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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버려지는 약속들...

오늘 일이 있어서...못가겠어요...

 

내일 가면 안될까요?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해보려고 했는데...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받아 들이다가

문득, 내가 무척 지쳐감을 발견한다.

 

뭘 좀 같이 해보자고 얘기했다가

흥쾌하지 않은 반응을 만났을 때

전전긍긍 설득모드를 취했다가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갔던

못난 습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죽으라고 애쓰는데도

나는 어느새 또 그 습속으로 들어가 있다.

 

의의는 있으나 내 사정이...이런 우려가...라는 말을 하며

 이런 저런 핑계속으로 숨는 이들에겐 이제 아예 말도 건네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그럭저럭 힘들지만 해보자고 해놓고서도

끊임없이 수동적인 맘자리안에 갇혀서

애타게 부르고 또 부르지 않으면

그래서 여전히 요것 좀 저것 좀 부탁하지 않으면

안해도 된다고 생각하거나

마지 못해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가

또다시 가슴이 타들어간다.

 

하루 이틀 만난 사이도 아니고

알만한 사람들이고

그 만큼의 의지로 사는 사람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부탁을 하게 되는 건

참 우울하다.

 

그들과 거리를 두고 싶어 지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차서

더욱 우울하다.

 

누군가가 그런다.

모임하나 유지하려고

낮은 자세로 술사주고 달래고 몇 번씩 전화를 한다고...

나도 그러고 있다.

근데, 불쑥 화가 난다.

알만한 사람들이 당췌 왜 그래?

왜 그래야 하는데?

왜 내가 자꾸 그렇게 머리를 조아려야 되는데?

내가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짓도 아닌데...

 

뭘 함께 하기로 했으면

함께 해야 하잖아.

어른들이 왜 그래 진짜!!

 

며칠 째

요리 조리 핑계대면서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부르느라

목이 잠긴다.

아주 간단히, '일이 있어서..'라는 말로

버려진 약속들을 주워 담느라

진이 빠진 거다.

 

이래서야

내가 얼마나 사람들을 기다릴 수 있을까?

이젠 정말

각자 성숙해서

자기 의지로 서서

서로 기대며 '함께' 일하는 관계를 갖고 싶다.

혼자 도닦고 살고 싶진 않은거다.

 

나도 기대고 싶다고, 울고 싶다고,

나도 어디가서 쉬고 싶고 자고 싶고 놀고 싶다고...

근데, 해야 할 과제 때문에

지치기 전에는 잠자리에 들지도 못해...

잠자리에 들어도 머리가 뱅뱅거려.

 

일이야 좀 더 천천히 갈 수 있겠으나

엉덩이 빼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게 너무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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