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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 등록일
    2006/03/25 00:41
  • 수정일
    2006/03/25 00:41

유아적이라는 소리는 정말 듣고 싶지 않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면에 욕망을 담고 있다. 욕망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욕망을 표현할 땐 문제가 된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복잡하고도 단순한 이유로, 표현방식과 여부에 따라 어른인지, 애인지가 구분되는 것이다. 어른스럽게 표출할 자신도 방안도 없다면, 가슴 속에 꾹꾹 눌러담고 있어야겠지. 다만 답답하고 홧병이 날 듯 한게 문제인 거다.

 

가슴이 진정되지 않을 때 제일 좋은 방법은 신경을 딴 데로 돌리는 것이다. 데미지를 이중으로 부여할 만한 일은 제끼고 아주 단순하면서도 흥미없지 않은 일을 골라서 하면 된다. 그래서 몇 통 전화를 걸어 보는 것으로 해결했다. 몇 천의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밖으로 내놓는 걸 보면서 실제 내 자신이 언제 그런 돈을 만져보기나 할까 하는 의문도 잠시. 금새 흥미는 사라졌고 그때부터 긴긴 지루함의 시작이었다.

 

요즘 생긴 취미는 동생이 두고 간 PMP로 동영상을 보는 것이다. "시효경찰"이란 일본 드라마에 푹 빠져 있고, 오늘은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평성 너구리 전쟁 폼포코)을 보았다. 아-주 재밌었고, 볼 만했다. 일본 애니에 담긴 인간세상에 대한 풍자가 마음에 든다. "바람을 본 소년"인가도 좋았는데. 중간에 좀 지루하긴 했지만. 일본말을 이어폰으로 듣고 있자니 어느새 좀 정든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자니 찝찝한 마음에 바지런히 만원 전철 타고서 수원으로 내려갔다. 집에 돌아와서 집회에 대해 정리하고 콩나물 넣고 물만두 넣고, 떡국떡까지 살포시 넣어 너구리 한 마리 먹었더니 (너구리 본 날 너구리를 먹었다니 >.<) 조금은 뿌듯한 저녁을 보냈지 싶다.

 

이제 토요일이다. 3월이 곧 4월로 간다. 모래시계를 처음 엎어놓으면 모래가 줄어드는지 아닌지 잘 알 수 없다. 변화의 폭이 작으니까. 하지만, 모래가루는 쉼없이 같은 속도로 빠져나간다. 막판이 되면 모래가 줄어드는게 너무나 당황스럽게 확연하게 들어온다. 당황하지 않도록 미루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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