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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위해 퍼나른다. 4(노동미디어행사 강연내용)

  • 등록일
    2005/04/28 17:55
  • 수정일
    2005/04/28 17:55
정보혁명과 정치경제학 강남훈(한신대학교 사회과학부) 정치경제학의 핵심 내용 자본주의: 자본의 운동이 중심이 되는 경제. 자본이란 무엇인가? 자기증식하는 가치 M ... M' 잉여가치 획득이 목적 자본의 운동은 시장 안에서는 모순이다. 노동력 상품. 잉여노동이 잉여가치의 원천. 잉여가치 생산의 방법: 절대적 잉여가치와 상대적 잉여가치 잉여가치의 축적: 자본축적 상대적 과잉인구 이윤율 저하 정보혁명으로 인하여 정치경제학은 낡은 것이 되었나 지식기반경제(knowledge-based economies)는 “지식과 정보의 생산, 분배, 사용에 직접적으로 기초”하고 있으면서 “고기술 투자, 고기술 산업, 고숙련 노동 및 그와 연관된 생산성 이득 등이 증가하는 추세” OECD, The Knowledge-Based Economy, Paris, 1996. 를 보이는 경제로 정의할 수 있다. 혹은 “지식과 정보의 창출, 확산, 활용이 모든 경제활동에 핵심이 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부가가치 창출과 기업과 개인의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경제” 장석인,「지식기반경제」, 박우희 외,『기술경제학 개론』,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1. 를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된다. 첫째, 과거에는 토지, 노동, 자본 등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였는데, 지식기반경제에서는 지식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가 되었다. 같은 말이지만, 과거에는 노동이나 자본이 가장 중요한 부의 원천이었는데, 이제는 지식이 가장 중요한 부의 원천이 되었다. 써로우는 노동가치론은 노동이 가장 중요했던 시대에 타당한 이론이기 때문에 지식이 부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된 오늘날에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Lester Thurow, Building Wealth: the new rules for individuals, companies, and nations in a knowledge-based economy, Harper Collins, 1999; 한기찬 역,『지식의 지배』, 생각의 나무, 2001. 이러한 주장은 써로우뿐만이 아니다. “사실, 오늘날 지식이 유일하게 의미 있는 자원이다. 전통적인 생산요소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부차적인 것이 되었다.” Peter Drucker, Post-Capitalist Society, Harperbusiness, 1993; 이재규 역,『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한국경제신문사, 1993. “불확실한 경제에서 항구적인 경쟁 우위의 유일하게 확실한 원천은 지식이다.” I. Nonaka/H. Takeuchi, The Knowledge Creating Company: How Japanese Companies Create the Dynamics of Innovation, Oxford University Press, 1995; 장은영 역,『지식창조기업』, 세종서적, 1998.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빌 게이츠(Bill Gates)가 세계 최대의 갑부가 된 것은 노동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둘째, 과거의 경제에서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었는데, 지식기반경제에서는 수확체증이나 불변의 법칙이 적용되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제법칙이 적용된다. 지식은 많이 사용할수록, 또한 여러 사람이 나누어 쓸수록 가치가 커진다. 셋째, 경제 내에서 지식산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기업을 비롯해서 사회의 모든 조직은 지식의 창출과 보급이라는 관점에서 변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이 지식노동자(knowledge worker)로 전환하게 된다. 넷째, 지식기반경제는 점점 더 세계화(globalization)되어 가는 경제이다. 경제가 세계화되어 감에 따라 지식이 전 세계로 확산(spill-over)되고, 지구 전체에서 부가 증가하게 된다. 지식이 부의 원천이라는 말은 애매한 말이다. 지식도 노동의 한 속성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주장은 상품의 부가가치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는 현상을 가리킨다고 선의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은 같은 말이지만, 상품의 판매가격 중에서 인건비를 포함한 제조비용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가리킨다고도 말할 수 있다. 오늘날 이러한 사례는 얼마든지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유럽시장에서 30불에 판매되는 배낭이 베트남에서 제조될 때 그 원가는 불과 1불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뿐만 아니라 자본투입량도 감소하고 있다. 미국회사들의 경우 25년 전에 비하여 1달러 판매를 위하여 필요한 유형자산(tangible asset)이 20%나 감소하였다고 한다. Alan Burton-Jones, Knowledge Capitalism, Oxford, 1999. 정보혁명의 의의 정보혁명의 핵심발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이다. 컴퓨터는 디지털 형태로 정보를 처리, 저장하는 장치이고, 인터넷은 정보를 전달하는 네트워크의 한 종류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보면 정보혁명은 디지털과 네트워크라는 두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초기 경제부처 장관들 사이에서 ‘디지털 경제’와 ‘인터넷 경제’ 중 어떤 것이 올바른 용어이냐를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과기처 장관은 ‘디지털 경제’가 올바르다고 주장하였고, 정통부 장관은 ‘인터넷 경제’가 올바르다고 주장하였다.(매일경제, 2000. 2. 4) 장관들은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였다. 이 장에서는 디지털과 네트워크라는 정보혁명의 두 가지 요소를 정치경제학적 시각에서 분석해 보려고 한다. 디지털 신비스럽고 기술학적인 측면에 치우친 주장들까지 제시되고 있다. 네그로폰테는 아날로그 원자인 아톰(atom)과 디지털 원자인 비트(bit)를 비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비트는 색깔도, 무게도 없다. 그러나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 그것은 정보의 DNA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원자적 요소이다.” Nicholas Negroponte, 앞의 책, 15쪽. 디지털이란 정보를 비트의 묶음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비트란 0 아니면 1의 값을 갖는 단위를 말한다. 원래 아날로그(analog)가 전압이나 전류처럼 연속적으로 변하는 양을 의미하는 말이라면 디지털(digital)이란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수처럼 불연속적으로 변하는 양을 의미한다. 하나의 비트는 0 아니면 1 두 가지 값뿐이지만, 비트를 묶으면 모든 수를 비트로 표시할 수 있다. 자연수는 10진수를 2진수로 바꾸고, 필요한 만큼 비트를 묶어서 표현하면 된다. 예를 들어 5라는 숫자는 비트 세 개를 묶어서 101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생활하는 세계에서는 숫자가 아닌 정보들이 압도적이다. 아름다운 그림이나 음악을 생각해 보라. 그것은 숫자 형태로 주어지는 정보가 아니다. 이러한 것들은 아날로그 형태로 주어진 정보이다. 우리가 디지털화한다고 하는 것은 아날로그 형태로 주어진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변환하는 것을 말한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냄새든 감정이든 인격이든 모든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변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디지털 형태로 주어지지 않은 정보를 디지털화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약속에 의해서 비로소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정보가 디지털로 표현되는 과정에 대한 예를 몇 가지 들어 보면 분명해진다. 우선 문자를 생각해 보자. 문자를 디지털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문자를 어떻게 디지털로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약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ㄱ’을 ‘001’로, ‘ㅏ’를 ‘101’로 표현하기로 약속하였다면 ‘가’는 ‘001101’로 표현하면 될 것이다. 음악의 경우에도 도를 ‘001’로 표현하고 레는 ‘010’으로 표현한다는 식의 약속이 이미 존재하여야 한다. 그러면 이와 같은 디지털 형태의 정보는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을까? 첫째로 동일한 내용의 정보를 저장하는 크기가 줄어든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둘째로 디지털 형태의 자료는 자연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물질에 저장될 수 있고 거의 모든 물질을 통하여 전달될 수 있다. 이것은 디지털화된 자료는 0과 1만으로 표현되므로, 어떤 물질이 그것을 저장하거나 전달할 수 있으려면 인간이 그 물질의 두 가지 상태를 구별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진공관이나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석, 단백질, 탄소, 양자까지도 모두 저장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전화선뿐만 아니라 전기선, 전파, 케이블, 공기, 빛까지도 모두 전달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음과 양이라는 두 개의 기호에 모든 사물을 포괄 ․ 귀속시키는 음양설에 따르면 만물에는 두 가지 상태가 있으므로,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할 수 있다. 셋째로 디지털 형태의 자료는 혼합되고 압축되며, 암호화될 수 있다. 넷째로, 디지털 자료는 컴퓨터에 의해서 처리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결국 디지털화 한다는 것은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역으로 컴퓨터가 바로 이렇게 엄청난 성능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디지털 형식으로 자료를 처리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오늘날 컴퓨터의 기본 단위라고 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는 부울(George Boole)의 부울 대수학(Boolean algibra)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George Boole, The Mathematical Analysis of Logic: Being an Essay Towards a Calculus of Deductive Reasoning, 1847.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것이 1947년이니까 발상의 전환 이후 100년이 걸린 셈이다. 이렇게 디지털 형태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변환하겠다는 약속이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약속은 흔히 표준(standard) 이라고 불리고 형식(format)이라고도 불린다. 표준이나 형식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도 있고 제도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표준이나 형식이 존재해야지만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디지털이라는 기술의 근저에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약속이 존재하는 것이다. 기술은 본질적으로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가 변하기 위해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먼저 변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바로 디지털이라는 기술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러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약속은 그것이 약속이기 때문에 약속을 추가함으로써, 예를 들어 혼합비트, 압축비트, 암호비트 등 비트의 비트를 계속 덧붙임으로써,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 정보혁명의 두 번째 요소는 네트워크(network)이다. 네트워크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인다. 넓은 의미에서는 정보사용자(발신자 및 수신자)와 정보전달체계 전체를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좁은 의미에서는 정보전달체계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리눅스 사용자들의 네트워크’라고 할 때에는 전자의 의미에 가깝고, ‘방송망’, ‘통신망’ 등이라고 할 때에는 후자의 의미에 가깝다. 정보전달체계는 정보를 전달하는 경로(channel, link)와 노드(node, switch) 및 그 작용에 대한 통제(control)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드는 경로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필요한 장치이다. 네트워크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정보전달에 관한 약속이 미리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모스 부호와 같이 신호의 의미를 미리 정해둔다든지, 자기의 말이 끝나면 ‘오버’ 등의 말을 끝에 덧붙여 자기 말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등의 약속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람들 사이의 통신에 관한 약속을 일반적으로 통신규약(protocol)이라고 부른다. 인터넷은 TCP/IP(Transmission Control Protocol/Internet Protocol)라는 프로토콜에 입각해서 전 세계의 컴퓨터들을 연결한 네트워크로 정의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정보혁명의 두 번째 요소인 네트워크의 경우에서도 그 기술의 근본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약속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흔히 네트워크에서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혹은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말해서 “재화의 가치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에 의존할 때” 발생하는 효과로 정의된다. Hal R. Varian, "Market Structure in the Network age," in Erik Brynjolfsson/Brian Kahin, eds., Understanding the Digital Economy: Data, Tools, and Research, MIT Press, 2000, p. 143. 이메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질수록 이메일의 가치가 늘어나는 것이 좋은 예이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서술 중에서 가치라고 하는 것은 앞뒤 맥락으로 보아 소비자에 대한 가치, 혹은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를 말하는 것이므로 정치경제학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가치가 아니라 사용가치에 해당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네트워크효과를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날수록 네트워크의 사용가치가 증가하는 효과”로 정의하려고 한다. 네트워크효과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효과가 합해져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콘텐츠효과(contents effect)가 있다. 콘텐츠효과란 접속자가 늘어나면 정보의 양과 질이 늘어남으로써 사용가치가 커지는 효과이다. 네트워크에 한 명의 접속자가 늘어나면 정보소비자뿐만 아니라 정보생산자가 한 명 늘어나므로 콘텐츠도 그만큼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효과는 대략 접속자의 수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접속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의사소통 경로가 늘어나서 네트워크의 사용가치가 커지는 효과가 있다. 이것을 경로효과(channel effect)라고 불러 보자. n명의 접속자 사이에 전달자를 사용하지 않는 직접적인 의사소통 경로는 개를 만들 수 있으므로, 접속자의 수가 커질 때 경로효과를 통한 사용가치는 접속자 수의 제곱에 비례해서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흔히 네트워크의 가치는 접속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법칙을 멧칼페(Metcalfe)의 법칙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멧칼페의 법칙은 바로 이러한 경로효과를 고려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는 네트워크 내에서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사용가치가 증가하는 공동체효과(community effect)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디지털과 네트워크라는 정보혁명의 두 가지 요소는 인간 관계에서 출현한 것일 뿐 거기에는 한 점의 신비스러움도 없다.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면 어떨까? “비트는 냄새도 색깔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비트로부터 냄새를 맡고 색깔을 구별할 수 있다. 사람들이 냄새를 맡고 색깔을 구별하는 방법에 관하여 약속을 하였기 때문이다.” 정보혁명의 창세기는 “태초에 약속이 있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정보혁명과 가치관계 정보상품의 가치 정보상품 중에서는 첫 단위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다음 단위부터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것들이 있다. 주류경제학의 용어를 빌리면, 고정비용은 매우 크고, 한계비용은 0에 가까운 상품을 말한다. 소프트웨어라든지 CD에 담겨진 음악이라든지 DVD에 담겨진 영화 같은 것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보다 일반적으로, 디지털화된 정보상품은 거의 모두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상품에 대해서는 노동가치론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정보상품을 추가로 생산하는 데 아무런 노동도 들지 않는데, 어떻게 노동가치론이 적용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류동민,「 디지털 네트워크경제의 특성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노동가치론연구회 워킹페이퍼』, 2000. 투하노동이 0인 경우, 즉 한계비용이 0인 경우를 생각하여 보자. 이 경우에는 주류경제학에 따르더라도 가격이 0이 된다. 경쟁시장에서는 한계생산비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동가치가 0인 상품의 가격이 0이 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상품의 가격이 0으로 되는 것은 단기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가격이 0인 상태가 장기간 계속된다면 그 정보상품은 정상적으로 재생산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자본이 그 분야에서 떠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치법칙은 재생산비용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가치대로 판매되면 그 상품이 정상적으로 재생산되어야 한다. 따라서 가치법칙대로 판매되는데도 정상적으로 재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다. 이 문제는 정보상품의 단위 개념을 바꿈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와 같은 정보상품은 상당히 많은 개발비를 들여서 하나의 버전(version)을 생산한다. 상당한 노동이 투하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한 한 버전의 여러 카피(copy)를 판매하는 것이다. 개발비를 제대로 회수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한 카피의 가격이 얼마냐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 카피의 가격에 판매량을 곱한 값이 얼마냐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렇게 분석해 보면, 정보상품은 카피가 단위가 아니라 버전을 단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보상품의 단위는 카피가 아니라 버전이다. 정보상품의 가치는 한 카피가 아니라 한 버전을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량이다. 하나의 버전의 가치가 여러 카피에 나누어서 실현되는 것이다. 정보상품의 가치가 제대로 실현이 될 것인지의 여부는 한 카피당 가격과 더불어 카피의 판매량에 달려 있다. 이와 같이 생각하면, 수요자가 적은 특용소프트웨어의 경우, 값이 비싸고 수요자가 많은 범용소프트웨어의 경우 값이 싼 것도 가치법칙 발현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버전의 가치가 제대로 실현된다면 그 정보상품은 정상적으로 재생산될 것이다. 이와 같이 버전을 단위로 보면 가치법칙을 정보상품에 적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보상품의 이윤 노동가치론이 정보상품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상들을 제대로 설명하여야 할 것이다. 더구나 그 동안 가치론 논쟁의 결론과 같이 노동가치론을 잉여가치에 의해서 이윤을 설명하려는 이론으로 규정하려고 한다면, 정보상품의 이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문제의 핵심은 노동가치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보상품의 막대한 이윤을 어떻게 설명하는가에 있다. 노동가치론에서는 가치를 초과하는 초과이윤의 원천으로서 세 가지 요소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요소가 특별잉여가치이고, 두 번째 요소가 지대이며, 세 번째 요소가 독점이윤이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정보상품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무차별하게 독점이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가치론에 따르면 독점이윤이란 “생산물의 가격이 생산가격이나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의 구매욕과 지불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을 가리킨다. Karl Marxl(1894), Capital, Vol. III; 김수행 역,『자본론』, 제3권, 비봉출판사, 1990, 953쪽. 이 부분은 가치가 생산된 것이 아니라, 다른 자본이나 소비자들로부터 가치가 이전되는 부분을 말한다. 모든 이윤을 독점이윤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정보혁명으로 인하여 경제 전체에서 이윤율이 높아지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독점이윤이란 한 부분의 잉여가치가 다른 부분으로 이전되어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보혁명이란 다른 부분의 잉여를 재분배하고 수탈하는 것에 불과한 기생적 성격을 가진 것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노동가치론에서는 정보상품의 가격과 가치 사이에 독점이윤이라는 성분뿐만 아니라 다른 성질의 가격 성분들이 함께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그것이 바로 지대와 특별잉여가치이다. 이 장에서 지대라고 하는 것은 차액지대를 의미한다. 절대지대는 자본주의적 토지소유 자체에서 발생하는 지대이므로 토지소유와 전혀 관계가 없는 정보상품의 경우에 절대지대가 포함되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별잉여가치와 지대는 모두 개별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차이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여기서는 가치와 생산가격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는 추상수준에서 논의하고 있다. 생산가격의 개념을 도입한다면, 지대란 개별비용가격과 일반비용가격의 차이(Karl Marxl(1894), Capital, Vol. III; 김수행 역,『자본론』, 제3권, 793-794쪽)라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특별잉여가치의 경우에는 “초과이윤의 원인이 자본 그것―자본사용량의 차이든 자본의 보다 능률적인 사용이든―에 내재하는 것이며 따라서 동일한 생산분야의 모든 자본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투하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같은 책, 796쪽. 반대로 지대의 경우에는 초과이윤의 원천이 “기계나 석탄 등등과 같이 노동이 생산할 수 있는 생산물과 결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토지의 특정한 자연조건과 결부되어 있는 것이다.” 같은 책, 797쪽. 물론 특별잉여가치의 경우에도 자연력을 이용할 수 있다. 마르크스는 증기기관을 처음 도입한 자본의 경우 증기력이라는 자연력을 이용한다고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같은 책, 797쪽. 그러나 이 때의 자연력은 동일한 생산분야의 모든 자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이다. 지대의 경우에는 자연력의 독점에서 발생한다. 이와 같이 개별 자본이 가진 우월한 생산성의 원천이 자본 자체(노동력을 포함하여)에 있느냐 자본 바깥에 있느냐에 따라서 특별잉여가치와 지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독점과 달리, 특별잉여가치와 지대는 모두 가치법칙에 따라서 교환이 된다. 특별잉여가치의 경우에는 다른 자본이 아직 그만한 생산력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가 저하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지대의 경우에는 다른 자본이 그만큼 유리한 생산조건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가 개별가치 수준으로 낮아질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잉여가치와 지대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것은 동태적인 과정에서의 차이이다. 특별잉여가치는 시간이 지나면 점차 소멸한다. 다른 자본이 똑같은 생산방법을 도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대의 경우에는 시간이 간다고 소멸하지 않는다. 다른 자본이 똑같은 생산조건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말이지만, 특별잉여가치의 경우에는 자본 간의 경쟁에 의해서 사회적 가치가 점점 낮아지지만, 지대의 경우에는 사회적 가치가 낮아지지 않는다. 특별잉여가치는 사회적 가치를 낮추어 사회적 생산력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지만, 지대의 경우에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특별잉여가치는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지대는 허위의 사회적 가치(가공의 사회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Karl Marxl(1894), Capital, Vol. III; 김수행 역,『자본론』, 제3권. 허위의 사회적 가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도 있다. 비옥도가 높은 토지에서는 5시간에 쌀 한 가마가 생산되고, 열등한 토지에서는 10시간에 쌀 한 가마가 생산된다고 가정해 보자. 사회적인 쌀 수요가 두 가마라고 가정한다. 이 때 토지가 사적으로 소유되어 있다면 열등한 토지의 재생산비를 보장해 주어야 하므로 쌀 한 가마는 10시간의 가치를 가지게 되고, 우등지에서는 5시간의 지대가 발생하게 된다. 사회 전체로 보면 쌀 두 가마에 대하여 20시간의 노동을 지불하게 된다. 그러나 토지를 사회 전체가 공유하고 있다면 20시간이 아니라 15시간의 노동만 지불하면 두 가마의 쌀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두 경우를 비교하여 보면 5시간의 노동은 가치이기는 하지만, 허위의 가치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또 하나 지대와 관련하여 유의할 점이 있다. 그것은 지대를 농업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으로 좁게 한정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르크스의 경우에는 지대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면서 공업에서의 지대를 예로 들고 있다. 폭포 근처에 위치한 공장은 에너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대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책. 또한 일상생활에서는 상업에서의 지대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 중심부에 가게를 열면 손님이 많이 와서 다른 곳에 위치한 가게보다 초과이윤을 획득할 수 있다. 이러한 초과이윤은 곧 지대로 전환될 것이다. 상업에서의 지대를 생각해 보면 생산비가 절약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판매량이 증가하는 경우에도 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대는 주택임대와 같이 소비행위를 매개로 하여 발생하는 지대를 포함시킬 수 있다. 소비를 매개로 한 지대는 자본의 힘으로 재생산하기 힘든 공간적, 사회적, 문화적 이유로 소비자에게 더 많은 사용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때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지대는, 일반적으로 말해서, 자본의 생산력과 관계가 없는, 따라서 자본의 힘으로 재생산하기 힘든 조건으로 인하여 초과이윤을 획득할 수 있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조금 뒤에 살펴보겠지만, 자본에 의해서 절대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할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은 잘 존재하지 않는다. 바다에서도 쌀을 재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조건을 만드는 데에 많은 비용이 든다면, 처음부터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 자본에 비해서 불리한 조건에 놓이게 될 것이고, 지대가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정보상품의 경우 발생하는 지대의 전형적인 예로서는 네트워크 효과로부터 발생하는 지대를 들 수 있다. 큰 네트워크의 소유자는 작은 네트워크의 소유자에 비하여 초과이윤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앞에서 정의한 바에 따르면, 이와 같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서 발생하는 초과이윤은 지대의 일종이 된다. 네트워크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지대가 높아지는 것은 도시 중심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록 땅값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 다른 지대의 하나로서 브랜드 효과(brand effect)를 들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브랜드 효과를 ‘동질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브랜드로 인하여 평균적인 시장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거나 더 많이 판매되어 수익이 증가하는 효과’로 정의해 보려고 한다. 자본의 생산력과는 상관없이 소비자가 부여하는 속성 때문에 높은 수익을 올리는 부분이 있다면 그만큼은 지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브랜드 효과는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며, 다른 자본과의 경쟁의 결과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변할 것이다. 그러나 한번 형성된 브랜드 효과는 상당한 기간 동안 유지되는 것이 보통이며, 브랜드의 명성이 유지되는 한 비옥한 땅에서 농사를 짓거나 도시중심부에 가게를 차린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대수익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네트워크 효과와 브랜드 효과는 소비자들의 주목(attention)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네트워크 효과는 소비자들이 네트워크에 많이 접속함으로써 생기는 효과인데, 소비자들이 많이 접속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어야 한다. 인터넷 쇼핑몰의 예를 들자면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많은 쇼핑몰 중에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끄는 소수의 쇼핑몰만이 충분한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효과도 일단 소비자의 주목을 끌어야 나타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점에서 정보사회가 도래하면 정보의 풍요가 주목의 빈곤을 만든다고 주장하면서 주목의 경제학을 제창하는 사이먼(H. Simon)이나 골드하버 Michael H. Goldhaber, "The Attention Economy and the Net," First Monday, Vol. 4, No. 2, 1997. 등의 주장을 정치경제학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그것은 바로 정보혁명으로 인한 지대 형성의 조건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지대가 주로 비옥도와 위치에 의해서 형성된 데 반해서, 정보혁명으로 인한 지대는 주로 주목에 의해서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정보상품의 가격에는 이 세 가지 구성성분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판매하는 윈도우XP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윈도우의 가격에는 타 기업이 당장 모방하기 힘든 기술격차에서 발생하는 특별잉여가치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베타판이나 패치판을 유상으로 판매한다든지, 여러 가지 응용프로그램을 운영체제에 끼워팔고, API를 늦게 공개하거나 공개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자기 회사의 오피스를 지원하고,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란 운영체제에서 응용프로그램(application program)을 위하여 제공하는 함수를 말한다. 언어로 비유하자면, 윈도우에서 제공하는 단어라고 해 보면 어떨까? 윈도우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작용하는 응용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API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자기 회사의 오피스 개발자에게 API를 먼저 알려준다든지 아예 다른 개발자들에게는 알려 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오피스를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윈도우XP보다 먼저 출시된 오피스XP에는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윈도우XP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활용하는 부분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는 오피스XP는 앞으로 출시될 윈도우XP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선전을 하였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다른 회사의 오피스 프로그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프로그램과 경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개발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어휘가 1만 단어나 되는데, 다른 오피스 개발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어휘가 1천 단어에 불과하다면 누가 자기의 생각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겠는가? 바탕화면에서 경쟁 회사의 아이콘을 설치하지 않는 조건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배타적 거래를 강요하는 행위 등등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독점이윤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비싸더라도 윈도우를 구매하지 않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다 윈도우를 쓰고 있기 때문인데, 이것은 일종의 네트워크 효과로서 여기서부터 발생하는 초과수익은 지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정보상품의 이윤을 구성하는 세 구성 성분 사이의 구분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이다. 구체적인 정보상품의 이윤 중에서 어디까지가 독점이윤이고 어디까지가 지대이며 어디까지가 특별잉여가치인지를 밝히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론적 정책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구분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식노동과 보통노동: 지식기반경제에 대한 비판 지식노동과 보통노동: 지식기반경제에 대한 함의 사슴과 해리라는 노동가치론의 가장 단순한 모형을 검토함으로써 가치법칙의 형성과정과 의미에 대해서 살펴 보려고 한다. 이 글에서는 간단한 사슴과 해리의 모형에 기초해서 논의를 전개시키지만, 단순상품생산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생산을 전제로 한다. 다만, 가치 차원의 추상수준에서 논의를 전개할 것이므로 평균이윤율이 성립되어 가치가 생산가격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평균이윤율을 고려하여 생산가격대로 교환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가치법칙이나 이 논문의 주요한 결론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먼저 단순한 유통과정에서는 잉여가치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사실부터 확인해 보자. 마르크스는 이 문제에 대하여 여러 가지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Karl Marx(1867), Capital, Vol. I; 김수행 역,『자본론』, 제1권, 비봉출판사, 1994, 제5장. 우선 상인들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으로는 잉여가치가 생기지 않는다. 모든 상인이 100원의 가치가 있는 것을 110원에 판다고 하면, 상품을 판매할 때에는 10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구매할 때에는 10원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판매자로서는 이득을 보지만 구매자로서는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판매는 하지 않고 구매만 하는 계급의 존재를 가정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만약 어떤 상인이 40원의 가치를 가진 물건을 50원에 속여서 팔았다면, 다른 상인은 50원의 가치를 가진 상품을 40원에 판 것이므로 총가치는 90원으로 변화가 없고, 다만 가치의 배분만이 달라진 것이다. 만약 등가물끼리 서로 교환된다면 아무런 잉여가치도 발생하지 않으며, 또 비등가물끼리 서로 교환된다고 하더라도 잉여가치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유통 즉 상품교환은 아무런 가치도 창조하지 않는 것이다. 같은 책, 205쪽. 이 예를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도 있다. 만약 A 장소에서는 사슴을 100원에 파는데, B 장소에서는 110원에 판다고 해 보자. 논의를 단순하게 하기 위하여 운송비나 보관비는 들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그렇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겠는가? A 장소에서 100원에 사슴을 사서 B장소에서 110원에 팔면 10원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위를 하는 사람은 단순한 유통을 통해서 10원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행위를 유통을 통한 재정거래(裁定, arbitrage)라고 할 수 있다. 재정거래란, 노동가치론의 맥락에서는, 노동을 제공하지 않고서도 혹은 제공한 노동 이상으로 가치를 획득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재정거래를 흔히 차익거래라고도 부르는데, 두 종류의 증권 시장에서 (내재)가치가 같은 증권의 가격이 서로 다를 때에 그 증권을 반대로 매매함으로써 위험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차익을 얻는 거래를 말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손쉬운 재정거래를 통하여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누구나 다 이러한 재정거래를 하려고 할 것이다. 그 결과 A 장소에서는 누구나 사슴을 사려고 하니까 사슴 값이 점점 올라가게 되고 B 장소에서는 누구나 다 사슴을 팔려고 하니까 사슴 값이 점점 내려가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계속되어 결국 A 장소와 B 장소에서 사슴의 가격은 같아지게 된다. 그리고 재정거래의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두 지역에서 사슴 값이 같아지면 유통을 통한 이득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된다. 흔히 이러한 조건을 무재정조건(no arbitrage condition)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보면 유통을 통한 재정거래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물일가의 법칙이 성립하고, 유통 영역에서 무재정조건이 충족되면 유통과정에서 잉여가치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사슴의 가격이 왜 200원이나 300원이 아니라 100원이 되었는가라는 문제, 즉 가치대로의 교환을 설명해 보기로 하자.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생산을 명시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사슴을 잡는 데는 5시간의 노동이 필요하고 해리를 잡는 데는 10시간의 노동이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사람들이 해리보다는 사슴을 더 좋아해서 사슴 한 마리와 해리 한 마리가 1:1로 교환되고 있다고 한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 것인가? 5시간 걸려서 사슴 한 마리를 잡고 그것을 가지고 시장에 가서 해리 한 마리와 교환하는 사람은 10시간 걸려서 해리 한 마리를 잡는 사람에 비해서 5시간의 노동만큼 이득을 보게 된다. 이것은 생산을 통한 재정 거래라고 부를 수 있다. 누구나 다 위와 같은 생산을 통한 재정거래를 하려고 하므로 시장에서 사슴의 공급은 증가하여 그 값이 점점 싸지게 되고 해리의 공급은 감소하여 그 값이 점점 비싸지게 된다. 결국에는 재정거래의 가능성은 사라져 버리고 사슴과 해리가 2:1의 비율로 교환될 것이다. 지금까지 분석을 통해서 시장에서 왜 사슴과 해리가 가치대로 교환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이 글에서는 평균이윤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평균이윤이 문제의 본질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가치대로 교환되지 않는 경우에는 생산을 통한 재정거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가치법칙은 추상적인 법칙이 아니라, 사람들의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을 통해서 시장에서 관철되는 법칙인 것이다. 추상적 인간노동(abstract human labour)이 가치실체라는 명제의 의미에 대해서도 재정거래라는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다. 추상적 인간노동이란 “형태가 없는 동일한 실체, 동질적인 인간노동의 단순한 응고물, 지출형태와 관계없이 지출된 인간노동력의 단순한 응고물” Karl Marx(1867), Capital, Vol. I; 김수행 역,『자본론』, 제1권, 47쪽. 을 의미한다. 즉 그것은 구체적인 측면을 사상(捨象)해 버린 노동을 의미한다. 여기서 구체적 측면을 사상한다는 말은 단순하게 사고 상에서 사상한다는 뜻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노동력이 생산의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노동의 구체적인 측면이 사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생산 분야 사이의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은 생산을 통한 재정거래를 보장해준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생산을 통한 재정거래를 통하여 가치대로의 교환이 관철되는 것이라면, 바로 생산을 통한 재정거래를 통해서 추상적 인간노동이 가치실체가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논의의 편의상 재정거래를 함으로써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태를 재정조건(arbitrage condition)이 충족되는 상태라고 부르기로 하자. 즉 재정조건이 충족된다는 말은 유통이나 생산을 통한 재정거래를 함으로써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재정조건이 충족된다고 해서 재정거래가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슴을 잡는 것이 분명히 이득이 되지만, 특허나 저작권과 같은 법률에 의해서 사슴을 잡는 행위가 금지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사슴과 해리를 가치대로 교환되게 만드는 힘이 더 이상 작용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 재정거래가 불가능한 경우를 기술적(내부적), 외부적, 제도적 불가능성으로 구분해 보기로 하자. 기술적 불가능성이란 재정거래를 할 수 있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 재정거래가 불가능한 경우를 말하며, 내부적 불가능성이라고 할 수도 있다. 외부적 불가능성이란 자본의 힘으로 단기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외부적 요인, 즉 비옥도와 같은 자연적 조건이나 위치나 소비자들의 주목과 같은 인공적 조건의 차이로 인하여 재정거래가 불가능한 경우를 말한다. 제도적 불가능성이란 법률이나 시장조직과 같은 제도적 요인에 의해서 재정거래가 방해를 받는 상태를 말한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하여 보자. 유통과정이나 생산과정에서 재정거래가 기술적, 외부적, 제도적으로도 가능하면서 재정조건이 더 이상 충족되지 않아서 재정거래를 할 필요가 없을 때에 가치법칙이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가치법칙이란 말은 가치대로의 교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앞에서도 이야기하였듯이 전형과정을 고려하면 가치가 아니라 생산가격을 기준으로 교환되므로, 일반적으로 가치법칙이라고 할 때에는 가치대로의 교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경우가 가치법칙이 성립되는 유일한 경우는 아니다. 다음 절에서 논의를 계속하여 보자. 이 절에서는 지식노동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 동안 정치경제학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던 특별잉여가치, 지대, 독점과 불평등교환이라는 개념들을 재정거래라는 관점에서 검토해 보려고 한다. 이제 불평등교환(unequal exchange)이라는 개념을 추가적으로 도입해 보자. 이 개념은 국제가치론논쟁에서 확립된 것으로서 처음에는 부등가교환을 불평등교환이라고 생각하였다. 부등가교환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에마뉴엘(Arghiri Emmanuel, Un- equal exchange; a study of the imperialism of trade, [With additional comments by Charles Bettelheim], tr. Brian Pearce, Monthly Review Press, 1972)은 생산가격을 통한 잉여의 이전을 넓은 의미에서의 부등가교환이라고 불렀고, 임금격차로 인한 잉여의 이전을 진정한 의미에서의 부등가교환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보다 정확하게 정의하기 위해서 또 다른 종류의 재정거래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숙련노동과 비숙련노동, 혹은 지식노동과 보통노동이 존재할 경우에 한 종류의 노동 대신 다른 종류의 노동을 투입함으로써 이득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사슴을 생산하는 분야에서 숙련노동이 가치 이하로 거래된다면 자본가는 비숙련노동을 숙련노동으로 대체함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글에서 다루는 노동투입을 통한 재정거래의 주체는 자본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거래가 일어나서 특정한 형태의 노동, 예를 들어 숙련노동에 대한 보수가 상승하면 노동자들이 스스로 교육이나 훈련에 투자하는 재정거래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와 같은 노동투입의 대체 행위도 일종의 재정거래라고 할 수 있다. 노동투입의 대체를 통한 재정거래라는 관점에서 불평등교환을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는 노동투입의 전환을 통한 재정거래가 외부적,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를 불평등교환이라고 정의하려고 한다. 지대의 경우에는 재정거래가 외부적 요인, 즉 자본 외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평등교환이라고 규정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네 가지 경우로 나누어 표로 나타내면 다음의 <표 1>과 같이 될 것이다. 경쟁 독점 특별잉여가치 지대 재정거래 가능 제도적으로 불가능 기술적으로 불가능 외부적으로 불가능 가치법칙 등가교환 부등가교환 등가교환 등가교환 평등교환 평등교환 불평등교환 평등교환 불평등교환 <표 1> 사슴과 해리의 모형을 활용하여 지식노동이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여 보기로 하자. 예를 들어 해리 잡는 노동자들 일부가 10시간이 아니라 5시간에 해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5시간에 해리를 잡을 수 있는 노동은 지식노동이고, 종전대로 10시간에 해리를 잡을 수 있는 노동은 보통노동이라고 해 보자. 이러한 지식노동이 등장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이것은 지식노동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어떤 종류의 지식이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경우로 나누어서 분석을 해보자. 지식노동자가 가진 지식이 모방가능한 지식이지만, 모방하기 위해서는 지식을 창출하는 것과 동일한 양의 노동이 필요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즉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의도적인 학습이 필요하며, 자본가들의 입장에서는 지식노동자로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을 교육해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500시간의 교육을 받으면 지식노동이 되어 해리 100마리를 5시간에 잡을 수 있게 된다면, 100마리를 1000시간에 잡으나 500시간 지식을 습득하고 500시간에 잡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하였지만, 평균이윤율 문제는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사슴과 해리는 옛날과 같이 2:1의 비율로 교환된다. 5시간의 지식노동의 생산물과 10시간의 보통노동의 산출물이 1:1의 비율로 교환되며 지식노동 1시간은 보통노동 2시간의 가치를 창출해낸다. 이것은 재정거래가 기술적으로도 가능하고 외부적 제도적으로 가능하지만, 재정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태이므로 평등교환 상태이고 가치법칙이 성립하는 상태이다. 이 경우는 “생산물의 보다 큰 가치는 그러한 재능을 얻는 데 지출된 시간과 노동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에 불과할 것이다.” Adam Smith(1776), The Wealth of Nations, 김수행 역,『국부론』, 53쪽. 다음으로 지식노동자의 지식이 모방가능한 지식이며, 모방을 위해서 아무런 추가적인 노동도 투하할 필요가 없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해리에 대한 지식을 처음으로 발견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들지만 해리의 습성이 다 같아서 한번 그 지식이 발견되면 다른 사람들은 단지 그 지식을 활용하기만 하면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노동투입의 전환을 통한 재정행위가 즉각 일어나서 모든 노동자가 지식노동자로 전환될 것이다. 그러나 이 지식은 아무런 가치도 창출하지 못한다. 해리의 가치가 반으로 떨어지며, 사슴과 해리는 1:1로 교환될 것이다. 이것은 등가교환이며 평등교환이다. 폐쇄경제를 가정하고, 해리의 수요가 일정하다면 지식노동자(해리 노동자)의 절반은 실업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해리의 가치가 떨어져서 해리의 수요가 증가하거나 새로운 산업이 등장한다면 오히려 고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 B의 경우와 같이 지식을 창출하여도 다른 사람들이 아무 비용 없이 즉각 그 지식을 모방할 수 있다면 그 지식으로부터 아무런 경제적 이득도 얻을 수 없다. 이런 경우 지식을 창출한 사람은 특허와 같은 지적재산권 제도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이 그 지식을 활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해리를 생산하는 일부 지식노동자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고, 또한 똑같은 지식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지적재산권법에 의해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생산이나 노동투입의 대체를 통한 재정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에는 사슴과 해리의 교환비율은 여전히 2:1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재정 행위의 기술적, 경제적 가능성은 있지만, 제도적 가능성이 막혀 있는 경우이므로 등가교환이 아니라, 독점 가격에 따른 교환이다. 보통노동과 지식노동은 불평등하게 교환된다. 불평등한 상태는 시장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보장된다. 다음으로 지식노동자들의 지식이 고도한 수준의 노하우(know- how) 형태로 숨겨져 있어서 보통노동자들이 그 지식을 습득할 수 없지만, 그러한 지식은 경험학습 형태로 습득된 것이어서 지식노동자의 관점에서는 그 지식을 학습하는 데 아무런 추가적인 노동이 투입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에는 노동투입의 전환을 통한 재정거래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지식노동자가 5시간 걸려서 해리를 잡는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보통노동자는 10시간 걸려서 해리를 잡을 수밖에 없다. 해리와 사슴의 교환비율은 여전히 2:1로 유지되고, 지식노동자가 5시간 걸려서 잡은 해리는 보통노동자가 10시간 걸려서 잡은 해리와 같은 가치를 가지게 된다. 지식노동은 5시간만큼 특별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특별잉여가치이다. 지식노동은 보통노동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다. 가치대로의 교환이면서 특별잉여가치가 발생하지만, 불평등교환은 아니다. 이 경우가 A와 다른 점은 A의 경우는 지식노동이 두 배로 많은 가치를 창출하더라도 지식노동에 투입된 노동량이 두 배이므로 등노동량교환이지만, 지금의 경우에는 지식노동에 추가로 투입된 노동이 없으므로 부등노동량교환이라는 것이다. 지식노동자의 지식이 고도한 지식은 아니지만 외부적 조건으로 인하여 모방이 불가능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폭포 같은 특수한 자연조건을 활용하여 해리를 잡으면 5시간에 잡을 수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에도 재정거래는 불가능하다. 보통노동자는 지식노동자처럼 5시간에 해리를 잡을 수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폭포가 없기 때문에 그 지식을 활용할 수 없는 상태이다. 사슴과 해리의 교환비율은 여전히 2:1로서, 등가교환이다. 지식노동자의 5시간 노동은 10시간의 가치를 가진다. 그러나 이 초과이윤은 특별잉여가치가 아니라 지대이다. 이것은 외부적 조건으로 재정거래가 불가능한 경우이므로 불평등교환을 의미한다. 지식의 가장 일반적인 동학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지식이 노하우 같은 형태로 숨겨져 있지만 점차 확산되어 다른 보통노동자들도 하나둘씩 그 지식을 습득하게 되고 마침내 모든 노동자가 그 지식을 습득하게 되는 경우이다. 처음에는 D의 경우에서 보듯이 지식노동자는 특별잉여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지식이 확산되어 가고 많은 노동자가 지식노동자로 전환되어감에 따라 재정거래가 점점 활발하게 일어난다. 재정거래가 계속되면 해리의 가치는 점점 하락하지 않을 수 없고, 마침내 모든 노동자들이 다 지식노동자가 되면 해리의 가치는 5시간으로 감소하게 된다. 지식노동은 일시적으로만 특별잉여가치를 창출한다. 이것이 앞에서 살펴본 D의 경우와 다른 점이다. 모든 노동이 지식노동으로 전환되고 나면 특별잉여가치는 사라지지만 상대적 잉여가치가 형성된다. 이상의 여섯 가지 경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들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어떤 경우에도 지식은 더 많은 사용가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해리 잡는 지식이 늘어나면 해리 생산량은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 둘째, 지식을 창출하거나 활용한다고 해도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지 못할 수 있다. A나 B의 경우에는 아무런 이득이 없으며, F의 경우에는 이득이 일시적이다. 셋째, 지식노동이 보통노동에 비해서 항상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특별잉여가치나 지대가 창출되어 가치총량이 증가하는 경우는 D와 E 두 가지 경우뿐이다. F의 경우에는 일시적으로만 특별잉여가치가 창출된다. 넷째, 지식을 창출한 자본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경우는 지식의 확산이 기술적, 외부적,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뿐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지식은 독점을 할 때에만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C, D, E, F의 경우에는 모두 지식의 확산이 막혀 있다. 지식을 통하여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은 지식의 수준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수준에 격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지식을 창출한 자본이 이득을 보는 경우에는 특별잉여가치가 생산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평등교환이다. 여섯째, 한 분야의 지식은 결과적으로 그것을 창출한 자본에게는 아무런 직접적인 이득을 주지 못하는 경우에도, 상대적 잉여가치를 증대시킴으로써 자본가 계급 전체에게 이득을 줄 수 있다. 흔히 지식을 노동이나 자본에 대비시키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관행이다. 지식은 궁극적으로 인식의 주체인 인간과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 지식은 하드웨어 형태이든, 소프트웨어 형태이든 웨트웨어 형태든 모두 인간 노동의 산물이거나 인간의 노동 속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지식은 인간의 노동과 대립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 자체의 속성을 말하는 것이다. 흔히 인간적인 노동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을 구상과 실행의 통일 Harry Braverman, Labour and Monopoly Capital; 강남훈/이한주 역,『노동과 독점자본』. 에서 찾는데, 이것은 바로 지식과 노동이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오늘날 소프트웨어나 컨설팅 같은 형태로 지식 자체가 상품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지만, 그 경우에도 상품화된 지식은 인간 노동의 산물이다. 다음으로 지식은 그 자체로서 항상 보다 많은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식노동이 보통노동 이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경우는 지식노동 이외에 보통노동이 존재하거나 다른 지식노동이 지식을 모방할 수 없을 때뿐이다. 지식은 지식격차가 있는 경우에만 보다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특별잉여가치의 경우처럼 일시적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능력은 얼마 안 가 사라져 버린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식의 확산을 막는 것이 지식소유자의 결정적인 이해관계가 된다. 이와 같이 지식기반경제는 점점 불평등한 교환을 만들어내는 경향을 가진다. 두 번째로 지식기반경제에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경제법칙이 적용된다는 주장에 대해서 살펴보자. 지식에 의해서 수확체증 현상이 나타나든지 수확체감 현상이 저지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른 경제법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주장은 가치와 사용가치를 구분하지 않고 혼동하고 있다. 여기서 가치와 사용가치의 혼동이란, 가치는 그 실체가 노동이지만 항상 화폐형태로 표현되는 것이므로, 화폐적인 측면과 실물적인 측면의 혼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식노동의 등장으로 인해서 해리의 생산량이 많아지더라도 해리의 가치가 하락한다면 가치총량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게 된다. 해리를 생산하는 자본의 입장에서는 해리 생산량이 아니라 해리 생산을 통한 화폐적 이득(예를 들어, 해리의 가격×해리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90년대의 통계로 볼 때 지식산업의 생산물들은 다른 어떤 생산물보다도 가격이 더 급속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이러한 혼동은 특히 화폐를 명시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신성장이론모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신성장이론에 속하는 많은 연구에서는 생산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용가치 차원에서는 수확체증이 발생하더라도 가치차원에서는 수확체감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혼동은 매우 치명적인 혼동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은 사용가치를 획득하기 위하여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이윤)를 획득하기 위해서 운동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지식노동자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지식산업의 비중이 점점 증가한다는 주장은 타당한 주장이다. 오늘날의 노동자는 과거의 노동자에 비하면 모두 다 지식노동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오늘날의 지식노동자들이 모두 과거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점점 많은 노동자들이 지식노동자가 되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미국의 통계를 보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Businessweek, 2000. 2. 14. 등을 참조 이것은 지식노동은 다른 노동과 격차가 있을 때에만 보다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하는 분석과 일맥상통하는 현상이다. 정보혁명과 공황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정보혁명 신자유주의 정치경제학에서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신자유주의라고 규정할 때 그것은 대략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경향이나 정책, 혹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를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첫째는 시장의 확대와 국가의 축소 경향이다. 상품의 양이 증가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용가치가 상품으로 공급되고, 국가의 규제가 사라지고 국영기업은 민영화되며, 국가의 기능은 최소화된다. 시장에서의 자유가 증대하고, 시장의 규율이 지배적이 된다. 둘째는 금융주도 경향이다. 금융자유화가 진전되어 파생상품을 포함하여 다양한 금융상품이 생겨나며, 금융자본이 자본분파 중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고, 주식 소유가 부의 가장 중요한 보유 형태가 되며, 금융소득이 소득의 주요한 원천으로 떠오른다. 셋째는 세계화 경향이다. 무역, 직접투자, 포트폴리오 투자 등의 형태로 국경을 넘나드는 상품과 자본이 증대하고, 노동과 자본의 국가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며, 기업과 시장의 규모가 전세계적인 규모로 증가한다. 초강대국인 미국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국제적 조절이 강화되면서 국가적 조절은 축소된다. 신자유주의를 자본주의 발전의 한 단계라고 한다면 그것을 어떤 이론적 입장에서 파악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이 글에서는 축적체제와 조절양식이라는 조절이론(regulation theory)의 두 가지 개념을 활용하여 신자유주의를 파악해 보려고 한다. 정보혁명은 진공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라는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현대자본주의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요소가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포드주의 조절이론에서는 19세기 이후 자본주의 역사에서 두 가지 축적체제를 발견하였다. 하나는 19세기 중반에서 제1차 세계대전 사이의 외연적 축적체제(extensive regime of accumulation)이고, 다른 하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대 사이의 포드주의적 축적체제(Fordist regime of accumulation)라고도 불리는 내포적 축적체제(intensive regime of accumulation)이다. 외연적 축적체제에서는 가혹한 노동 조건과 낮은 임금으로 높은 잉여가치율을 유지함으로써 이윤율의 하락을 방지하였다. 소비는 노동자들의 소득에 의해서가 아니라, 식민지나 개척지의 확대로 충당되었다. 내포적 축적체제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지불하였지만, 그 임금의 상승이 소비재 생산부문의 생산성 증가 범위 이내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잉여가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생산재 생산부문의 생산성 증가로 인하여 자본의 기술구성이 증가하더라도 가치구성이 높아지지 않았다. 이 두 가지 조건이 결합됨으로써 이윤율 저하에 반작용하는 힘이 구조적으로 보장되었던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소비재 생산부문의 생산성 증가로 인한 소비재 생산량의 증대는 노동자들의 높은 임금에 의한 구매력의 확대로 수요되었다. Alain Lipietz, "Behind the Crisis: the Exhaustion of a Regime of Accumulation. A 'Regulation School' Perspective on Some French Empirical Works," Review of Radical Political Economy, Vol. 18, No. 2, 1986. 생산과 소비 사이의 균형이 식민지의 외연적 확장에 의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소득 증대에 의해서 충족되었기 때문에 내포적 축적체제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배제적 축적체제 생산 방법 포드주의적 축적체제의 특징이었던 대량생산(mass production) 방법이 대량맞춤생산(mass customization) 방법으로 변하고 있다. 대량맞춤생산은 획일적이고 표준적인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던 대량생산체제를 변화시켜 기본적으로 대량생산방법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하여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수요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대량맞춤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운동 과정 전체가 변해야 한다. 먼저 소비자의 주문을 받거나 선호를 파악하여 생산을 지시하는 과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을 위하여 CALS (commerce at the light speed), 식품, 잡화 산업에서는 효율적 소비자 반응(efficient consumer response), 의류산업에서 신속반응(quick response) 등의 기술이 개발되었다. B2B(business to business), B2C(business to consumer) 전자상거래가 급증하고 있으며, 경매(판매자 주도 경매), 역경매(구매자 주도 경매), 공동구매 등의 방법이 사용되고 있고, 소비자를 위하여 가격을 비교해 주거나 물건을 추천해주는 로봇(robot)이나 대리인(agent) 프로그램들이 인터넷을 돌아다니고 있다. 다음으로 원료와 부품을 조달하는 구매과정이 혁신되어야 한다. 일찍이 자동차 산업에서는 적기생산(just-in-time) 방법이 사용되었고, B2B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와 전자시장(e-marketplace)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들은 물류센터를 건설하고,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기술을 도입하면서 점점 통합되고 있다. 생산과정은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유연생산체제(FMS: flexible manufacturing system)로 바뀌어야 한다. 여기에는 컴퓨터를 활용한 CAD(computer aided design),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CAM(computer aided manufacturing) 등의 기술이 함께 사용되고 있고 점차 CIM (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의 개념으로 통합되고 있으며, 유연생산체제는 유연생산판매체제(FMMS: flexible manufac- turing and marketing system)로 나아가고 있다. 대량맞춤생산에 따라 노동자의 구성과 직무가 달라지게 되면 기업의 조직도 변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기업은 위계적(hierarchy)인 조직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표준화된 제품의 생산에 적합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량맞춤생산에서는 피콧 등의 주장처럼, 전략적 네트워크(strategic network) 형태나 모듈(module) 형태 등이 기업의 적합한 조직 형태가 된다. Arnold Picot/Ralf Reichwald/Rolf T. Wigand, Die Grenzlosen Unternehmung, 1998; 宮城 徹 譯,『情報時代の 企業管理の 敎科書』, 稅務經理協會, 188쪽. 대량맞춤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노동과정도 변화하여야 한다. 노동자들이 유연한 생산방법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한 노동자가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지고 다품종을 생산할 수 있도록 숙련되어야 한다. 유연전문화(flexible specialization)가 추구되고, 노동자가 다기능을 가지게 되며, 지식노동자로 바뀌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배제적 형태로 고착된 이유들 첫째로,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노동자를 지식노동자로 만드는 데에는 비용이 많이 들 것이다. 만약 일부의 지식노동자들에게만 전문적이고 복잡한 업무를 맡기고 나머지 보통노동자들에게는 단순한 업무만 맡겨도 유연생산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비용측면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로, 정보기술은 기계장치(하드웨어)나 그것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자체는 더 복잡하게 만들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노동은 단순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보통 노동자들은 과거보다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지식이나 숙련은 오히려 더 낮아지게 되는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아울러 똑똑해진 기계장치와 소프트웨어는 일반적으로 노동강도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셋째로, 정보기술은 비생산적 노동자를 축출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러한 노동자들을 실제로 축출했을 때에야 비로소 그 효과가 나타난다. 비생산적 노동이란 제도의 불완전성 혹은 정보의 부족이나 비대칭성 때문에 필요한 노동이다. 정보기술을 도입하면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놀랄 만큼 발전하기 때문에, 이러한 노동이 불필요하게 된다. 정보혁명은 비생산적 노동을 축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산업혁명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넷째로, 정보혁명은 실시간으로 기업의 업무를 원격 통제하고 조정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진정으로 세계화된 생산체제를 가능하게 한다. 세계적으로 원료가 가장 싼 곳에서 물자를 조달하고 임금이 가장 싼 곳에서 생산을 하게 되면 개별기업이나 개별작업장 단위에서 일반 노동자들을 포섭하여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보통노동자들은 국민경제나 지역경제 차원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후진적인 경제가 포함되어 있는 세계경제 차원에서 경쟁하여야 하므로 고용의 불안정과 노동조건의 악화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로 다수 노동자들의 고용은 불안정해지고, 노동강도가 증가하면서 노동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고용의 불안정은 세계 각국의 자료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1990년대에 노동시간이 증가하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용불안정은 정규직 노동자를 임시직 노동자로 대체하는 경우에도 발생하지만, 비생산적 노동자를 축출하는 데서도 발생한다. 나아가 기업의 핵심역량(core competence)만 남기고 나머지는 외부발주(outsourcing) 한다든지 극단적인 경우에는 분사(spin-off)해 버리고 하청계약(subcontracting)을 통해서 제조한다면, 보통노동자들의 고용은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다. 기업이 세계화함에 따라서 축적과정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은 국내의 산업예비군들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지구적인 산업예비군들과의 경쟁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주는 예가 나이키(Nike)이다. 나이키는 본사에서는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연구개발, 설계, 마케팅 등만을 담당하고 실제 생산은 하청공장과의 계약을 체결해서 행하는 ‘생산 없는 제조업(manufacturing without production)’을 실현하고 있다. 나이키는 현재 전 세계 51개 나라에서 736개의 공장과 하청계약을 맺고 있으며 모두 556,350명의 노동자가 나이키 하청공장에서 노동하고 있다.(http://www.nikebiz.com) 이러한 축적체제를 배제적 축적체제라고 부르려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특징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소수의 지식노동자만 축적체제 안으로 포섭하고 다수의 보통노동자는 불완전고용이나 실업의 형태로 배제해 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력의 재생산 내포적 축적체제에서는 비교적 높은 임금이 지불되어 노동자를 체제 내에 포섭하려고 하였다. 노동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음으로써 대량생산방법의 도입으로 반복적이고 강도가 높은 작업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노동조합 활동이 장려되고 단체교섭이 일상화되어 산업민주주의가 정착되었다. 그러나 배제적 축적체제에서는 임금구조가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소수의 지식노동자들에게만 고임금을 지불하고 다수의 보통노동자들에게는 임금 인상이 억제되어 임금격차가 커지고 있다.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축출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인상 요구를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또한 취업 중인 노동자들조차도 기업의 규모가 세계화되어 감에 따라 지구적 차원에서의 경쟁으로 인하여 임금인하압력이 강화되고 있다. 소득분배의 악화는 1990년대를 통하여 전세계적으로 확인되는 현상이다. 내포적 축적체제에서는 기본임금을 보장하면서 집단상여금 제도가 도입되었다. Michel Aglietta, A Theory of Capitalist Regulation: The U.S. Exprience; 성낙선 외 역,『자본주의 조절 이론』. 그러나 이제는 임금이 개인별로 책정되고 상여금도 개인별로 지급되는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보통노동자들은 치열한 경쟁 하에 놓여있기 때문에 특별한 동기부여를 할 필요가 없으므로 상여금은 지식노동자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스톡옵션(stock option)이 지식노동자들에게 대한 보편적인 형태의 상여금으로 되어가고 있다. 1980년 미국에서 CEO들의 보수는 노동자들 임금의 42배였다. 1990년에는 84배였고, 1999년에는 475배로 증가하였다. GE의 CEO인 잭 웰치(Jack Welch)는 1999년에 보수(compensation)로 4,570만 달러, 스톡옵션 공여(stock option grants)로 4,690만 달러, 스톡옵션 행사(exercises)로 4,850만 달러, 미행사 스톡옵션으로 4억 3,640만 달러, 합계 5억 7,750만 달러를 벌었다. 보수와 스톡옵션 행사만 치더라도 노동자 15,000명의 임금에 해당되는 금액이다.(http:// www. aflcio.org/paywatch 참조) 포드주의 시대에 도입된 국가나 공공단체에서 부담하는 간접임금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국가의 기능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금제도나 의료보험제도마저도 민영화됨으로써 노동력의 전체적인 재생산도 국가의 책임이 아니라 개인의 책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연금기금의 주식투자 허용 등으로 인하여 노동자와 그 가족의 재생산이 금융시장의 기복에 의존하도록 되어가고 있다. 최근 엔론(Enron)의 파산에서 드러났듯이 기업연금제(401k)를 채택하고 있는 회사의 노동자들은 주식시장에 자신의 노후생활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기업이 파산하여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경우에는 노동자들의 재생산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닥친다. 엔론의 노동자 1만7천여 명은 자사주의 주가가 올해 초 80달러 선에서 29일 36센트로 폭락하는 바람에 99%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한겨레, 2001. 11. 30) 잉여가치의 지배적 형태 흔히 조절이론에서는 포드주의 이전의 외연적 축적체제에서는 절대적 잉여가치가 잉여가치의 지배적 형태였는데, 포드주의에서는 상대적 잉여가치가 잉여가치의 지배적 형태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David Kotz, op. cit. 그러나 배제적 축적체제에서는 잉여가치의 지배적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특별잉여가치, 독점이윤과 지대이다. 호순환 구조 축적체제가 안정적으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축적이 계속될 수 있는 호순환 구조가 성립되어야 한다. 여기서 호순환이란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호순환이 아니라, 자본축적의 입장에서 호순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호순환 구조는 다시 두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생산 측면에서는 이윤율저하경향이 억제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자본의 운동은 이윤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소비 측면에서는 생산물에 대한 수요가 확보되어야 한다. 배제적 축적체제에서는 노동자들을 배제하면서도 어떻게 이러한 호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축적체제 성립의 관건이 된다. 노동자들을 축출함에도 불구하고 이윤율저하경향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비생산노동의 감소는 직접 이윤율을 높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자본의 구성이 높아지거나 생산잉여가치율이 저하한다고 하더라도 이윤율이 유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또한 배제적 축적체제에서 노동자들의 축출은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을 격화시켜 잉여가치율이 낮아지는 것을 방지한다. 정보기술의 발달에 의한 생산재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유기적 구성의 상승도 억제하고 있다. 다음으로 잉여가치의 지배적 형태가 특별잉여가치, 독점이윤, 지대 등으로 변하게 되면 이윤율은 직접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특별잉여가치, 독점이윤, 지대 등은 자본의 구성이나 비생산노동비율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이윤율을 증가시키게 된다. 배제적 축적체제의 세계화 경향은 이윤율을 더욱 높이게 된다. 지대나 독점이윤은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이윤율을 결정하는 모든 구성요소가 이윤율저하경향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여 호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수요 측면에서의 축적체제가 성립할 조건을 생각하여 보자. 포드주의에서는 노동자들에게 고임금을 지불하고 대량소비라는 새로운 소비양식을 만들어냄으로써 수요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였다. 배제적 축적체제에서도 대량맞춤생산에 적합한 새로운 소비양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대량맞춤생산은 대량생산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한계에 부딪친 표준제품의 판매를 맞춤생산을 통하여 더욱 확대하려는 시도이다. 따라서 한편으로 표준화된 제품의 대량소비를 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소비하는 차별화된 소비양식이 발달한다. 이에 따라 브랜드나 프랜차이즈 형태의 소비가 더욱 중요하게 되고, 생산자는 소비자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광고를 통한 기호의 창출에 나서며, 소비자가 광고되는 상품이 아니라 기호 자체를 소비하게 되는 ‘소비의 사회’ 현상도 나타나게 된다. Jean Baudrillard, La société de consommation: ses mythes, ses structures, Gallimard, 1974; 이상률 역,『소비의 사회』, 문예출판사, 1992. 그러나 배제적 축적체제에서는 노동자를 축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방식의 소비 확대만으로는 축적체제를 뒷받침할 만큼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다.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추가로 작용하여야 한다. 첫째로, 투자를 통한 수요의 확보이다. 정보혁명 과정에서 모든 산업에 걸쳐서 엄청난 IT 투자가 행해지고 있다. 투자를 통해 수요를 확보한다는 것은 과거의 축적체제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용되었던 방법이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가 생산능력의 증대로 연결된다면 수요 문제는 장기적으로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일부의 IT 투자는 생산량의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 생산성 역설에 대한 논쟁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생산의 증가보다는 서비스의 증가를 목적으로 행해지는 IT 투자도 상당히 많이 있다. 신문사 홈페이지의 경우를 생각하여 보자. 홈페이지를 만들고 데이터베이스를 유지하는 데에는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홈페이지를 유료로 운영하고 있는 신문사는 드물다.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경쟁에 뒤쳐지기 않기 위하여 독자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로, 일부의 지식노동자들이 받는 고소득과 그에 따른 고소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지식노동자들의 소득 증가분이 축출된 노동자들의 소득 감소분보다 크다면, 지식노동자들의 늘어난 소비를 가지고 일반노동자들의 줄어든 소비를 어느 정도 보충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로, 금융시장 활성화로 인한 소비의 증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동자들이 직접 혹은 간접으로 주식투자를 하게 되었다고 할 때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면 노동자들의 자산평가가 늘어나게 되므로 소비가 증가할 것이다. 다음 절에서도 살펴보겠지만, 브와이에 같은 연구자들은 이러한 호순환구조의 성립 가능성을 현실적인 것으로 고려하고 있다. Robert Boyer, "Is a finance-led growth regime a viable alternative to Fordism? A preliminary analysis." 넷째로, 세계화 경향은 수요 확보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된다. 외연적 축적체제에서는 시장을 확보하기 위하여 제국주의적 진출이 불가피하였다. 내포적 축적체제에서는 세계 시장에 의존하기보다는 노동자들에게 고임금을 지불하고 대량소비 규범을 만들어 국민국가 내에서 수요를 확보하였다. 그러나 배제적 축적체제가 되면서 세계시장이 다시금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된 것이다. WTO의 출범과 인터넷의 등장은 세계시장을 현실적, 가상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미국 자본의 직간접 해외투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경제의 무역의존도는 90년대 신경제 기간 중에 급속하게 증가하였으며, 2001년의 불황기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미국의 무역의존도(수출+수입/GDP)는 1994년 20%를 넘어선 이래 꾸준히 증가하여 2000년에는 29%에 도달하였고, 불황기인 2001년에도 28%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1961년의 무역의존도가 불과 8%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자료: Bureau of Economic Analysis) 배제적 축적체제는 다수의 노동자를 배제함으로써 유지되는 축적체제이다. 포스트 포드주의, 혹은 네오포드주의 등의 다양한 가능성이 전망되었던 포드주의 이후의 축적체제는 정보혁명과 결합되면서 배제적 축적체제를 형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주식자본 화폐를 M, 주식을 S라고 하면, 주식자본의 운동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 그런데 이러한 자본의 운동은 주식의 구매와 판매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유통과정에서 잉여가치가 발생할 수 없다는 가치법칙에 위배된다. 실제로 주식은 구매하는 순간에는 판매자가 있고, 판매하는 순간에는 구매자가 있으므로, 한 사람이 덕을 보면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은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다. M S M' M S M' M S M' <그림 > 주식자본의 운동 하나의 주식자본의 운동은 다른 주식자본의 운동과 이와 같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운동은 전체적으로 보아서 잉여가치가 발생할 수 없다. 일종의 영합게임(zero-sum game)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두 자본의 운동만 살펴보면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실이 주식시장 전체로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현물주식시장에서는 만기일이 없기 때문이다. 선물이나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의 경우에는 일정한 시점이 되면 게임을 끝내고 모두 현금으로 바꾸었다가 새로 게임을 시작하기 때문에 영합게임이라는 성격이 분명히 드러난다. 여기서 영합게임이라는 것은 파생상품 투자를 통한 금전적인 이득과 금전적인 손실을 합계했을 때 합이 0이 된다는 뜻이다. 주류경제학에서 말하는 효용의 측면에서는 돈을 잃은 사람도 만족할 수 있다. 파생상품 시장의 위험회피 기능을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헤지거래자(위험회피를 위해서 파생상품 투자를 하는 사람)는 위험을 회피하는 대신 금전적인 손실을 감수한다. 이 위험회피자의 금전적인 손실은 투기거래자(파생상품 투자를 통해서 금전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사람)의 금전적인 이득이 된다. 위험회피라는 측면에서 위험회피자는 이득을 보지만, 금전적인 이득과 손실을 합해보면 0이 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른 하나는 주가가 상승할 때에는 전체가 행복해지고, 하락할 때에는 전체가 불행해지는 자산평가가 매일매일 참여자의 머리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산평가는 참여자들을 누가 따고 누가 잃는 관계가 아니라 모두가 따고 모두가 잃는 공동운명체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혹은 한 사람의 수익이 다른 사람의 주식시장에의 참여나 기존 사람의 추가적인 참여에 의해서만 보장된다는 의미에서 폰지 시스템(Ponzi system) 찰스 폰지(Charles Ponzi)는 1920년대 금융 피라미드 사기의 원조이다. 그는 유럽의 반송우표의 국제가격과 환율의 차이를 이용한 중재거래를 통해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선전하여 투자자를 모집하였다.(Robert Shiller, Irrational Exuberance,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0) 일반적으로 폰지 시스템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으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첫째, 고수익을 약속해야 한다. 둘째, 그럴듯한 사업 계획이 있어야 한다. 셋째, 실제로 그 사업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이 잘 몰라야 한다. 넷째, 최초의 몇 사람들에게 진짜 고수익을 제공하여야 한다. 다섯째, 고수익을 올린 사람들이 대중들에게 선전을 하여야 한다. 황소시장(bull market)에서는 이러한 조건들이 전부 충족되는 것이 아닐까? 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주식을 소유하는 것은 다이아몬드나 종이조각을 소유하는 것과는 다르다. 주식은 “미래의 이윤에 대한 청구권” Rudolf Hilferding, 앞의 책, 143쪽.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림 1>과 같은 주식시장에서 자본의 운동은 <그림 2>에서와 같이 그에 대응하는 산업자본의 운동을 근거로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림 2>에서 타원 안은 주식시장을 의미하고 그 밖은 산업자본의 운동을 가리킨다. 산업자본에 의해서 생성된 잉여가치(M'-M)는 배당의 형태로 주기적으로(예를 들면, 1년에 한 번씩) 주식시장에 흘러 들어간다. 이것이 주식시장에서의 운동에 대한 합리적 근거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의 흐름은 이자율을 매개로 자본화(capitalization)된다. 마르크스는 실제로 자본의 운동을 하지는 않지만,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본화된 자본을 의제자본(fictitious capital)이라고 불렀다. 주식자본은 바로 이와 같이 미래의 배당(예상배당)에 기초해서 자본화된 의제자본이다. 주식의 내재가치(intrinsic value), 혹은 기본가치(fundamental value)는 미래의 배당의 현재가치이다. S ― M … P … M' M ― S ― M' M ― S ― M' <그림 > 산업자본과 주식자본 마르크스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용제도는 주식자본을 발생시키며 주식은 그 자본에 대한 소유권을 대표하게 된다. …… 그러나 그 자본은 이중으로―즉 한번은 소유권인 주식의 자본가치로서, 그리고 또 한번은 그 사업에 실제로 투하되었거나 투하될 자본으로서―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 자본은 오직 후자의 형태로만 존재하며, 주식은 이 자본에 의해 실현될 잉여가치에 대한 소유권[주식소유의 크기에 따라 잉여가치를 분배받는다]에 불과하다. Karl Marxl(1894), Capital, Vol. III; 김수행 역,『자본론』, 제3권, 572쪽. 그러나 이러한 주식자본의 운동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주식자본의 영합게임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 주가 중에서 배당의 자본화에 의해서 합리화될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영합게임에 의해서 충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합리적 부분은 실제의 주가에 비하여 너무 작다. 완전한 정보가 있어서 리스크를 생각할 필요가 없고 현재의 배당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합리적인 주가배당비율(price dividend ratio)은 이자율의 역수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주가는 불황국면일지라도 이 비율을 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장기투자가는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하는 투자가이지, 장기적으로 배당만으로 만족하는 투자가는 아니다. 실제로 이렇게 작은 배당을 바라고 투자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배당율이 높은 주식의 예를 하나들자. 1999년 SK텔레콤의 배당율은 40%에 육박하였다.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을 가진 사람은 200원의 배당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배당을 위해서는 40만원을 지불해야 했다(1999년 말 가격). 그리고 미래의 배당은 아무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므로, 나름대로의 예상에 기초해서 행동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배당이 없더라도 사내유보가 증가하면 주식의 내재가치가 올라간다. 이것은 사내유보가 미래 배당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의 사내유보 증가가 미래의 배당을 영구히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예상에는 투기적 성격이 있다. 이자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자율의 하락은 현재가치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내재가치를 상승시킨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이러한 내재가치 계산이 합리화되기 위해서는 이자율이 현재의 수준을 영원히 유지한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내재가치 계산 공식 자체에도 투기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도 있다. 주식보유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은 배당과 자본이득인데, 주식자본 운동의 결정적인 목표는 자본이득이다. 바로 이 자본이득 부분이 영합게임의 성격을 가지는 부분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주식은 상품으로서 매매될 수 있으며 따라서 자본가치로서 유통하는 사본이기 때문에 환상적인 성격을 지니며, 그것의 가치는 현실적인 자본(이것에 대한 소유권이 주식이다)의 가치운동과는 전혀 무관하게 등락할 수 있다. 주식의 가치는 이자율의 하락―이것이 화폐자본의 독특한 운동과는 무관하며 이윤율 저하경향의 단순한 결과라고 간주한다면―에 따라 필연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가지므로, 이 환상적인 부는 자본주의적 생산이 발달하여 감에 따라 증대하는 경향을 가진다. Karl Marxl(1894), Capital, Vol. III; 김수행 역,『자본론』, 제3권, 585쪽. 주식자본, 일반적으로 금융자본의 영합게임의 성격은 파생상품(derivatives)에 투자되는 자본의 경우에는 완전히 투명하게 드러난다. 파생상품의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만기가 되면 수익과 손실을 정산하여 기존의 상품을 파기하고 새로운 상품을 가지고 다시 자본의 운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BIS의 추정에 의하면, 2001년 6월말 현재 파생상품에 투자되는 자본의 규모는 100조 달러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것은 3년 전에 비해서 38%나 증가한 규모이다. 총 99조의 파생상품 명목잔고 중 이자율 파생상품이 75조, 외환파생상품이 20조, 주식파생상품이 2조를 차지하였다.(Bank for International Settle- ments, "The global OTC derivatives market at end-June 2001: Second part of the triennial Central Bank Survey of Foreign Exchangeand Derivatives Market Activity", 20 December, 2001) 전 세계 연간무역량의 10배가 넘는 금액이 결과만으로 보면 카지노와 다름이 없는 영합게임에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형성되고 나면 주식시장에 돌아다니는 화폐량은 산업자본의 운동을 하고 있는 화폐량보다 몇 배나 커지게 된다. 같은 말이지만, 시가총액(capitalization)은 자본금총액보다 커지게 된다. 이 차이는 이윤낳는 자본이 이자낳는 자본으로 전환하면서 발생한다. 액면가 5,000원에 이윤율 15%인 기업의 주식은 이자율이 5%일 때 15,000원에 거래되는 것이 적절하므로 10,000원의 창업자이득이 발생한다. 이 차이는 주식 소유자가 최초로 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할 때 발생하는데, 힐퍼딩은 이것을 창업자이득(promoter's profit)이라고 불렀다. <그림 2>에서 최초의 주식자본운동, 즉 굵은 이탤릭으로 표시된 자본운동에서 창업자이득이 발생한다. 오늘날의 표현을 쓰자면, 창업자가 이 창업자이득을 실현하는 과정이 바로 최초공개매수(initial public offering)이고,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은 바로 이 창업자이득을 노리는 자본이다. 창업자이득은 주식뿐만 아니라 수익을 낳는 모든 자산이 자본화할 때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이것은 보다 일반적으로 자본화이득(capitalization profit)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증권화(securitization)는 자본화이득을 쉽게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의 자본화이다. 창업자 이득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주식의 가치를 기업의 미래배당의 현재가치에 기초해서 평가하고 매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기업의 미래가치를 사전실현(pre- realization)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전실현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지금부터 영원히 일정한 비율의 배당(혹은 일정한 성장률의 배당을)을 계속 받았을 때 모을 수 있는 돈을 창업자들은 창업자이득의 형태로 한순간에 벌어들인다는 의미에서이다. <그림 2>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주식시장에서 산업자본의 운동으로 화폐가 처음에 한 번만 흘러들어간다는 것이다. 화폐는 주식회사를 창업한 사람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서 산업자본의 운동을 시작한다. 그 이후에는 더 이상 화폐가 공급되지 않는다. 주식시장이 활황이 되더라도 그 자체로 운동하는 산업자본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주식자본의 이득, 즉 자본이득의 원천이 될 뿐이다. 중간에 주가가 유리하게 형성되어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에는 이론적으로 새로운 주식회사가 추가적으로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화폐가 한 번만 산업자본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창업자가 투자하는 화폐나 창업자이득을 나누어 가지려고 벤처 캐피탈이 투자하는 화폐만이 산업자본의 운동으로 전환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주식시장이 예상외로 산업자본 조달의 주요한 원천이 되지 않고 있는 현상의 한 가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주식시장이 가장 발달해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1990년 비은행기업의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은 전체 외부자금조달의 2.1%에 불과하였다. 이것은 너무 작은 비중이다. 은행대출은 61.9%이고,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은 29.8%였다. (Frederic S. Mishkin, Financial Markets and Institutions, Addison Wesley Longman, 2000, p. 389) 아글리에타(Michel Aglietta, Macroéconomie financière; 전창환 역,『금융제도와 거시경제』, 39쪽)와 헨우드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Doug Henwood, Wall Street: How It Works and for Whom, Verso, 1995; 이주명 역,『월스트리트 누구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나』, 사계절, 1999) 이러한 현상은 흔히 적대적 인수의 위협에 대한 주주들의 반등,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주인-대리인 문제, 리스크의 회피 등의 이유로 설명된다. 지금까지의 우리는 주식자본의 운동에 대하여 가치론적인 시각에서 분석을 하였다. 이상의 분석으로부터 주식자본과 실물자본 운동 사이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주식자본의 운동은 실물자본의 운동을 기초로 하고 있지만, 그 자체로서 별도의 자본운동이다. 주식자본의 획득하는 잉여가치의 대부분은 다른 주식자본의 음의 잉여가치에서 충당되는 것이다. 주식자본을 포함하여 상당한 규모의 금융자본이 영합게임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발행시장을 제외하면, 주식자본의 증가가 실물자본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주식자본의 크기는 실물자본의 이윤율이나 예상배당률 등에 기초해서도 움직이지만 이자율의 등락이라든지 주식자본의 공급량 등과 같이 실물자본의 현실적인 움직임과 관계가 없는 요인들에 의하여 크게 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자본의 운동은 실물자본의 운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주식자본의 운동이 활발해지면 실물자본의 운동도 활발해진다. 여기에는 창업자이득을 노리는 주식자본의 운동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은 주식자본이 실물자본에 자본을 공급하는 유일한 직접적인 경로이다. 그러나 이외에도 주식자본의 운동이 실물자본의 운동을 주도하고 제어할 수 있는 다른 많은 간접적인 경로가 있다. 이러한 경로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주식자본의 운동은 실물자본의 운동을 제약할 수 있다. 주식자본의 운동은 궁극적으로 실물자본이 벌어들인 잉여가치의 분배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주식자본은 실물자본이 생산한 잉여가치를 재투자하기보다는 분배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자본은 실물자본이 생산한 잉여가치의 일부를 요구하기 때문에, 금융자본이 실물자본에 비하여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실물자본의 축적에 장애가 될 수 있다. 금융자본의 축적은 실물자본의 이윤율저하 경향에 대한 대응방법의 하나이다. 그러나 금융자본과 실물자본을 포함하는 전체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이윤율저하 경향이 오히려 가속화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주식시장의 불안정성 주식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불안정성이다. 로버트 쉴러는 1880년대부터 2000년까지의 주가수익비율을(PER)을 계산하여 <그림 3>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Robert Shiller, op. cit. 여기서 주가수익비율은 <그림 > 주가수익비율, 1881-2000 500지수를 이윤의 10년 이동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한 것이다. 그림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4개의 봉우리는 각각 1901년, 1929년, 1966년, 2000년에 해당된다. 거품과 관련하여 케인즈의 세 가지 비유를 음미해 보는 것이 재미있다. 하나는 미인투표 비유이다. 미인투표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진정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미인이라고 투표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투표한다는 것이다. J. M. Keynes, 앞의 책, 154쪽. 이 비유는 주식의 내재가치에서 괴리된 거품의 존재를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 거품은 인기에 의해서 생긴다. 다음은 20파운드의 미래가치를 가진 주식이 3개월 뒤에 30파운드로 평가될 것이 분명하다면 25파운드에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이야기이다. 같은 책, 155쪽 여기서는 합리적 거품을 말하고 있다. 이 때 합리성은 다른 사람들이 30파운드에 살 것이라는 믿음에서 생긴다. 마지막 비유는 음악이 끝날 때에는 누군가는 앉을 의자가 없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에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음악의자놀이(musical chair)의 비유이다. 같은 책, 154쪽. 이것은 거품은 언젠가는 붕괴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거품이 언젠가는 붕괴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더라도 붕괴하기 전까지는 놀이에 참여해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폰지 시스템도 개인적인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거품이 붕괴하기 전에 빠져 나오면 되기 때문이다.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 유명한 사우스 시(South See) 거품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거품이 한참 일어날 때 몇 주 샀다가 일찍 팔고 나와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자기가 나오고 난 뒤에도 주식이 끝없이 오르자 다시 거액을 들고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보았다. 그는 “물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미친 사람들의 움직임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한탄하였다. 거품이 급속하게 꺼지면 주가가 폭락하면서 다른 금융시장으로 확대되어 금융위기가 일어난다. 이 때 금융위기란 금융자산의 가격이 전체적으로 폭락하면서 경제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폭락은 흔히 불확실성,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 M. Aglietta, Macroéconomie financière; 전창환 역,『금융제도와 거시경제』, 121쪽 이하. 집단행동 등으로 설명이 되는데, 기본적으로는 거품이 형성되는 메커니즘과 동일한 힘들이 반대 방향으로 급격하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위기가 일어나면 주식가격은 종종 내재가치 이하로까지 하락하게 된다. 주식시장의 이러한 불안정성은 일반적으로 금융취약성(financial fragility)의 원천이 된다. 아글리에타는 이러한 특성을 시스템 리스크라는 개념으로 총괄하고 있다. “시스템 리스크는 경제 주체들이 지각하는 리스크에 대한 합리적 대응이 다변화에 의한 리스크의 더 나은 배분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경제상태가 발생할 가능성” 같은 책, 120쪽. 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개별주체들에게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합리적인 행동이 모든 주체들이 동일한 행동을 함으로써 체계 전체의 위험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취약성은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단순한 정보비대칭성의 문제를 뛰어넘는 것이다. François Chesnais, eds., La Mondialisation financière―Genèse, Coût et Enjeux, La Découverte & Syros, 1996; 서익진 역,『금융의 세계화』, 한울, 2002, 295-296쪽. 쉐네는 금융취약성의 원천으로서 금융의 자유화, 세계화, 탈규제화 등을 들고 있다. 같은 책, 301-307쪽. 민스키(H. P. Minsky)는 이러한 불안정성이 금융시장 일반이 갖는 유동성과 일반성의 추구로 인해서 발생한다는 좀더 일반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조복현,『현대자본주의 경제의 불안정성』, 새날, 1997. 주식시장을 통한 조절 주식시장은 이러한 기능들을 통하여 축적체제를 조절하게 된다. 자산평가 기능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주식자산의 가치는 주가에 의해서 끊임없는 변동한다. 그러나 그것은 실현된 가치가 아니라 계산상의 변화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주가가 올라 수익이 발생해서 그것을 실현하기로 결심하고 판매하려는 순간 가격이 하락하여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자산평가에 의해서 개인과 기업의 행동이 변하게 되는 것을 자산평가효과(asset valuation effect)라고 불러보자. 이러한 자산평가효과는 개인들의 소비와 저축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금융화가 진전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부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주식으로 보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자산평가효과에 의하여 개인들의 부는 끊임없이 변동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산평가액이 증가하면 사람들의 소비가 늘어난다. 기업의 경우에는 자산평가효과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주가가 떨어지면 유상증자를 통하여 자기자본조달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순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마저 어려워진다. 무엇보다도 낮은 주가는 적대적 인수합병의 가능성을 높여서 주주들의 경영권을 위협하게 된다. 라조닉 William Lazonick/Mary O'Sullivan, "Maximizing shareholder value: a new ideology for corporate governance," Economy and Society, Vol. 29, No. 1, Feb. 2000. 등은 주식시장 규범이 법인기업으로 하여금 70년대까지의 유보하고 재투자(retain and reinvest)하는 전략을 버리고 규모축소하고 배당(downsize and distribute)하는 전략을 채택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이것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프라우드 등은 Julie Froud, Colin Haslam, Sukhdev Johal & Karel Williams, "Shareholder value and financialization: consultancy promises, management moves," Economy and Society, Vol. 29, No. 1, Feb. 2000. 기관투자가들이 산업분야와 관계없이 모든 기업에게 과도한 사용자본수익률(return on capital employed)을 무차별하게 요구함으로써 합병, 분사, 규모축소 등 온갖 형태의 구조조정과 자사주 매입과 같은 전략의 채택을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이 요구하는 것과 생산물시장이 허용하는 것 사이의 모순이 증대한다. 이병천 이병천, 앞의 글. 은 주식시장을 통한 조절의 결과 다음의 세 가지 결과가 나타난다고 요약하고 있다. 금융불안정성의 증가, 근시안적인 단기주의, 배제적인 임노동관계가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업의 수익성을 즉각적으로 극대화시키는 전략이 선택된다. 대표적인 것이 흔히 구조조정이라고 불리는 규모감축(downsizing)과 외부발주(out-sourcing)이다. 이러한 행위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가 손상될 수도 있지만, 단기적인 수익성을 높이는 데에는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매출은 그대로인 채로 인건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주식시장에서 정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동조합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면, 그 기업의 주가를 떨어뜨림으로써 노동자나 소비자들의 태도를 길들이게 된다. 정보혁명과의 상호작용 주식자본의 운동이 정보혁명에 의하여 만들어진 축적체제에 끼친 긍정적인 효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벤처자본(venture capital)의 투자를 통하여 벤처기업을 활성화시킨 것이다. 정보혁명에서는 제품혁신과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경쟁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벤처기업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주식자본이 발달하고 나스닥과 같은 형태로 주식시장을 새롭게 제도화함으로 벤처기업은 자신의 미래가치를 주식시장에서 사전실현하고 창업자이득을 벤처자본과 함께 나누어 가지는 것이 용이하게 되었다. 축적체제의 호순환 조건 중에서 중요한 조건인 투자의 활성화가 이와 같이 충족될 수 있게 되었다. 정보혁명은 주식시장을 포함하는 금융시장의 발달에 기술적 가능성을 제공해 주었다. 주식시장은 거래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져야지만 활성화될 수 있다. 주식거래비용이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크다면 주식시장은 확대될 수 없다. 정보혁명은 이러한 거래비용을 상당한 수준으로 낮추었다. 또한 주식시장은 주식에 대한 정보가 풍부하게 주어져야 활성화될 수 있다. 기업에 대한 정보가 풍부할수록 주식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정보혁명은 풍부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여 주식시장을 활성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파생상품과 기초상품, 혹은 하나의 파생상품과 다른 파생상품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실시간으로 계산하여 제공함으로써 파생상품 거래에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주식시장은 정보가 상품으로 거래되는 토대가 되었다. 광고 형태가 아니라 직접 유료 판매되는 형태로 가장 먼저 상품화된 정보는 주식시장에 관한 정보였다. 한국은행에서 값이 비싸서 IMF 이후에 비로소 도입하였다고 하는 블룸버그 단말기(Bloomberg terminal)가 좋은 예이다. 이 단말기를 통해서 한국에 곧 외환위기가 닥칠 것이 확실하다는 보도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주식시장에서는 남보다 조금 빨리 정보를 수집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으므로,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신뢰성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있다. 신용평가도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판매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 관한 종합적인 정보라고 할 수 있는 주가지수도 상품화에 성공하였다. 다우존스(Dow Jones) 회사는 다우존스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 등장하고 나서 다우존스 지수를 유료화하였다. 지대와 독점을 추구하는 경향도 주식시장의 발달에 의해 촉진된다. 벤처기업이 특허나 저작권 같은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있으면 더 쉽게 벤처자본의 투자를 확보할 수 있고, 주식시장에서 재빨리 창업자이득을 실현할 수 있다. 가입자의 수로 대표되는 네트워크 지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가입자가 많은 기업의 주가는 당장 수익이 없더라도 쉽게 상승할 수 있다. M&A를 하면 독점이 강화되어 수익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독점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또한 주식시장은 규모감축과 같은 구조조정을 반기는데, 이것은 노동자를 축출하는 배제적 축적체제를 합리화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화의 필연성 배제적 축적체제의 한계 신자유주의와 상품화 경향 정보상품과 상품화 경향 상품화 경향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화 경향이 주요한 경향으로 나타난다. 상품화 경향은 비상품이었던 사용가치를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상품화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토지나 노동력과 같이 사회의 혁명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상품화 과정은 인간에게 먼 것에서부터 인간에게 점점 가까운 것으로 진행되는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정보상품의 특징 정보상품은 생산측면과 소비측면에서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생산측면에서는 외부효과와 규모수익체증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소비측면에서는 비배제성, 비경합성, 불투명성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상품화 비용 상품화 경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경향이지만, 결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품화 경향은 여러 가지 장애를 극복하여야 한다. 이러한 장애들을 극복하고 비상품 사용가치를 상품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을 상품화 비용(cost of commoditification)이라고 불러보자. 상품화 비용으로서는 먼저 그러한 사용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비용과 그러한 사용가치를 소비하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내는 비용. 이 두 가지 활동은 경영학에서 흔히 마케팅이라는 활동으로 불리우는 범주에 속하는 것인데, 가장 일반적인 것이 광고라고 할 수 있다. 정보상품의 경우에는 제3절에서 살펴본 특징들로 인하여 다음과 같은 비용이 상품화 비용에 포함되게 된다. 첫째, 돈을 지불하지 않는 소비자를 차단(lock-out)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이것은 정보상품의 배제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비용이다. 어떤 소비자가 구매할 의사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공짜로 접근할 방법이 있다면 돈을 지불하면서 구매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돈을 지불하지 않는 사람을 차단하는 것은 상품화 과정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배제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은 기술적 방법, 법률적 방법, 도덕적 방법, 영업방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술적 방법으로는 흔히 암호, 복사방지, 디지털 워터마킹(watermarking) 등의 방법이 사용된다. 법률적인 방법으로서는 특허와 같은 지적재산권을 설정하고, 경찰을 동원하여 직접 불법복제 여부를 조사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도덕적인 방법으로서는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돈을 내고 사서 쓰도록 권장하는 운동 등을 들 수 있다. 불법복제된 소프트웨어에 대하여 해적판이라는 등의 격렬한 용어를 씀으로써 죄의식을 심어주어 정품구매를 유도하려는 것도 도덕적인 차단 방법의 하나이다. 본질적으로 강도에 해당하는 해적질과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나누어 쓰는 불법복제 행위는 죄질이 너무나도 다른 범죄이다. 영업방법의 경우에는 필수적인 보완품을 통제하는 방법이나, 응용프로그램을 돈을 받고 인터넷 상에서만 서비스를 하는 방법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소비의 경합성을 높이는 데 들어가는 비용.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비경합적인 소비는 배제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는 생산자에게 매우 유리한 규모수익체증의 비용구조를 낳을 수 있다. 이 때에는 비경합성이 단기적으로 상품화를 촉진하는 측면도 있다. 상품화에 성공하면 추가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계속해서 많은 수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연독점(natural monopoly) 시장이 될 수도 있고, 모방이 용이할 경우에는 독점적 수익을 노리고 경쟁이 격렬하게 전개되어 시장형성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비경합성은 비배제성과 함께 나타난다. 접속할 때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게 한다든지, 이메일 주소를 요구하는 것 등은 경합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배제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은 경합성도 함께 높인다. 셋째, 상품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 정보상품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서 구매욕구를 만들어 내는 데까지 들어가는 비용도 커지게 된다. 경험재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많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일정한 기간 동안 자기들의 상품을 쉐어웨어(shareware) 형태로 제공한다든지, 무료버전과 유료버전을 함께 제공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넷째, 재산권을 설정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어떤 물건이 만들어졌을 때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가 확정되어야 매매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산권을 설정하는 행위는 상품화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상품의 경우에는 만들기만 하면 누구의 재산인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재산권을 설정하는 절차가 불필요한 경우가 많고, 따라서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보상품의 경우에는 정보상품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징들 때문에 재산권을 설정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게 된다. 재산권을 설정하는 문제는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느 범위까지, 그리고 누구에게 재산권을 부여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범위까지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는 도덕적이거나 관습적인 제약을 극복하는 문제가 포함된다. 정보상품을 돈을 받고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도덕적, 관습적 제약이 존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상품으로 만드는 데에도 아직까지 강력한 저항이 존재하고 있다. 리눅스(linux) 등과 같은 카피레프트(copyleft), 오픈소스(open source) 운동을 생각해 보면 좋다. 특허 제도 초기에는 모방이야말로 산업의 발전에 결정적인 추진력을 주기 때문에 특허제도가 없어야 한다는 반특허이론이 강력하게 제기된 적이 있다. 송영식/이상정/황종환, 앞의 책, 58-59쪽. 그리고 아직까지 인간에 대한 치료방법은 특허로 인정되고 있지 않다.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버는 것은 부도덕하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똑같이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약품은 이미 물질특허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일부 나라에서 동물에 대한 치료방법의 발명도 특허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같은 책, 187쪽. 또한 소유권의 정당성 여부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만들어진 특이생물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예를 생각해 보자. 그것은 신이 창조한 수만 개의 유전자 중 한두 개만 바꾸어서 그 생물 전체를 자기의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단순하게 유전자의 수로만 따져 보아도 인간의 기여분은 무한소에 가깝다. 아직까지도 이러한 소유권은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유전자에 관한 정보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산권이 부여되지 않을 전망이다. 누구에게 재산권을 인정하는가를 결정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앞 절에서 살펴보았듯이 정보상품은 생산 측면에서도 외부효과가 매우 크다. 정보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는 여러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에서 행해진 발명의 경우 해당 부서의 회사원에게 재산권을 부여할 것인지 법인에게 부여할 것인지의 문제라든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원주민들이 약초로 쓰던 식물에서 추출한 약품의 경우 원주민에게 재산권을 부여할 것인지 제약회사에 부여할 것인지 등의 문제를 생각해 보면 좋다. 재산권을 설정하는 비용은 재산권을 부여하는 국제적, 국내적 제도를 만듦으로써 절약될 수 있다. 특허청이나 지적 재산권에 관한 WTO 협약(TRIPs) 같은 것들이 없었다면 저작권이나 특허가 국제적으로 상품화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보상품의 경우에는 높은 상품화 비용으로 인해서 제도가 먼저 마련되지 않고서는 아예 시장 자체의 형성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제도들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상품화 비용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공간에서 신자유주의의 모순 자본과 시장 사이의 관계 자본주의를 시장경제와 동일시하는 견해: 자기조정적 시장. 자기 완결적 시장. 시초축적 시장, 국가, 법률, 기술(code) 공유지 자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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