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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정의파다> 상영회보다.

  • 등록일
    2006/11/09 01:45
  • 수정일
    2006/11/09 01:45


여길 다녀왔다.
멋진 감상문은 다른 분들이 쓰실 테고.

생각해 보았던 것들.

하나. 사실 난 최근에 동일방직 해고자 동지들이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이 동지들은 (비록 3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봄, 가을마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30여명 정도가 일상적으로 꾸준히 연대활동을 가지면서 복직을 위한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동일방직 민주노조 사수 투쟁이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은 이후 정부가 복직을 권고했다고 하나 회사는 묵묵부답이다. 교섭테이블에 마주앉아 복직을 요구하는 여성동지들 앞에서 복직불가의 이유를 묻자 묵묵부답인... 아니, "사실 그땐 회사도 힘들었다."면서 말끝을 흐리는 네 명의 회사 고위간부들의 표정을 잡은 장면, 그리고 당혹스러움을 충만히 보여준 발 모양을 비춘 클로즈업이 참으로 명장면이었다.

둘. 그나저나 동일방직이란 회사 참 대단하다. 보아하니 노조가 1945년부터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복직투쟁을 하는 걸 보니 심지어는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 보았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2~30년 동안 유지되는 기업이 몇 개 없다. 그런데 이 동일방직이란 회사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거다. 특히나 90년대 이후로 남한에서 섬유산업이 사양산업화되어서 고부가가치 원사 뽑는 것 외에는 거의다 망하거나 외국으로 갔을텐데.  (그래서 구미쪽 노동운동이 거의 전멸했다) 이 동일방직 회사의 정체가 참 궁금하다. 어떻게 살아남았지?

셋. 동일방직 투쟁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는데는 당시 중앙정보부 소속 직원이 양심선언을 한 것이 주효했다. 그런데 이 양심선언한 양반 참 웃기는 사람이다. 좀 정체가 의심스럽다. 양심선언을 하려면 좀 차분하게 폭로하면 될 일인데, 화면을 보니 그게 아니다. 말투가 마치 자기가 하나부터 열까지 쭉 꿰뚫고 있는 것처럼 비꼬면서 얘길 하는거다. 회사, 노조, 중앙정보부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걸 얘기하는데 이건 뭐 니들 한 번 엿먹어봐라 이런 식의 말투라니. 자기가 거기서 따까리질 한 것도 있는데 자기는 쏙 빼고 얘기하는 것 같은 태도. 양심선언이라는데 왠지 양심불량처럼 느껴졌다.

넷. 70년대 여성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조 운동. 수필 형식의 노동운동사 책에 담긴 '삽화'를 통해 처음 접했고, 구해근의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을 통해 보다 심화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구해근의 분석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분석과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직 또렷하게 손에 잡히지 않는 시대이지만, 분명히 그 시대가 현재의 노동운동에 남겨주는 따뜻한 교훈들을 어떻게 잡아챌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각종 클럽들-소모임-을 유지시키며 탄탄한 현장조직력을 갖추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민주적인 운영. 민주는 단지 제도적 절차 문제가 아니다)

다섯. 그래서 상영회는 좋았다. 특히 수십 명의 사람들이 대학에서 이걸 보았다는 것은 보기 좋은 장면이었다. 그리고 다큐의 출연자동지와 나누었던 대화의 시간, 그리고 30여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투쟁하는 KTX승무노동자들과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도 좋았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시설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고르지 못한 음향. 대학 건물은 으리으리한데 그건 왜 그 모양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여섯. 러닝타임이 꽤 길다고 생각했는데, 보다 보니 시간이 잘 가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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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TV에서 하는 파업전야를 보고,
다음 주엔 아무 극장에서 켄로치 영화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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