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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일도 잠시 쉬고 싶어진다

에너지가 딸려서 몇년을 침잠했다

그러는 동안 두번을 죽을 것 같은 자괴에 살았고

생의 큰 이별들을 겪었다

 

큰 이별이었다. 실로...

그랬는데,

더이상 그 모든 인연이 크지 않다.

크지 않을 뿐더러 사라졌다.

실체도 감정도 기억도....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만큼..

 

너무 큰 소용돌이였다.

사유와 일상의 전복이었다.

모든 관계와 감성과 이데올로기가

통으로 뒤집히고 다시 자리를 찾는 과정이었다.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버틸 수 없을 만큼의

낭패, 절망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평온하다.

명치의 고통이 사라지고

가슴이 터질듯한 불안의 시간이 사라졌다.

몽땅, 뭉터기로 빠져나간 인생이었다.

바람이 불었는데,

가슴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

아무것도 의미로 각인되지 않는 시간들이

서서히 몇년간이나 지속되었고

주체할 수 없는 억울함이

신음소리처럼 터져

이유없는 눈물속에 살았는데

그랬는데,

이렇게 사라져 버리다니...

 

그리고, 그 빈 자리 모두를 덮고도 남을

다른 시간이 채워지고 있다.

사람도 일도 넘쳐난다.

어이없는 꿈이 설레임처럼 그려진다.

 

아직 여물지 않은 상처를 뚫고 어거지 새살이 돋는다.

그래서 일까...

어거지라서...

 

나는 다시 쉬고 싶어진다.

쉬고 싶어진다.

멀미같은 현기증이 가끔 찾아와서

귀속에다 대고 뭐라뭐라 속삭인다.

 

'너 벌써 이러면 안된다고.그냥 쉬어. 더 비워. 이러다 또 죽으려고...'

 

여행을 가고 싶다.

두렵다. 설렘이 다가오는 순간, 공포가 함께 온다.

온 세포가 그때 절망의 순간들과 똑같이 재생된다.

어지럽다.

 

홀로 산천을 헤매던 그 시간이 그립다.

그 외로운 평화가 가끔은 이렇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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