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수와 조선일보

2008/01/07 10:45

행인님의 [황선이 조승수를 비난할 자격이 있나?] 에 관련된 글.

 

 

조승수가 무슨 말을 했는가에 대한 문제, 즉 조승수가 한 발언이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라는 논의가 필요한 시기였다. 그런데 정작 논란은 조승수가 왜 조선일보와 인터뷰 했느냐로 번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황선의 논평이었다. 행인은 이 웃기지도 않는 물타기를 비웃기 위해 황선의 예전 글 하나를 올렸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그런데 그 논란이 다시 이 블로그 안에서도 재현된다. 왜 조선일보와 인터뷰 했나?

 

특히 덧글을 달아주신 '전복'님과 'J'님은 매우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행인은 조승수가 조선일보와 인터뷰, 더 정확히 말하면 사실확인을 위한 전화통화가 별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조승수가 좀 더 노련하게 조선일보를 피할 필요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을 하는 분도 있는데 그건 '왜 조선일보와 인터뷰 했냐?'는 이야기와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이야기다. 이 부분과 관련하여 전복님과 J님은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여기에 행인은 물론 삐딱선님께서 반론을 제기하신 바가 있다.

 

덧글로 계속 이 논의를 이어가기 보다는 차라리 새로 판을 마련해서 이 분들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따로 포스팅을 한다. 동시에 논쟁의 발전을 위해 조선일보 인터뷰 금지 당론이 정해진 계기 및 안티조선과 관련된 몇 가지 배경에 대해 설명한다.

 

 

1. 민주노동당,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금지하다

 

사건의 발단은 2004년 12월 국보폐지총력투쟁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몇 차례 밝힌 바가 있지만 당시 벌어졌던 국보투쟁은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열우당 2중대라는 세간의 인식을 확고히 하는 실수를 범하고, 사회적으로는 다 죽어가던 수구세력의 집결을 촉진했던 몰정세적 투쟁이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정세판단이라고는 과거 학생운동하면서 주기적으로 떠들어대던 "민중총궐기"수준에 머물러 있던 당시 당 지도부들이 닥치고 아스팔트로 돌진하는 통에 따라갈 수밖에.

 

이 과정에서 당시 정책위실장을 하던 현 레디앙 편집위원 이재영이 진보누리라는 매체에 글을 하나 올렸다. "노선전환, 서민경제를 살리자"라는 이 글은 당시 국보철폐 올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실제 생활정치의 영역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글이었다. 그런데, 이 글이 조선일보기자에게 포착되었고, 조선일보기자는 민주노동당 내에서 국보철폐운동에 대해 비판적인 기류가 있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그러자 국보철폐연대와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으로 항의공문을 보내 당직자가 당면투쟁의 김을 빼는 이야기를 하였고, 특히 그 내용이 조선일보에 기사화됨으로써 투쟁의욕을 반감시키게 되었다며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이재영실장의 그 글을 읽어봤느냐, 어떤 내용이 문제가 되느냐, 이재영이 국보철폐투쟁을 그만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 사람들 왈, "왜 조선일보에 이용당할 짓을 하였나?"였다. 그들은 이재영의 원래 글 조차도 읽지 않았던 거다.

 

어쨌건 문제가 불거지자 당은 앞으로 조선일보와 모든 인터뷰를 금한다는 방침을 내걸게 된다. 이 방침에 대해 당 내에서 이견이 크게 불거지지 않았던 것은 일단 조선일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당 내의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공당인 민주노동당이 특정언론에 대해 일방적이고 배타적인 견해를 공공연하게 밝히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선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국보철폐투쟁이 워낙 당면한 현안이었던데다가 민주노총과 국보폐지연대에 대해 당은 사과하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2. 조선일보배격은 정당한 조치였나?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소위 '안티조선'의 목적이 무엇인가이다. 안티조선운동은 조선일보를 건전한 언론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기 위한 운동이었나? 아니면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줄여보자는 운동이었나? 그것도 아니라면 이 땅에서 조선일보를 완전 매장하고자 하는 운동이었나?

 

행인은 개인적으로 두 번째 목표로 안티조선을 했다. 그러다가 조직화된 안티조선운동이 결코 행인처럼 두 번째 목표로 이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조직차원의 결합을 포기했다. 안티조선운동은 세 번째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행인의 판단이었던 거다.

 

첫 번째 목적, 즉 조선일보의 자성과 개선이라는 것은 애당초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었다. 흔히 언론에 대하여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보도하라고 요청하지만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 세상 어떤 언론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보도만 하나?

 

언론은 언론사마다 지향이 있고 색깔이 있다. 조선일보는 5공 이후 정권에 투항하여 정권의, 특히 수구집단의 주구가 되기로 작정한 언론사다. 이런 언론사가 있는 반대편에 한겨레나 경향같은 자유주의적인 언론이 있는 거다. 조선일보의 개과천선을 바라는 것은 수구집단에서 한겨레나 경향의 '개과천선'을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고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를 일정정도 제한해도 된다는 의미가 된다. 이건 원천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목적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세 번째 목적, 즉 조선일보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 이것이 바로 안티조선의 목적일 수밖에 없다. 행인의 입장에서는 이 사회에 조선일보같은 언론사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 같은, 흔히 말하는 "꼴통 언론"이 있기도 하고 반대편에서 진보의 성향을 드러내주는 언론사가 존재해야 한다. 오히려 조선일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그 편향성때문이 아니라 독점성에 있다. 이건 조선일보뿐만이 아니라 소위 메이저 신문이라고 하는 조중동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인데, 이들 신문으로 인해 지역신문은 아예 설 자리가 없다. 결정적인 문제는 여기 있다고 본다.

 

따라서 조선일보를 아예 말려버리겠다는 목표는 행인의 입장에서 매우 부당한 목적이 된다. 행인은 그저 조선일보가 지금처럼 250만부 이상을 찍어 돌리는 신문사가 아니라 그저 한 20만부 정도 팔리는 신문이면 된다고 보는 거다.

 

그런데 조선일보에 대한 적개심과는 별도로 조선일보를 어찌 해야겠다는 측의 목표 자체가 민주주의의 원칙에 위배된다. 우리에게 유리한 이야기가 아니면 모두 거짓이라는 입장을 수구세력도 아닌 자칭 진보세력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솔직히 좀 우습다. 그런데 이 웃기는 짓을 노무현이 했고 지금 민주노동당 일부세력이 하고 있다.

 

노무현은 취임초기부터 조중동과 전면전을 치룰 것처럼 설레발이를 쳤다. 시시때때로 언론의 문제, 특히 조중동의 문제점을 거론했고 적대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노무현이 한 마디 할 때마다 조중동 역시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서 정부를 까댔다. 그런데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노무현은 겉으로 보이는 조중동과의 대립각과는 달리 조중동이 하라는 대로 다 해주고 있었다. 노무현식 언어조립을 동원해보면 적대적 동지의식이라고 할까?

 

결과적으로 노무현정권은 자신들의 정책을 충분히 실어 폄으로써 수구언론을 궁지로 몰아간 것이 아니라 수구언론의 말은 다 들으면서 겉으로만 수구언론과 싸우는 척 했다. 언론은 그저 그것들이 나쁜놈이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그 문제점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노무현이 진짜 몰랐는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나온 결과만을 가지고 평가할 때 노무현의 대 언론정책은 완전 실패했음이 이번 대선에서도 드러난다.

 

민주노동당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노동당은 말로 먹고 살아야 하는 공당이며 원내정당이다. 조선일보에 대한 적개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선일보가 우리 적입니다"라며 공공연히 떠들 필요가 없는 거다. 이건 방식의 문제다. 우린 조선일보 미워해요, 인터뷰도 하지 않아요라고 하는 것이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선언이라면 모르되 최고 정치조직인 정당에서 그걸 방침이라고 마련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렇게 단순한 언론관으로 인하여 발생한 일이 지난번 대선 당시 당 내 문제를 기사화했던 한겨레에 당직자 일부가 항의방문을 간 일이다. 솔직히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 뭐하는 짓인가? 언론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언론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다보니 너무나 쉽게 조선일보와 인터뷰 금지라는 당론을 세우는가 하면 한겨레에 항의방문을 가는 일이 벌어지는 거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당이 조선일보와 인터뷰도 하지 말라는 방침을 세운 것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고, 이번 조승수의 조선일보 인터뷰 사건은 단지 헤프닝 수준에서 논의되면 충분할 정도로 사소한 것이었다는 것이 행인의 생각이다.

 

 

3. 조승수는 정말 죽을 짓을 했나?

 

조승수가 인터뷰 하기 전에 이미 조선일보는 지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준비해놨다. 기사란 원래 그런 거다. 다만, 사실확인이라는 차워에서 따옴표(" ")안에 들어갈 멘트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래서 조승수와 조선일보는 통화를 했고, 조선일보는 조승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조승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사실확인을 해주었다.

 

여기서부터 비판론자들은 왜 조선일보와 통화를 했느냐고 난리를 친다. 조승수가 어떤 이야기를 했느냐는 것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조선일보와 통화를 했다는 사실만이 부각되면서 본질을 희석시키고 있는 거다. 조승수가 그런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지난 2004년 국가보안법투쟁 당시 벌어졌던 웃기지도 않는 항의공문 소동을 돌이켜보면 지금 조승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조승수가 조선일보와 통화를 하지 않았더라도 조승수의 말이 조선일보에 옮겨졌다는 사실만 가지고 얼마든지 비난을 할 사람들이다. 그 때와 똑같이 이렇게 말이다.

 

"왜 조선일보에 이용당할 말을 하는가?"

 

여기서 잠깐, 조선일보는 조승수의 전화통화를 이용하여 전혀 없는 엉뚱한 말을 했던가? 당시의 기사를 보면 조승수가 한 것으로 따옴표 쳐서 나온 멘트들은 이미 다른 언론에서 다 기사화된 이야기였다. 거기에 조선일보가 뭔가 색다르게 자기들만의 표현을 동원하여 색깔공세를 하거나 조승수가 다른 언론에서 한 말이 아닌 것을 각색해서 넣어 놓은 것이 있는가?

 

결국 조승수가 전화통화를 했다는 것 말고는 조선일보가 뭔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승수를 비난하는 측에서는 그 내용이 아니라 조선일보에 민주노동당의 이야기가 실렸다는 그 자체만으로 조승수를 때리고 있는 거다. 그야말로 보라는 달은 안 보고 손가락 때낀 것만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있는 셈이다.

 

행인의 앞 글에 덧글을 달았던 전복님은 행인에게 "조선일보를 언론사로 보고 언론이니까 맘대로 말해도 된다는 식의 안일한 판단"은 위험하다고 지적하셨다. 그러나 지금 이 기사를 다시 보신다면 과연 조선일보가 "맘대로 말"했는지 확인해 보시라고 권한다. 조선일보 기자들, 그렇게 돌대가리들이 아니다. 이건 전복님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형식논리"도 아니고 있는 사실 그대로다. 조선일보를 보는 독자들이 그 기사를 보면서 아, 쒸바 민주노동당은 죄다 북조선 남파간첩들만 있나보다라고 생각할지라도 그 기사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할 근거는 전혀 없다.

 

또한 J님은 덧글에서 지난 2004년의 그들처럼 "왜 이용당할 짓을 하느냐?"고 묻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행인의 답은 간단하다. 조선일보가 이용할지 모른다는 가정만으로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J님은 다른 방법도 많은데 왜 하필 조선일보냐고 주장하신다. 여기에 대해 반문하자면 조선일보가 예를 들어 조승수의 말을 왜곡 과장하여 없는 말을 지어내서 기사로 썼다면 그건 다른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조선일보와 싸울 수 있는데 왜 처음부터 그 가능성을 배제하는지를 묻고 싶다.

 

J님의 주장대로라면 과거 2004년 민주노동당에게 항의했던 그 사람들이 "왜 조선일보에 이용당할 짓을 하느냐?"고 물어본 것과 J님이 "왜 주사파에게 이용당할 짓을 하느냐?"는 질문의 성격이 어떻게 다른지 묻고 싶다. 조선일보에게 이용당할 것이 두려워 입을 닫아야 하는 것과 주사파에게 이용당할 것이 두려워 입을 닫아야 하는 것의 차이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행인은 조선일보를 감싸거나 혹은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조승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은 접어둔 채 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냐고 조승수를 비난하는 것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조선일보의 성격이 뭔지, 조선일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모르되 그걸 잘 알고 있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이 땅의 진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조선일보와 똑같은 양식으로 생각하고 움직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4. 물타기를 할 시간은 없다.

 

당이 지금 처한 위기는 조승수가 조선일보에 인터뷰 했냐, 왜 했냐하는 식의 논의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결정적으로 조승수가 조선일보와 전화인터뷰를 한 것 자체 역시 그걸 잘했다 못했다 하는 식으로 도마위에 올려놓을 문제도 아니라고 판단한다. 행인이 조선일보와 인터뷰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조승수가 조선일보에 사실확인을 해 준 것은 그가 판단하고 선택할 문제다. 그리고 이에 대해 조선일보가 왜곡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문제는 불거질 일이 없다.

 

정작 지금 이야기되어야할 것은 조승수가 조선일보 기타 각종 언론매체에 쏟아낸 말들을 과연 적실한 것인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타개해야하는 것인지, 타개할 방법이 없다면 장차 무엇을 해야하는 것인지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기껏 조선일보에 인터뷰 왜 했냐는 식으로 흘러가는 것은 당 쇄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승수에 대해 강력하게 징계할 것을 청원하는 민주노총의 입장을 들었는데, 그거 볼 때마다 웃기지도 않는다. 당 정책위에 돌연 쳐들어온 이석행과 이용식이 "조승수가 누구야, 얼굴 좀 보자" 어쩌구 하면서 큰 소리로 떠들었다던데 그 얼굴에 침 한 번 뱉은 넘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청난 자괴감을 느꼈더랬다. 이것들이 지금 당을 뭘로 보고...

 

바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 즉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본질을 묻기 위해 물타기신공을 펼치는데 주력하는 현상들이 벌어지는 한 안티조선이고 당 혁신이고 그 끝이 보이지 않게 된다. 안티조선 하려면 정확한 타격지점을 가지고 치밀하게 해야하고 당 혁신을 하려면 쓸 데 없는 물타기할 생각하지 말고 자신들의 책임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조승수는 어찌보면 조선일보와 전화통화를 함으로써 노련한 당내 유력인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조승수가 조선일보와 전화통화한 것을 가지고 어쩌구 저쩌구 떠드는 것은 실로 가당찮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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