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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대]금간 갈비뼈보다 더 아픈...

두번째 갈비뼈에 금이갔다. 

어쩐지 엄청 아팠다.

기침을 하거나, 웃을 때, 잠자리에서 돌아누울 때,

심지어 숨이라도 크게 쉴 때면

가슴이 뜨금거리더니

겨드랑이 아랫쪽으로 번지고

등짝까지 쿡쿡 찌르는 통증에 시달렸다.

 

3월 7일, 언니들이 알몸으로 쫒겨나던 날, 부터였다.

한차례 폭풍이 지난 간 다음 순간, 농성장에 들어가 망연한 마음으로 서있다가,

갑자기, 두번째로 치고들어온 교직원들에 의해 마구잡이로 끌려 나왔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뭔가 답답한 듯도 했고,

얼핏 문짝에 부디치는 듯했고..(분명한 기억은 안난다)

그 순간, 온 몸에 힘을 잃고 쓰러졌었는데

구급차가 왔지만, 도저히 그 상황을 두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그냥 있었더니, 하루 이틀 지날 때마다 통증이 더해갔다.

병원이고 감옥이고 갑갑한 틀속으로 들어가기 싫어하는데다

이래저래, 허벌나게 바빠서 농성장을 떠나지를 못해서

일찍 병원을 찾지 못했더니,

이젠, 일상이 힘들 지경이라 억지로 친구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던 거다.

 

이 얘기듣고 언니들이 울것 같은 표정이 된다.

움막에서 자면서, 끙끙 앓는 걸 본 언니들이

'그래서, 그렇게 앓았구나. 그렇게 아팠으면서 우째 그라고 있었노...이 원수를 어찌 갚노'

 

그런데, 내 갈비뼈에 금이 가서

숨을 쉴때마다 가슴이며 등짝이 전류가 흐르듯, 움찔 거리지만

그 보다 더 아픈 건, 언니들의 삶이다.

 

볼수록 기가 막히고

볼수록 억울해서...

 

나와 같이 엘리베이터에 갇혀 끌려나온 언니는

고무장갑낀 손에 의해 머리가 잡혀, 한웅큼이 뽑혀나갔다.

허연 머리밑이 둥글게 운동장을 만들었다. 

송글송글 붉은 피가 맺혔다.

얼마나 아팠을 까나...

그렇게 둘러파인 머리속을 사진으로 보여줄 때까지

언니는 자기 머리가 그렇게 되었는 줄도 몰랐다.

이미, 발등이 짓밟혀 깊스를 하고 다니던 언니였다.

 

언니가 어제는 엉엉 운다.

'이렇게 힘든 건 그래도 살만한 거다.

우리 아이들 어릴 때, 수해를 만나 45일을 바깥에서 살았다.

그런데, 그땐 너무 힘들었는데도 친척들도 다 몰라라 하더라.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우리를 지켜 준다 아이가.

그기 더 서럽다.

우리 남편이 그라더라. 당신이 내 만나서 고생이란 고생 다해서 내가 미안한데,

인자는 좀 편히 살면 좋겠구만, 이기 당신 팔잔갑다..고...

아들, 딸 한테도 이말 못한다.

엄마가 너무 비참하게 보여서, 상처줄까봐...'

 

울고나니 시원하단다. 다행이다. 그런데, 나는 명치가 아프다.

다리를 다치고 머리털이 한웅큼 빠져 나가도

한사코 자기 얼굴만은 언론에 비춰지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때때로, 남편이고 아들이고 밥을 챙겨주고 양말이라도 빨아줘야 안심이 되는 언니들...

그들이 아프다.

그러지 말라고, 남편도 아들도 다 알아서 하게 놔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그들은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오히려,

농성장에서도 사람들 밥챙겨먹이고,

먹을 게 보이면, 입으로 넣어주느라 바쁜 언니들,

그들의 그 몸에 벤 '보살핌'을 나도 받고 있다.

 

알몸시위...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나가고

사진이며 이름이 버젓이 실린 몇몇 기사들을 뒤늦게야 본 언니는,

하루종일 울었다.

언니들 중에 가장 강하고, 중심을 잡고 있는 언니였지만,

그날, 언니는 여성으로서 자신의 생을 떠올리며

하루종일 움막안에서 얼굴이 붓도록 엉엉, 대성통곡을 했었다.

다행히, 언니는 '우리는 정의파다'라는 영화를 보시고

스스로를 추스렸다.

그러나, 아직도 그 속에 남은 상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성폭력 가해자인 그 교직원을 반드시 처벌해달라'는 요구를 강력히 하시는 걸로 봐서

그리고, 짬짬이 무감한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그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눈빛으로 봐서...

 

언니의 그날, 그 투쟁과 울음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무감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 안에 있는 인권과 상처에 대한 불감의 정서에 대해...

한 사람을 둘러싼 정체성은 노동자, 투사만이 아니라

여성, 어머니 등 전술안에서 배려되지 않는

수많은 결로 이루어졌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연일 각종 언론이 취재를 온다.

언니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이 일이

자신들만의 일이 아님을

깨달아가고 있다.

의지도 더 단단해지고 있다.

학교나 교직원노조, 학생회도 조용하다.

 

그러나, 나는 또 걱정이다.

학교는 끊임없이 '자신들과는 상관없다'고 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언론이 잠잠해지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지치지 않겠냐고 했단다.

 

그랬다.

지금까지 그랬다.

시간지나면, 언론도 시들하고 연대도 시들해질 수 있다.

그리고, 언니들은 힘들어진다.

일상을 빼앗긴 채 얼마를 견딜 수 있을까?

가족속에서 역할을 언제까지 밀쳐둘 수 있을까?

 

그 시간을 기다린다는 현대자본은

이런 일을 숱하게 겪은 뺀질이다.

공장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몇 대째 국회의원자리에 있는 정몽준이다.

 

이기고 싶다.

이 말도 안되는 삶의 조건을 가진, 늙은 언니들이 여기서 지게 된다면

그건 너무 한거다.

세상이 정말 그러면 안되는 거다.

 

이긴다는 건,

그냥 세상에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언니들이 복직하는 거다.

 

그런데, 걱정이다.

아는 게 힘이 아니라 병이 되어버린

내 심장에선,

자꾸만 가시가 돋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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