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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돌아오기.

어제 아침에 집을 나서다가 문득 화단을 보았다. 

언제자랐는지, 아직 꽃피지 않은 화초들이 무릎높이로 자라있다. 

며칠 선거운동한답시고 새벽에나가서 밤에 들어오느라 너희들이 이렇게 자라는것도 몰랐구나...

나도 모르게 어느새 화단에 물을주고 풀을 뽑고 있었다.

선거운동으로 소홀이한건 화단뿐만 아니다. 

집 청소도 한달을 미뤘다. 책상위에는 먼지가 뽀얗다. 이불도 그렇고 이것저것 빨래감도 있고, 집 구석구석 정리할것도 보인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거다. 

그런 일상을 접하기전에 먼저 짝꿍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표후 선거운동원들과 뒷풀이, 그리고 다음날 당선증을 받아쥐고나서 곧장 짝꿍이 있는 청도로 차를 몰았다. 

 

대구에서 청도로 가는길은 정말 계절이 바뀐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날씨는 한여름의 더운 날씨에, 나뭇잎들은 연한 연두색이 아니라 진한 녹색으로 바뀌고있었다.

아~ 이대로 여기서 휴가처럼 지내다 올라갈까?

 

병원에 도착하니 짝꿍이 내 자랑을 얼마나 했던지 사람들이 얼굴보려고 병실로 찾아온다.

한방 가득 모여서 수박을 쪼개 먹으면서 이런저런 농담을 건네고... 밤이라 옆방 눈치보면서 즐거운 담소를 나눈다. 나이도 직업도 성별도 각기 다른 이들이 아프다는 공통점 하나로만 모여서 이렇게 서로 의지하며 재미있게 보낼수 있는건... 가족이란 생각이 든다. 이곳에선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진다. 서로 생활에 간섭하는 그런 가족관계가 아니라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그런 가족말이다. 나이 좀 드신분은 젊은 친구들을 챙겨주기위해 모자를 떠서 나눠주시고, 어린친구들은 애교를 부리기도하고, 서로 필요한것들을 나누고 돕는다. 다들 맘은 참 힘들텐데도 서로서로 챙겨주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짝꿍과 오랜만에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아무리 여기서 사람들이랑 친하다해도, 보고싶은건 마찬가질테니...

밤새 잡은 손을 놓을 줄 모른다.

 

선거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다는건, 

그간 관계했던 내 주변과  다시 만나는 과정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계절이 바뀌었듯이, 화초들이 성큼 자랐듯이 

주변의 많은 이들도 저 멀리 성큼 걸어가 있을지도...

그런 하나하나의 친구들을 만나며, 내가 살아온 시간과 또다른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마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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