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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거창한가^^; ? 최근에 재미삼아 해 본 적성테스트에서는, 나한테 맞는 직업 중에 '작가'가 첫째였다. 뭐라더라? 자신의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일할 수 있어야 하고, 독립적/창조적인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맞다나......꼬부랑 글씨여서 그런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몇달 전에 산 '번역은 글쓰기다'(이종인 지음)라는 책을 가끔 꺼내어 읽곤 하는데, '번역은 글쓰기'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번역가도 엄연한 작가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번역가가 되고 싶은 나는 일단 적성 검사는 통과했다고 생각하련다.
어쨌거나, 아래의 두 번역물은, 번역이 결코 생각만큼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내가 번역을 했더라도 두 번째 번역자만큼 잘 했을 거라는 장담은 못하겠다고 고백하면서 시작하련다. 아마 내가 번역했다면, 꼬박 하루는 걸렸을 것이고, 적절한 한국말을 찾으려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아~~어렵다'는 한탄을 계속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첫 번째 번역자의 것보다도 못한 누더기같은 번역물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겸손도 자기 비하도 아닌 냉정한 분석이며, 번역, 특히 의역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각설하고, 나 자신의 번역 실력 향상을 꾀한다는 목표아래, 지금부터 건방진 비판을 시작하겠다. 아래의 문장들은 Roberta Flack이 부른 노래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에 대한 두 번역자의 땀방울들이다.(글을 가져와 비판까지 하면서 해당 글의 작성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은 것이, 윤리적,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으므로, 글에 대한 출처를 밝히는 것으로 내 할 도리는 한 것 같다. 내 생각이 영 마뜩치 않다면, 주저 없이 공격해 주시길 바란다. 열심히 생각하고, 관련 규정을 찾아보고, 그리고 내 정신적인 멘토이신 그 분(?)께 상담까지 한 다음에, 답글을 올리겠다.)
1. 첫 번째 번역자는 주어를 뭉개버렸지만, 두 번째 번역자는 주어를 분명하게 살리고 있다. 아래의 문장을 살펴보자. 첫 번째 번역물의 주어가 뭔지 볼수록 궁금해진다.
(a) Strumming my pain with his fingers
내 고통을 그의 손끝으로 가볍게 연주하고
Singing my life with his words
내 인생을 그의 가사로 노래하며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로 날 부드럽고 황홀케 하네요
얼핏 보면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차릴 수 없다. 그저, 흐느적거리는 리듬에 몸을 맞긴 채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부드럽게 넘길 수도 있는 문장이다.
하지만, 두 번째 번역물을 보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b) Strumming my pain with his fingers
그는 내 고통을 어루만지면서
Singing my life with his words
내 삶을 이야기하듯이 노래하고 있었지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는 나를 매료시켰어요
두 번째 번역물을 읽은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속으로 '바로 이거야'를 외치며 뭔지 모를 꿈틀거림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다가 정신적인 쾌감으로 이어지는 걸 느꼈을 것이다.
나는 그 '떨림'을 느꼈다.
적절한 한국말의 사용과 자연스러운 문장 구조의 채택이 독자에게 원곡의 느낌을 완벽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말이다.
저 두 번째 번역물을 통해서 작사/작곡가가 느꼈던 바로 그 느낌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전율한 것이다.
비록 그것이 나만의 착각일지라도, 나는 그 느낌이 너무나 좋다. 내 번역물이 누군가에게 그런 떨림을 전해줄 수 있다면, 번역자로서 그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 것 같다. 다른 번역자의 글에 대한 평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계속해보자.
2. 생뚱맞은 직역이 번역물의 질을 바닥까지 끌어내리고 있음도 지적해야겠다.
번역 후 그 결과물을 읽고 또 읽었다면, 'Young boy'는 '어린 소년'이 아니라, '그 사람'이라고 해야 문맥상 더 적절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번역물을 보지 않았다면, 나 또한 당연해 보이는 이 사실을 짚어내지 못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충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3. 적절한 단어의 선택과 보다 더 자연스러운 문장구조의 채택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살펴볼 수 있다. 정답이 없기에 더 어려운 듯 하다.
(a) He sang as if he knew me in all my dark despair
그는 내가 몰래 안 된다고 하는 걸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노래를 불렀죠
And then he looked right through me as if I wasn't there
그리고선 내가 그 곳에 없는 것처럼 내가 있는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어요
And he just kept on singing Singing clear and strong
그리고 그는 맑고 힘있게 계속 노래를 불렀어요
(b) He sang as if he knew me
그는 마치 내 어둔 아픔을
In all my dark despair
다 알고있는 듯이 노래를 불렀어요
And then he looked right through me
그리곤 내가 그곳에 없다는 듯이
As if I wasn`t there
나를 뚫어지도록 바라보았어요
And he just kept on singing
그리곤 노래를 불렀어요
Singing clear and strong
청아하면서도 웅장한 노래를...
번역자가 원저자의 느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옮겨놓은 글은, 그럭저럭 괜찮아 보일수는 있지만 결코 감동까지 주지는 못한다. 아래의 두 번역물은, 초보 번역가가 넘어야 할 산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종인 님의 책 '번역은 글쓰기다'에 보면, 번역 연습문제가 몇 개 나오는데, 앞으로는 내가 그 연습문제를 직접 번역해보고, 이 종인 님의 번역과 비교해가며 건방진 평가를 계속해 보겠다. 총 8개의 연습문제를 한달에 2개씩 번역/자체평가 할 계획인데, 분량을 보니 결코 많은 건 아니다. 시간 없다는 뻔한 타령은 그만두고, 부딪혀보자. 말하기 처음 배울때 그랬던 것처럼, 수준을 높이려면, 계속 부딪혀야만한다. 1주일에 하나씩 할까??? 음......
Roberta Flack -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YouTube에서 보기)
2009/10/24 22:22
Strumming my pain with his fingers
내 고통을 그의 손끝으로 가볍게 연주하고
Singing my life with his words
내 인생을 그의 가사로 노래하며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로 날 부드럽고 황홀케 하네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로 날 부드럽게 사로잡네요
Telling my whole life with his words
내 모든 인생을 그의 노래로 말해주면서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살며시 날 황홀하게 만드네요
I heard he sang a good song
난 그가 근사하게 노래를 부르고
I heard he had a style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고 들었어요
And so I came to see him
to listen for a while
그래서 난 잠시만이라도 노래를 들으며
그를 보려고 왔지요
And there he was this young boy
a stranger to my eyes
거기엔 낯이 익지 않은 어린 소년이 있었어요
Strumming my pain with his fingers
내 고통을 그의 손끝으로 가볍게 연주하고
Singing my life with his words
내 인생을 그의 가사로 노래하며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로 날 부드럽고 황홀케 하네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로 날 부드럽게 사로잡네요
Telling my whole life with his words
내 모든 인생을 그의 노래로 말해주면서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살며시 날 황홀하게 만드네요
I felt all flushed with fever
Embarrassed by the crowd
난 많은 군중들에게 당황하여
열기로 얼굴이 확 달아오는걸 느꼈어요
I felt he found my letters
그가 내 편지를 발견한것 같았어요
and read each one out loud
그리고는 한 줄 한 줄 큰소리로 읽어내려 갔죠
I prayed that he would finish
난 그가 그만해 주기를 바랬지만
but he just kept right on
그는 계속 읽어 내려갔지요
Strumming my pain with his fingers
내 고통을 그의 손끝으로 가볍게 연주하고
Singing my life with his words
내 인생을 그의 가사로 노래하며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로 날 부드럽고 황홀케 하네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로 날 부드럽게 사로잡네요
Telling my whole life with his words
내 모든 인생을 그의 노래로 말해주면서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살며시 날 황홀하게 만드네요
He sang as if he knew me in all my dark despair
그는 내가 몰래 안 된다고 하는 걸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노래를 불렀죠
And then he looked right through me
as if I wasn't there
그리고선 내가 그 곳에 없는 것처럼
내가 있는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어요
And he just kept on singing
Singing clear and strong
그리고 그는 맑고 힘있게 계속 노래를 불렀어요
Strumming my pain, singing my life, and killing me,
내 고통을 연주하며, 내 삶을 노래하며, 날 사로잡고,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로 날 부드럽고 황홀케 하네요
Telling my whole life with his words
내 모든 인생을 그의 노래로 말해주면서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살며시 날 황홀하게 만드네요
He was strumming my pain with his fingers
그는 내 고통을 손끝으로 가볍게 연주하고
Singing my life with his words
내 인생을 그의 가사로 노래하며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로 날 부드럽고 황홀케 하네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로 날 부드럽게 사로잡네요
Telling my whole life with his words
내 모든 인생을 그의 노래로 말해주면서
Killing me softly, softly, softly with his song
살며시, 부드럽게, 그렇게, 날 황홀하게 만드네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Roberta flack)의 팝송 해석 알려주세요
hsmmansion | 08.07.14 11:29
비공개 님의 답변
08.07.14 11:32
출처 :블로거 rup_325570님의 글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정말 유명한 곡이죠..
가사 읽어보세요~.
Strumming my pain with his fingers
그는 내 고통을 어루만지면서
Singing my life with his words
내 삶을 이야기하듯이 노래하고 있었지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는 나를 매료시켰어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는 나를 매료시켰어요
Telling my whole life with his words
내 모든 삶을 이야기하는 듯한
Killing me softly wkth his song
노래로 나를 매혹시켰지요
I heard he had a good song
그가 노래를 잘 부르며
I heard he had a style
멋쟁이 라는 소문을 들었어요
And so I came to see him
그래서 그의 노래를 들으려고
To listen for a while
그곳에 들렀었어요
And there he was, this young boy
그런데 그곳에 그사람이 있었어요
A stranger to my eyes
내 눈에는 낯설게만 느껴졌죠
Strumming my pain with his fingers
그는 내 고통을 어루만지면서
Singing my life with his words
내 삶을 이야기 하듯이 노래하고 있었지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는 나를 매료 시켰어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
그의 노래는 나를 매료시켰어요
Telling my whole life with his words
내 모든 삶을 이야기 하는 듯한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노래로 나를 매혹시켰지요
I felt all flushed with fever
청중들의 열기에 휩싸여
Embarassed by the crowd
모든 것이 씻겨져가는 것만 같앴어요
I felt he found my letters
그는 마치 내가 쓴 편지를 받아보고는
And read each on-e out loud
큰소리로 읽어나가는 것만 같았어요
I prayed that he would finish
그가멈추어주기를 기도했지만
But he just kept right on
그는 계속해서 읽어나갔어요
Strumming my pain with his fingers
그는 내 고통을 어루만지면서
Singing my life with his words
내 삶을 이야기 하듯이 노래하고 있었지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는 나를 매료 시켰어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는 나를 매료 시켰어요
Telling my whole life with his words
내 모든 삶을 이야기 하는 듯한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노래로 나를 매혹시켰지요
He sang as if he knew me
그는 마치 내 어둔 아픔을
In all my dark despair
다 알고있는 듯이 노래를 불렀어요
And then he looked right through me
그리곤 내가 그곳에 없다는 듯이
As if I wasn`t there
나를 뚫어지도록 바라보았어요
And he just kept on singing
그리곤 노래를 불렀어요
Singing clear and strong
청아하면서도 웅장한 노래를...
Strumming my pain with his fingers
그는 내 고통을 어루만지면서
Singing my life with his words
내 삶을 이야기하듯이 노래하고 있었지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는 나를 매료시켰어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는 나를 매료시켰어요
Telling my whole life with his words
내 모든 삶을 이야기하는 듯한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노래로 나를 매혹시켰지요
Strumming my pain with his fingers
그는 내 고통을 어루만지면서
Singing my life with his words
내 삶을 이야기 하듯이 노래하고 있었지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는 나를 매료시켰어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는 나를 매료시켰어요
Telling my whole life with his words
내 모든 삶을 이야기 하는 듯한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노래로 나를 매혹시켰지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는 나를 매료 시켰어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그의 노래는 나를 매료시켰어요
Telling my whole life with his words
내 모든 삶을 이야기 하는 듯한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노래로 나를 매혹 시켰지요
출판사 편집부의 의도적(?)인 오역인지는 모르겠으나,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저 번역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한 편의 에피소드일 뿐.
"영어를 가장 잘 쓰는 미국 작가" l 로쟈의 낚시
그래,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2010.06.11 제814호] [신형철의 문학 사용법]
영어를 가장 잘 쓰는 작가???????????? - 뫼비우스
다양한 서평들
http://theasylum.wordpress.com/2007/04/01/james-salter-last-night/
http://www.nytimes.com/2005/06/12/books/review/12ZEID.html
http://www.enotes.com/last-night-salter
http://books.google.co.kr/books?id=vRFB97tis5MC&dq=James+Salter+last+night&source=bl&ots=MIufKMYj3W&sig=QU_Gmio_NSfGfbY5N-xrHuy6GwY&hl=ko&ei=nDEWTNi7BI7Jcb3XjaAM&sa=X&oi=book_result&ct=result&resnum=9&ved=0CF4Q6AEwCA
James Salter라는 소설가와 그가 지은 'Last Night'이라는 소설의 한국어 번역본 '소개글'에 들어있는 번역에 대해, 로쟈 님의 서재(http://blog.aladdin.co.kr/mramor/3818074)에 달린 댓글을 로쟈 님과 뫼비우스 님의 허락을 얻어 이 곳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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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2010-06-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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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10-06-1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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