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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과 착취에 맞선 투쟁의 역사가 민주노조운동의 정통성이다!

억압과 착취에 맞선 투쟁의 역사가 민주노조운동의 정통성이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참관기

1월 20일에 있었던 민주노총 33차 정기대의원대회(이하 정기대대)와 2월1일 34차 임시대의원대회(이하 임시대대)가 파행을 겪었다. 정기대대에서는 토론을 제한하고 표결로만 진행하는 방식으로 인해 표결만 8번을 진행하다가, ‘사회적 교섭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족수 미달로 유회됐다. 이후 처리하지 못한 ‘사회적 교섭안’과 ‘고용보험과 국가예산 확보 및 남북교류기금 사용 승인건’을 처리하기 위해 잡힌 임시대대는 사회적 교섭을 저지하기 위해 단상을 점거한 사람들과 이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과의 몸싸움이 벌어진 끝에 집행부의 의도는 다시 무너졌다. 이를 두고 언론, 자본, 정부여당 등은 ‘폭력’ 운운하며 ‘노동운동의 위기’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사회적 교섭을 강행하려는 이수호 집행부

정기대대가 시작되기 전 이수호 위원장은 무려 20여분에 걸쳐 회의규정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회의규정이 정하는 바대로 진행하도록 하겠다. 동일사항에 대해 한 명의 대의원은 한번만 발언할 수 있다. 발언시간은 4분으로 제한하겠다. 가장 민주적인 조직인 민주노총이 공개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조합원인 참관자까지는 인정하겠다. 만약 참관자가 회의 분위기를 흐린다면 의장의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겠다.” 이수호 위원장이 이렇게 많은 시간을 쏟아 설명을 한 이유는 아마도 격론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한 안건에 대해 찬반토론을 한 번씩만 진행한 채 표결을 붙여 충분한 토론은 진행되지 못했다. 따라서 대의원들은 규칙, 의사진행발언을 얻어 ‘편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폭력적 회의진행은 임시대대에서 극에 달했다. 이수호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안건들이 이미 충분히 고지되었고 조합원의 의견을 모아올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안건처리를 빨리하도록 하겠다. 규칙, 의사진행발언도 2분으로 제한하겠다”며 안건처리 강행의지를 밝혔고, 규칙, 의사진행발언까지도 제한하는 ‘폭력’을 행사했다. 또한 대의원들의 ‘사회적 교섭안’에 대한 질문에 대해 “문서에 나와 있는 그대로다”라며 답을 회피해 대의원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결국 이수호 위원장은 ‘사회적 교섭안’에 대해 충분한 토론을 하자는 대의원들의 제안에 표결을 강행하려 했다. 이에 반발한 사람들이 단상으로 올라갔고 단상위에서 ‘표결을 중지하라!’, ‘사회적 교섭을 철회하라!’를 외치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수호 위원장은 신상발언을 통해 “위원장 후보에 출마하면서 ‘사회적 교섭’은 나의 공약사항이었다. 나는 공약을 지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위원장을 사퇴할 것이다. 그러므로 대의원 동지들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한다”며 대의원들을 협박까지 했다.

이후 ‘논의를 더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표결을 진행하더니 논의를 중지하자는 의견이 나오자 정족수를 확인하지도 않은채 ‘사회적 합의’에 대한 찬반표결을 붙이려 했다. 그때부터 심한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자리에 앉아 있던 대의원들도 ‘정족수를 확인하라!’며 단상으로 올라가 절규했고 이러한 아비규환 중에도 표결을 강행하자 의사봉을 빼앗으며 온몸으로 저지하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은 “동지들! 우리의 위원장님이 위험합니다. 뭐하시는 겁니까? 앞으로 나와서 싸우십시요!”라며 대의원들을 부추겼고 단상은 ‘우리의 위원장님’을 지키기 위해 우루루 몰려나간 대의원들로 뒤엉켜버렸다. 이 와중에도 이수호 위원장은 “결과를 발표하라”고 했고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이 발표하려 하자 한 대의원이 표수를 적어놓은 종이를 찢어버렸다.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후 정족수를 확인한 결과 373명(의결정족수 393명)으로 대대는 또 다시 유회되었다.

분열을 조장하는 언론

임시대대는 언론에게 ‘맛있는’ 소스를 제공하기에 충분했다. 언론은 앞 다투어 ‘폭력’의 모습을 보도하며 ‘민노총, 존재이유를 고민할 때다’, ‘제3노총 생길수도 있다’, ‘노동운동이 위기다’라며 공격하기 바빴다. 그들은 민주노총내의 세력분포를 알아보기 쉽게 표로 그려가면서 ‘폭력’을 조장한 배후세력이 어디이고, 이수호 집행부와 대립되는 세력을 분류하면서 ‘민주노총이 위기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더이상 투쟁은 안된다. 민주노총은 신뢰를 잃었다. 그러므로 노사정위에 복귀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왜 그와 같은 ‘폭력’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사회적 교섭’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말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한 언론사에서는 이수호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에서 ‘폭력을 행사한 사람들을 형사 처벌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으로 당시 사회적 교섭을 온몸으로 저지하려 했던 노동자들을 범죄자 취급까지 했다.

비폭력평화가 민주주의는 아니다

노동자 민중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폭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4.19때도, 5.18때도, 87년 노동자 대투쟁 때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동자 민중들은 손에 피를 묻혔다. 98년 1월 14일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했던 민주노총 지도부가 2월 6일, 자본에 의한 대량해고를 합법화하는 것을 핵심적 내용으로 하는 ‘합의문’에 직권조인 함으로써 2월 9일 임시대대에서는 쇠파이프까지 등장했다. 결국 비민주적 행태를 보인 지도부는 총사퇴 했다. 또한 민주노조를 세우려는 노동자들은 어용노조에 맞서 ‘폭력’으로 그들을 끌어내렸다. 철도, 전력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세우기 위해 그러했으며, 현재 중소영세 사업장은 여전히도 그러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어용노조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운운하며 다수의 어용대의원을 방패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빼앗아왔다. ‘어용’이라는 것은 별 것 아니다. 조합원의 생존권을 팔아 먹는게 ‘어용노조’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그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폭력까지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을 하겠다는 것은 노무현 정권의 로드맵에 노조가 동의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정규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의 생존권을 자본에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것이다. 그런데 이수호 위원장은 말한다. “민주적으로 표결을 붙이는데 이렇게 폭력을 사용하면 됩니까?”

‘절차적 민주주의’가 노동자 민중의 민주주의는 아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지배자들이 그들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고안해낸 그들의 논리다. 노동자계급의 민주주의는 대표자가 대중의 뜻을 위배할 시에 그 대표를 통제할 수 있고 노동자계급의 힘으로 대표자를 끌어내릴 수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운운하며 집행부의 행위를 옹호하는 한편, 온몸을 던져 조합원 대중의 생존권을 지키려한 조합원들을 ‘민주노총의 정통을 스스로 부정하고 대중조직활동의 기본 질서를 훼손하는 반조직적 행위’로까지 매도하고 있다.

‘총파업’ 투쟁과 ‘사회적 교섭’은 양립할 수 없다

이수호 위원장은 ‘사회적 교섭’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투쟁을 하는데 힘이 세거나 명분이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럴 땐 싸움만 하면 된다. 교섭창구를 열어놓지 않고 투쟁만 하는 단위노조는 없다. 투쟁과 교섭을 같이 진행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교섭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투쟁과 교섭을 같이 진행해야 한다’는 것에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수호 집행부는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교섭이 필요하다’고 한다. 힘 있는 투쟁을 전개하면 교섭은 따라오게 되어있지만 힘이 없으므로 사회적 교섭을 해야 한다는 논리인 것이다. 이 말 대로면 힘이 없어서 결국 투쟁도 조직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우리는 2002년 발전노조투쟁을 통해 경험했다. 38일간의 파업과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언으로 노동자들이 정부에게 ‘대화’하자고 구걸하지 않아도 정부관계자들은 지도부가 농성하고 있는 명동성당에 얼굴비추기 바빴다. 노동자들이 물러서지 않는 투쟁을 전개하면 교섭은 따라오게 되어있다.

그러나 정기대대에서 이수호 위원장이 “나를 믿어 달라. 투쟁할 것이다!”라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도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몇 일전 민주노총 대변인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에게 민주노총은 맨날 투쟁만 하는 놈들이라고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총파업은 안된다. 총파업을 할 수 있다면 사회적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혀 민주노총 집행부가 사실은 총파업을 할 계획이 없었다는 속내가 드러났다. 이수호 위원장은 자신을 믿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2월 총파업 투쟁계획안’을 통과 시켰다. 그러나 그는 결국 조합원을 배신했다.

사죄는 조합원 대중에게 해야 한다

임시 대대가 끝난 후 이수호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의원대회 폭력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심각한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사과 했다. 그러나 진정한 사과는 조합원 대중에게 해야 한다. 총파업을 하겠다고 대중을 기만했으며, 사퇴를 할 수도 있으니 사회적 교섭을 통과시켜달라고 협박했고, 민주주의를 훼손했다. ‘민주노조운동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반조직적 행위’는 단상을 점거한 이들이 아닌 이수호 집행부가 했다. “전노협 정신 훼손하는 이수호는 퇴진하라!”던 한 조합원의 외침처럼 전노협 시절부터 자본과 정권의 노동자민중에 대한 억압과 착취에 대항한 투쟁의 역사가 바로 민주노동의 정통성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민주노조운동의 정통성이다!

98년을 기억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또 다시 2월 22일 임시대대를 잡았다. 이날 자신의 재신임을 묻고 ‘사회적 교섭안’도 또다시 처리하겠다는 심산이다. 반면 비정규연대회의는 총파업을 위해 2월 16일, 간부파업을 시작으로 22일까지 지역별 거점투쟁을 진행하여 대중들을 조직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비정규직개악법을 사회적 교섭으로 지연시키려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비정규직개악법 저지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투쟁을 하고 있다. 98년을 기억해야 한다. 노사정위에 들어갔다가 한 달 만에 정리해고제와 파견제를 합의했다. 그때도 그랬다. “정리해고를 합의하러 가는게 아니라 교섭하러 가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가? 파견제를 합의한지 7년여 만에 비정규직노동자는 8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1400만 노동자를 비정규직화 하려 한다. 이제 그것에 합의할 것인가? 아니면 투쟁으로 세상을 바꿀 것인가! 한 여성대의원의 절규가 우리의 가슴에 맺혀있다. “조합원들이 다 죽어 가고 있다. 그런데 왜 교섭이냐? 총파업을 조직하자!”

 

-노동조합기업경영 연구소 기관지 '민주노동과 대안'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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