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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좋은날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교포아저씨가 있다.

지난 금요일은 아침부터 뭐가 그리 좋은 지 콧노래를 불렀고, 점심을 먹으면서 들은 얘기는 친한 친구(?)가 중국으로 들어가서 오후에 만나기로 했단다.

아저씨 나이 57세에, 그 친구라는 분은 아마도 애인이었을거다.

다들 몰래 사진찍어서 부인한테 보여줄거라고 농담들을 했고, 그럼 자기 쫓겨난다고 담에 일끝나고 맛난거 사준다고 엄살을 부렸다.

 

오후 2시즈음 되었을까?

반장이 헐래벌떡 뛰어오더니 그 아저씨가 경찰에게 잡혔단다.

한국에 들어온지 18년이 넘은 그 아저씨는 다른사람의 이름을 갖고 여권을 만들어 이주노동자로 지금까지 살았고, 석달전에서야 겨우 부인이 합법적으로 한국에 들어와 함께 살기시작했다. 두 부부가 18년 만에 다시 만나서 같이 살기 시작한거다.

사정이 그러다보니 경찰을 보고 냅다 뛰었고, 뭔가 흉악범으로 안 경찰은 죽어라 쫓아가서 잡았나보다.

역전 파출소에 있다는 전화를 받고 현장에서 오야지가 출발했건만 40분후에 수원출입국 관리소 이송되고있다는 전화를 마지막으로 전화기가 꺼졌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두시간만에 수원출입국관리소에서 화성외국인 보호소로 이송되었단다.

 

정말 눈 깜박할새 후다닥 모든것이 처리되었다.

18년동안의 한국에서의 삶.

이제 겨우 한국에 들어와 함께 살게된 부부.

모든것들이 한순간에 날아가버린거다.

 

불법체류이주노동자 강제단속은 우리가 알고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

교포아주머니 한분은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로 있다가 신고기간에 들어가서 이번에 다시나왔단다. 그런데 약 1년남짓한 불법체류 기간의 지속되는 긴장감과 공포들때문에 중국에 들어가서 근 1년동안은 불면증에 시달렸고, 자다가 가위도 많이 눌리고 항상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가 생겼다고 했다.

 

가끔 수원출입국 관리소앞을 지나다가 강제단속된 이주노동자들이 고개를 푹숙이고 차에서 내리는 광경을 목격하면 가슴한켠이 아리다.

가족과 친구와 모든걸 포기하고 자신의 일생을 건 꿈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

 

토요일 아침에 출근해서 다들 한마디씩 한다.

"그러게 왠지 아침부터 평소와는 다르게 엄청 들떠있더니만..."

순간 운수좋은날 이라는 소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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