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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23/12/13
    [시/백무산] 나도 그들처럼
    간장 오타맨...
  2. 2023/02/02
    눈 묻은 손 / 나희덕
    간장 오타맨...
  3. 2022/06/07
    [시/도종환] 어떤마을(4)
    간장 오타맨...
  4. 2020/03/27
    [시/신경림] 초봄의 짧은 생각(2)
    간장 오타맨...
  5. 2020/01/09
    [시/나희덕] 아홉번째 파도
    간장 오타맨...

[시/백무산] 나도 그들처럼

  • 등록일
    2023/12/13 13:57
  • 수정일
    2023/12/13 13:59
나도 그들처럼
백무산
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비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이 되기 전에는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석이 되기 전에는
나는 대지의 말을 받아 적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부동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숲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시계가 되기 전에는
이제 이들은 까닭 없이 심오해졌습니다
그들의 말은 난해하여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내가 측량된 다음 삶은 터무니없이
난해해졌습니다
내가 계산되기 전엔 바람의 이웃이었습니다
내가 해석되기 전엔 물과 별의 동무였습니다
그들과 말 놓고 살았습니다
나도 그들처럼 소용돌이였습니다
백무산 시집 < 거대한 일상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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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묻은 손 / 나희덕

  • 등록일
    2023/02/02 12:14
  • 수정일
    2023/02/03 11:37
눈 묻은 손
나희덕
노파의 눈 묻은 손이 자꾸만 소쿠리 위로 간다
작고 파란 소쿠리에는
눈이 반 콩이 반
아무리 가린다 해도 손등보다 밤하늘이 넓으니
어쩔 수도 없다, 눈을 끼워 파는 수밖에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고
얼마냐고 묻는 목소리에 눈이 묻는다
이천원이라는 노파의 목소리에도,
콩알 섞인 함박눈을 비닐봉지에 털어넣는 노파가
받아든 천원짜리 지폐에도 눈이 묻는다
멀리서 눈을 뒤집어쓴 버스가 오고
나와 눈과 비닐봉지는 눈 속을 펄럭이며 뛰어간다
깜박 잠이 들었던 것일까
창 밖에 눈 그치고 거기까지 따라온 눈이 길 위에 희다
그러나 손등의 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 손에 남겨진 것은 한줌의 젖은 콩에 불과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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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어떤마을

  • 등록일
    2022/06/07 17:00
  • 수정일
    2022/06/07 17:01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담던 접동새소리 별 그림자

그 물로 쌀을 씻어 밥짓는 냄새 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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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림] 초봄의 짧은 생각

  • 등록일
    2020/03/27 17:08
  • 수정일
    2020/03/27 17:08
초봄의 짧은 생각
-영해에서
신경림
바닷바람은 천리 만리
푸른 파도를 타고 넘어와
늙은 솔숲에서 갈갬질을 치며 놀고
나는 기껏 백리 산길을 걸어와
하얀 모래밭에
작은 아름다움에 취해 누웠다
갈수록 세상은 알 길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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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희덕] 아홉번째 파도

  • 등록일
    2020/01/09 13:35
  • 수정일
    2020/01/09 13:35

아홉번째 파도

나희덕


오늘 또 한 사람의 죽음이 여기 닿았다
바다 저편에서 밀려온 유리병 편지

2012년 12월 31일
유리병 편지는 계속되는 波高를 이렇게 전한다

42피트 …………… 쌍용자동차
75피트 …………… 현대자동차
462피트 …………… 영남대의료원
593피트 …………… 유성
1,545피트 …………… YTN
1,837피트 …………… 재능교육
2,161피트 …………… 콜트-콜텍
2,870피트 …………… 코오롱유화

부서진 돛대 끝에 매달려 보낸
수많은 낮과 밤, 그리고 계절들에 대하여
망루에서, 광장에서, 천막에서, 송전탑에서, 나부끼는 손들에 대하여
떠난 자는 다시 공장으로, 공장으로,
남은 자는 다시 광장으로, 광장으로, 떠밀려가는 등에 대하여
밀려나고 밀려나 더 물러설 곳 없는 발들에 대하여
15만 4,000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電線 또는 戰線에 대하여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불빛에 대하여
사나운 짐승의 아가리처럼
끝없이 다른 파도를 몰고 오는 파도에 대하여
결국 산 자와 죽은 자로 두동강 내는 아홉번째 파도에 대하여

파도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겨진
젖은 종이들, 부서진 문장들

그들의 표류 앞에 나의 유랑은 덧없고
그들의 환멸 앞에 나의 환영은 부끄럽기만 한 것

더 이상 번개를 통과시킬 수 없는
낡은 피뢰침 하나가 해변에 우두커니 서 있다


나희덕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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