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어서가 아니라 긴팔을 찾게 만드는 진짜 가을이 왔구나..
너 왜 이렇게 빨리 오는게냐? 난 아직 여름도 다 느끼지 못했단 말이다..
내가 준비가 되었든 아니되었든.. 이미 와버린 가을을 가버리라고 할 수도 없고..
황급히 어제 오늘, 이틀간 가을 준비에 돌입했다.
♬ 옷장 정리
옷 정리를 하기 전에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를 제거해줘야한다.
가장 고난이도가 옷장 위..
청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문지를 하나 깔아주는 얍삽한 잔꾀를 부려도 잔꾀는 잔꾀일 뿐이다.
이곳에 쌓이는 먼지는 완벽한 제거라는 것을 애초부터 포기하였으니 별기대하지 않아도
나의 짧은 기럭지로 의자 위에 올라가
청소기를 치켜들고 옷장 위를 쓱쓱 미는 것 자체 상당히 고난이도의 작업이다.
대략의 먼지 제거 후에 버릴 옷과 위치 변경할 옷을 구분하면서 다시 옷장을 채워 넣는다.
여름 옷과 가을 옷의 자리를 절반 정도 바꿨다.
옷장 정리할 때마다 느끼는 건.. 입을 옷은 없다고 느끼는데 옷장은 항상 넘쳐난다는 것..
정리할 때 결심은 최근 5년간 입지 않은 옷은 처분한다.
그러나 이 옷은 누가 선물해 준거고.. 이 옷은 옷감이 괜찮은 거라서 리폼해서 입으면 될 듯하고..
저 옷은 이러저러한 추억이 담긴 옷이고.. 등등 온갖 핑계를 대다보면
실상 간추려서 나오는 옷은 거의 없다;; 심지어 고등학교 때 옷이 아직도 떡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버리지 못하는 것도 병인냥 하여라..
오늘이라고 별다를 바 없었으니 자리 바꿈만 했을 뿐..
♬ 냉장고 청소
사용하면서 그때 그때 청소한다고 해도 본격적으로 모든 음식물을 내놓고 살펴보면
음식물 흘린 것이 굳어진 곳이 꼭 있게 마련이다.
음식을 저장하는 곳이니 심혈을 기울여서 소독하고 닦고 또 닦고.. 대청소하면서 가장 힘든 곳이다.
냉장고 청소하다 가장 기겁하게 되는 곳은 냉장고 맨 위..
이 곳 역시 신문 한 장 올려주고 자주자주 교체해주면 되는데 종종 잊곤한다. 왜? 안보이니까;;
왠 먼지가 그렇게 쌓여있는지.. 먼지 구덩이 속에서 겉에 보이는 것만으로 깨끗한 체하며 살아온 게 들통나 버린다.
♬ 싱크대 청소
이번엔 그릇 정리는 안하고 대충 바깥의 찌든 때만 제거해주는 정도에서 마무리..
혼자 사는데 그릇은 왜 이렇게 많은 것이냐?
5인용 식기 2세트에 음식의 특성에 맞춘 기능성 그릇.. 기타등등
가장 처치 곤란한 것은 플라스틱 저장 용기이다.
아 아해들을 쳐다보노라면 인간들이 자기 땅을 얼마나 파괴하며 이기적으로 사는지를
도저히 부정할 수 없게 된다..
제발 무언가를 살 때 사은품으로 플라스틱 용기 껴주는 것만이라도 중단한다면 훨씬 줄어들 수 있을텐데..
여튼 너무 많은 것을 욕심내고 소유하고 살아온 흔적이 고스라니 쌓여있는 부엌을 보노라니..
쩝... 이다..
♬ 바닥 청소
먼지 좀 털어준 후 진공 청소기 먼저 휘휘 돌리고 스팀 청소기 두 번..
바닥 청소하다가 방 구조를 바꾸고 싶다는 욕망이 마구마구 솟구쳤으나
추워질 계절을 대비한다면 지금의 구조가 딱이다.. 자제자제..
구조 변경 안하니 바닥 청소야 뭐.. 껌이다..
♬ 침구류 정리
여름용 침구류는 세탁하고 가을용을 꺼내놓았다.
지난 주말부터 밤공기가 서늘해지는게 여름용 사용하다 감기걸릴 뻔;;
아주 화사한 꽃무늬 침구류를 세팅하니.. 기분도 마구마구 업되는 게..
이것이 바로 청소의 재미라 할 수 있다..
오늘은 이 정도에서 끝~~~
욕실 청소랑 화분위치 변경 등등은 2주 쯤 지나서 해야겠다..
♬ 기타등등
그런데 왜 태양이는 청소기만 보면 죽자고 짖어대는걸까?
너무 시끄러워서 그런가? 그러면 먼데로 피해있던가.. 졸졸 따라다니면서 청소기를 꾸짖는 것도 아니고..
동네 시끄러워서 눈치 보이는데 말이야.. 예민한 청각 때문에 힘들어서 그러는걸까? 흠..
다음엔 청소기 돌리기 전에 태양이에게 귀마개를 해줘봐야겠다..ㅎㅎ
청소하면서 힘든 건 나인데 왜 지가 청소 다끝나니까 쭉 뻗는지도 궁금..
하긴 이것저것 간섭하면서 다니는 것도 꽤나 신경쓰이는 일이겠지..
전혀 도움은 안돼었으나 청소하느라 나름 고생했다.. 태양 군..
주말 내내 탬버린 소리가 신경을 자극한다..
찰랑찰랑~ 경쾌한 소리가 아니라 리듬감 전혀 살리지 못하고 걍 흔들어대는
꽤 괴로운 소음 수준인데.. 항의하지는 못하겠다..
가난한 동네에서 방음 안되는 것을 탓할 수도 없고.. 과제물 연습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잖은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일수록 서로 이해하고 참아야 하는 것들이 많은 세상 아닌가..
그저 과제물 평가 빨리 끝나서 탬버린 연주 안해도 되는 그날을 기다릴 수밖에..
설마... 장차 탬버린 연주자 꿈이어서 연습하는 건 아니겠지;; 으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