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과 인간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기준은 무엇일까?
학생들과 영화 <더 기버>를 보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난데없이 불쑥 던진 질문은 아니고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는데 “어이 학생은 어떻게 생각해?” 이렇게 지목된 학생 몇몇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어 "사람은 태어나는 것일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일까?” 당연히 대답은 태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생명은 태어난다. 멸종한 하와이안 나무달팽이조차 자웅동체임에도 수컷이 없이는 새끼를 밸 수 없다고 한다. 만들어지는 인간이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만들어진 인간은 인조인간이거나 복제인간이라 불리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어떤 것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다.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셈이다.
<더 기버>의 도입부에 공동체의 세러머니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영화의 핵심인데, <더 기버> 공동체의 정체를 제시하는 시퀀스라고 할 수 있다. 세러머니 전날 주인공 조너스는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이렇게 말한다. “Tomorrow we'd be assigned our jobs, our purpose.”
<더 기버>의 공동체에서 학생들은 졸업을 하면 미리 결정된 직업을 각자에게 부여한다. 이미 그들의 목적이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공동체에서 아이들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유전학자들의 가공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 공동체에는 ‘출산모’라는 직업이 있다.
학생들은 그제야 상품과 인간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얼핏 이해한 듯하다. 이 공동체에서는 누구든지 다른 누군가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 이런 대체를 ‘임무해제’(Release to Elsewhere)라고 부른다.
다음 시간에는 학생들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에 대해 잠깐 언급할 건데, 당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일부 사람들이 내뱉은 ‘시체장사’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학생들과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