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간장과 함께 오타보기

30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9/07/16
    [시/신경림] 말과 별
    간장 오타맨...
  2. 2019/06/20
    [시/나희덕] 기억의 자리
    간장 오타맨...
  3. 2019/06/12
    [시/신경현] 상처에 길들여진다
    간장 오타맨...
  4. 2019/05/28
    [시/신경림] 喊聲(함성)
    간장 오타맨...
  5. 2019/05/24
    [시/신경림] 골목
    간장 오타맨...

[시/김중식] 황금빛 모서리

  • 등록일
    2019/08/30 14:56
  • 수정일
    2019/08/30 14:56

황금빛 모서리

김중식

뼛속을 긁어낸 의지의 대가로

석양 무렵 황금빛 모서리를 갖는 새는

몸을 쳐서 속구칠 때마다

금 부스러기를 지상에 떨어뜨린다

날개가 가자는 대로 먼 곳까지 갔다가

석양의 흑점에서 클로즈업으로 날아온 새가

기진맥진

빈 몸의 무게조차 가누지 못해도

아직 떠나지 않은 새의

피안을 노려보는 눈에는

발밑의 벌레를 놓치는 원시의 배고픔쯤

헛것이 보여도

현란한 비상만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시/정희성] 이곳에 살기 위하여

  • 등록일
    2019/08/21 08:59
  • 수정일
    2019/08/21 08:59

이곳에 살기 위하여

정희성

한밤에 일어나
얼음을 끈다 
누구를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보라, 얼음 밑에서 어떻게 
물고기가 숨쉬고 있는가
나는 물고기가 눈을 감을 줄 모르는 것이 무섭다
증오에 대해서
나도 알 만큼은 안다
이곳에 살기 위해
온갖 굴종과 어둠과 압제 속에서
싸우다 죽은 나의 친구는 왜 눈을 감지 못하는가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봄이 오기 전에 나는
얼음을 꺼야 한다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나는 자유를 위해
증오할 것을 증오한다

<1978. 미밢표>
...정희성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중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시/신경림] 말과 별

  • 등록일
    2019/07/16 18:30
  • 수정일
    2019/07/16 18:30

말과 별
- 소백산에서

신경림

나는 어려서 우리들이 하는 말이
별이 되는 꿈을 꾼 일이 있다. 
들판에서 교실에서 장터거리에서
별때처럼 잉잉대는 우리들의 말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는 꿈을.
머리 위로 쏟아져내릴 것 같은
찬란한 별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린 때의 그 꿈이 얼마나 허황했던가고.
아무렇게나 배앝는 저 지도자들의 말들이
쓰레기 같은 말들이 휴지조각 같은 말들이
욕심과 거짓으로 얼룩진 말들이
어떻게 아름다운 별들이 되겠는가,
하지만 다시 생각한다, 역시
그 꿈은 옳았다고.
착한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이
망설이고 겁먹고 비틀대면서 내놓은 말들이
자신과의 피나는 싸움 속에서
괴로움 속에서 고통 속에서 내놓은 말들이
어찌 아름다운 별들이 안되겠는가.
아무래도 오늘밤에는 꿈을 꿀 것 같다, 
내 귀에 가슴에 마음속에
아름다운 별이 된
차고 단단한 말들만을 가득 주워담는 꿈을,

... 신경림 "기행시집"중에서...

p.s 우리내 산을 돌아다니다 보면... 그 밝던 별들이 불빛에 의해 사라짐을 발견할 수 있다. 달동네에서 보았던 그 별빛만 못한 설악산, 지리산, 덕유산에서 예전 탄성을 지르며 올라서 봤던 별빛이 달동네 할머니들에게 여름밤 도깨비 이야기 들으며 쳐다봤던 하늘이 시골집 뒷간가면서 보았던 별빛들이 사라졌음을 느낀다. 우리말도 그렇게 도시화의 삭막한 풍경처럼 시인의 말처럼 별들도 아름다운 별들이 사라져가는 것 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시/나희덕] 기억의 자리

  • 등록일
    2019/06/20 19:32
  • 수정일
    2019/06/20 19:32

기억의 자리

나희덕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도 발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나희덕 시집 " 그말이 잎을 물들였다. 중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시/신경현] 상처에 길들여진다

  • 등록일
    2019/06/12 11:17
  • 수정일
    2019/06/12 11:17

상처에 길들여진다.

 

신경현

 

상처는 반드시 아픈 기억을 데불고 온다
그러나 그 상처가 아물 때쯤,
그러니까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별이 지는 걸
조용히 지켜보다 보면 
상처에 길들여지길 바라는
꼭, 지금 내 마음이 된다
나는 
그래서 슬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