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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23  넌 애가 없어서 그래!

넌 애가 없어서 그래!

2010/08/23 11:05 분류없음

# 1

난 어린 아이들이 정말 싫다. 나도 어릴 적엔 그랬을 테지만.

 

# 2

토요일 퇴근하는 길. 지하철.

 

이제 곧잘 걸어다닐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부부가 지하철을 탄다.

아이는 문이 닫히자 마자 지하철 여기저기를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닌다.

지겨워졌는지 아빠에게 자신이 손잡이를 잡을 수 있도록 안아달라며 떼를 쓴다.

곧 의자 위 물건 놓는 선반에 올라가겠다며 몸을 흔들어대고 아빠는 알았다며 올려준다.

이제는 의자 위에 신발을 신고 서서 창문을 두드리며 내리겠다고 소리를 지른다.

사람들의 불쾌한 표정을 읽었는지 아빠는 아이를 강제로 유모차에 앉힌다.

아이는 계속 내리겠다며 울어댄다.

 

아이 엄마는 그 난리통에 눈을 감고 잔다. 혹은 자는 척 하는 것이던지. 

아이를 보느라 힘들었던 걸까. 아빠가 있는 동안만이라도 쉬고 싶었던 걸까. 

 

# 3

용산의 국립 중앙 박물관.

 

개학을 앞두고 밀려 두었던 방학 '숙제'를 하기 위해 박물관을 찾은 아이와 엄마들로 북적인다.

아이는 다리가 아프다며 칭얼대고, 엄마는 교과서에 나오는 것이니 봐야 한다며 아이를 다독인다.

아이는 유물에 대한 설명을 적기 바쁘고, 엄마는 대강 이름만 적고 빨리 가자며 아이를 재촉한다.

아이는 유물을 찍으려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고, 엄마는 아이를 기특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어떤 엄마도 유물에 얽힌 이야기를 아이에게 상상해보게 하지도 들려주지도 않으며,

유물에 플래시를 터뜨리는 것이(사진을 찍거나 떠드는 것이) 얼마나 무식한 일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 4

친구의 아이는 이제 막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음식점에서 아이는 자기 몫의 음식을 먹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가만히 앉아 음식과 도구들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기특하다.

 

친구에게 아이와 엄마들로 인해 불편했던 하루를 이야기하니, 넌 애가 없어서 그렇다며 핀잔을 준다.

애가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불쾌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심정이 드는 걸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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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3 11:05 2010/08/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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