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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으로 떠난 무작정 여행 첫날

  • 등록일
    2004/09/05 01:53
  • 수정일
    2004/09/05 01:53

애초 시골집에 들려서 동네 구경과 남도를 정처없이 떠나고자 계획을 세웠으나 실행하지 못하고, 소백산을 다녀왔답니다.

 

참 산이 넓은 들이 사람을 품어주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소백산은 언제나 그자리에서 묵묵히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으며.... 사람들이 자신의 영역에 도달하면 시원한 바람과 계곡의 맑은 물소리로 사람들을 부드럽게... 따스하게.... 보듬고, 어루만지며 자신의 영역에서 품어 앉습니다.

 

산은 오르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휴식을 위해서 오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산세에 따라 등산인들의 반응도 다릅니다. 지리산을 가본 사람이라면 지리산을 걷는 동안 처음보는 사람들과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해주는 한마디의 말.... 수고하세요... 즐거운 등산되세요... 안녕하세요.... 등 수많은 단어들이 오가면서 도시에서 바삐 움직이며 서로의 얼굴보다는 땅아래를 바라보면서 마냥 무엇엔가 쫒기는 사람들은.... 산의 보드라운 품에서는 여유와 사람에 대한 찐하게 풍기는 정을 발산하며 산이 주는 경이로움에 마냥 탄식합니다.



산에 오르는 모든 사람은 친구입니다. 나이가 높고 낮은은 상관없습니다. 사람이 태어날때의 순수함을 찾을 수 있는 곳 그 곳이 산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산행을 하였답니다. 참 소백산 넉넉한 가슴 참 좋습니다. 그리고 지금 소백산 주변 사과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고, 곧 수확의 기쁨을 누릴 농민들의 가슴도 보다 더 넉넉한 것 같습니다.

 

FTA로 인해 닫힌 가슴이 이번 사과 수확으로 보상받지 못하지만.... 자연에 의지하며 자연과 벗삼아 일하는 농부들이 수확하는 기쁨에 근심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을 사과밭을 지나가면서 느꼈답니다. 부디 추석전 가을겆이 때만이라도 이 세상의 근심걱정을 훌훌털어버렸으면 바램을 가져봅니다. 

 

금요일 오전 청량리역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소백산이 위치한 풍기역까지 기차로 가기 위해서입니다. 청량리에 도착하여 준비물을 점검하고 필요한 물건이 빠지지는 않았는지 빼꼼이 확인한 후 시장기를 가시기 위해 밥집을 찾았습니다. 청량리 그 번잡한 시장은 자취를 감추고 청량리 롯데백화점(구 맘모스백화점)과 청량리 시장통에 복합상가가 들어섰더군요, 시장의 번잡함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 오고가는 인파의 번잡함으로 바뀌었더군요. 참 아쉬웠습니다. 늘 대학 엠티때 청량리역을 거쳐 비둘기호를 타고 춘천 중도, 강촌, 청평, 대성리, 셋터로 엠티를 떠난 저로서는 청량리역 광장의 변화도 낮설지만 무엇보다 그 주변이 많이 변해있음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예전 청량리역 역사앞에 즐비하게 들어선 롯데리아, 맥도널드, KFC, 던킨도너츠 등 패스트푸드 점을 보면서 세월이 무상함과 이 곳을 지켰던 청량리역 흔적이 사라지고 있음에 아쉬움이 들어섰습니다,

 

옛것을 모두 낡은 가치로 판단하고, 도퇴시키고자 하는 습성... 물신만능주의와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들은 인간의 욕구가 만들어낸 물신주의입니다. 우리는 이에 동조하여 조금만 시간이 지난 것을 옛것으로 치부하고 보다 새것 새로운 상품의 소비에 덩달아 춤을 추고 있지는 않은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전통이 사라지고 이 전통이라는 것이 낡은 것으로 치부되는 것.... 개혁과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지켜야할 가치는 이곳엔 없습니다. 바꾼다는 것은 아마 지켜야 할 것과 고쳐야 할 것으로 나뉘는데 우린 개혁과 혁신....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갈아 엎어야 한다는 개념에 사로잡혀서 지켜야 할 것에 대해서는 홀대하지 않았나 생각이 잠시 들더구요. 참 아쉽습니다. 이렇게 사라진 것들은 이제 저의 사진앨범에 꽂혀있는 사진과 추억이라는 기억에 의지한채 그 공간을 기억하겠죠... 시간이 지남에 저도 그 공간을 또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저장하겠죠... 이렇게 바뀌어 버린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나의 시골동네, 나의 학교, 나의 집, 나의 친구, 나의 공간 등 무수히 바뀌는 것이 많습니다. 우리는 잊혀짐과 새로움이라는 교차에서 늘 무감각하게 지탱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은 것이 기억 저편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이 지구상에서 없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전통은 무엇이 있습니까.... 옛 보물과 국보로 지칭된 것들이 과연 우리를 대표하는 전통입니까? 전통과 역사가 서로 혼재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듭니다.

 

청량리역은 이렇게 변해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도 말입니다.

 

금강산도 食後景이라고 저도 청량리 부근에서 밥집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꽤 괜찮은 집이 있더군요. 앞에서 보면 별로 커보이지 않는 그냥 밥집인데 막상 들어가보니 실내가 꽤 크고 밥도 다양한 한식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순두부를 시켰는데.... 순두부가 마트에서 파는 것이 아니라 직접 집에서 만든 두부더군요. 참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후식으로 식혜 여러잔 먹고... 불러온 배를 부여잡고 청량리역으로 출발.....

 

청량리역 이정표.... 역 간판.....내가 학교를 다닐때 나는 일본영화를 보기 전까지 국철과 기차역사의 표기가 우리나라 고유의 것으로 생각하였다. 지금은 그전 흰색바탕에 검은색 글씨는 검은색 바탕에 흰색글씨로만 바뀌었을뿐.. 형태는 일본과 동일하게 하고 있었다. 일본 역사를 보고 깜짝놀랐던 기억... 생활 속에서의 일본문화의 잔재가 남아있음을 발견하였던 순간이였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글씨 색깔만 바뀌었지 그 형태는 똑같습니다. 철도노동자들의 용어에서도 이 습성은 아직도 잔재하고 있습니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일상에서의 일제청산과 과거복구가 필요한 것 같다는 잡생각을 또 해 보았답니다.

 

청량리역에서 기차 출발.... 난 기차역에 들어가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기 위해 출발시간 15분전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허걱.... 역사 전체가 금연 지역으로 지정.... 흐흐 흡연자에게 흡연의 권리를 주장하고 싶었으나.... 정부가 추진하는 금연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라 어쩔 수 없이 순응.... 기차를 타면 담배를 태울수 있겠지라는 한가닥의 희망을 갖고 꾹 참았습니다. 그런데 이건 또 뭔 조화냐.... 무궁화호 객실이 새롭게 바뀌고.... 그런데 안전밸트가 좌석에 없음 이건 시정되어야 함. 무궁화호 전체 객차에서 금연이란다.... 장장 3시간 40분을 금단현상을 이겨야 한다니.... 애연자에게 이 고통은 참아 이루 말 할 수 없다.... 이에 작전을 새우고 역에서 정차하면 담배를 피울 계산으로 참고 갔지만... 역간 정차시간이 채 1분도 되지 않아 이도 무산되고 말았다. 아흐.....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다... 나에게 담배 태울 수 있는 권리를 다오 흡연칸 열차를 운행해다오... 안된다면 흡연 공간만이라도 제발.... 플리즈.....

 

역간 정차는 짧게하는데 청량리-안동까지 구간이 산악지역을 지나는 지라 터널은 뭐 이렇게 많고, 시멘트 공장은 또 왜 이렇게 많냐... 이로인해 역에서 정차는 짧고 터널입구나 다른 곳에서 정체는 꽤 오래하는 기 현상.... 역에서 좀 정차하면 어떠냐.... 담배좀 태우게,,, 그런데 이도 못하게 하고 있으니 참 힘들다.... 앞으로 기차를 탈려면 담배를 소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두려움까지 밀려왔다.

 

아참 홍익회가 Hi Store로 바뀌었다, 왜 하필이면 하이 스토어냐.... 좋은 우리말도 얼마나 많은데.... 이명박이 하도 하이 서울하면서 설치니까 철도도 덩달아 하이 스토어로 바꾼것은 아닐까 잠시 상상해 보았음....

 

하여간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드뎌 풍기역 도착.... 그런데 이 풍기라는 지역에 젊고 아리따운 여학생과 건장한 남학생들이 대거 풍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속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조금 일찍 내려올 걸 하면서 가슴 속 밑 욕망이 밀려왔다.... 흐흐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지역에 동양대학교라는 곳이 새로 만들어졌다. 참 대학 학원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건물 몇개 지어놓고 대학등록한후 수업료로 장사하는 것이 이제는 서울 도외지를 벗어나 이곳까지 미쳤다는 사실에 슬픔이 밀려왔다... 내가 대학입학할때만 해도 수험생 100만이라는 그 무지막지만 인원에 대학은 왜 이리도 적냐.... 학교를 선택할 것인가 과를 선택할 것인가로 고심하며 고등학교 시절 야자와 학원을 다니면서 그 젊음을 허비한 아까운 시간이 떠올랐다. 난 무엇때문에 공부했는지... 지금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때 평생공부할 량을 다해 이제는 공부하면 머리에서 쥐가 난다. 그래서 공부를 대학교 들어가자 마자 하지 않았다. 도서관을 갔던 기억이 쏜꼽을 정도이다. 내 기억으로 3번인가 도서관에 방문하였던 기억이 난다. 한번은 하도 배가고파 과 동기에서 식권 뺏으러 갔고, 한번은 집회에 과 동기들과 선배들이 참여하지 않아 데리려 갔고, 한번은 동아리방에서 후배들이 세미나를 해서 잠잘 곳이 없어 도서관 열람실에 가서 잠을 잤던 기억이 내가 도서관을 방문하였던 기억의 전부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도서관을 많이 갔겠지.... 난 도서관 메뚜기 살기기가 뭔지도 몰랐다. 도서관에서 메뚜기가 둥지를 틀어서 살리고자 학교마다 날리난줄 알았다. 후배가 이런 나를 책망하면서 메뚜기 살리기는 다름아닌 자리공유를 위한 방안이란다. 대학이 학원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졸업생들과 재학생간의 자리다툼이 치열하였다. 내가 알기로 도서관 자리를 맡기위해서 최소 아침 7시전까지 와야 간신히 자리를 맡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자리를 한사람이 하나를 선택하는게 아니라 여자친구, 선배, 동기들 자리까지 한사람이 맡다보니 자연히 도서관 자리는 턱없이 부족... 나는 이런 후배, 동기, 선배들에게 과 강의실에서 공부하면 되잖냐고 했다 맞아 죽는 줄 알았다.... 허걱.... 왜 나에게 화를 냈지,,,, 난 전혀 도서관을 가지 않아 그들과 경쟁의 대상이 아니었는데.... ^^

 

계속 이야기가 따른데로 세고 있음.... 남들은 삼천포로 센다고 함. 그런데 삼천포로 센다는 말의 어원을 알았음.... 삼천포가 경남지역중에서 도시 교통이 거의 거미줄보다 더 복잡하게 되어 있어서 삼천포를 간 사람들이 길 찾기가 요원하지 않고, 길을 찾다가 다른 길로 빠진기가 일쑤라서 생긴 말이 삼천포로 센다라는 말이다. 경남에서는 삼포로 빠진다고 한다고 함...주워들은 이야기 인데 맞는지 안맞는지는 확신할 수 없음... 그러나 논리적 정황을 보았을때 거의 사실에 가깝지 않을까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풍기도착... 차 시간이 꽤 남아 있어서.... 무작정 비로사 야영장으로 걷기 시작.... 버스가 다니는 길이라 버스 길만 따라 갔음.... 시골길 참 운치좋은 곳임.... 꽤 큰 저수지도 지났고, 사과밭을 지났고, 약간의 오르막을 지났음.... 그리고 술이 약간 부족한 것 같아... 지역 특산물 막걸리를 사기 위해 지역 수퍼에 들렸다. 그런데 이 곳에 있는 막걸리는 지역 막걸리는 없고, 허걱 포천 이동 막걸리.... 이 곳 까지 포천 막걸리가 전파되었다니.... 눈물을 머금고 포천막걸리를 구매함.... 그런데 이상한 것이 나의 눈에 들어옴...

 

영주시에서 당도가 높은 사과를 재배하는 농민의 개인정보인 주민등록번호를 내걸고 자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증거차원에서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다음 다시한번 확인... 이름만 있으면 될 것이지 그 란에 분면 주민등록번호를 써놓고, 주소, 개인 이름이 적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현상수배범도 개인정보인권침해로 이 주민등록번호 기재가 문제되었건만... 농촌에서 최고의 사과를 재배한다는 자랑을 성명만 적재하면 될 것은 주소와 주민등록번호까지 적재한다는 것은 개인정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안일한 태도를 확인하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내가 알고 있는 분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증거자료인 사진도 건네주고자 한다.

 

매표소 도착.... 입장료를 내고자 관리사무소를 쳐다보았는데.... 공무원의 칼퇴근을 다시한번 확인함... 6시간 넘으니 관리사무실에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닌가... 난 횡재하였다 마음으로 외치며 빠른 걸음으로 매표소를 지나 매표소 100m 위에 있는 비로사 야영장(이 야영장 자랑한번 해야지... 화장실 정말 죽여줌,... 현대식 샤워시설이 있는 야영장은 이 곳 이외에는 없을 것임. 꽤 큼.... 그리고 비박할려면 평상에서 깔판깔고 침낭 덮고 자도됨. 야영장 아주 시설이 좋음... 소백산 갈 분들은 비로사 야영장에서 일박하기를 권함.... 간장이 추천하는 야영장임... 후회없음.... 산도 좋지만 야영장이 더 좋음.)으로 황급히 도착.... 국립공원 입장료 1300원 문화재보호비 1300원 굳었음.... 하하 돈 벌었다. 그리고 국립공원에서 50만원 짜리 담배를 한까치도 아니도 1갑을 이날 피웠다.... 돈 벌었다. 1000만원... 내가 만져볼 수 없는 돈을 이렇게 많이 벌고 난 소백산에서 하루를 보냈다.

 

소백산에서 쌀가마니의 강도에는 약간 못미치지만.... 그래도 푸른하늘에 총총이 떠있는 별들을 보면서 별자리를 확인하는 재미를 누려보고, 적적할때 놀러온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신명나는 술판과 댄스파티를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였다.

 

소백산에서 첫날은 이렇게 저물었다.

 

둘째날은 기대하시라.... 정리되는데로 기재할 예정임.... 아직 정리가 안됨....

하여간 좋았음... 또 다음주에 서울에서 만나고자 하는 사람 만난후 소백산으로 쨀예정임...

이번엔 죽령에서 소백정맥 종주코스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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