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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맞게 말하고 쓰기

  • 등록일
    2009/01/17 14:14
  • 수정일
    2010/09/13 21:19

말하고 쓸때, 한국말과 영어의 묘미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생활에서 겪은 일화를 곁들여 틈 날때마다 조금씩 다듬어가는 공책 (空冊)으로 이 공간을 쓸 것이다. 단어, 숙어, 예문집의 모양새를 취할 것 같은데,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좀 쓸 만한 글이 될 것 같다.

참조
국어대사전
Daum 영어 사전

The American Heritage®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
 

 

 



1. 유치 (誘致)
꾀어서 데려옴

 

* 학비가 더 싼 학교로 전학 (轉學, transfer)가는 문제를 급우 (級友)와 이야기하다, '그 학교에서 등록금을 대폭 인하해서 외국인 학생 유치 (誘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유치 (誘致)'라는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pull'이라는 단어로 대충 얼버무렸다. 뜻은 대충 통한 것 같았지만(?), 부끄러움과 씁쓸한 뒷맛 때문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비록, 인터넷 공간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나만의 단어장 (單語帳)을 만들어 자꾸 익힌다면, 영어로 좀 더 능숙하게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래 예문에 쓰인 '유치 (誘致)'라는 영어 표현은 다섯 개인데, 네 개는 형태가 있지만, 나머지 하나는 의역에 따른 것으로 한국말에 대응하는 영어 표현은 실제로는 없다. 각각의 경우에, 혹은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유치 (誘致)'에 대응하는 다른 영어 표현들을 어떻게 실제 대화에서 쓰는지는, 언어학 전공자, 특히, TESOL (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을 전공한 글쓰기 보조 강사 (tutor)에게 일일이 물어보는게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수강중인 과목을 위한 글쓰기가 아닌 경우에는, 이런걸 기억해서 물어본다는게 꽤 힘든게 사실이다. Tutor한테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내가 이런 부분들을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는게 문제다. 학과 공부 또는 먹고 사는 문제 등에 밀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표현력 부족 현상을 모른 체하는게, 영미권에 오래 산 사람이 영어 구사 능력을 쉽게 끌어올리지 못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예문을 살펴보기 전에,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첫 번째는, 최근 한국에 불어닥친 국제 규모의 축제 유치 열풍과 관련있다.

웬만한 지방 자치 단체에서 이런 류의 축제 한 두개쯤은 운영하고 있는 현실이고 보면 이제 더이상 이런 것들이 신기해 보이지도 않지만, 돈 내고 볼 만한 제대로 된 축제 하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주먹구구식 축제 운영의 일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미국에 오래 살아서 영어를 미국인처럼 능숙하게 구사하는 한국 출생의 한국인에게 국제적인 예술 축제 개막식의 통역이라는 임시 직책이 맡겨졌다. 주변의 예상과는 달리 그의 통역은 지리멸렬 (支離滅裂)한 수준이었는데, 안면이 있다는 이유로 그를 자신있게 추천한 한국인 행사 담당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한국말이라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과 공식 행사에서 쓰는 말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단어 선택과 문장 구성의 적절함에 극도로 신경써야함은 물론이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말한 농담을 문화적인 벽을 넘겨 전한다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상 회화는 기막히게 잘하지만, 공식 행사때 쓰는 말을 잘 모르는 사람이 엉겁결에 통역을 했으니 그 개막식이 잘 됐을리가 없다.


 

 

두 번째는, 국내파 영어 교육자에 관한 일화이데,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영어 교육자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쯤에 라디오 영어 회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당시의 일이다.


 

아마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 영어 교육자는 미국인 여성과 함께 그 프로를 진행했는데, cell phone과 cell number 이야기를 하다가 영어 학습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라디오 생방송에서 하고야 말았다. 'cell'에는 감방이라는 뜻도 있기 때문에, 'cell number'는 '감방번호'가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고, 따라서 'cell phone number'로 말해야 한다는 지극히 문법에 맞는 주장을 펼쳤던 것이다. 문제는, 함께 진행하던 미국인 여성이 그의 확신에 찬 주장을 비웃으면서 아주 싸늘하게 '나도 친구들과 그렇게 (cell number라고) 말한다'는 강펀치를 날린 것이다. 하루 이틀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닌데, 더구나 공동 진행자 입장에서, 그의 바른 말이 오죽 꼴불견이었으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다. 그 날 방송이 끝날때까지 '쎄~~~'했던 그 둘 사이의 분위기는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선선해질 정도다. 시쳇말로, 전국민 앞에서 체면을 구긴 그이지만, 그나마 얼굴이 안 보이는 라디오 방송이었음을 지금에라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만약 TV였다면, 그 때 당시의 동영상이 인터넷을 떠돌며 많은 사람들의 심심풀이 안주가 됐을 테니까......

 

내가 쓴 글, 'English, English, and English'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문법에 맞는 표현과 실제로 원어민들이 쓰는 표현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외국어로 말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영어영문학 전공의 언어 교육학 박사이건 대치동 영어 강사 경력 20년의 베테랑이건, 말을 하는데 있어서 그런 이론적 뒷받침들은 원어민들의 '느낌' 뒤에 따라오는 그림자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이론이 필요없다는 것이 아니라, 말이 있고나서 이론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다시금 환기시키려는 것이다. 이 순서는 결코 바뀔 수 없다. 말이 먼저다.


 

 

위의 두 예화는, 우리가 제 2외국어를 배울 때, 특히 말하기를 배울때 겪는 과정에서 저지르는 실수를 압축해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영어를 배우고 있는 나 자신도 저런 실수를 끊임없이 저지르고 있으며, 주위에서 겪는 저런 비슷한 경우를 수도 없이 봐오고있다. 참, 재미있게도 예외없이 저런 실수를 저지른다. 물론, 앞으로도 저런 실수는 계속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원인까지 따져본다면, 인간의 교만 혹은 자만심이 화를 불렀다는데까지 생각이 미치지만, 저런 실수를 피할 만큼의 겸손함을 가진 외국어 학습자를 거의 못 본 내 입장에서는, 저런 경험들이야말로 오히려 외국어 구사 능력 향상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를 해주는 약방의 감초라고까지 생각할 정도다.
 


 

이제 막 외국어 학습에 발을 들여 놓은, 혹은 어학 연수까지 다녀왔지만 여전히 떠듬거리며 말하는 외국어 학습자들이, 저런 실수를 두려워해 말을 아낀다면 그의 외국어 학습은 볼 장 다 봤다는게 내 생각이다. 이건, 이미 미국 대학 혹은 대학원에 입학해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인데, 예를 하나만 들어보겠다. 뉴욕쪽에서 간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가운데, 학과 성적이 B이하가 하나라도 나오면 더이상 그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인지도가 낮은 대학으로 전학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웬만한 지방 대학들은 학생이 원하면 재수강 절차를 허용해주기 때문에, B 맞았다고 전학가는 사태는 여간해서 보기 어렵지만, 학생들 성적 관리에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대학들에게 그런 이야기는 애초부터 통하지도 않는다. 문제는, 빡쎈 대학에서건 널럴한 대학에서건, 좋은 성적을 유지하려면 하루에 8시간 이상 공부해야만 한다는 거다. 특히, 원어민이 아닌 경우, 12시간을 공부해도 따라가기 힘든 과목이 수두룩한데다, 위에서 언급한 '유치'라는 단어처럼, 평소에 궁금하게 여겼던 영어 표현까지 익혀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중되기 때문에, 놀면서 제대로 공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위에서 말한 뉴욕쪽에서 간호학 공부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학과 공부에 치여 책 읽고 글 쓰느라 바쁜 상당수의 유학생들이 생활 영어 구사에 신경쓰지 못하고 사는게 현실이다. 그런 그들가운데 일부는, 시장에서 물건 살때 'How much is it?'을 어색한 발음으로 윽박지르듯이 말하기도 하는데, 만약 한국사람들이 그런 상황을 보게된다면, 미국 사람들 발음이나 행동거지와는 너무나 다른 그 유학생을 미국에 있는 어학원에 1달쯤 다닌 학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중 실제로 3년 넘게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안다면 그 원인이 뭔지 궁금해지지 않을까?
 

 

내가 'English, English, and English'에서 김 대균이 가졌을 것으로 짐작되는 영어 학습 환경이 부럽다고 울부짖었던 이유가 위의 질문에 답을 해줄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글을 읽고 난 후의 내 가정대로라면, 그가 누렸을 것으로 짐작되는 영어 학습 환경은 일상적인 영어 표현을 배우는데 크나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잠깐, 김 대균의 경우를 상상해 보자. 물론, 이 상상에는 김 대균이 엄청나게 노력했다는 전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유학 초기에, 당연히, 어학 연수 과정을 6개월에서 1년 정도는거쳤을 것이고, 꽤 여유있는 시간을 친누나, 미국인 매형, 매형의 미국인 친척, 친구들과 보냈을 것이다. 내가 '유치' 혹은 그 밖의 일상적인 영어 표현들을 궁금해 하다가도 그냥 그렇게 기억 저편으로 묻어버리는 것과는 달리, 김 대균은 하루 평균 5분 정도라도 식탁, 혹은 소파 등에 앉아서 미국인 매형 혹은 그의 친척 및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평소에 궁금해하던 것들을 물어볼 수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그들은 친절하게 설명해 줬을 것이고, 하루에 한 두 개씩 익히는 그런 표현들은 어학원에서 배운 것과는 달리 쉽게 잊혀지지도 않을 뿐더러 그 표현이 혀에 착착 붙었을 것이다. 단순하게 계산해서 하루에 하나씩만 익혀도 한 달에 30개, 반 년이면 180개, 1년이면 365개의 영어 표현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출처까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떤 언어든지 일상적으로 쓰는 핵심적인 표현들의 숫자는 고작 몇 십 내지 몇 백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그가 가졌을 것으로 짐작되는 영어 학습 환경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상상을 좀 더 이어서, 비록 1년 뒤에 집을 떠나 계속해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학과 공부에만 매진했다 하더라도, 이미 영어로 듣고 말하기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수준이었을 것이고, 그 바탕에서 더 수준 높은, 더 다양한 분야의 어휘를 자기것으로 만드는 데 큰 문제는 없었을 거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김 대균이 가졌을 것으로 짐작되는 영어 학습 환경에 대해 지겹도록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환경없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 회화 실력'은 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내 결론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이 맞다면, 비록 끊임없는 노력이 전제된다 하더라도, 그런 이상적인 환경이 없기 때문에 수많은 영어 연수생, 유학생들의 영어가 다 그 모양 그 꼴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하나, 외국으로 어학 연수를 가나 그것은 별로 중요한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어학 연수 다녀와서 요상한 발음으로 영어 몇 마디 지껄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속으로 '야~~, 잘한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까짓 (떠듬거리는) 영어에 기죽을 이유는 전혀 없으며, 한국에서도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즐기면서,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한다면 얼마든지 상당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어학 연수에만 너무 목매지는 말라는게 내 충고다. 문제는 방법인데, 나도 뭐가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모른다. 스스로 찾아라! [참고 - 고 수민의 '피해야 할 최악의 영어공부 방법 다섯가지']
 


 

내 경우에도 저런 이상적인 영어 학습 환경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어떻게라도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통의 유학생들이 웬만해서는 하지 않는 '짓들'을 겁없이 했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첫 번째는, 서른 명 가까이 되는 미국인들과 버스 안에서 같이 자면서 한 달간 여행한 것이다. 이미 이전에 쓴 글에서 여러 번 언급했으니 여기서는 그냥 넘어간다.
 


 

두 번째는, 나이 육십이 넘은, 그렇지만 아저씨 아주머니 모두 정정해서 집안에 활기가 도는 미국인 가정집에서 다섯 달 동안 지낸 것이다. 내 삼촌뻘되는, 나이 오십 정도되는 미국인 아저씨, 아주머니 집에서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아이들과 아홉 달 동안 살기도 했지만, 영어 구사 능력 향상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 다섯 달 지낸 그 집이 더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편의상, 아홉 달 지낸 집을 Smith 씨 가족이라하고, 다섯 달 지낸 집을 Baker 씨 가족이라 부르겠다.
 


 

Smith 씨 집에서는, 미국식 예절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지만, 다들 너무 바빠서 차분히 이야기할 시간이 적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Baker 씨 가족은 구성원 개개인이 독특한 성격과 취미를 갖고 있었는데, 아저씨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서버 관리, 과학 서적 집필 등을 했고, 아주머니는 교육자로서의 꿈을 접지못하고 가끔씩 (갑작스런 출산휴가 등으로 자리가 빈) 초등학교 교원자리를 메우는 대체 교사일에 환호하던 전업 주부였으며, 스무살 짜리 막내 아들 (늦둥이 ^.^)은 19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몸매는 정상급 패션 모델 뺨칠 정도고, 어깨까지 내려오는 멋진 머릿결을 가진 금발의 건축학도였는데, 밴드에서 기타 연주하는 걸 평생 직업으로 심각하게 고려중인, 하지만 가끔씩 별 것도 아닌 일로 부모에게 드세게 반항하던 철없는 야생마였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아주머니 성격은 한마디로 괴팍하다고 할 수 있었는데, '괴팍하다'는 말은 그 아주머니가 'weird'라는 표현을 쓰면서 스스로를 묘사할 때 쓰던 말이다. 내 입장에서는 그 아주머니의 괴팍함까지도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반겼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교 들어가서 수학 문제 푸느라 밤 세우고, 생물학 수업 따라가느라 머리가 아파지면서, 그 아주머니의 특이한 요구를 더이상 받아주기 힘들어졌고, 결국 그 집에서 나오게됐다. 영어 실력을 늘리고 싶어하는 현지 어학원 후배한테 그 집을 추천했지만, 그 아주머니의 괴팍함이 두려워 가지 못하는 그 후배를 보면서, 내가 쉽지 않은 길을 왔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다.


 

그 아주머니의 괴팍함은 미국 문화와 관계깊은데, 한마디로 하자면 '집안일 (family chore) 시켜 먹는데 목숨을 건다'는 거다. 처음에는 설겆이나 청소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세 달쯤 지나서 그 집 며느리가 놀러왔을때 나한테 직접 "너, 노예 (slave)가 무슨 말인지 아니?"라고 물었을 때에는 그 집 아주머니의 태도를 심각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식으로 생각해서 '좋은게 좋은거지'라며 틈날때마다 아주머니의 부탁을 들어줬지만, 시간이 갈수록 (말은 여전히 부드럽고 부탁하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강제적인 의무를 지우려는 아주머니와 아저씨를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고, 결정적으로 그 집 며느리의 '노예' 발언은 내가 뭔가 한참 잘못 생각했었다는걸 깨닫게 해줬다. 내가 식사비를 포함한 하숙비 ($450, 지방치고는 적지 않은 액수)를 매달 지불하고 있던 상황에서, 그 집 가족이 하는 것과 똑같은 혹은 그 이상의 의무를 나한테 지우려는 아저씨, 아주머니와 두 달 넘게 신경전 (神經戰)을 벌였고, 그 집을 나오기 전 한 달 동안은 아예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것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문제는, 그들도 더이상 나에게 따뜻하게 말을 걸지 않았고 (아예 말을 섞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나는 영어 구사 능력 향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선택한 그 집에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었다.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그 아주머니가 나한테 썼던 편지 (집안일을 요구하는 내용의 글)도 영어 공부 삼아 이 곳에 올릴 것이다. 그 집에서 나오던 날, 아주머니가 '너, 영어 배워야되잖아~'라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Baker 가족에 대한 기억을 더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었을텐데......
 


 

분명한 것은, 그들이 정말 나를 가족처럼 대해줬다는 점이다. 그 가족 전체, 혹은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참여하는 거의 모든 사회적인 활동에 내가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시장 보기 같은 잡부역은 물론이고, 부시 대통령 정책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위한 손 팻말 (picket) 만들기 (각자 음식을 조금씩 가져와서 즐겁게 먹으면서 떠들어댔다), 옆 동네 샐러드 전문점 주방장이 자신의 집에서 개최한 조그만 강좌 겸 파티에 아주머니와 함께 참석해서 먹고 즐기기, 반스 앤 노블에 독자들과의 대화를 위해 나온 유명 작가와 아주머니가 이야기 나누는데 옆에서 듣고있기, 결혼식 피로연에 함께 참석해서 먹고 떠들기, Baker씨 (집 주인 아저씨)가 건반맨으로 활동하는 밴드의 공연을 보러 여든 넘은 Baker 씨 어머니와 함께 외출하기, 도시락 싸들고 Baker 아주머니 여동생 (컨트리 가수)과 함께 등산하면서 수다떨기, 선선한 초여름에 막내 아들 녀석과 하이킹 (hiking) 하며 수다떨기 (그 때까지도 골짜기에 눈이 녹다 만 얼음덩어리가 있었다), 아주머니가 초대한 20대 초반의 청춘남녀들과 일요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오랫동안 수다떨기, 30대 중후반에 접어든 장성한 세 아들네 집에 손주들보러 놀러다니는 아주머니 따라다니며 함께 먹고 마시며 수다떨기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향긋한 추억들이 있다.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내가 머물 당시 외국에 나가 있던 23살짜리 막내딸을 직접 보지 못한 것과 여든이 넘었지만 너무 정정하시던, 남자 친구 없어서 외롭다는 푸념을 나한테까지 하시던, 재치 (wit)넘치던 할머니 (Baker 아저씨 친 엄마)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다. Baker 씨가 여든 넘은 엄마한테 인터넷으로 이메일 주고 받는 법을 가르쳤었는데, 할머니가 그때 열심히 배웠더라면 지금쯤 나와 이메일을 주고 받을수도 있었을거라 생각하니 조금 아쉬운 맘도 든다. 시간 많고 힘 넘치던 그 할머니는 나한테 영어 가르치는 것도 좋아했지만, 내 기억속에서 어렴풋이 하늘거리던 돌아가신 친할머니의 모습을 새롭게 짜깁기해서 유쾌한 추억으로 되살리는데 결정적인 기여도 했다. 물론, 나만의 느낌일 뿐이었지만.
 


 

솔직히, Baker 씨 가족과 함께 하며 겪었던 미국 중산층 백인 사회의 다양한 친목 모임과 행사 참여를 통해서, 사회적인 교류가 한 사람을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만드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 사회적인 경험들을 통해서 영어 표현 뿐만 아니라 문화, 예절, 그리고 그들의 정신까지 무의식중에 체득 (體得)했다는게 내 생각인데, 실제로 이러한 문화적인 체험들이 내 영어 구사 능력 향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와는 별도로,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한 내 입장에서 바라봤던 '김 대균이 누렸을 것으로 짐작되는 외국어 학습 환경'은 영어 학습에 대한 설익은 내 생각들을 토해내게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내가 밟아왔던 과정들을 하나하나 되돌아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반면, 어쩌다 한번 꼽사리붙어서 보고 오는 결혼식 피로연, 교회 미사, 배만 채우고 돌아오는 소풍 이야기 등을 하며 끼리끼리 어울리는 한국 학생들을 볼 때면, '방관자 (傍觀者)' 또는 '이방인 (異邦人)'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는데, 유학생 입장에서 그런 경험이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내부인의 자격이 아닌 철저한 방관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친목 모임 참석은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없음을 상기시키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내 입장에서, 늘 떼지어 몰려다니는 그들을 좋게 생각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나도 미국인들에게는 여전히 '방관자 (傍觀者)', '이방인 (異邦人)'일 뿐인데, 문제는, 방관자 입장에서 그 공간에 함께 있는 한 영어 구사 능력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를 방관자로 만드는 건, 일차적으로 나 자신이며, 그 다음은 그들의 편견인데, 이 말은, 매우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미국인 입장에서 호감을 느낄만한 성격이나 태도를 천부적으로 타고난 한국 사람들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들은 이질적인 문화를 자기 것으로 쉽게 받아들이는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 문화와 그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결국 다른 사람들보다 눈에 띄게 앞서는 영어 구사 능력을 보이게 된다. 물론, 0.1%도 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일 뿐이지만, 내가 지켜봤던 한 한국인 학생이 이 경우에 들어간다. 그의 한국인 같지 않은 직설적인 성격이나 말투, 태도가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제까지 봐왔던 천 명 가까운 한국인 유학생, 어학연수생들 가운데서도 단연 눈에 띄는 동화 (同化) 능력을 가졌던 것은 분명하다. 그가 했던 말 가운데 인상깊었던 것은, "한국이 싫다"이다.
 


 

나를 방관자 (傍觀者)로 만드는 외국인들의 편견은 아주 작은 (?)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김치나 된장 냄새를 맡으면 역겨워 하면서 'stink'라고 말하는 미국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김 굽는 냄새, 밥 짓는 냄새에도 역겨움을 느끼기 때문에, 함께 살면서 한국 음식을 계속 먹을 경우 그들과의 관계는 멀어질 수 밖에 없고, 결국 나는 저절로 방관자가 된다. 한국 음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노동절 소풍,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는 물론이고 영화관, 풋볼경기장 가자는 제안도 받기 힘들어진다. 공부에만 신경써야할 유학생과 영어 공부에 목숨 걸어야 할 어학 연수생 입장에서 별 것도 아닌 음식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르지만, 이 곳도 사람사는 곳이니만큼 결국은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태도는 최대한 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현실적인 요구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어학원생들은 음식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국가적인 자존심까지 생각하기도 하는데, 영어 배우는데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는 민족 가운데 하나인 한국 사람들이 이런 점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할 때가 많고, 끼리끼리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결국은 영어 실력 향상을 스스로 가로막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영어 구사 능력 향상이라는 측면 (側面)에서 봤을 때 Baker 씨 가족과의 인연이 나에게 끼친 긍정적인 여파 (餘波)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2년 반 남짓한 기간동안 쏟았던 내 모든 노력들을 상회할만한 수준임은 분명하지만, Baker 씨 가족과 내 태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까지 밝히는 것이 그간의 사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 같다.


 

내가 그 집에 머물기 몇 년전에 한국인 학생 한 명이 Smith 씨 소유의 사설 어학원 소개로 그 집에 맡겨졌었다. 그런데, Baker 씨 가족이 학원이나 학생한테 아무 말도 없이 무려 한 달 일정으로 여행을 떠나버렸고, 미국에 온 지 일주일밖에 안 된 그 학생으로서는 Baker 가족의 무책임함에 기가 찰 노릇이었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Baker 씨 집에서 그 사설 어학원까지는 자동차로 10분 남짓 걸리지만, 대중교통이 좋지 않은 탓에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가다보면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었다. 언어 소통, 교통편, 음식 등 모든 것에 익숙치 않던 그 학생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비상사태 해결을 위해) 그 원장이 기울였던 노력과 그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는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컸던 것 같다. 나는 이 이야기를 그 사설 어학원 원장(Smith 씨)으로부터 직접 들었는데, 그 시점은 Baker 씨 집에서 한 달 살았을 때였다. 그 원장은 나를 걱정해서, 자신의 집에 빈 방이 나자마자 나에게 이사할 것을 종용 (慫慂)했고, 나는 그 원장의 호의 (好意)에 감사하며 그 충고 (忠告)에 따라야만 했다.
 


 

그 뒤 일곱 달 정도 지나서 대학 입학 절차를 마친 뒤에, 나는 Baker 씨네 아주머니에게 연락을 취해서 그 곳에 머무르고 싶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두 가지는, 내가 그 집에서 한 달 지냈던 경험을 통해 그 아주머니의 이상한 태도 (나를 종부리듯 하려는 태도)를 이미 어느정도 간파하고 있었다는 점과 어학원을 거쳐서 내던 하숙비 ($600)보다 적은 월 $450으로 문서없이 말로만 계약했다는 점이다. 두 가지 모두 내가 심사숙고 (深思熟考) 했어야만 하는 중요한 문제였지만, 영어 구사 능력 향상에 눈이 어두웠던 내게 그 문제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고, 결국 그 두가지 문제가 내 발등을 찍는 사태까지 가게됐다. 어리석게도, 어학원을 거치지 않고 내가 Baker 아주머니와 말로만 했던 계약을, 어학원과 Baker 씨가 문서로 맺은 계약과 동일하다고 착각했었고 (그 당시 내 뇌 구조에 문제가 있었던 게 틀림없다 -.-;), 세 달 뒤 대학 수업 따라가느라 바빠서 정신없는 나한테 '말로만 한 계약'을 언급하며 특유의 그 무책임한 태도로, 자신이 요구하는 집안일을 그때 그때 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쫓아낼 수 있다는 은근한 협박을 해대는 아주머니한테 고작 내가 했던 말이라곤, '내가 해주길 바라는 집안일 (family chore) 목록을 문서로 적어달라'였다. 그것도 아는 사람 상담을 받고 나서, 그 방법이 가장 낫겠다 싶어 그렇게 요구했던 것이다.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가 요구한다는게, 날마다 설겆이 하기, 일주일에 한 번 부엌, 화장실 청소하기 였다. 자신은 집안 청소 및 시장 보기 등을 하고 아저씨는 요리 및 쓰레기 버리기, 막내 아들은 오이, 토마토, 호박 등을 키우는 텃밭 가꾸기에 협력하고 있으니 내가 그렇게 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내 대답은, '좋다, 그럼 하숙비를 받지 말던가' 그 아주머니 왈, '우리는 가족이고, 가족은 집안일을 나눠서 해야한다'는 거다. 앞 뒤가 안 맞는 말을 해대면서, 공부에 바쁜 내 입장을 이용해서 언제든 쫓아내겠다고 협박질인 것이다. 나가면 월 $200에 지낼 수 있는 아파트가 많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었지만, 밥 먹을 시간도 아껴가며 공부하는 입장에서 이사하는데 신경쓰고 짐 싸고 옮기는데 힘 쓰려니 답답했었다. 결국, Baker 아주머니의 얕은 꾀를 이용해서 Baker 내외의 발등을 찍은 채, 그 집에서 나올 때까지 일주일에 두 번 설겆이 도와주는 것만 했었다. 이 부분이 참 웃긴데, 내가 구두 계약과 문서 계약의 당사자를 착각했던 것처럼, Baker 아주머니도 내가 빙 둘러서 말한 '그렇게 하겠다 (I will)'는 말을 '당신 말대로 다 할께요'로 착각한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하겠다'는 말만 한 채, 그 집에서 머물 수 있는 기간 (한 달)을 보장받았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보태서 그 기간안에 이사를 못하더라도 계속 머물 수 있다는 가변적인 조건에 대해서까지 미리 'O.K.'라는 확답을 문서로 받은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나는 (당신의 요구 사항 가운데) 이것만 하겠다'는 문서를 전달함으로써, 장장 네 달에 걸친 신경전 (神經戰)의 승자는 내가 되었던 것이다.
 


Baker 씨 가족과의 갈등을 초래한 것은 다름아닌 나 자신이었다는 것은 자명하다. 개념있는 (?) 사람이었다면, 한 달 안에 그 집을 떠났을 것이고, 그 집에 다시 돌아가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때의 결정이 여러 면에서 내게 바람직한 영향을 더 많이 끼쳤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수업료를 치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여기에 약간의 변명을 덧붙여본다. 내가 그 집에서 지내던 다섯 달 동안, 그 집을 거쳐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위에서 언급한 여든 넘은 Baker 씨 엄마도 있었고,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여고생도 있었으며, 지나치게 공격적인 성격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주 정부의 보호아래 있던 중학교 3학년 짜리 미국 남자 아이도 있었고, 천재성이 엿보이기는 했지만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정신과 치료를 받던 성격이 매우 활달한 고등학교 졸업반 미국 남자 아이가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Baker 씨 집에 조금 (한,두 달 가량) 머물다 다른 곳으로 갔다. 거기에 한 사람 더, 이혼한 뒤 매달 부인에게 양육비 보내느라 생활에 쪼들리던 30대 초반의 아들 (Ben, 가명)이 지하 창고에서 지내면서, 일이 끝나면 얼티밋 파이팅 챔피언십(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 UFC)이라는 종합격투기를 하며 심신단련을 했었는데, 이 녀석은 내가 나온 뒤로도 계속 그 집에 머물렀다. 아마, 매달 $100~$200 정도 부모에게 지불한 것 같은데, 식사를 함께 하지는 않았고 항상 피자 등을 시켜 먹었다.

자~, 뭔가 기대되지 않는가?
저 사람들 한 명 한 명에 얽힌 이야기도 상당히 많은데, 그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만 간단하게 해본다.
먼저, Baker 씨 집은 '주에서 관리하는 특별한 학생들 (주로, 신경발작과 같은 정신병력이 있는 학생들)을 돌볼수 있는 자격을 갖춘 가정'가운데 하나였다는 점과 국제 교환 학생 및 어학 연수생을 위한 하숙집으로도 인가된 (정식 계약을 맺은) 곳이었음을 알린다.

A.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장마철에 자전거타며 통학하던 독일 여학생을 차로 바래다주기는 커녕, 건강을 위해서 (비 철철 맞으며) 자전거타고 학교가라고 했던 일 (그러나 학교에 가면 냉방기 때문에 무척 춥다. 실제로 그 여학생은 '불행했다'며 한 달만에 이사갔다.)

B. 여든 넘은 시어머니가 공항가는데 바래다 줄수 없다며 택시 불러 가라고 표독한 표정짓던 일 (공항까지 차로 40~50분 걸리지만, 낮 시간이어서 아저씨는 일해야했기 때문에 결국 택시 불러서 갔던 것 같다.)

C. 위에서 언급한 공격적인 성향의 중학생을 살살 열받게 해서 결국 다른 곳으로 가게 만들기 (이 녀석은 아주머니의 지능적인 성질 돋우기 전략에 넘어가서 약으로 다스리던 폭력성 조절의 한계를 넘어선 채, 식탁용 의자를 아주머니한테 집어 던지려다 감정 폭발한 Ben한테 제압당했다. Ben이 이성을 잃지 않아서 두들겨 패지는 않고 바닥에 깔고 앉아 경고만 했는데, 중학생 녀석은 그 뒤로 이사갔다)

D. 위에서 언급한 천재성이 엿보이던 고등학생과 유치한 장난치면서 깔깔거리다 거실에서 보듬고 뒹굴기 (안방에 있던 Baker 씨는 나이에 맞지 않는 교태섞인 말과 태도로 '놀아나던' 아주머니한테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아주머니의 묘한 태도는 갈수록 심해졌다. 그 고등학생은 Baker 아주머니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정신상태에 적당히 맞춰주면서 말을 받아주던 그 아주머니한테 큰 불만은 없어보였다. 실제로 이 고등학생이 머무르는 동안, Baker 아주머니는 항상 행복해 보였는데, 그 고등학생의 어떤 태도 혹은 폭발적인 에너지가 아주머니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 고등학생 녀석이 Baker 씨 막내 아들 (대학생)과 약간 철학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 Baker 씨 아들은 항상 찌그러져야할 만큼 이 고등학생의 생각의 깊이는 나이에 비해 훨씬 원숙한 단계에 진입해 있었다. 어쨌든, 이 녀석이 나간뒤로 Baker 아주머니의 행복한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E.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다른 학생들도 잠깐씩 머물렀었는데, 여기까지만 하겠다.

중요한 것은, 시어머니를 제외한 모든 학생들에게 예외없이 집안일 거들것을 요구했었고, 그것이 항상 말싸움의 씨앗이 됐다는 점이다. 독일 여학생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하숙생들이 처음부터 자신들의 입장을 확실히 밝히면서, 그것(family chore)은 당신 일이라는 말을 분명하게 했지만, Baker 아주머니는 오직 자기 주장 (우리는 가족이기 때문에 family chore를 나눠서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만 폈기 때문에 결국 말싸움이 됐던 것이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까지 버텨낼 수 있었던 건, 영어 구사 능력 향상을 바라는 욕심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Baker 씨 내외가 어느 날 이렇게 말하면서 웃은 적이 있다. "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 이름을 하나 하나 대면서) 너는 우리 가족의 역사와 함께 했는데, 모두 다 (얼마 못 버티고) 떠나 갔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버티느냐?" 그들은 스스로 그 대답을 찾았고, 결국 나한테 말을 걸지 않음으로써 나를 쫓아내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 또한 그들, 특히 Baker 아주머니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실증할만한 '사건'이 있었지만 설명은 생략한다). 물론, 나도 많이 배웠고, 그렇게라도 여러가지 삶의 지혜들을 배울 수 있었음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위의 글을 보면서, Baker 아주머니의 '괴팍한 성격'의 단면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나 더 덧붙인다.
그 아주머니는 교육자가 되고 싶었던 한 ()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웃집 아이들 (보통 4~8세)을 불러모아 아무런 댓가없이 homeschooling (집에서 아이들 가르치기)을 했다. 스케치북, 크레파스 등도 자신의 돈으로 준비했고, 아이들이 말을 잘 들으면 바나나, 피자 등 먹을 것도 공짜로 줬는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날마다 그렇게 했다. (그래서 항상 설겆이거리가 많았다.) 한 번은 이웃집 아주머니가 쫓아와서, '당신이 뭔데 아이들한테 이렇게 하냐, This sucks (지랄하고 자빠졌네)'라고 크게 소리지르며, 자신의 아이 (혹은 손주)와 그 친구들한테 집에 가라고 하면서 한참 Baker 아주머니 면전에서 욕을 해댔다. Baker 아주머니, 그리고 마침 참 챙겨 먹느라 그 자리에 있던 막내 아들이 그 이웃집 아주머니한테 차분하게 이런 저런 설명을 하는 것을 내 방에서 생방송으로 들을 수 있었는데, 아니할 말로 '싸움구경은 재미있었다.'

Baker 아주머니가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덕분에, 내 입장에서는 Smith 씨 가족같은 평범한 가정에서 10년을 살아도 경험하기 힘든 온갖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짧은 기간안에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고, 바로 내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과 공감하면서 방관자가 아닌 내부인으로서 그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음에 대해서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왜냐하면, 나 자신과 Baker 씨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염려만으로도 영어로 깊이 있는 생각을 하기 위해 처철하게 몸부림쳐야만 했고 (이 부분이 무척 힘들었다. 생각해도 아는 영어가 없어서), 주위의 경우를 보면서도 다른 유학생들이 들어보지도 못할 상황과 표현들 (칭찬부터 욕까지)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적어도 나한테는, 가장 이상적인 영어 학습 환경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마저 하게 되는데, Baker 씨 가족 이야기는 책 한 권으로 써도 모자랄 정도이니 이 쯤에서 마치겠다.

 

아차~, Baker 씨와 그 부인의 태도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건 다름아닌 나였다. 한창 공부에 빠져있던 나에게 Baker 아주머니가 중요한 '공지' 하나를 했었다. 일주일 쯤 뒤, (그 기타치기 좋아하는) 아들 녀석이 학교 합창단 소속으로 교내 실내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데 솔로로 노래를 부를거라며 함께 보러 가자는 거였다. 나는 시험 공부 핑계를 댔던 것 같고, 공연 당일에 거기에 가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너무나 큰 실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 녀석 목소리가 돼지 멱따는 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고 하더라도, 소중한 가족 행사에 초대됐다는 것은 그들이 나를 보통 이상으로 생각했었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이 가족 모임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나의 얄팍한 행동이 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으리라는 짐작을 어렵지 않게 해 볼 수 있다. 한국에서야 '공부한다'고 하면 거의 모든 가족 모임에 빠져도 무방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 가서 살면서도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 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Smith 씨네, Baker 씨네 모두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는 일요일 저녁뿐이었다. 평일에도 함께 저녁 식사할 때가 있었지만, 모두 바쁠 때는 그러지도 못했다. 그래서 평소에 아침, 점심을 각자 챙겨먹을 때가 많고, 일요일에 먹다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서 꺼내어 전자렌지에 데워먹는 일이 수요일, 심지어는 목요일, 금요일까지 계속되기도 했다. 그래서 자신이 먹고 난 그릇을 수돗물에 헹궈서 식기세척기에 넣지 않으면 싱크대가 가득 차기 때문에, 어느 집에서나 설겆이가 말싸움의 빌미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Smith 씨 가족은 하숙생들에게 설겆이를 비롯한 집안일 도울 것을 한 번도 요구한 적이 없다. 그저, 밥 먹고 난 뒤 자기 그릇은 자기가 직접 수돗물에 헹궈서 식기 세척기에 넣어 달라는 최소한의 요구였는데, 그것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점은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Smith 씨 가족은 아무리 바빠도 가족 구성원 개개인에게 맡겨진 집안일 (family chore)을 충실하게 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빨래 및 부엌 청소, 아빠는 시장보고 요리하기, 아들은 쓰레기 버리고 마당 쓸고 고장난 곳 손보기, 막내 딸은 일주일에 한 번씩 진공청소기로 부엌을 제외한 온 집안 청소하기 (난초 잎 하나하나까지 닦아내는 수준) 등등 각자의 의무를 다하는 모범적인 가정이었는데, 아이들 (중학생 아들과 고등학교 졸업반 딸)이 먹고 난 그릇을 씽크대에 그대로 방치하는 일이 많아서 저녁이면 난장판이 되곤 했다. 그럴때면, 하루 종일 자신의 사업체에서 일에 시달린 엄마가 졸린 눈을 비비며 밤 10시 반에서 12시 사이에 그릇들을 식기세척기에 넣고 'On' 버튼을 눌렀고, 그렇게해서 아침에는 항상 깨끗한 식기를 쓸 수 있었다. Smith 씨 내외는, 적어도 내 눈에는, 일 중독자 (workaholic) 처럼 보였는데, 특히 아저씨는 저녁을 먹고 잠을 좀 자다가 11시 쯤에 다시 일하러 사무실에 나가서 새벽녘에 돌아오는 일상을 반복했다. 그들을 보면서, 'Work hard, play hard'라는 미국인들의 구호가 빈 말이 아님을 알게됐다. 실제로, 밤 11시쯤에 어학원을 지나다가 불이 켜진 것을 발견하고 문을 두드렸더니, Smith씨가 일하다 나와서 문을 열어 준 적도 있다. 나야 화장실 가고 싶어서 문 두드린 거였지만, 그 뒤로도 몇 번 늦게까지 일하는 Smith 씨를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죽어라 일하는 Smith 씨 조차도 어학원에 다니던 다른 외국 학생들 눈에는 '밤마나 바람피우러 나가는 위기의 남자' 로 비춰지기도 했으니 사람들의 지레짐작이란게 얼마나 위험한가를 새삼 확인 할 수 있었다.

 

 

이 부분에서 '가족'에 대해 몇 마디 덧붙여야 좀 더 공정한 글쓰기가 될 것 같다. "All families are embarrassing. And if they're not embarrassing, then they're dead." 이 말은 내가 좋아하는 텔레비전 쇼인 ”That '70s show”에서 Eric Forman의 어머니인 Mrs. Forman이 옆 집 사는 Donna (Eric 친구)한테 하는 말이다. (첫 번째 season, Disc1, episode "Streaking") ”내”가 생각할 때 '우리 가족은 참 이상해' 또는 '우리 엄마 아빠는 나한테 왜 이런걸 시키지? 창피하게.'라는 생각을 누구나 하고 산다는 말이며, 가족이 모두 죽고나면 '그런 이상한 요구'에 시달릴 일도, 또 가족 가운데 누군가 저지르는 황당한 일 때문에 당황해 할 일도 없다는 말인데, 결국은 가족을 내 눈높이에 맞추려 하지 말고, 가족 중에서 가장 낮은 눈높이를 가진 사람한테 모두 맞춰야 즐겁게 살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집과 독선에 빠져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사람이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흔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사람한테 맞춰서 산다면, 그 가족은 풍지박산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에도 미국에도 그런 사람들은 많이 있겠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That '70s show”에서는 그런 한심하고 안타까운 모습을 볼 수 없다. 이야기가 좀 이상하게 흘렀다.

 

어쨌든!
 

실없는 사람 될 각오로, 창피 (猖披)당해서 얼굴 붉어질 마음가짐으로 매사에 거침없이 부딪히고, 돌아서서는 부족했던 점들에 대해서 roommates, classmates, tutors, 때로는 교수들한테라도 물어서 하나씩 익혀야만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내가 앞서고 있을 때는 그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조그만 차이 때문에 머리를 쥐어 뜯으며 잠까지 설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가슴이 터질 것 같다'는 표현으로나 묘사할 정도의 것이다.


 

지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효과적인 영어 공부법이라면 , 한국에서 어떻게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영어 회화의 기초를 닦은 다음, 마치 독이 오른 독사가 먹이를 노리는 것처럼 익혀둔 영어를 쏟아낼 준비를 단단히 하고서, 단 한방에 (미국인들과 한 달 동안 함께 먹고 자는 여행 또는 위에서 말한 이상적인 영어 학습 환경에 가까운 조건에서 하는 단기간의 어학 연수를 통해서) 영어 구사 능력을 적어도 두세 단계 혹은 일곱 단계 이상 확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경험과 관찰에 따르면, 영어 구사 능력, 그 중에서도 듣고 말하기가 한 단계씩 진척을 보인다고는 믿기 어렵다. 오히려, A. J. HogeDance of Learning에서 말한 것처럼, 긴 학습 정체기 (plateau) 뒤에 따라오는 learning jumps 기간에 일취월장 (日就月將)하는 형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내가 위에서 제시한 방법이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기에 각자 판단에 맡길 일이지만, 비용 대비 효율을 따져본다면, 미국인들과 한 달 동안 버스안에서 먹고 자는 캠핑 형태의 알래스카 여행 혹은 멕시코 여행 등이 어학 연수보다 훨씬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저 여행 하나를 위해서 300~400만원 정도 (여행비, 식사비, 숙박비, 왕복 비행기 삯 포함)는 써야 하겠지만, 내 생각에, 외국인과 함께 먹고 자는 여행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외국어 학습 환경이기 때문에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정이 2주 이하로 짧거나 같은 목적을 가진 동양인하고만 어울리면서 외국인을 멀리한다면, 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마음을 트는데 2주정도는 걸리고, 아무리 외국인과 한 방 (버스)에서 같이 잔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들을 멀리하면 말짱 꽝이기 때문이다.
 


 

이왕 (已往) 영어 학습 단계를 언급했으니, 지금까지의 내 경험과 관찰, 그리고 느낌에 의존해서 내가 상상하는 영어 학습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Welcome to my world~" 다만, 이건 어떤 과학적인 근거도 없는 가정 (假定)일 뿐임을 강조한다.
 

 

(1) 내가 봤던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외국어 학습법은 신약 성서에서 예수의 제자들이 성령의 은총을 받아 하루 아침에 온갖 말을 다 하게 된 것이지만, 내 가정 (假定)에서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
(2) 저 위에서 살펴본 라디오 영어 회화 강사나 전문 동시통역사의 영어 구사 능력을, 원어민이 아닌 사람이 구사할 수 있는 최고의 단계로 가정 (假定)한다.
 

 

자, 이제부터는 숫자놀이를 해보자.
1~140단계
141-280단계
281-420단계
이게 뭔지는 지금부터 상상력을 발휘해서 설명해보겠다.

내가 위에서 '준비된 여행 혹은 단기간의 어학 연수'로 일곱 단계 이상 영어 구사 능력 향상을 가져 올 수 있을 것처럼 말했는데, 그 부분을 좀 더 쪼개서 설명해보겠다. 학습정체기 (plateau)에 1~3단계의 성장을 하고, 뒤에 따라오는 학습도약기(learning jumps)에 7~9단계의 성장을 한다고 가정 (假定)하고, 이런 현상이 어떤 형태로든 반복된다고 했을 때, 이러한 '같은 현상이나 특징이 한 번 나타나고부터 다음 번 되풀이되기까지의 기간'을 한 주기 (週期)라고 정의해보자. 그리고, 한 주기에서 다음 주기까지의 차이는 가변적이라고 가정 (假定)한다. 즉, 1주기에서 2주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2주기에서 3주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위의 숫자들을 아래와 같이 다시 써 볼 수 있다.
1~14주기
15~28주기
29~42주기
좀 말이 안돼도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가주면 고맙겠다. 여긴 어디까지나 내 멋대로의 상상속의 세계니까.

원어민이라 할지라도 사용 가능한 어휘량, 표현의 섬세함, 문법 지식 등에 따라 언어 구사 능력에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전제로, 문법 지식을 포함한 최고의 표현력을 가진 원어민의 어휘 구사 능력을 42 주기라고 가정 (假定)해 보겠다.
내가 위에서 두 번째로 전제 (前提)한 가정 (前提)에 따라, 원어민이 아닌 사람이 외국어를 배워 구사할수 있는 최고의 수준을 28주기라고 하겠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외국어를 모국어로 배우지 못한 사람이 28주기에서 29주기로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 가정 (假定)속에서는 그렇다.
그리고, 내가 'English, English, and English'에서 설명했던 '고장난 자동 번역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번역을 시도하는 현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하는 수준3주기라고 가정 (假定)하겠다.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려면, 고 수민 님의 글 '영문법 공부 할까 말까'에 달려 있는 댓글 가운데, 'Mirabillis' 님의 '프랑스어로 말하기 6단계'에 관한 경험을 참조하기 바란다. (3단계에서 4~6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 해당한다, 내 경우 Mirabillis 님이 말한 4단계에서 6단계까지 물흐르듯 여섯 달 만에 갔다고 생각한다. 2년 가까이 쌓여있던 뭔가가 폭발한 듯한 느낌이었는데, 역시 설명하기 어렵다.)

 

 

이렇게 보면, 내가 위에서 '준비된 여행 혹은 단기 어학 연수'를 통해서 7단계 이상 영어 구사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한 주장이 그럴 듯하게 들릴 것이다. (10단계=1주기라고 가정, 위의 Mirabillis 님의 1단계를 내가 정의한 1주기로 봐도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한마디로, 갈길이 까마득~~~~~~~~~~~~~~하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의 목표는 분명해졌다. 28주기인 것이다. 42주기가 아니다. 불가능을 꿈꾸는 것은 자유지만 (나도 원어민처럼 말하고 싶다), 현실적인 목표는 어디까지나 28주기인 것이다. 29주기로 넘어가는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나중에 28주기에 상당 (相當)한 영어 고수가 됐을 때 공개 석상에서 체면 깎이는 창피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어학 연수를 2년 가까이 다녀온 사람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영어 학습자들은, 아직 3주기에 이르지 못한 수준이다. 3주기에도 이르지 못한 영어 학습자들이 실수를 두려워하는 것은 '한참 모자란 짓'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쪽 팔린다'는 말은 28주기에 올라간 뒤에나 쓸 표현이다. 그 이전에는 절대로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자.


 

내 생각에, 지금 내 수준은 4~5주기 정도인 것 같다. '자만심으로 가득찬 녀석이 겸손한 척 하는군.' 솔직히 6~7주기가 내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빠르게 하는 말, 느리지만 연음 파악이 어려운 말, L, R발음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발음도 엉망이지만, 결코 과대 평가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3주기를 넘어서면서 '떠듬거리는 영어'와 작별했고, 그 전에 안들리던 영어가 들리기 시작한게 4주기, 숨 한번 들이쉬고 쉴새없이 따발총처럼 지껄일 수 있게 된 건 5주기 ('지껄인다'는 표현을 쓴 것은, 내 발음이나 억양 때문에 그 표현들이 상대방에게는 '말'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면 눈에 모래가 낀 듯한 느낌이었는데 영어책을 보면서도 편안한 느낌이 든 건 6주기 (여전히 모르는 단어 수두룩하다), 지금은 발음 하나, 표현 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며 영어를 새롭게 배우고 있는 단계다. 지금 발음을 제대로 익혀두지 않으면, 나중에 고치는 건 무척 어려울 것 같다.

드디어 7주기를 넘어섰다. 지겨웠다. 2주기 후반부 못지 않게 힘든 시기였는데, '작동 원리'를 알고 있는 상태임에도 그 빌어먹을 '자만심'과 '교만'이 발목을 잡고 물귀신처럼 늘어지는 통에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이런걸 무협지에서는 '주화입마'의 단계로 표현할 것 같은데, 탄탄한 내공이 없다면 이런 단계는 결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공'이라면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된 두 사람이 떠오르는데......한서윤김신. 둘 다 초등학교 때 약 2년 남짓한 기간을 외국에서 생활했고, 둘 다 영어 책 읽는걸 무척 좋아했으며, 고등학교 때 원서를 번역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책 읽는걸 즐기다보면 말도 상대적으로 쉽게 트일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7주기......단어 알아가기(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간결한 표현 골라내기(말하기, 쓰기), 죽어도 안 될것 같던 발음 익혀가기(듣기, 말하기), 좀 더 능숙하게 번역하기(읽기, 쓰기) 등......

정! 말! 로!

모든걸 새로 쓰는 듯한 느낌 그대로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끝은 없을 것이다. 비록 시작은 있었지만.

이제 8주기인가?

좀 더 깊숙이 파고 드는 듯한, 약간은 묵직해지는 듯한 느낌인데...... 해외 입찰에 주로 참가하는 거래처(갑) 팀장과 그 실무진으로부터 '해외 바이어의 공장 안내(자재 시험 참관이 주목적)'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듣고나서부터 어깨가 더 무거워진 느낌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실수하지 않도록.

2주기를 넘어서면서부터 시작된 원어민들의 태도 변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지금의 내게는 약간의 여유가 있다고 해야겠다. 1주기때에는 실수해도 웃어 넘기며 내 손짓 발짓을 통해서나마 내가 뭘 말하려는지 파악하려 애썼던 사람들이, 바로 그 사람들이 2주기 무렵부터 정색을 하며 어설픈 영어에는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던 냉정한 사람들로 바뀌어 버렸는데, 지금도 그들의 모습이 생각날때면 다시금 영어공부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

그나저나 'L', 'R'발음은 여전히 어렵다.

 

 

참고로 1, 2주기도 살펴보자

1주기 전반부 - 상황에 맞는지 안 맞는지 개념없이 자신이 아는 영어 표현 하나만 줄곧 말하는 수준. (i.e, You're welcome)

1주기 후반부 - 비록 두,세 개에 불과한 제한적 표현이지만 상황에 맞춰서 다르게 말하는 수준. (i.e, No problem, You're welcome, My pleasure.)
2주기 전반부 - 위와 같은 상황에서 손을 내젓는 몸짓 등과 함께 좀 더 자연스럽게 대응하기 (i.e, Yep~, Nope~, No prob, 대답이 무척 짧아진다)
2주기 후반부 - 위와 같은 상황에서 아무 대답없이 고갯짓이나 미소만으로 응대하기. (이렇게 하려고 맘먹고 반응하는게 아니라, 의사소통의 효율성 추구에 따라 일상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즈음이면, 나한테 말거는 미국인도 더이상 반갑지 않고, 그저 내 '떠듬거리는 영어'가 하루빨리 '따발총 영어'로 바뀌기를 바라면서 한숨을 내쉴 때가 많다. 내 경험과 관찰 결과에 따르면 2주기 후반부가 시간상 가장 긴 것 같은데, 최소 1년에서 최대 5년 혹은 그 이상 걸리는 것 같다. 죽어라 노력해서 어떻게든 빨리 3주기로 넘어가는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 그러면, 우울 (憂鬱)과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안타깝게도, 어학 연수 경험이 있는 대부분의 영어 학습자들조차도 이 고비를 못 넘긴다.)

 

상상의 결론:

'준비된 여행 혹은 단기 어학 연수'의 가장 큰 목적은 동기 부여다. 내가 Baker 아주머니한테 깊이 있는 말을 하고 싶어했던 그 답답했던 느낌 (욕구)은 지금까지도 내 영어 구사 능력 향상에 강력한 동기 부여를 해주고 있다. 물론, 미국인들과의 버스 여행에서 내가 했던 말 'What kind of beef do you like?'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식당이나 기내에서 종업원 (wait staff: waiters, waitresses, and flight attendants)이 묻는 말과 같은 '스테이크를 어떻게 해서 드세요?'였는데, 실제로 내가 한 말은 '어떤 쇠고기를 좋아하세요? 누렁소, 검은소, 황소, 젖소, 물소, 버팔로, 바이슨?'이 돼버렸다. 그 때, 버스 안은 나의 무지로 인해 웃음 바다가 됐었고, 그렇게나마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어서 좋았지만, 나는 그 때 그 창피 (猖披)를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뭐~ 지금이야 그저 웃음밖에 안 나오지만.


아래의 간단한 문장도 평소에 써본적이 없어서 생각이 안났다. 고작 생각한다는게, 'How would like ... beef...?'

 

'스테이크를 어떻게 해드릴까요?' 혹은 '스테이크를 어떻게 해서 드시나요?'
 

How would you like your steak?

How do you like your steak done?

How do you like your steak cooked?
 


 

a. Rare

b. Medium rare

c. Medium

d. Medium well

e. Well done

 

* 내 아파트에 미국 친구를 초대에서 스테이크를 대접할 일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3주기를 넘어선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이런 곳이다. 3주기를 넘어선 사람은, 이런 간단한 표현 또는 한 번도 듣도보도 못한 표현이라 할지라도, 실제로 그 상황에서 써야 할 핵심 표현을 별 다른 고민없이 (약간의 주저함 뒤에) 말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다. (머릿속에 처음으로 떠오르는 말이 대개 들어맞는다.)

'How would like......?' 여기까지만 말해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만약 3주기를 넘긴 사람이 스테이크 준비할 때까지 'How would you like your steak?'라는 표현을 몰랐다 하더라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대에게 묻기 전까지 스스로 답을 찾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머릿속에 저 표현이 스르르 떠오르거나,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저 문장을 자연스럽게 조합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3주기를 넘어서지 못한 사람에게서 이런 종합적인 대응 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익숙한 상황에서는 어찌어찌 넘어갈지도 모르지만,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상황이라면 꽉 막혀버린다. 문제는, 우리같은 외국인에게는 거의 모든 상황이 낯설다는 점이다. 여기서 '낯설다'는 의미는, 내 입으로 직접 누군가에게 "Shit"이라는 욕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 어색한 발음으로 "Shit"이라고 욕을 하면, 미국사람에게 그건 화 났다는 표현처럼 보이지 않고 바보같아 보이는 현상을 설명할 때의 낯선 느낌을 말한다. 드물지만, 같은 한국 사람중에서도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평생 욕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화 나서 욕을 하긴 하는데, 그게 너무 어색해서 오히려 웃긴 경우 말이다. 외국어 학습자들의 낯선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은 어느 한 가지 부분 (발음, 억양, 문법지식, 태도, 말하는 타이밍 등)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고, 3주기 이전까지 기울였던 노력과 그 이후의 종합적인 사고 능력, 경험 등이 합쳐져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3주기 이후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서 가장 쉽게 이해하는 길은, Benjamin Zander의 이야기 마당 비디오 'Classical music with shining eyes'를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영어 몰라도 된다. 그저 Benjamin이 1분 20초 즈음부터 1분 정도 시간을 들여 갓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7살 짜리 아이의 수준별 연주 모습을 흉내내는 부분을 보기 바란다. 첫 해에는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만 그 뒤로 3년 정도 계속되는 연습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눈에 띄는 변화를 체험하지 못하는 어린 연습생의 피아노 연주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해내고 있다. 그러다가, 1년 더 연습한 경우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건 숫제 전혀 딴 사람같은, 무미건조한 앵무새의 연주에서 장인의 숨결마저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연주로 탈바꿈해버린다. 3년 정도 지속된 학습정체기 (plateau)에도 성과가 있긴 했지만, 크게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습생들이 이 단계에서 피아노를 그만두고, 뒤따르는 학습도약기(learning jumps)에서의 눈부신 비상 (飛上)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이 Benjamin의 설명이다. 그런데, 피아노 배울때의 학습정체기 (plateau), 학습도약기(learning jumps)와 영어 학습에서의 그 과정들이 너무나 닮아 있다. 아마 저 비디오를 본다면, 내가 이제까지 길게 썼던 부분을 머리가 아닌 눈과 귀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글이 길었다. 다시 '유치'라는 표현으로 돌아가서,

왠지 모르게 'lure'라는 단어가 내가 쓰려고 했던 표현에 더 맞지 않았을까하는 느낌이 들긴하지만 tutor한테 묻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



예문 출처 - Daum 영어사전 [코리안 헤럴드]

 

 

I hope the festival will help draw more tourists to Thailand, but what is more important than attracting more travelers in numbers is that we offer valuable experience to them, the ambassador said.
“이번 페스티벌로 태국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를 바라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유치하는 관광객 수가 아니라 그들에게 귀중한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The government last month hit the three mobile-phone operators with sign-up bans for a combined 100 days for providing illegal subsidies to lure customers.

지난 달에 정부는 3개 이동통신 사업자가 고객 유치를 위해 불법 보조금을 제공한 데 대해 총 100일간의 신규가입 금지처분 을 내린 바 있다.

 

MOUNT GEUMGANG - North Korea hopes to attract a greater flow of tourists following the opening of a new upscale hotel Friday and its decision to allow local residents to work at the Mount Geumgang resort.

금강산 – 금요일에 새 고급호텔을 개장하고 금강산 리조트에 현지 주민의 근무를 허용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북한은 더 많은 관광객의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SK Telecom controls 18.5 million of Korea`s 35 million customers for a 51.6 percent market share. The company reported 9.5 trillion won in revenue and 1.9 trillion won in net income for 2003. KTF earned 407 billion won and LG Telecom reported 7.8 billion won in net income during the same period.


 

SK텔레콤은 한국의 3,500만 고객 중 1,850만 고객을 가입자로 유치하 고 있어 시장점유율이 51.6퍼센트에 이른다. 동사는 2003년에 매출액 9조 5000억원, 순익 1조 9000억원을 발표한 바 있다. 같은 기간 동안에 KTF는 4,070억원을 벌어 들였고 LG텔레콤은 78억원의 순익을 보고했다.

 


 


 


 

 


 


 

2. Baker 아주머니가 스크랩해둔 글, 또는 벽에 걸려 있는 조그만 액자에 적혀 있던 속담 (俗談)과 격언(格言)들
 

"Top 5 Mistakes Men Make"
Excerpted from Peter Post's Essential Manners for Men

(5) Failing to say "please" and "thank you." People like to be asked to do something and people really like being appreciated.
(4) Looking vs. staring. That head-snapping stare doesn't impress anyone you are with.
(3) Putting down people around you - failing to introduce your significant other at a party, hogging the TV remote, forgetting to clean out the sink after you shave.
(2) The toilet seat. Raise it to do your business and then put it back down.
(1) Table manners. Eat like a slob, people will think of you as a slob.


Proverbs
Who does not thank for little will not thank for much.
-Estonian proverb

Every problem contains the seeds of its own solution.

The foundation of understanding is the willingness to listen.

You won't be happy with more until you're happy with what you've got.
-Vivi king

You add an aesthetic quality to everything you do.
-Fortune cookie



 

 


 

3. 어디선가 본, "Incurable optimist"라는 표현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구제불능의 낙천주의자"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별것 아닌 저 두 단어에서 뭔가 따뜻함마저 느끼는 내가 재미있다.
 

 

"Coast to Coast" (1997, Harcourt Brace & Company)라는 읽기 쉬운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1학년 수준의) 책이 있는데, 그  책에 딸린 오디오 북이 있다면 영어 공부용으로 무척 유용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책 뒷 부분에 나온 단어장 (glossary)을 소개한다.

Etymology
Etymology is the study or history of how words are developed. Words often have interesting backgrounds that can help you remember what they mean. Look in the margins of the glossary to find the etymologies of certain words.
Here is an example of an etymology:

transmission (한국말로 뭘까?)
ln Latin, transire means "to go across" and mittere means "to send." Today, transmissions can go not only across oceans but also across the galaxy.
 

 

Glossary
What is a glossary?
A glossary is like a small dictionary at the back of a book. It lists some of the words used in the book, along with their pronunciations, their meanings, and other useful information. If you come across a word you don't know as you are reading, you can look up the word in this glossary.

이 가운데 일부만 적어본다. 인터넷에 공개하려니 마치 벌거벗은 듯한 느낌이다. 뭐, 이렇게라도 어휘력을 늘릴 수 있다면야 해야지, 암.
한편으론, 이런 단어들을 일상 생활 속에서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본다. 예를 들어, 밀가루 반죽하면서 자연스럽게 knead라는 단어를 배우고, 근처 산에 가서 모닥불에 marshmallow, cheese가 들어있는 sausage를 구워먹으면서 밤하늘의 별을 보고 일기를 예상할 때 almanac이라는 단어를 배운다거나, 100만원짜리 복권에 당첨됐거나 졸업식에서 우수상 등을 받았는데도 무덤덤한 친구를 보며, '그 녀석은 원래 좀 무덤덤해'라면서 nonchalant라는 단어를 익힐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 수민 님의 말처럼,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잡고, 읽고 또 읽고, 듣고 또 듣고 하는게 답일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나마 말이 좀 트여서 다행이지, 아직까지도 '떠듬거리는 영어'라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영어 정복'이라는 장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울 (憂鬱) 또는 의기소침 (意氣銷沈) 에 따른 스트레스를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일지도 모른다. 내 경우에는, '떠듬거리는 영어'에서 '따발총 영어'로 넘어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스트레스도 가장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부족한 어휘력을 스스로 발가벗기면서 받는 스트레스의 정체는, '남들이 한심하게 생각할텐데......'라는 실체없는 껍데기 체면이다. 위에서 설명한 3주기, 4주기, 5주기, 6주기에 이런 일을 하지 못한 이유 또한, 부족한 어휘력을 부끄러워하면서 겉으로는 어떻게든 체면 차리려는 썩어빠진 의식 때문이었다. 이제 좀 나아진건가?

아래에 기술한 단어가운데, 일상 회화에서 쓰는 단어가 별로 없다는 안도감 (혹은 착각)이 들긴 하지만, 12살 짜리 미국아이가 알법한 단어를 모른다는 건 분명 큰 문제다. 어쩌겠는가, 고수가 될 그날을 꿈꾸며 한 계단씩 오르던 '쿵푸팬더'처럼, 전진 또 전진이다. (분발해야겠다는 위기의식은 느끼지만,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서 허둥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아래의 표현들을 익히고, 한 번 익힌 다음에 오랫동안 기억해서 언제 어느때라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을 뿐이다. 결국, 이런 저런 시도를 통해 직접 부딪혀보는 수 밖에 없는데, 아마도, 책 읽기와 오디오 북 병용이 그 답이 될 것 같다.)


(1) 뜻을 아예 몰랐던 단어
abate
adjourn
bolster
communal
concoction
cringe
desolate
dire
found (find의 과거형이 아니다)
knead
mariner
mutiny
nonchalant


(2) (자주) 보긴 했는데, 정확한 뜻을 몰랐던 경우
adobe
almanac
blackmail
commemorate
condemned
culprit
cultivated
deprive
dismal
entitle
evade
forfeit
impose
inquiry
landscape
liberty
maneuver


(3) 뜻은 (대충) 알지만, 영어로 일곱 단어 이내로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
harvest
inhabit

(4) glossary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알아두면 좋은 단어
cliche
scarce
blackhead = pimple = zit
그 밖에 접두사 sub-가 들어가는 단어들 (내가 봤던 토플 ibt에서 sub-로 시작하는 단어들의 뜻을 묻는 문제가 무려 네문제 정도 나왔었다.)

 


 


 

예문을 살펴보자.

(001) The student council president adjourned the meeting at 3:30 P.M.; This court is adjourned. We're adjourned.

(002) Adobe buildings can be found in the southwestern United States.

(003) Some farmers look in almanacs to find out when to plant crops.

(004) Someone tried to blackmail Simon about cheating on his test.


 

 

(001) adjourn v. adjourned

To end a meeting

(002) adobe adj.

Made of sun-dried clay bricks

This word come from the Spanish word adobar, which means "to plaster."
 

(003)

 

예문과 뜻을 계속해서 추가할 생각이다.


 

 


 

 


 

음악을 들으며 영어 공부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노래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음반까지 곁들여진 책이 있다면 더 없이 좋을텐데, "Listening to Classic American Popular Songs" (Hardcover includes 67-minute CD) by Allen Forte (Author), Vocal Interpretations by Richard Lalli with Pianist Gary Chapman 정도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 같다. "Listening to Classic American Popular Songs"은 말 그대로 1920~1940년대 까지 널리 사랑받던 팝송과 그 작곡가, 작사가, 가수에 대한 기록이면서 동시에 책에 포함된 CD를 통해 그 음악들을 새롭게 되살려 들어볼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한다. 최근 빅뱅이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리메이크해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동방신기 (東方神起)는 4집 ”Mirotic”에서 ”Under My Skin"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여러모로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Sarah Connor의 ”Under My Skin”과 거의 똑같아서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가 하면 가사의 선정성 시비에까지 휘말려 들었는데, 사실 그 가사라는게 그렇게 큰 문제인지 나로서는 도무지 모르겠다. 듣자하니, ”I've got you under my skin”이라는 가사가 문제가 됐다하지만, 그건 ”나는 당신에게 홀딱 반했어요”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Ive got you deep in the heart of me.”는 '내 마음 깊숙히 당신이 자리잡아 버렸어요.'라는 뜻이라는 것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I've Got You Under My Skin”이라는 노래는 원래 1936년에 나온 영화 "Born to Dance"에서 배경 음악으로 쓰였고, 그 뒤로는 Frank Sinatra가 다시 불러서 그의 대표곡이 되었다고 한다. 곡을 직접 쓴 Cole Porter가 부른 영상은 YouTube에서도 찾기 어려우니 구하기 힘들겠지만, 기타 연주곡은 들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곡 "I've Got You Under My Skin”"Listening to Classic American Popular Songs"에서 Richard Lalli의 노래와 Gary Chapman의 피아노를 감상하면서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가장 즐겨 듣고 있는 'Piano Puzzler®'(American Public Media의 라디오 쇼) - 10분 미만의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다양한 고급스런 표현들을 즐기면서 배울 수 있게 해준다. 방송에 참여하는 청취자와 진행자, 연주자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들어내는 묘한 조화와 긴장감을 '바로 옆'에서 지켜 볼 수 있게 해주는 명품 라디오 쇼인데, 아이폰 등의 mp3 재생기에 넣고 다니면서 듣기에 제격이다.

출퇴근길 버스, 지하철, 자동차 등에서 편안하게 듣고 있는 음악(앨범)은,
Album:[ LES JOURS TRANQUILLES ]- Artist: 앙드레 가뇽(Andre Gagnon)

너무 피곤해서 피아노 소리도 지겨워지면 듣는 앨범은,
Album:[ Rest & Relaxation ] - Artist: Montgomery Smith

퇴근길에 버스에서 내려서 걸으면서 듣기 좋은 음악은,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Artist: Nils Landgren - Album:[ Sentimental Journey ],[Erotic Jazz Moments ] - 두 앨범의 느낌이 꽤 다르다.
Artist: Joao Battista - Album: [XMAS Lounge Tunes (Special Selected Lounge Tracks for Chilling Under the Christmas Tree) ]
Artist: Hank Marvin - Album: [ Guitar Player ]

'Nightlife'
Artist: Joe Sample & Nils Landgren - Album:[ Creole Love Call ]

'I will survive'
Artist: Nils Landgren - Album: [ Sentimental Journey ]



 

 

 

 

 

괜찮은 EBS 어학 프로그램들
[스타 잉글리시]
http://ebse.co.kr/ebs/flz.AlcCourseInfo.laf?courseId=ER2009G0STE01ZZ

[스타 잉글리시 Key Expression]

http://www.ebse.co.kr/ebs/fhz.AhaStarKeyExpression.laf

 

[뉴스로 배우는 영어]

http://www.ebse.co.kr/ebs/fhz.AhaNewsStudyEng.laf

 

[e세상보기]

http://www.ebse.co.kr/ebs/fhz.AieEworldList.laf

 

이택광의 어휘로 본 영미문화
http://www.ebse.co.kr/ebs/flz.AlcCourseInfo.laf?courseId=ER2009G0WEC01ZZ

 

[영어로 읽는 한국문학]

http://www.ebse.co.kr/ebs/fhz.AhaLiteratureList.laf

 

[VOD영어동화]

http://www.ebse.co.kr/ebs/fhz.AhaClipAnimation.laf

 

[영어동요]

http://www.ebse.co.kr/ebs/fhz.AhaClipMain.laf

 

 

그 밖에도, EBS english(http://www.ebse.co.kr/)에서 다양한 영어 학습 프로그램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유아용 고급 수준 영어 프로그램(제 2외국어 학습자를 별로 고려하지 않고 미국인들의 평상시 대화 속도로 녹음된 것)으로, <미라벨의 동물극장(원제:Mama Mirabelle's Home Movies)>을 추천한다.(절대로 말이 빠른게 아니며,  이 정도 속도에는 무감각해질 정도가 되어야 흔히 말하는 '영어가 트인 상태', '말 좀 알아듣고 말 좀 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으므로, 긴 호흡으로 한 걸음씩 정진할 수 있도록, 아니 영어에 진짜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줘야 한다.)

 

http://littlekids.nationalgeographic.com/littlekids/mamamirabelle/

http://pbskids.org/mamamirabelle/mama_world.html

http://www.bbc.co.uk/cbeebies/mamamirabelle/

 

 

초등학생과 그 부모님들, 심지어 중고등 학생들이 봐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 몇 개를 골라봤다.

 

[어떻게 만들까?]
[the little Thinker's Story]
[SEL6 (1학기)-What's Up? English]

[SEL10 (1학기)-맛있는 English]

[Road Diary]

[Brain Pops]

[드라마 잉글리시]

[Talk N Issue - 영어 강국 코리아]

[EBS Special]

 

 

 

 

 

굳이 큰 돈을 들여서라도 좀 더 확실한 효과를 보고 싶다면, EBS 교육방송 [English Cafe Real Talks]를 추천한다.

추천하는 이유는, TV를 '멍~'하니 보다가 아는 단어, 표현 몇 개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청자를 당황하게 만들고 영어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장치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실전에서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끔 유도하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시청자가 지레 포기하기 않고 자연스럽게 함께 호흡할 수 있게끔 배려한다는 말이다.

* EBS 교육방송 [잉글리시 카페 English Cafe]는 추천하지 않는다. 여기에 나오는 표현들과 내용은 좋지만, 영어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좋은 영어 표현들을 22만개 외우고 있어도, 영어로 생각하지 못하면 말짱 헛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당신이 처한 특정한 상황에서 그 표현들을 그대로 썼을 때 완벽하게 그 상황과 조화를 이룰 확률은 0.01%도 안되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황에 딱 떨어지지 않는 말을 한풀이하듯 쏟아내기만 하는 사람과 대화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어쩌면, <영어 원서 읽기>(중2~고3 수준 학생의 원서읽기 습관 및 독해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야말로 대부분의 영어 학습자들에게 더 효과적인 학습법일거라고 생각하는데, 문법 위주의 한국식 영어 학습법을 양념 정도로만 쓰면서도,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호흡'을 점점 더 길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지문을 '가정법'으로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면서 까다로운 '시제'를 비교적 가볍게 넘기도록 이끌어준다.

'He'd be furious if he thought you'd been here and he hadn't seen you.'

실제로 읽고, 쓰고, 듣고, 말할때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인데, 이런 표현들에 익숙해지지 않고서는 고급 영어를 구사할 수 없기 때문에, 영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 영어 원서 읽기>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nglish, English, and English!!!' 첫머리에 소개했던 '필사와 동시에 분석'이라는 독특한 글쓰기 훈련법과 고 수민 님 외 여러분들이 주장해 온 '영어 책 큰 소리로 따라읽기', 거기에 < 영어 원서 읽기>와 '영어 일기 쓰기'까지 병행한다면, 영어로 생각하면서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데 많은 힘이 될 것 같다.

 

 

 

위에서 추천한 EBS 교육방송 [English Cafe Real Talks] DVD는 너무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나도 이걸 사지는 않았다. 실제로 EBS 교육방송 [English Cafe Real Talks] 보다 더 좋다고 생각되는 무료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돈 없는 사람들도 영어 공부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Spoken English Learned Quickly' !!!

말하기 중심의 언어 학습 과정이며, 저작권자의 사전 허가에 따라 mp3, text, CD 등 모든 수업 자료들을 무료로 받아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해당 프로그램을 책, CD 등으로 만들어 판매까지 할 수 있다.

 

아래의 바깥고리(link)에서 학습자료들을 받아보자!

http://www.freeenglishnow.com/help14.html

 

*학습 자료중 CD를 통째로 내려받으면, FreeEnglishA.iso 또는 FreeEnglishB.iso라는 식으로 파일 이름에 붙는 확장자(CD파일의 한 종류를 뜻하는iso)가 있는데, 이런 파일들은 데몬 툴즈(사용법은 여기 참조)를 써서 윈도우 탐색기에서 열어 보거나, 7-zip (알집 '형님')을 이용해서 압축을 푼 뒤 휴대용 mp3 플레이어 등에 담아서 즐기면 된다.

 

참고.

A technical comparison of Spoken English Learned Quickly and ESL.

 

 

*7-zip에 대한 사족

7-zip으로는 알집 파일(*.alz 또는 *.egg)을 풀 수 없으므로, 빵집(http://www.bkyang.com/)을 이용해서 풀어야 한다.

7-zip을 설치한 뒤, <시작> - <프로그램> - <7-zip> - <7-zip File Manager>를 실행시켜서 'Tools(도구)' - 'Options(옵션)' - 'Language(언어)' 항목에서 'Korean(한국어)'를 선택해주면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윈도우 탐색기에 보이는 FreeEnglishA.iso 위에 왼쪽 마우스를 한 번 만 가볍게 눌러주면 파란색으로 바뀌는데, 그 상태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서 '7-zip' - 'FreeEnglishA에 풀기'를 선택하면 그 안에 담긴 mp3, txt 등의 파일을 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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