/02
    열번도 넘게 진보넷을 열었다 닫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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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7/03/31
    한글 배너가 영... 부실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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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7/03/29
    보이콧! 애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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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하는 경험

 

 

 이틀새 공개적인 공간에서 처음으로 여성과 남성의 그것들을 차례로 보았다.

 

 순서를 뒤바꾸어서 이야기를 하면,

 

 저녁에 통역해주실 분과 약속이 잡혀 있었는데, 어깨도 아프고 조사 노트 정리하기가 싫어 두어시간 일찍 나왔다, 원래 마사지라도 받으려고 했는데, 찾을 수가 없어서 지난 번에 점심 먹은 곳 옆에 있는 극장에 갔다. 영화표가 50바트 밖에 하지 않아서 아아, 역시 허름한 극장은 싸구나 하면서 들어갔다. 지난번에 그 극장을 슬쩍 보았을 때, 태국 왕에 관련된 영화를 하고 있어서 여기가 무언가 요상한 곳은 아닐꺼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것만!

 

 영화는 호러 영화같은 거 였는데, 영어 자막이 있어 겨우겨우 참으면서 볼 수 있었다. 사실 무언가 움직이는 그림이 보고 싶은 거였으니까 영화는 큰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극장 안이 영 소란스럽고, 삐그덕 거리는 소리는 자꾸 들리고, 자꾸 사람들이 일어섰다 나갔다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인도 사람들은 영화 보면서 노래도 부르는데 뭐, 하면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웬 아저씨가 갑자기 내 옆옆 자리에 앉더니, 무언라고 태국말로 이야기한다.

 나는 단호히 태국말을 못알아듣는다 이야기했더니, 내 옆자리로 옮겨오더니 사탕을 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싫다고 했더니, 다시 옆 옆자리로 옮겨가더니, 무언가, 어디를 자꾸 긁는 것이 아닌가.

 

 설마 하는 마음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점점 움직임이 격해지고 있었다. 아, 이런

 아저씨는 내 옆 옆 자리에서 마스터 베이션에 열중하기 시작한 거다. 어어, 당신 이래도 되는거야. 극장에서 디디알이라니, 더구나 이 영화는 디디알에 그닥 적당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아아. 흘끗 보았을 때 처음으로 가까이서, 그것도 오픈된 공간에서 난생 처음 보는 남자의 ... 아앗. 내참. (어두워서 확실하지는 않다. 아, 다행이다.)

 

상황 판단이 잘 안되었으나, 왠지 좀 무서우면서도, 우스운 기분이 들었다. 너무 냉큼 도망가면 혹시나 따라올까봐 약간 머뭇하고 있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혹시나 내가 착각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사운드가 점점 심각해짐에 따라 벌떡 일어나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아, 극장에서 어린 아이들도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말이다.

 휴일 낮에 극장에서 혼자 자기 위안을 하는 남자라니, 지금 생각하니 아저씨는 딱히 나한테 무슨 뉘앙스를 주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받은 느낌은 그 사람이 그저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거였으니까.

 

영 징그럽다는 생각을 지우기는 어렵지만, 그것 참. 이런 일을 겪으니 사람의 삶이, 기쁨이 너무 눅눅하고 초라하다.

 

여성 편이 궁금하다면

 

 



 

 그 전날에는 사실 팟퐁이라는 태국의 유명한 거리에서 empower라는 성 노동자 단체와 미팅이 있었다.

 우연히 알게된 캐나다 활동가가 잡은 약속에 묻어가는 거라 겨우 시간을 맞추어서 갔는데,  이 분은 무려 두 시간이나 지나서 오셨다.

 

 일찍 도착한 나는 그곳에서 진행 중인 영어 수업을 함께 했다. 내가 누군지, 왜 왔는지 소개하기는 했으나 수업을 듣는 여성들에게 제대로 전달된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는 같이 arm, murcle, calve, ankle 같은 단어를 공부하고, 마사지를 받으러 왔을 경우에 따른 대화를 같이 읽었다. 웃음이 많이 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마치 중학생이 된 것처럼 옆 자리의 여성에게 은근슬쩍 답을 가르쳐주기도 하면서 영어를 배웠다. (솔직히 고백하면 내가 모르는 단어가 좀 있었다. ㅠㅠ)

 

 그리고는 캐나다 활동가가 느즈막히 헐레벌떡 와서 상근자 분께 단체 관련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가 관심있어 했던 에이즈 관련 문제들은 사실 기대와는 많이 어긋나는 것이었다. 팟퐁 거리에 있는 바에서 (이때까지는 이게 어떤 바인지 모르는 상태였다) 일하는 모든 여성들은 삼 개월에 한번씩 에이즈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며, 감염 사실이 알려지면 해당 여성의 사진을 바 입구에 붙이고 더이상 거기서 일할 수 없게 된다는 거였다. 이렇게 되면 다른 지역이나 거리로 옮겨가거나, 수큼빗과 같은 거리에서 혼자 독자적으로 일할 수 밖에 없다고 하였다.

 

 사실 나는 태국에서 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예방과 검진이 한국의 강제 검진보다는 좀더 나은 형태로 진행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참,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방식이라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 여러 이야기를 묻고 싶었으나, 약속 시간에 늦게 온 탓에 더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거리에 나오니 주변이 어느새 시장도 서고, 가게 간판에 불도 켜지며 영 달라져 있었다. 캐나다 활동가가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가 어떤지 더 알아야 하지 않겠냐며 바에 직접 가보자고 하였다. 우리가 계획한 건 바에서 일하는 여성들로부터 이야기도 더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금 생각해보니 나이브하기 이를데 없는 생각이었다.

 

 한참 시간을 떼우고, 저녁 9시가 다 되어서 삐끼 아저씨들에게 이끌려 이른바 pussy show라는 걸 하는데 가게 되었다. 나는 도대체 무얼 할지 예상을 못하고 갔었는데, 무대 위에 스테이지에서 발가벗은 여성이 성기에 매직펜을 끼워서 글씨를 쓰고 있었다. 앗, 흘끗 보는 순간 깜짝 놀라 눈을 얼른 감았다. 도대체, 이게,

 

 캐나다 활동가는 케겔(?) 근육의 운동을 통해 이런 활동들을 할 수 있다며, 보는 것처럼 아프거나 위험한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해주었지만, 나는 무언가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는 풍선, 트럼펫, 계란, 긴 끈과 같은 것들이 등장했고, 그것들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스트립 바와는 분명 다른 것들이었다.

 

 가장 큰 차이는 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건, 섹시함도 흥분도 아니라 지루함이라는 것이다. 쇼를 하는 사람도, 쇼를 보는 사람도 모두들 지루해하고 있었다.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춤을 추는 사람들은 그저 기운없이 다리를 움직일 뿐이었고, 맨 처음 보았을 때 눈을 질끈 감게 만들었던 성기로 하는 여타의 활동들도 그저 기운없이, 아무런 뉘앙스도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뉘앙스 없음이야말로 이 모든 행위들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그저 어떤 활동이었다. 사람 몸으로 하는 활동, 그리고 그 반복되는 활동들은 점점 더 지루하기만 할 뿐이었다.  

 

 캐나다 활동가는 이건 마치 자기 재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talent show와 다름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신체 부위들에 대한 위계가 순간 없어지고 나니, 사람 몸은 그냥 몸이고, 몸은 움직이고, 움직임의 반복은 지루하고, 힘이 들고, 피곤하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팟퐁의 고고바에 간 일이 과연 필요한 일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으로, 이야기로 성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던 것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수업을 함께 받은 언니들과 에이즈 이야기를 하려고 연락처를 교환하기는 했지만, 오늘은 그닥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질문이 무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아, 도대체 누가 이런 것들을 처음 생각해낸 걸까. 도대체,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 처음 이런 걸 생각해낸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걸까? 영, 아무것도 모르겠는 느낌이다.

 

 아, 기운이 없다. 이게 말 그대로 사서 고생이지 싶다. 참, 아무리 생각해도 피곤한 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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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도 넘게 진보넷을 열었다 닫았다.

 

 

 인터넷 연결이 안 좋아서 창이 하나 열리는 데 적어도 2분은 걸리는 듯하다.

 진보넷을 열었다, 닫았다, 네이버를 열였다, 닫았다 했다. 어깨가 너무 아파서 피곤한데, 인터넷 창을 열였다 닫았다하는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누군가 하얗게 불탄 사람 몸을, 종아리가 팔뚝만틈 졸아든 몸을, 여기서도 보지 않을 수 없게,

 환하게 올려두었다.

 불타기 전의 아저씨 모습은 묵묵해 보였다.

 

 도대체 뭘 반대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에 오기전 집회에서 사람들이 두드려 맞는다는 이야기를 아침 일찍 학교가는 버스에서 들었다. 손석희 아저씨가 경찰 청장에게 "기자에게만 사과하신다면 일반 시민에게는 사과하지 않으시겠다는 겁니까? 시민들에 대한 폭력은 문제가 없다는 겁니까?"라고 다그치는 동안 눈물이 날 것 같아서 혼이 났다. 학교 버스에서 괜히 밖을 노려보았다. 화가 나서 버스를 내리는데, 뉴스는 저 멀리 버스와 함께 가고, 나는 아직 아무도 없는 교정에서 씩씩 화가 나서 눈물을 꾹 참았다.

 서로 때리면서 그래야 할까, 누군가 블로그에 오늘 의경들 좀 두드려 맞겠네 하는 이야기를 써 놓은 것을 보고도 괜히 화가 났다. 내 동생 용원이 친구, 철기 같은 애들이 철모를 뺐기고 두들겨 맞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팠다. 어린 친구들, 우리 집에서 맥주 마시고 들어눕던 녀석들이 줄 세워서 두들겨 맞을 때, 이 친구들도 얼마나 힘이 들까. 왜 맞는지도 모르고, 맞는 일 피할 수도 없게, 얼마나 가슴이 답답할까.

 

 태국에서 처음 간 집회는 태국-일본 자유 무역 반대 집회였다. 에이즈 감염인 단체에서도 한 목소리를 내고, 경찰도 예의 바르게 대해주어서, 사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블로그에 써야지 생각했다.

 쿠테타가 일어난 나라에서도 집회의 자유는 있어요, 경찰들이 우리 이야기를 듣고 박수를 치기도 했어요. 서로 예의 바르게 대하고 있어요 하고 말이다.

 그치만 다시 생각해보면 여기 상황도 만만하지는 않다. 사남루앙에서 사람들이 죽던 기억이 있던 곳 역시 태국이다.

 

 조사 노트를 한참이고 정리하다가, 불 탄 사람을 보고 눈을 훕 뜨다가. 다시 조사 노트를 정리하다가, 만화를 찾아 보기도 했었다. 무언가를 하고 싶고, 울고 싶기도 하고, 남의 일 어서 잊어 버리고 싶기도 했다.

 

 무얼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아프지 않게, 튼튼하던 허벅지가 불타 졸아붙지 않게,

 사실 나는 한국에서 연애 한다며, 공부 한다며, 집회에 오라는 정숙씨 말도 헤헤 웃으며 바빠요 하고는 했다. 나는. 오늘 무척 아팠을 그 아저씨한테,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아프지 않게, 아프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사람들이 11시에도 청와대 앞을 줄달음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수박을 먹고, 알아들을 수 없는 라디오를 들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늘 긴 밤을 보낼까. 무얼 바램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 크던 사람이 졸아붙었는데,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게 두렵다. 무엇으로 우리 살아야 하는 걸까? 누군가 이렇게, 이렇게 아픈데 말이다. 앞으로 열심히 싸워야하지 하면 되는걸까? 오늘 밤, 이 슬픔 잊지 말아야지. 나중에 나이가 들어도, 혹시나 남아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게 되어도, 이 갑갑함 마음을 잊지 말아야하지 하면 되는걸까?

 

 몸 아프지 않게, 마음 아프지 않게, 너무 힘들이지 말고, 마음의 불이 온 몸으로 번지지 않게,

 그러니까 남의 맘에 불씨 던지지 말고, 아아, 생 목숨 괴롭히지 않게, 안 아프게,

 

 저기 누군가, 저 너머에 누군가 있다면 말이에요. 당신.

 좀 도와주세요. 좀 덜 아프게요. 한 사람 삶이 이렇게 절망적이면, 그러면 안되는거 아니에요? 우리 이렇게 살면 안되는 거잖아요. 네? 누군가 이렇게 아프면 안되는 거잖아요. 남이 이렇게 아픈데, 그냥 내버려 두는 거, 이러는 거, 이러는 거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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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배너가 영... 부실하죠?

 

 

1. 내 글씨 안습.. ㅠㅠ

 

 집회 준비를 할 때, 태국 활동가들이 한국말로 배너를 만들어주겠다고 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래서 멀리 한국에 있는 미란씨에게 메일도 보내고, 미란씨가 비싼 국제 전화도 걸어주셨는데...

 

 아아...

 

 집회 준비 하느라 정신이 없던 우리 TNP+의 귀염둥이 조앤 말하길!

 

 "... 미안... 한글 맡기는 거 깜박했어...."

 

 "응,,, 아냐,,, 괜찮아,,, 바쁜데,,, 한국말,, 누가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마이 뻰 라이!"

( 아아... 조앤... 이러기냐...크게 만들어준다고 벌써 한국에 자랑했단 말이다.. ㅠㅠ )

 

 결국 집회 전날 사무실서 자기로 했는데,,, 이것 저것 마무리 준비하며 그냥 직접 만들기로 했어요. 글씨 못쓰는 제가 한글로 쓰고, HIV+ 어린이들을 위한 활동을 하는 낍 언니가 태국어로 쓰고,

 

 다음 날, 쪼끄만하게 손으로 써서 만들어가기는 했지만, 멀리 지방에서 온 회원들이 다들 재미있어했어요.

 "한국말인가요?" "네~" "한국에서는 무슨 활동을 하나요?" "아... 그러니까...(태국어가 짧아서 태국어로 설명을 잘 못해요.. ㅠㅠ)  TNP+와 비슷한 활동을 하는데, 치료 문제보다는 인권 문제에 더 중심이 있어요. 법 개정 활동을 벌이고 있어요~ (여기서부터는 영어... ㅠㅠ)"

 

 결국 한글 배너는 제가 별로 들 새도 없이 여러 회원들이 들어주었어요.

 (아, 그치만 영 글씨가 볼품 없어서... ^^;;;;;)

 

 저 멀리 한국에서는 이 싸움이 정말 별 나라 이야기처럼 관계없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 싸움은 단지 약값을 내리기 위해 애보트라는 회사와 싸우는 것만은 아니라고 우선은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태국에서의 싸움이 한국에서, 중국에서, 캄보디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낼 테니까요. 돈 주고 사면 그만인 것 말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생명 지킬 수 있게 하는 것, 더 공평하고 평등하게 나눌 수 있는 방식이 이 얼마 안되는 사람들의 싸움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FTA 집회며, 법안 해설이며 다들 바쁘시죠?

 그리운 마음에 블로그도 만들었습니다. 자주 소식 전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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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콧! 애보트!

 

 

1.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초코파이라면 오리온을 꼭 먹어야겠고, 진짜 프라다와 가짜 프라다 사이에는 주목할만한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에이즈 치료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매일 먹고, 꼭 먹어야 하는 약이 똑같은 성분과 똑같은 효과를 지닌다면, 더 싼 약은 더 많은 생명을 지킨다.

 

 의약품에 대한 강제 실시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WTO의 TRIPS 협정에 따르면 가입국은 각 국의 상황에 따라 복제약을 만들 권리를 지닌다. 이것은 자율적이고 합법적인 결정이다. 이에 태국 정부는 에이즈 치료제를 포함한 세 가지 약에 대한 강제 실시 처분을 내렸다. 이는 태국의 국영 제약회사가 동일한 약을 더 싼 가격에 생산, 판매하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발끈한 원 제조사인 애보트가 태국에 역습을 가했다.  "그따위로 나오면 우리도 안팔아!"라는 배짱으로 앞으로 태국에는 신약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거다. 한판 붙자고 시비 거는데, 태국 감염인들 역시 가만히 앉아 당할 리가 없다.

 

2. 낮은 마음이 더 큰 힘으로!

 

 3월 26일, 100여명에 달하는 태국의 에이즈 감염인들과 비감염인들이 방콕의 에보트 사 앞으로 모였다. 애보트 제품은 이제 안 사겠다는 보이콧 캠페인과 함께 애보트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아침 7시부터 방콕 시내 중심에 있는 실롬 역 근처로 태국 각 지역의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동북부 시골 마을의 감염인 모임에서부터 남부에 있는 치료 센터에 이르기까지. 마약 사용자 모임도 국경없는 의사회도 다들 "보이콧! 애보트!"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입었다.

 

 

 

 애보트 사를 향해 출발하기 전, 시위대 모두가 다 같이 사원에 가서 기도를 했다. 향을 피워 올리고,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은 사람들. '오늘 하루 다 잘되게 해주세요'라는 기도. 높은 빌딩 꼭대기의 사람들이 남의 목숨을 주가 숫자로 세고 있을 때, 진짜 사람들은 외려 몸을 낮추고 있었다. 모두를 위해 나누는 기도 속에 기쁨과 평화가 가득했다.  

 

 

 아침부터 푹푹찌는 방콕 시내를 100여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걷기 시작했다. 차도 하나를 막아 걷는 동안,  겨우 경찰 두 명이 함께 갔다. 교통 통제도 시위대가 했다. 꾸벅 인사를 하는 시위대에 불평하는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 삼십분여를 행진해 에보트 사 앞에 도착했다.

 

 오늘 준비한 퍼포먼스는 "애보트 괴물 때문에 죽어가는 에이즈 감염인"이다. 죽어가는 감염인 역할은 라오스에서 온 이주 노동자 아저씨가 하시기로 했다. 근데 고생은 애보트 괴물이 더 한다. 찌는 무더위에 의상을 입고 행진 하는게 쉽지가 않다.

 

 

 

 

 애보트 앞에서 다 같이 소리 높여 구호를 외쳤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애보트" , "탐욕으로 감염인이 죽어간다", "강제실시는 옳다" (아, 태국말로는 훨씬 리듬이 사는데.. ^^;;;)

 애보트 관계자가 나와 항의 서한을 받아갔다. 에이즈 액세스 파운데이션의 대표인 피밋이 물었다. "이 사태에 대해 해주실 말씀 있습니까?" "저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애보트 관계자가 총총 사라져간 뒤에 건장한 아저씨들이 망치를 들고 나섰다. 애보트 제품을 쾅쾅 부시기 시작했다. 남의 목숨 하찮게 여기는 너희 물건 우리는 안 사겠다. 쾅쾅, 분유통이 다 부서지셔 터지고, 약 상자가 다 부서졌다.

 "생명을 위한 애보트"라는 애보트 제품이 순식간에 다 부서졌다. 제약회사 맘대로 하게 내버려두다가는 쇠망치 피하는 신세 면하기 어렵다. 자유 무역의 광풍 속에 강제 실시는 정말 얼마 안 남은 버팀목이다. 이 힘을 지키고, 지켜서, 더 키워내야 한다.

 

 

3. 들리나요? 한국의 여러분들!

 

 

 고층 빌딩 앞 계단에는 그늘하나 없다. 땡볕에 다 같이 서서 외치는 목소리들이 저 17층 꼭대기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더 먼 곳에서 우리 목소리를 듣고 있을 거라 믿는다. 누군가는 만져보지도 못할 돈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자꾸 생겨나서는 안된다는 사실에 다들 고개를 끄덕여 줄거라고 믿는다.  

 

 월드 와이드하게, 보이콧! 애보트!

 

 애보트 제품 사지 말자는 거다. 꼭 먹어야 하는 약인데, 애보트 약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애보트 약은 사지 마는 거다. 약만 만드는 것 같지만  분유도 만든다고 한다.

 사실 약처럼 불매 운동 벌이기 어려운 게 없다. 애보트가 꿈쩍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우리가 선택의 여지도 없이 그네들 약을 사고 있으니 말이다.

 

  당신이 의사라면, 애보트 약을 처방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이 환자라면, 의사에게 애보트 약은 처방하지 말아 달라고 해주세요!

  그리고 서명 운동에 동참해주세요. 지지의 목소리를 전해주세요!

  ( http://www.petitiononline.com/bcottabb/petition.html 으로 )

 

  그늘 없이 싸우는 우리 곁에 지지와 연대의 나무들이 뜨거운 햇볕만큼 금새 커갈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다 같이 보이콧! 애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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