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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해인가, 의도적인 회피인가?- 노동자의힘은 사노련의 제안을 왜곡하지 말고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
발제문에서 노힘은 사노련과 해방연대한테 노힘이 09년 초로 일정을 박아 놓은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추진위(이하 사노당 추진위)’ 건설에 함께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이 사노당 추진위 건설로 “총결집”하면, “현장의 선진활동가들이 당 건설의 주체로 결합하는 동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그렇게 “결집”하는 것이 대중적 결집이 될 수 없다고 이미 지적한 바 있다. 그런 식의 경로와 일정은 설사 “결집”한다 하더라도 앙상하게 정치조직 간의 통합으로 끝날 뿐, 현장의 선진활동가들이 당 건설에 주체로 대거 결합하는 경로와 일정이 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 실제로 발제문에는 “현장의 선진활동가들이 당 건설의 주체로 결합하는 동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추측과 기대만 있지, 어떤 근거나 조직화 계획도 제시되고 있지 않다.
한편 현장의 선진활동가들을 당 건설로 결집시키기 위해 사노련이 제안한 조직화 계획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한 채 왜곡된 대립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노련은 발제문에서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을 선진노동자들 사이에서 공론화하고 대중적 검증을 거치기 위한 방안으로,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회주의운동으로 현장을 재조직하기 위한 방안으로 ① 당 건설운동 전면화를 위한 일련의 전국토론회 개최, ② 무소속 활동가들을 두루 포괄하는 사회주의자 공투전선 형성”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전국토론회 준비 및 조직화 사업과 공동투쟁 결의를 집행하기 위해 기존 3개 정치조직 회원 이외에 200명 이상 무소속 활동가들의 참가 기명을 조직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칭) 사회주의 당 건설운동 전면화를 위한 전국토론회 조직위원회>[무소속 활동가들 포함]를 구성할 것도 함께 제안했다.
노힘은 사노련의 이러한 당 건설 주체역량 결집 방안에 대해서 가타부타 언급이 없다. 그러면서도 사노련의 제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다음과 같은 주장으로 답변을 대신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주의운동 및 당건설의 필요성에 대해 선진활동가들 사이의 공론화를 위해, 현시기 계급투쟁의 진전을 위해서, 사회주의 정치세력들 간의 다양한 공동활동, 공동투쟁이 필요하다고 판단함. 그러나 이러한 사안별/부분별로 진행되는 공동활동/공동투쟁을 통해서는 짧은 시기 안에 주체역량상의 토대가 획기적으로 강화되거나, 각 조직의 입장의 공론화를 통한 검증이 선진활동가들이 사회주의 정치활동으로 나서는 일대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지 않음.”
사노련이 공론화/검증 방안이자 동시에 주체역량 강화 방안으로 제안한 내용이 기껏 “사안별/부분별로 진행되는 공동활동/공동투쟁”이란 말인가? 단순한 오해인가 의도적인 회피인가?
나아가 노힘은 당 건설운동 전면화 방안을 둘러싼 사노련 대 노힘의 차이라면서, “선 강령토론 및 합의 이후 당 건설운동의 본격화”냐, 아니면 “당 건설운동의 구체적 일정 속에서 이를 이뤄내는가”냐 라는 대립구도를 설정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사노련은 전국토론회 발제문에서 직접적인 제안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두 조직이 사전에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발제문을 미리부터 공개 제출했다. 발제문을 본 동지들이라면 누구라도 모를 수가 없는 것이, 각 조직의 당 건설 계획을 비롯하여 당 강령 ․ 전술 ․ 조직노선과 함께 남한 운동의 핵심쟁점들을 놓고 일련의 전국토론회를 무소속 활동가들과 함께 공동으로 조직하여 선진노동자들과 대중들 사이에서 공론화하고 검증을 거쳐 대중적 결집을 이뤄내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것이 “당 건설운동의 본격화”를 강령 합의 후로 미루는 것인가? 두루 알다시피, 사노련은 정치조직들 간에만으로 강령 토론 및 합의를 상정하고 있지 않다. 정치조직들 만의 토론 및 합의로는 무소속 활동가들을 대거 규합하지 못하며, 당 건설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보아 무소속 선진노동자들이 대거 주체로 결합하는 일련의 전국토론회 조직을 제안하고 있다. 전투적 현장활동가들 사이에서 당 건설을 공론화하고 대중적 검증을 거치며 이와 동시에 사회주의운동으로 현장을 재조직하자는 제안이다. 이것이 “당 건설운동의 본격화”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어떻게 이것이 먼저 조직들 간에 강령 합의하고 난 다음에 당 건설운동 본격화하자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가? 이것도 단순히 오독인가, 의도적인 회피인가?
또한 당 건설운동의 본격화를 강령 토론 및 합의 과정과 기계적으로 대치시키는 발상법은 대단히 위험하다. 무소속 전투파 선진노동자들이 사회주의 당 건설운동에 나서도록 하기 위한 가장 직선적인 수단은 사회주의 강령 ․ 전술 ․ 조직노선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적 토론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사회주의 강령 ․ 전술 논의’를 매개하지 않고서 어떻게 선진노동자들이 조합주의를 딛고 사회주의 정치활동으로 나아가도록 안내할 수 있다는 것인가, 어떻게 그들이 당 건설운동의 정치적 주인공으로 우뚝 서도록 할 수 있단 말인가?
현장의 광범위한 선진활동가들을 사회주의 당 건설운동으로 조직하는 않는 한, 써클들 사이의 통합 논의는 진짜 당 건설운동을 결코 만들어낼 수 없다. 선진활동가들을 대상화시켜서는 안 된다. 그 방법은 각 조직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사회주의 당의 강령 ․ 전술 ․ 조직노선을 제출하고, 이것을 선진노동자들 속에서 공론화시키는 것이다. 이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선진노동자들이 각 조직들의 입장을 ‘검열’/검증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낼 것이고, 이것은 사회주의 당 건설운동의 정치적 방향타를 세워내는 데 일익이 되어줄 것이다.
그런데 노힘은 이러한 강령 논의를 부차화 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강령 논의를 당 건설운동에 대립시키는, 왜곡된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선진노동자들이 사회주의 정치의 주체로 나서도록 하는 과정을 회피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각 조직의 정치적 입장을 검열 받는 과정을 회피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검열과 주체화 과정을 통하지 않고서 사회주의 당 건설운동이 어떻게 소수 사회주의 정파들의 좁은 틀을 뛰어넘어 선진노동자들의 운동으로까지 확장 전화할 수 있겠는가.
자. 그렇다면 노힘이 이 방안 말고 어떤 다른 내용의 “당 건설운동 본격화” 방안을 제시하고는 있는 것인가? 노힘 말대로 “당 건설운동의 구체적 일정 속에서” 과연 당 건설운동 본격화를 이뤄내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노힘이 말하는 “구체적 일정”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107명이 모여 10월 11일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준비모임’ 출범대회를 치루었”고, 거기서 사노당 추진위를 09년 초에 건설할 것을 결의하였다는 것! 그래서 이 결의에 사노련과 해방연대도 함께 하자는 것, 그것 말고 “당 건설운동 본격화”를 이뤄내기 위한 다른 내용은 없다. 여기에 “구체적”인 게 무엇인가? 09년 초라는 달력상의 날짜와 추진위라는 앙상한 조직형식에 대한 제안이 “구체적”인 것인가? 날짜 박기와 조직형식 가지고서는 이 엄중한 운동정세 속에서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으로는 아무도 당 건설을 설득할 수 없다.
노힘이 결의한 “사노당 추진위” 건설에 사노련과 해방연대도 “결집”하라는 그 ‘제안’에는 선진노동자들 사이에서 당 건설 계획을 공론화하고 대중적 검증을 거치고 무소속 활동가들을 대거 사회주의운동으로 조직하기 위한, 그래서 실제로 당 건설운동을 본격화할 수 있는 어떤 계획도 없다. “결집”하면 다 된다는 공허한 언사 말고는 말이다. 이런 식의 “당 건설운동 본격화”는 선진노동자들, 무소속 현장활동가들을 사회주의 당운동으로 결집시키는 당 건설 계획이 될 수 없으며, 따라서 무조건 실패하는 당 건설이 될 수밖에 없다. 노힘이 “사노당 추진위”라는 조직형식을 선점했다는 것 말고는 실제 당 건설에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노힘은 진정 선진노동자들/전투적 현장활동가들 사이에서 사회주의운동을 전면화할 계획이 있는가? 아니, 과연 의지라도 있는가? 전투적 조합운동을 넘어 현장을 당 운동으로 재조직할 의지가 있는가? 현 시기 엄중한 정세를 돌파하기 위한 당 건설의 절박함과 그에 반해 가라앉아 있는 주체 상태 ․ 주체 역량 간의 현격한 괴리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직접적인 조직화 계획 없이는 어떤 당 건설 계획도 자족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사노련의 제안에 대해 왜곡된 대립구도를 설정하고 있는 노힘의 추진위 건설 동참 제안이 정확히 그렇다. 그것은 명백히 실패하는 길이다. 그리고 당 건설에 대한 환멸만을 남기는 길이다. 그것은 사회주의 당 건설 세력 모두에게 타격을 입힐 것이다. 우리는 그 길을 막을 권리가 있다.
우리는 노힘이 사노련의 제안을 회피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검토하기를 기대한다.
사회주의운동 전면화를 위한 계기를 놓치지 말아야
사회주의자와 선진 노동자의 열망을 보여준 공동토론회
10월 18일 전교조 서울본부에서는, 사회주의 노동자연합과 노동해방실천연대, 노동자의힘 등 3개 사회주의 정치조직의 공동 주최로, 사회주의 대중화, 사회주의운동 전면화, 새로운 노동자 당 건설을 내걸고 ‘사회주의 운동과 당 건설을 위한 전국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전국의 사회주의자들과 선진노동자들의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토론장에는 3개 정치조직 회원들을 비롯해서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서 열심히 토론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공동토론회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었다.
그 동안 3개 조직 상호간의 몇 가지 의견 차이와 신뢰의 부족으로 공동 토론회가 열리지 않았으므로, 처음으로 3조직 합의로 토론회가 열린 사실 자체가 토론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물론 참여하지 않았을지라도 전국 사회주의자와 선진노동자들의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 토론회가 3개 사회주의 정치조직이 사회주의운동 전면화와 당건설을 위해서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기로 될 것을 전국의 수많은 사회주의자들과 선진 노동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토론회가 토론회를 주최한 3개 조직이 공동의 틀거리를 구성해서 공동사업, 공동투쟁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사회주의운동 전면화와 당 건설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 전국 사회주의자들과 선진 노동자들의 열망과 기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로 토론회의 한 부분의 대립과 격돌의 장면에 사로잡히거나 특정 지점에 집착하지 말고 이 토론회의 전체 내용을 차분히 분석하고 정리해서 함께 공통으로 출발할 지점을 찾아보고, 가능하다면 대범하고 과감하게 발걸음을 내디딜 수 없는가도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토론내용 분석과 공통적 지반의 검토
이 토론회에서는 유기혁열사투쟁방기에 대한 문제를 둘러싸고 격론이 있었지만, 그 이외에 문제를 제출하고 풀어나가는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였으나 광범위한 영역에서 공통적인 내용을 갖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우선 현 시기 사회주의운동을 전면화하고,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로 나서야 한다는 것,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조직의 역량으로서는 불가능하고 3조직을 포함해서 전국의 (진정한) 사회주의자들이 모두 모이고,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선진 노동자들을 광범위하게 결집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공동사업을 위한 각 조직의 제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노동해방실천연대(해방연대)는 공동투쟁과 당 건설작업에 필요한 강령논의를 위해서 공동이론지 발간을 제안하고 있다. 노동자의 힘은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준비모임(준비모임)’에 모두 함께 참여할 것을 제안하고, 서로 협의해서 함께 동의하는 다른 조직형태로 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회주의 진영의 공동투쟁조직 역시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회주의노동자 연대(사노련)은 ‘사회주의운동 전면화와 당건설을 위한 전국 토론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회)’구성을 제안하고 이 조직위원회는 공동투쟁 역시 담당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3조직이 공통된 것은 1)사회주의 세력의 공동투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조직적 틀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공동투쟁의 핵심축은 공공부문 사유화저지-공공화 또는 사회화투쟁과 비정규직철폐투쟁이다. 2)사회주의운동 전면화와 당 건설을 위한 준비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①강령과 전략 전술을 수립키 위한 공동연구와 토론이 필요하고, ②전국적 대중토론을 전개해야 한다. 지역, 산업 업종 노조와 현장조직 부문을 막론하고 전면적이고 공개적인 대중토론으로 한다. 3)공동투쟁과 사회주의운동 전면화와 당 건설을 위한 사업을 추진키 위해서 공동의 틀거리(조직)를 구성해야 한다. 공동투쟁과 사회주의운동 전면화와 당건설 작업을 위한 조직은 통일성이 담보되어야 한다.(하나의 조직 또는 하나의 조직과 이 산하 조직 또는 긴밀히 결합된 형태의 조직)
이 논의에서 중심축인 사회주의운동 전면화와 당 건설을 위한 조직의 위상과 형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검토해보자. 해방연대는 공동이론지 발간을 제외하고 구체적 조직형태를 제출하고 있지 않으므로, 사노련과 노동자의 힘이 제안하는 조직위상과 형태를 비교 검토해 보자.
사노련은 사회주의운동 전면화와 당 건설을 위한 전국토론회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하는 데 이 조직위원회에는 3조직 구성원과 그 외 사회주의자, 선진노동자가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다. 3조직 구성원 외에 200명정도의 인원을 구성원으로 제안하고 있으므로, 대규모(상당규모) 회원조직을 말하고 있다. 준비모임이나 추진위원회 등 당 조직 건설단계를 구체화하고 있지 않으나 전국적 대중토론과 강령 논의 등 전 단계 작업을 거쳐서 당 건설 단계로 들어서는 것으로 설정되고 있는 것 같다.
노동자의힘은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 건설을 위한 준비모임을 구성하거나 이와 유사한 위상과 형태의 당 건설 준비조직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준비모임의 역할을 보면 강령과 전략 연구 토론, 사회주의운동 전면화와 당 건설 토대 마련 등 사실상 사노련이 조직위원회가 수행할 역할로 설정하는 사업내용과 차이가 없다. 준비모임 자체가 강령과 전략을 연구토론해서 마련해가고, 전국적 토론을 통해서 사회주의자와 (사회주의를 지향하거나, 사회주의에 동의하는) 선진노동자들을 결집해서 당 건설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사람들을 결집하는 과제를 갖고 있는 것이다. 다만 준비모임은 사노련이 제안하는 조직위원회보다 당을 준비하는 조직적 위상을 분명히 하고 있는 데서 서로 차이가 있으나, 준비모임 역시 그대로(연속성을 가지고) 당 건설 다음 단계인 추진위원회로 바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추진위원회는 한 단계 더 발전된 조직체요, 그 구성원 역시 새롭게 조직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노동자의힘의 준비모임과 사노련의 조직위원회와의 차이는 크게 좁혀진다.
어떻게 출발할 것인가?
1)가장 초보적인 것으로는 공동투쟁과 전국토론회, 강령연구를 위한 3조직 (한시적인) 대표자모임을 구성해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필요한 공동사업 추진을 위해서 실무 또는 집행을 위한 대책팀 또는 대책위원회를 산하에 둔다. 사회주의운동 전면화와 사회주의 당 건설, 사회주의 진영(세력)의 공동투쟁이라는 사업의 중대성에 비추어서, 이런 형태의 모임은 우스꽝스런 것이고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
2)각 조직에서 일정한 수(이를테면 5-10명)의 대표를 선정해서 공동의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가 사업의 결정과 집행을 맡는 방안이다. 3조직 이외에 +@를 참여시킬 수 있다. 일정수의 대표를 파견해서 사업의 결정과 집행을 맡기면 나름의 의결, 집행구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의 한계는 각 조직에서 파견하는 숫자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그 파견자는 원래 조직의 결정을 가지고 와서 이를 대변하게 되는 점에 있다. 각 조직의 독자성은 당연히 유지되고 그 각 사업과 각 사업추진 각 단계에서 각 조직의 의견을 가지고 와서 합의 또는 타협으로 결정함으로써 그 추진력과 통합성 및 사업추진의 효율성은 대단히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다.
3)다수의 개인 자격으로 구성된 조직을 별도로 만들어서 이 조직이 사업을 추진토록 하는 것이다. 물론 3조직 구성원과 3조직에 속하지 않은 개인들(사회주의자, 선진노동자)로 구성된다. 현재 준비모임이 1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나머지 두 조직에서 100명씩과 기타 100여명이면 400여명이 된다. 조직위원회는 3조직 이외에 기타 200명을 추가하는 것으로 제안하고 있으므로 역시 400-500명은 될 것이다. 여기서 회원 숫자는 크게 중요치 않을 것이다. 진정한 사회주의자냐, 사회주의 지향이 분명하고 노동자의식과 책임감이 명확한 선진 노동자이냐, 그리하여조직활동의 실천력이 명확히 담보되느냐가 선정 기준이 될 것이다.
10월 18일 공동토론회에서 제안되었듯이 이를테면 ‘사회주의운동 전면화와 당 건설, 공동투쟁을 위한 노동자연대’를 조직해서 이를 주체로 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위상과 형태를 갖는 조직체가 구성된다면 사회주의운동과 당 건설, 공동투쟁은 획기적인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3개 정치조직은 각기 그대로 존재하나 서서히 새로 구성된 조직으로 역량을 싣고 집중되어갈 것이다.
노동자의 힘이 중요한 동력이 된 준비모임이 이러한 조직형태로 구성되어서 당건설을 위한 조직화사업, 강령 전략 수립사업, 공동투쟁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고, 사노련 역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같은 형태의 조직건설을 제안하고 있으므로 서로 진지한 논의를 거쳐서 합의해내지 못할 것이 없다고 본다. 해방연대 역시 기본적으로 추진할 사업 내용에서 동의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출발에 합의하지 못하겠는가? 아직 여러 가지 조건이 조성되지 않고 상호 이해와 신뢰, 공동사업 바탕이 마련되지 않아서 어렵다면 수위를 낮출 수밖에는 없을 것이나, 전국 사회주의자와 선진노동자의 열정은 불러일으키기 어려울 것이다.
유기혁열사 투쟁 방기문제
10월 18일 토론과 그동안의 논의과정을 살펴보면 해방연대가 노동자의힘과 함께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을 추진해나가는 데 있어서 주요한 장애는 유기혁열사투쟁 방기에 대한 책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서 여기서 명확한 방안을 제시할만한 입장에 있지 않다. 다만 이 문제를 극복하는 데에 있어서는 ‘미래의 전망을 열기 위해서 과거를 올바르게 정리하고 혁신해 나간다’는 관점에서 해결지점을 찾아 나갈 것을 바라는 마음이다.
유기혁열사투쟁방기문제는 그 자체로서 당시 비정규직투쟁과 노동운동 전반에 중대한 타격을 준 과오임은 분명하지만, 전반적 노동운동 특히 대공장 노동운동의 패배주의 관료주의 실리적 조합주의문제의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해 나갈 것인가 는 계속 반성과 고민 실천의 과정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것이다. 노동자의힘 내부논의와 실천속에서 나름대로 문제해결방안을 찾고, 3단체 공동의 토론, 또 서로의 끊임없는 비판과 토론과정에서 공론화해서 해결방안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준비모임은 형식적으로 노동자의힘과 다른 실체이다. 내용적으로 노동자의힘 출신이 절반이고 노동자의힘이 준비모임 조직화와 운영, 사업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 왔을 것으로 보이지만 노동자의힘의 유기혁열사처리의 미흡함이나 과오(판단)를 이유로 준비모임을 공동사업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은 과도하고 적절치 않을 것이다. 준비모임의 구성과 운영 및 사업을 두고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주의 운동을 위해서 3조직 구성원이나 그 외에 개인들이 함께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방안을 세워나간다면 이 과정에서 함께 올바른 원칙이 실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의힘과 선 결합역량이 사회주의 실천을 본격화하고 확장하기 위한 하나의 계기로서 준비모임을 출발시킨 것을 모두 이해하고 환영해야 할 것이다.
글을 맺으며
3조직 공동토론을 통해서 3조직이 논란을 격화시키고 더 멀어졌다는 불만도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차이보다도 공통된 지반이 대단히 넓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내용적으로 보면 포괄적으로 공통된 지반을 갖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토론회에 모인 사람들을 비롯해서 전국 곳곳의 사회주의자들이 사회주의운동의 전국적 전 계급적 통일을 위한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계기가 마련된다면 비로소 사회주의운동을 공공연하게 전면화하고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 전국 각 지역과 산업, 노조와 현장조직 수준에 이르기까지 선진노동자들의 광범위한 토론과 실천을 조직해내서 사회주의와 사회주의노동자당 건설을 전면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 실천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 계기를 살려서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정치세력화 어떻게 할 것인가?
김태연(정책선전위원장)
1. 진보정당운동의 실패 이후 되풀이되는 혼란과 새로운 모색
1) 민노당
민노당 내의 이른바 ‘자주파’는 대선패배에 대해 그들이 대선후보를 세웠음에도 ‘후보를 잘못 세웠다’, ‘코리아 연방제를 주요 쟁점으로 부각하지 못했다’, ‘대중조직이 계급투표를 제대로 조직하지 못했다’ 등 자기반성적 평가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민노당은 2월 3일 당대회에서 심상정비대위 혁신안이 부결된 후 2월 19일 다시 비대위를 구성했다. 비례대표 전략공천과 ‘혁신-재창당 준비위원회’ 등 기존에 나와있던 안을 혁신안으로 결정하고, 민노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을 등에 업고 총선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비례대표 전략공천에서 신자유주의세력 지지자들을 비례대표후보로 공천하는 등 ‘무원칙한 양적 확대’에 치중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 집행부는 이미 무력화된 ‘배타적 지지’ 방침을 근거로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출마시키는 등 민노당 살리기에 여념이 없다.
* ‘배타적 지지’를 둘러싼 대립 격화
2.14, 민노당 천영세 직무대행은 민주노총, 전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등 이른바 ‘배타적 지지’ 4개 단체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민노당 구원을 호소했다.
그러나 그동안 ‘배타적 지지’ 입장을 갖고 있던 전국빈민연합은 ‘배타적지지’ 방침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불참했고, 그 후 진보신당에 참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나 한국청년단체협의회까지 포함하여 배타적 지지 단체 수를 늘렸다. 그러나 이미 민주노총 내부에서 배타적 지지 방침이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에 ‘배타적 지지’ 방침이 민노당 잔류세력의 ‘민노당살리기’ 노력에 얼마나 힘이 될 지는 미지수이다.
민주노총 이석행집행부는 ‘배타적 지지’ 방침을 무기로 민노당살리기의 전위로 나섰다.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는 배타적 지지 방침에 대한 총선 전 논의를 일축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행부의 이런 의도는 가맹산하조직에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배타적 지지’ 방침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 민주노총 내부에서 친자본 정당을 지지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방패막이도 되지 못했다. 노동조합의 지도적 인사들은 계기마다 친자본정당과 친자본 정부로 넘어갔다. 2007년 대선에서는 우후죽순 격으로 친자본정당 후보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그럴때 ‘배타적 지지’ 방침은 있으나 마나 했다. 반면 진보변혁세력의 노동자 정치운동에 대해서는 ‘배타적 지지’의 칼날을 들이대기 일쑤였다. ‘배타적 지지’는 변혁운동의 발전을 가로막는 역할만 해 온 셈이다.
‘배타적 지지’ 방침은 민노당 스스로에 대해서도 ‘독’이었다. 민노당이 노동대중을 위해 실질적으로 투쟁하지 않아도, 민주노총이 당연히 돈을 대고, 표를 주는 마당에 민노당이 노동대중을 두려워하겠는가? ‘배타적 지지’는 민노당을 노동대중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것이다.
노동조합(민주노총), 정당(민노당), 전선조직(민중연대)에서 통합되어 있던 진보진영 내의 좌우세력는 민족주의노선과 계급주의노선으로 조직적 분열을 맞고 있다. 민족주의세력이 먼저 한국진보연대 출범을 필두로 민중연대에서의 좌우연대를 깨고 나갔다. 이어 민주노동당이 분열되어 민족주의정당으로 잔류했다. 그 다음 차례가 민주노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배타적 지지로 민노당 살리기를 감행하면 그 결과는 민주노총 분열이다.
2) 진보신당
2.16, ‘전진’은 총회를 통해 총선 전 진보신당 창당을 결정하고 지역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심상정 비대위 체제에서 먼저 탈당하여 구성된 ‘새진보운동’(대표 김석준, 조승수, 박승옥)은 2월 17일 심상정비대위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당혁신파와 함께 신당을 만들기 위해 해소를 결정했다. ‘새진보운동’ 측이 4월전 총선용 창당, 총선후 강령제정 등 본격적 창당안을 내었으나, 심상정비대위 관련 인사들을 중심으로 4월총선 대응에 신중론이 제기되어 논란이 되었다. 4월총선에서의 패배는 ‘도박’이라는 정치적 부담이 작용한 것이다. 이 논란은 2.13, 심상정, 노회찬 의원을 비롯한 평등파 핵심 인사들의 회동에서 ‘총선 전 임시 창당-총선 후 정식 창당’의 2단계 창당으로 정리되었다.
총선전에 만들 신당은 ‘진보신당연대회의’ 형태이다. 2월 21일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진보신당연대회의 구성을 위한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이로써 탈당세력의 신당은 이런저런 조직들을 뒤로 하고 심상정, 노회찬이라는 기존 민노당의 대중적 간판스타 의원을 앞세워 창당하는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3월 2일 300명이 창당발기인대회를 했고 3월 16일 창당할 예정이다.
이런 일정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은 평등, 생태, 평화, 연대를 핵심 가치로 추구해야 한다”고 당의 노선까지 밝혔다. ‘4월총선을 향해 100m 경주를 안하고, 2010년 지자체를 목표로 한다’고 하지만 신당의 운명은 4월총선 결과에서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4월 총선에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노당의 조직력에 맞서기 위해 명망가들을 앞세운 총선전략을 기조로 하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를 당원직선이 아닌 이른바 ‘전략공천’으로 정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진보진영 명망가들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노회찬, 심상정 의원은 신당의 지역구에 출마하고, 단병호 의원은 일단 진보신당 참여유보와 4월총선 불출마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함으로써 4월총선 후 창당과정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월총선을 겨냥하여 출범을 서두르고 있는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노동자정당으로 갈 수 있을 지에 대해 아직 신뢰할 수 없다. 민노당 분당 과정에서 민노당 실패에 대한 평가가 일면적이었고, 새로운 정당의 방향에 대한 대중적 논의도 없이 총선용 정당을 급조하는 등 민노당의 전철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3) 변혁적 노동운동 진영의 당건설 논의
- 노동자의힘
노동자의힘은 3월 15일 오후 4시부터 16일 오전 8시까지 이어진 총회에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안을 결정했다. 2008년말-2009년에 최소한 노동자계급정당건설 추진위원회 구성을 목표로 하고, 이를 위해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방식으로 추진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 추진기구는 노동자의힘 밖에 두어 제세력과 개인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만드는 것이며, 노동자의힘 약 30여명, 지역과 현장의 활동가 및 사회운동활동가 70여명 등 100명 내외로 구성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의 성격과 관련하여 반자본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의회주의 합법주의를 부정하는 전제 하에 의회전술 구사, 당원의 요건으로 ‘실질적 당활동을 할 것’ 등을 결정했다. 이런 내용의 당건설 계획안을 재석인원 2/3이상 찬성으로 의결했다. 결의된 당건설을 책임있게 추진할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해 4월 13일 총회를 속개하기로 하고 정회했다. 따라서 노동자의힘은 4월 13일 총회에서 지도부를 구성한 후 ‘추진기구’ 제안 등 본격적으로 당건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사노련
2월 23일 4개 서클을 통합한 사노련은 혁명적 사회주의정당 건설을 내걸었다. 특히 변혁의 경로에 대해 선거를 통한 부르조아 권려기구 장악 가능성 또는 필요성을 전면 부정하고 대체권력으로서의 평의회(소비에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논의모임 제안에 대해서는 지금 당당은 변혁정당 건설을 위한 제 정치조직의 조직간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현장에서 각자가 사회주의 실천을 하고 그를 토대로 검증한 후 판단한다는 것이다.
- 해방연대
해방연대는 민노당 탈당 후 5월경에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문제에 대해 논의하다는 입장이다. 2월 13일 토론회에서는 일차적으로 평가사업을 하고 현장에서의 사회주의적 실천에 주력한다고 하여 사노련과 비숫한 입장을 보였다.
- 사회당
3.16, 사회당은 당대회에서 최광은 대표를 선출했다. 최광은 대표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창당이 필요하나, 그 방안은 정파연합방식이 아니라고 하여 ‘진보신당’과의 합당에 소극적 입장이었다. 2위를 한 박진희 후보는 ‘진보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3월 당대회에서 사회당을 해소하고 진보신당과 총선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사회당 전당대회의 이같은 결정은 사회당 해소․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이 절대다수이나, 그중에서도 이념적으로는 보다 생태적이고, ‘진보신당’과의 연대보다는 보다 폭넓은 연대를 지향하는 의견이 다수로 확인되었다. 즉 진보신당과의 즉각 통합을 주장한 박진희 안이 패배하고 최광은 대표체제가 들어섬으로써 사회당은 최소한 2010년 지자체까지 유지하면서 ‘진보대연합’을 추진할 것이다.
2. 지난 10년의 한계를 극복하자
이 땅의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착취와 탄압에 맞서 가열찬 투쟁을 전개해 왔다. 87년노동자대투쟁으로 떨쳐 일어선 노동자들은 투쟁의 무기인 노동조합으로 뭉쳐 투쟁해 왔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투쟁만으로는 자본의 착취와 정권의 탄압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를 절감했다. 그래서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요구되었다.
지난 10년간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추진되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노동대중의 노동자정치세력화 열망을 받아안지 못하고 실패했다. 당은 두 개로 쪼개졌다. 민주노동당과 같은 방식으로는 진정한 노동자정치세력화로 나아갈 수 없다. 이제 민주노동당식 노동자정치세력화의 한계를 극복한 올바른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추진되어야 한다.
1)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극복하고 노동자중심성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
- 민노당은 97년 대선에서 ‘국민승리 21’로부터 출발했다. ‘일어서라 코리아’를 대선 기치로 삼았다. 이는 민노당이 ‘투쟁하는 노동자정당’으로 인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민주노총 1기집행부가 출발하면서 내건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과 맥을 같이 하는 운동방향이 민노당 출발에서부터 자리잡고 있었다.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이 민노당에서는 ‘데모당 딱지를 떼야 한다’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실천적으로는 적극적인 대중투쟁 회피로 나타나, ‘투쟁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상실했다. 지난 10년간 자본과 정권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구속수배해고되고 심지어는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은 흉내내기식 투쟁으로 일관함으로써 자본과 정권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고통받는 대다수 노동자․민중의 희망이 되지 못했다.
이런 문제는 민노당 분당 이후 진보신당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진보신당의 심상정 공동대표 역시 진보신당이 ‘데모당’의 딱지를 떼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 사회변혁운동은 다수 대중의 지지를 확대하고 외연을 넓혀야 한다. 그러나 중심을 확고히 하면서 외연을 넓혀야 한다. 새롭게 시작할 노동자정치세력화는 무엇보다 먼저 노동자대중의 요구와 열망을 중심에 놓고 노동자다운 투쟁으로 차고 나가는 노동자중심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
2) 민족주의를 극복한 노동자계급의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 민노당 내에서 민족주의노선이 득세하여 노자간 대립을 부차적인 문제로 돌려 노동대중의 절실한 요구와 투쟁에서 점점 비껴나갔다. 이는 2007년 대선에서 이른바 ‘코리아연방제’ 파동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6.15 공동선언 실현’을 가장 우위에 놓는 경향으로 인해 6.15 공동선언의 한 주체인 남한 정권에 대한 대정부투쟁에서 끊임없이 지그재그했다. 6.15선언을 중심으로 연합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기조 속에서 민노당은 집권 신자유주의 정당의 2중대로 전락해 갔다.
2007년 대선 후 민노당 내에서 이른바 ‘평등파’는 자주파의 ‘종북주의’를 패인으로 제기했다. ‘자주파’의 민족주의노선이 민주노총, 민중연대, 진보정당 등에서 노동자민중의 투쟁전선을 심각하게 교란해 왔다는 점에서 근거있는 진단이다. 그러나 일심회 사건과 ‘종북주의’를 문제제기의 중심에 놓은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었다.
- 한국사회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산적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노자간의 대립이고, 수많은 문제들이 그것에서부터 비롯되고 확대된다. 때문에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는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자본주의 착취를 철폐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해야 한다.
3) 의회주의를 극복하고 투쟁하는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 민노당은 87년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운동 발전의 성과를 안고 출발했다. 특히 1997년 민주노총의 노개투 총파업의 성과를 안고 출발했다. 노개투 총파업 이후 “노동계급은 산별노조와 진보정당이라는 두 개의 조직적 무기를 갖추자”고 주장되었다. 이른바 ‘양날개론’은 ‘민노당은 의회에서 노동자들을 정치적으로 대표하고, 노동조합은 대중투쟁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민노당은 투쟁정당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하고,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은 민노당이 더 많은 의원을 배출하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격하되었다. 민노당은 노동조합이 투쟁집회에 연사를 보내 ‘노동자가 승리하기 위해 더 많은 민노당 의원을 뽑아달라’고 호소하는 일로 일관했다. 정치활동을 민노당에 넘긴 노동조합 대중조직의 투쟁은 경제주의 투쟁으로 제한되었다. 물론 현재의 민주노총 투쟁전선 약화가 경제주의 때문에 초래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경제투쟁마저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그러나 신자유주의 정권에 대한 대중적인 정치투쟁 발전을 가로막은 것이 사실이다.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노동대중의 투쟁의지는 다음 선거에서 진보정당 지지로 유예되곤 했다. 사회변혁투쟁은 말할 것도 없고, 신자유주의 분쇄투쟁조차도 결국은 선거에서 다수당이 되어 집권하지 않는 한 요원하다는 인식을 유포시켰다.
- 4.19, 5.18, 6.10, 7-9월노동자대투쟁 등 지난 역사의 굽이굽이에서 노동자민중의 치열한 대중투쟁이 역사를 변화시켜왔다. 선거에 개입하여 성과를 내는 것조차도 이러한 대중투쟁의 강화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2007년 대선에서 민노당의 패배는 노동자대중투쟁이 약화된 결과이기도 하다. 4월 9일 총선에서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나 성과를 바라고 있으나, 이런 점에서 그 결과는 이미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다. 서구 의회주의 정당들이 선거에만 몰입하다가 사회변혁에 실패하지 않았는가? 새로운 노동자정당은 선거에 개입하고 활용하지만 투쟁을 중심에 놓는 정당이어야 한다.
4) 사민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 민노당은 ‘정책정당’을 표방했다. 정책정당을 강조한 것은 ‘대책없는 투쟁일변도’를 지양하고, ‘대안있는 정책’으로 승부하자는 것이었다. 정당이 대안정책을 제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중요하다. 그러나 정책정당 강조가 투쟁정당과 대치시키고 있는 것은 문제였다.
이 문제를 차치하고 민노당의 정책은 어떠했는가? 사민주의 정책 일변도였다. 사민주의 정책중에서도 수준이 낮은 정책이었다. 신자유주의 논리에 대응하여 케인즈주의류의 수요창출을 주장하고, 조세개혁을 통한 재분배를 정책으로 제출했다. 사회보장을 사회연대정책으로 해결하자는 안을 내었다. 그 결과 대중은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는 노무현정권이 양극화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는 이런저런 정책들과 별다른 차별을 느낄 수 없게 했다. 대중에게 민노당은 좀 더 강경한 열우당류로 전락했다. 그래서 열우당의 패배에 민노당이 도매값으로 함께 넘어간 것이다.
- 사회연대전략 전면에 내세운 진보신당의 총선공약
3.19, 진보신당은 22개 총선공약을 발표했다. 22개 공약 중 ‘사회연대 생활임금’, ‘노동시간 연 2000시간 상한제’, ‘저소득층 국민연금보험료 지원’ 등 3개항이 사회연대전략에 관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06년 민노당 내에서 제기되었으나, 노무현정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고통분담론’에 악용되고, 사민주의적인 정책이라는 논란 속에서 당의 정책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2007년초 민주노총 임원선거 쟁점으로 확대되어, 당시 ‘전진’ 그룹 내에서도 찬반논란이 야기되어 사회연대전략 반대입장을 낸 바 있다.
구체적 내용은 향후 5년 내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높이고, 당장 최저임금 지급이 어려운 기업들을 위해 인상 차액 일부를 고용보험 기금을 통해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또 연 노동시간을 2000시간으로 제한하여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를 증대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잔업특근수당 축소에 따른 임금저하 문제를 ‘사회연대’라는 당위성을 바탕으로 적극 설득한다는 것이다. 진보신당의 사회연대전략은 총선에서뿐만 아니라 금년 임단투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의 쟁점으로 될 가능성이 많다. 현대, 기아, 대우, 쌍룡 등 자동차업종 자본측은 주간연속 2교대제 전제조건으로 임금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이명박 정권은 경제침체 상황에서 ‘경제살리기를 위한 임금동결’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의 저임금 문제를 노동계급 내부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연대전략이 집단이기주의 공세를 앞세운 노동자 고통분담론을 비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노당도 3월 18일 총선공약을 발표했고, 비정규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3대 해법, 6대 긴급대책이 포함되어 있다. 두 당 모두 비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을 받아들이고, 차별을 완화하는 방향을 채택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을 확대하는 비정규악법을 폐기하는 데에는 별로 방점을 찍지 않고 있다.
- 새롭게 건설할 노동자 정당은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제기하고, 새로운 사회건설을 목표로 해야 한다.
*. 변혁적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대토론회
대선 이후 각 정치세력이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가운데 변혁운동 진영의 논의가 시급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논의모임 형식을 통해 대중토론의 장을 열었다. 노동전선 대표 등 활동가들도 이 논의모임에 참가했다.
- 1.18 대토론회 : 변혁적 노동운동진영은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월 18일 ‘진보정당운동 위기와 변혁적 정당운동의 전망’을 주제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는 좌파 정치조직들이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조건에서 민노당 분열사태라는 정세적 긴박함을 감안하여 10여명이 제안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 2.13 2차 토론회 : 2월 13일, ‘변혁적 진보정당의 필요성과 기본상’을 주제로 노동자의힘(박성인 중앙집행위원장), 사회주의노동자연합(박준선 운영위원), 해방연대(성두현 대표), 사회당(오준호 대표), 사회진보연대(임필수 운영위원) 등이 지정토론자로 참가하여 토론을 벌였다. 논의모임 제안자 자격으로 김세균 교수가 발제를 통해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과 이를 위한 논의모임 구성을 제안했다.
노동자의힘이 적극 동의입장을 표명했다. 그동안 추진해 왔던 좌파정치테이블 구성을 촉구하고, 한편으로는 논의모임을 적극 추진하여 계급정당건설에 박차를 가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토론에 참가한 활동가들은 변혁진영 정치조직들이 연대를 강화하기 보다는 차이를 강조하고, 당면 정세에서 각 자의 현장실천 운운하는 모습에 대한 실망과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또 민노당을 탈당하는 세력과 함께 범좌파 진영의 연대에 의한 당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좌파 정치조직이 여전히 써클적 분열을 극복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 다시 한번 확인되어 변혁정당 건설의 전망을 어둡게 했다. 반면에 현장활동가들의 관심은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논의모임은 앞으로 현장활동가들이 적극 참가하는 지역토론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3.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한 현장활동가들의 실천과제
1) 변혁적 노동운동세력이 더 이상 관망해서는 안된다
지난 10년간의 진보정당운동 실패는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이다. 변혁적 노동운동지영이 그동안 제기해 온 민노당 운동에 대한 대중적 문제의식이 실천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그리고 노동대중의 문제의식은 패배론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노동자정치운동으로 발전할 것을 원하고 있다.
4월 총선 이후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한 논의와 구체적 행보다 다시 본격화될 것이다. 노동자 정당운동의 새로운 판이 짜질 가능성이 많다. 이 새로운 판은 최소한 다음 10년을 규정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혁적 노동운동 진영이 준비부족론, 대기론, 무관심 등으로 관망한다면 한 발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2)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
노동자정당에 대해 변혁운동진영 내의 견해차이는 매우 크다. ‘민족주의, 의회주의, 사민주의를 극복한 노동자정당’ 정도가 최저한의 공통분모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
‘민족주의, 의회주의, 사민주의를 극복한 노동자정당 건설’을 논의 출발을 위한 최소 기준점의 하나로 하자. 그 기준점 하에서 당의 이념과 노선, 당의 형태, 활동, 당건설의 경로와 시기 등을 논의하자.
체계적 논의를 위한 가장 느슨한 틀을 구성하고, 현장활동가들이 광범위하게 참가할 수 있는 방식으로 토론회를 열자. 총선 후부터 늦어도 6월까지 지역별 토론회 방식을 기본으로 하자.
지역별 토론회의 성과를 토대로 보다 발전된 형태의 당건설 추진기구를 만들 것을 목표로 하자.
3) 현장활동가들의 역할
- 노동전선이 출범하면서 정치조직으로 자신의 위상을 규정하지 않았고,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로 했다. 실제로 노동전선 내부에는 노동자정치세력화와 관련 하여 다양한 견해가 있다. 민노당 분당 이전에는 민노당 당원인 회원들이 있었고, 사회당 당원도 있다. 노동자의힘 등 정치조직의 회원들도 있다. 정당운동 자체의 유의미성을 부정하는 회원들도 있다. 노동자정치세력화와 관련하여 변혁적 노동자정당을 건설하자는 동지들도 있고, 진보신당과 함께 하자는 동지들도 있다.
그러나 노동전선은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해 공통의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 즉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의회주의, 사민주의, 민족주의를 지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시기에 노동전선이 어떻게 할 것인가?
내부에는 정치방침과 관련한 논의를 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다. 정치활동을 할 회원들의 각자가 이런저런 정치조직활동 차원으로 하면 되지, 이를 노동전선의 정치방침으로 만들려하면 가능하지도 않고, 노동전선 내부가 분란에 휩싸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아무리 열려있는 토론을 하더라도 특정 정치조직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듯한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전선은 노동해방과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활동가들의 실천적 연대조직이다. 회원인 활동가들의 실천은 노동자정치세력화 과제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노동전선은 당면한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복무해야 한다. 다만, 노동전선의 조직위상이나 내부조건을 감안하여 성급한 정치방침 결정을 전제해서는 안된다.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한 내부토론을 통해 인식을 풍부히 하고, 견해를 모아나가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 노동전선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현장활동가들이 토론에 주체적으로 나서자. 지금부터 각 지역토론회를 적극적으로 조직하자. 현장할동가들 스스로부터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방향을 정립하고 실천에 나서야 한다.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세력의 연대와 결집을 위한 정치방침>
혁명적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세력의 연대와 결집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참된 희망을 만들어 가자!
1. 2007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참패하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둘러싼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 민주노동당의 참패는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 대중에게 어떤 희망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민주노동당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고통 속에 절규하는 노동자 대중을 반자본주의 정치투쟁으로 이끌어 내려는 어떤 진지한 시도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조합 관료들을 기반으로 개량주의와 의회주의에 철저히 매몰되면서 신자유주의 집행자 노무현 정권의 2중대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이다. 그로 인해 민주노동당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노동자 대중의 분노를 모아내는 주체가 되기는커녕 노무현 정권과 한 묶음으로 심판당하는 비참한 처지에 놓이고 만 것이다.
(2) 민주노동당의 참패는 그 본질과 실상을 스스로 만천하에 까발리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대선 참패 이후 민주노동당은 시끌벅적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로 절규하는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배신한 데 대한 어떤 진지한 반성도 찾아볼 수 없다.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똑같이 배신해 온 이른바 자주파와 평등파 사이에 반성 없는 추악한 패권 다툼만이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3) 대선 참패와 반성 없는 추악한 패권 다툼 속에서 민주노동당의 위상은 결정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한동안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개량주의와 의회주의라는 잘못된 길로 이끌면서도 마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유력한 희망인 듯 행세하였다. 그것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과 1996~97년 노동법 총파업을 거치며 성장해 온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민주노동당이 상당 부분 흡수해 냈던 까닭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민주노동당에 참여하거나 지지했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제 민주노동당을 박차고 나오거나 지지를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 10년 가까이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유력한 대안처럼 행세해 왔던 시대가 마침내 끝나가고 있다.
2. 사회주의 노동자당만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참된 대안이 될 수 있다.
(1) 민주노동당이 개량주의와 의회주의의 길을 걸음으로써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배신해 온 것은 그동안 민주노동당을 주도해 온 자주파(민족주의)만의 책임이 아니다. 대선 참패 이후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평등파(사회민주주의) 또한 개량주의와 의회주의를 주도해 온 또 하나의 주역일 뿐이다. 게다가 대선 참패 이후 평등파는 신당추진 세력이든 민주노동당 혁신 세력이든 더욱 노골적인 개량주의와 의회주의를 주창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민족주의와 사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로 절규하는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정면으로 배신한다는 점에서 동전의 양면일 따름이다.
(2) 그동안 민주노동당과 경쟁하는 정치세력이었던 노동자의 힘과 한국사회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참된 대안이 될 수 없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음으로 인해 오히려 민주노동당이 압도적 지위를 유지하는 데 받침돌이 되었을 뿐이다. 노동자의 힘은 노동자 권력 투쟁으로 나아가는 일관된 강령적 입장을 세우지 않고 시류에 따라 “반신자유주의”와 “반자본주의”를 왔다 갔다 하며 전형적인 중도주의의 모습을 보여 왔다. 노동자의 힘은 모호함으로 가득 찬 중도주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림으로써 스스로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좌파 노조 관료들의 근거지로 타락해 왔을 뿐이다. 한국사회당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변종에 다름 아닌 사회적 공화주의를 내세우면서 노동자 운동 자체로부터 사실상 이탈해 왔다.
(3)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온전히 받아 안고 올바로 이끌어 나갈 유일한 대안은 개량주의 환상을 단호히 거부하는 사회주의의 길이다. 자본주의 모순이 나날이 격화되는 정세 속에서 자본주의 그 자체에 도전하고 자본주의에 정면대결 하는 태세를 갖춘 사회주의 노동자당만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참된 대안이 될 수 있다. 비정규직 철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노동자통제권 도입, 재벌 몰수․국유화 등을 내걸고 노동자 대중을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조직하는 사회주의 노동자당, 의회주의와 관료주의를 단호히 거부하고 현장에서부터 계급투쟁을 조직해 나가는 사회주의 노동자당,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폐지와 노동자 권력 수립을 뚜렷하게 추구하는 사회주의 노동자당만이 벼랑 끝에서 절규하는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진정으로 실현할 수 있다.
3.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세력의 연대와 결집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참된 희망을 만들어 가자.
(1) 사회주의노동자연합(준)은 아직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사회주의 노동자당을 추진하는 한 주체로 당당히 서려고 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우리만의 힘과 노력으로 사회주의 노동자당을 건설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소중한 성과들을 쌓아가는 것 못지않게,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세력의 연대와 결집 또한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을 앞당기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한다. 우리는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세력의 연대와 결집을 제안한다.
(2)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을 위해 연대하고 결집해야 할 세력은 그 범위를 분명하게 할 때에만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참된 희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주체가 되고자 한다면 개량주의를 단호히 거부하고 혁명적 사회주의 지향을 뚜렷이 세워야 할 것이다. 의회주의와 관료주의를 단호히 거부하고 현장에서부터 계급투쟁을 조직하겠다는 실천방향을 확고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하여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주체가 도저히 될 수 없는 정치조직들에 더 이상 뒤섞여 있지 않고 단호히 결별하여 스스로 사상적·실천적 정체성을 분명히 세워야 할 것이다.
(3) 지금으로서는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세력의 연대와 결집이 실현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우선 필요한 것은 연대하고 결집할 주체들이 자신의 지향을 분명히 세워내고 드러내며 소통하는 길에 과감하게 나서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혁명적 사회주의자가 되고자 하는 여러 동지들에게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주체로 자신을 재정립하며 과감하게 떨쳐나설 것을 호소한다. 또한 현장의 계급투쟁 속에서 성장하는 현장 활동가 동지들이 정치적 도약과 결단을 통해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주체로 스스로 우뚝 설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
(4) 연대와 결집의 방안은 혁명적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세력의 윤곽이 드러나고 소통이 진전되는 것을 바탕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혁명적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세력들과 긴밀히 소통할 것이며, 그 결과를 토대로 연대와 결집의 방안을 제안할 것이다.
(5) 노동자 정치세력화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현 상황은 노동자 대중의 솟구치는 투쟁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추락에서 비롯된 만큼 많은 한계를 갖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로 나날이 벼랑 끝에 내몰리는 노동자 대중은 머지않아 거대한 폭발력으로 자신의 분노를 세상에 드러낼 것이다. 지금 벌어지는 사태는 그 전주곡에 다름 아니며, 우리 모두는 머지않아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한복판에 가차 없이 내던져질 것이다. 뜻과 힘을 하나로 모아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을 향해 연대하고 결집함으로써 비상한 역사의 부름에 온몸으로 응답해 내자.
2008년 2월 4일
사회주의노동자연합(준)
민주노동당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몰락하였다.
1. 민주노동당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몰락하였다.
대선에서의 참패로 민주노동당은 정치적으로 몰락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2005년 울산북구재선거, 2006년 지자체선거에서의 패배 이후에도 패배에서 아무런 교훈도 끌어내지 못하고, 아무런 자기변화도 실천하지 못한 민주노동당에게 노동자, 민중은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사태를 더욱더 극단적으로 악화시킨 것은 대선참패 이후 한 달여 동안 보인 민주노동당의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권영길 후보와 경선과정에서 권영길 후보를 적극 지지한 자주파와 개인들, 그리고 선대위와 최고위원회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으며, 대선이 참패로 끝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대선참패의 정치적 책임을 진 사람은 사실상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한편에서 ‘전진’을 중심으로 대선투쟁의 참패에 대한 철저한 평가는 하지 않으면서, ‘종북주의 때문에 대선투쟁에서 패배하였다, 종북주의 때문에 당이 망했다’는 정치적 공세만이 난무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힘들게 심상정비대위가 구성되었지만 진정성 있는 반성과 평가는 누락된 채 정파 간 정치공세가 악화될 뿐이었으며 그 결과는 민주노동당의 완전한 정치적 몰락이다.
신당파의 의견을 사실상 반영한 비대위의 평가와 혁신안은 평가의 핵심을 완전히 비껴갔으며, 그 내용은 전진과, 이후 신당파가 제기한 ‘종북주의 청산’ 기조에 철저히 입각하였고 노골적으로 당을, ‘정세에 전혀 부합되지 않게’ 우파사민주의정당화(현재의 민주노동당보다도 우경화한!)하려는 노선으로 채워졌다. 이 안은 “민주노동당이 대선투쟁에서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의 정치사업 전반에서 반자본주의적 기조를 분명히 하지 못하여 독자적인 노동자정치의 실천에 실패하고 그 결과 열우당 2중대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대선참패의 핵심원인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평가와 대안을 ‘자주파의 후퇴’라는 조건을 활용하여 일거에 당에 들이미는 노골적인 우파사민주의정당화 정치공세였다.
이 정치공세에 자주파는 역방향의 정치공세로 대응하여, 2.3 대의원대회에서 ‘대선참패는 사실이 아니며 대선결과는 단지 실망스러운 결과일’뿐이라는 수정안을 통과시켰으며, 최기영, 이정훈당원의 정보유출이란 ‘해당행위’에 대한 징계조차 거부하였다.
대선참패조차 부인하는 자주파의 현실인식은 자주파가 얼마나 현실과의 소통, 대화능력을 상실하고 있는지를 철저히 노출시켰는데 이들에 의해,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민중, 일반국민에게 황당무계한 당으로 비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또한 징계거부는 최소한의 당기강 확립조차 거부하는 것이었다.
결국, 대선참패 이후 자주파와 신당파의, 밑도 끝도 없는 상호 정치공세 끝에, 비상한 시기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된 비대위조차 붕괴되는 사태가 발생하였으며 이 사태로 민주노동당은 마지막 남은 노동자, 민중의 신뢰와 기대마저 잃고 정치적으로 완전히 몰락하게 되었다.
2. 2.3 대의원대회는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발전에서 더 이상 할 역할이 없게 되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으며 이에 해방연대(준)은 향후, 역사적으로 생명을 다한 민주노동당의 대안으로서 사회주의정당을 건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해갈 것이다.
이를 위해 해방연대(준)은 오늘자로 회원총회(2.23)를 소집하여 회원들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태도, 보다 구체적으로 탈당여부를 결정할 것임을 밝히며 민주노동당내 사회주의당원 동지들에게도 이 문제를 긴급하게 함께 토론, 결정할 것을 제안한다. 사회주의정당건설의 길이 비록 당장은 힘겨울지라도 우리는 이 길에서 사회주의자들과 함께 새롭게 노동자, 민중과 만나 노동해방, 인간해방을 실천해갈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작금에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진정성 있는 평가에 기초하지 않고 종북주의선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사실상 우파사민주의정당 건설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러한 진보정당운동에 반대하고 이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도 밝힌다.
2008년 2월 4일
노동해방실천연대(준)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을 이끌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을 본격화·전면화 하자!
1. 민주노동당의 위기가 곧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의 위기는 아니다.
1-1 민주노동당 운동은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민주노동당이 내부 혼란에 휩싸여 있다. 비대위 구성, 재창당, 분당, 그리고 ‘종북주의’를 둘러 싼 논란이 난무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혼란과 논란의 직접적인 계기는 17대 대선에서 참패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출범 이후 지난 10여 년 간 누적된 민주노동당 운동 전체, 전반의 모순과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민족자주정부를 실현하기도 전에, 사민주의 정권을 세우기도 전에, 아니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한 최소한의 유의미한 기초를 다지지도 못한 채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오른쪽으로부터 ‘낡은 진보’라는 조롱을 받고 있으며, 당 내부로부터는 ‘종북주의’ 공세에 직면해 있고, 자신의 왼쪽으로부터 ‘겉늙은 진보’라는 비판에 부딪혀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전부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노동당이 보여주고 있는 각각의 단면인 것은 사실이며, 이는 민주노동당 스스로 불러들인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이렇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 과정과 결과, 그리고 그에 대한 당 내 반응 자체가 첫 번째 이유이다. 민주노동당은 3.01% 득표율에 그친 원인과 정치적 의미에 대해, 그것이 이후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에 끼칠 영향과 파급에 대해, 그리고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감당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전체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을 향해 당 차원에서의 책임 있는 정치보고를 내 놓고 있지 못하다. 이미 그를 수행하거나 감당할 수 있는 정치력이 바닥난 상태다. 난파선에서의 아우성만이 들리고 있을 뿐이다.
두 번째로, 민주노동당은 이미 의회주의, 합법주의 늪에 너무 넓고 깊게 빠져있다. 의회 진출, 합법 영역으로의 확장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의회와 합법 공간으로의 진출과 확장은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이 확보해야 할 하나의 수단이자 경로이다. 그러나 그 자체를 목표이자 목적으로 삼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것은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을 부르주아 정치로 몰고 갈 뿐이다. 이 점에서 민주노동당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민주노동당이 지금의 혼란을 어떻게 수습하던지 간에 이 점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민주노동당은 지금 이 순간에 이르러서도 부르주아 정치와 똑같이 오직 당권과 비례대표후보를 염두에 둔 이전투구만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셋째, 민주노동당이 벌이고 있는 반신자유주의 투쟁은 반자본주의 투쟁이 아니라 더 좋은 자본주의를 위한 투쟁에 머물러 있으며, 노동자 국제주의에 기반 한 반제국주의 투쟁이 아니라 협소한 민족주의에 갇혀 있다. 민주노동당은 투쟁을 통해 노동자민중을 정치의 주체로 세우기보다는 오히려 수동화시키고 있으며, 투쟁 속에서 노동자민중의 변혁 의지를 키우고 노동자민중이 변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형성하기보다는 오히려 조합주의 또는 경제주의로 이끌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을 중심에 놓고 노동자민중 투쟁을 조직하고 이끌기를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민주노동당 운동의 좌절은 단지 민주노동당만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민주노동당이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의 대표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이 지금 처한 상황으로부터 우리 역시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고 민주노동당이 져야 할 책임까지를 더 이상 감당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당 내부의 정파들 사이에서야 종파주의 또는 자파중심주의라는 정치공방이 있을 수 있지만, 노동자민중 정치운동 내 민주노동당 비판 세력의 문제제기를 모두 종파로 단정 짓는 것은 섣부르다.
민주노동당이 비록 전체 정치, 계급지형 속에서는 여전히 소수에 머물러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곧 민주노동당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며, 변혁을 지향하는 세력이 아직은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민주노동당이 계속해서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을 대표해야 한다는 것을 마냥 전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1-2 민주노동당의 위기가 곧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의 위기는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1987년 전국노동자대투쟁과 1996~97 전국총파업투쟁의 산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동당이 처한 위기가 노동자민중 정치운동 전체 또는 자체의 위기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를 할 수 있다. 그러한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를 잠재우고 오히려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을 새롭게 구성하고 새로운 동력과 활력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그 못지않게 크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지난 1987년에 대중적 노동운동이 성립한 이후에, 지금 시기는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에서의 세 번째 주요 국면을 열어 젖혀야 때이다.
첫째 국면은 대중적 노동운동이 막 태동했고 노동자대중의 엄청난 분노와 에너지가 폭발했지만 아직 대중 자신의 뜻과 의지로 정치세력화를 시도하기에 이르지 못한 조건에서 일련의 정파운동 주체들 사이에서 정치적 이합집산이 이루어진 시기이다.
이 시기의 핵심적 특징은 노동자대중의 힘이 분출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정파운동 주체들은 오히려 ‘현실사회주의’권의 붕괴에 쫓겨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이 지녀야할 변혁성을 버리고 부르주아 정치의 한 부분으로 투항했다는 점이다.
둘째 국면은 세계적 차원에서 신자유주의가 형성되고 그 여파가 한국에 상륙하는 시점과 맞물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화가 그 전 시기 변혁성을 탈각한 정파들과 결합하면서 민주노동당을 창당하던 시기이다.
이 국면에서의 핵심적 특징은 자본지구화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조건에서 민주노동당 창당에 앞장 선 정파들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전망을 세우려는 노력보다는 이미 파탄 난 낡은 민족주의와 사민주의 노선으로 노동자 대중투쟁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이 전체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을 대표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노선의 올바름 때문이 아니라 노동자민중 운동에서 다수를 점하는 양적 우위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며, 이는 곧 변혁적 의지를 지니고 있던 나머지 정치 주체들의 운동이 정체했거나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세 번째 국면이 지금 막 형성되고 있다. 아니 세 번째 국면이 형성될 수 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셋째 국면이 어떤 핵심적 특징을 낳을 것인가는 지금부터의 논쟁과 운동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우리는 이 세 번째 국면의 실천적 귀결이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문제는 민주노동당 수준에서의 문제로 제약되어서는 안된다. 논쟁과 운동은 정파 차원의 범위를 벗어나 핵심적으로 민주노조운동 전체로, 지역과 현장 구석구석까지 넓고 깊숙하게 번져 나가야 한다.
‘종북주의’ 공방에 갇히지 않고 반자본주의 정치운동을 구체적, 대중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노선과 방안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장되어야 하며, 나아가 그 연속 위에서 운동 재편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이렇게 바라본다면 부르주아 선거에서의 패배를 마냥 낙심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의 위기를 우려하는 제한된 시야를 넘어 오히려 전체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을 도약시킬 수 있는 계기를 형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이제 민주노총은 노동자대중을 정치의 전면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방향에서 태도를 정해야 하며 민주노총 내 활동가들 사이에서 활발한 토론과 논쟁이 불붙어야 한다.
동시에 각 정치 세력도 암중모색이나 이삭줍기에 기댈 것이 아니라 만 천하에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태도를 들고 나와 스스로 정치적 심판대에 기꺼이 서야 한다.
그 어떤 기득권이나 기정사실화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부르주아 정치에서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보수적이고 후진적인 모습일 뿐이다.
2.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을 본격화⋅전면화하자.
2-1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당면 정치 일정으로 올려야 한다.
지난 20~30년에 걸쳐 진행된 자본 지구화 결과로 이제 세계는 보다 분명하고 투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제국주의 사이의 경제 전쟁과 그와 동전의 양면인 군비 경쟁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단지 제국주의 사이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그 여파가 전 세계 모든 국가로 번져 나가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적 차원, 세계적 규모에서의 경제 위기가 언제 어떤 양상으로 터져 나올 것인가를 두고 전 세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 어떤 정치적 통제력과 제동 장치도 준비되어 있지 않으며 설령 일정한 협상과 타협이 부분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실효성을 발휘할 수 없다.
경제 위기는 그 자체에서 머물지 않고 당연히 정치 위기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미 이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개혁과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지배계급 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 결과는 이러한 세계적 현상의 한국적 표현이자 모습이다.
이제,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는 분명하다.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이 그것이다.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노동자민중의 긴급한 정치적 과제이다. 더 좋은 자본주의는 가능하지도 않으며, 통일한국은 하나의 과정일 수는 있어도 그 자체가 노동자민중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정치적 태세와 조직적 준비를 어떻게 형성해 나갈 것인가이다. 그 시작은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현실의 정치 일정으로 올리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지금과 같은 지경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 운동을 부정하지 않는 세력이 여전히 노동자민중 정치운동 내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내 ‘신당 추진파’가 보이고 있는 상황 인식과 정치 행태도 여전히 기존 민주노동당 틀 자체를 조금도 벗어나 있지 않다.
따라서 반자본주의 정치변혁과 노동자계급정당은 새로운 주체와 새로운 동력에 기초하여 전혀 다른 차원에서 준비되고 시작되어야 한다.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현실의 정치 일정으로 올려야 하는 이유는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역시 진공 속에서 이루질 수 없으며 현실의 정치⋅계급지형과 노동자민중 정치운동 내부의 흐름과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하더라도, 또한 어떤 수준에서 봉합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어차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은 이미 그 시작을 예고하고 있었던 일이다. 민주노동당 사태는 그 계기를 제공하는 하나의 조건일 뿐이지만,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고자 하는 세력은 지금의 상황에 보다 책임 있고 긴장되게 임해야 한다. 그것은 당연한 임무이다.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일정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 단지 물리적 시간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과정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거쳐야 할 논의와 잡아야 할 사업이 산적해 있다. 거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판단과 결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에 따라 시간은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 20여 년에 걸친 대중투쟁의 역사에 비춰보면 지금도 너무 늦었으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응과 투쟁을 상정해야 하는 측면에서 볼 때에도 시간이 마냥 주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응과 함께 향후 예상되는 세계자본주의의 불안정성, 동북아 한반도 차원에서 형성되고 있는 정세 지형을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일정을 현실의 정치 일정으로 하루빨리 올려야 한다.
더 이상 기존 민주노동당 또는 또 다른 ‘신당 추진파’에게 노동자민중의 정치운동을 맡길 수는 없다. 특히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이 단지 정파들 사이의 논의와 사업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보다 중요하게는 대중적 근거와 기반을 형성하는 과정과 맞물려야 하는 것이 필수라는 점에서 노동자계급정당 추진 세력의 정치적 태도와 정치 일정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2-2 노동자계급정당은 ‘반자본주의 정치연합’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당 건설 문제는 20세기 변혁운동의 역사가 그랬던 것처럼 21세기 현재에도 여전히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당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당은 변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며 변혁적 활동가들의 존재 형식이자 활동 양식일 뿐이다. 그럼에도 당은 불가피하게 그 자체가 하나의 전략이자 노선을 표현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건설하고자 하는 당의 강령과 규약 또는 이념과 노선을 어떻게 표방할 것인가와 함께, 당을 건설하고자 하는 정파의 역사적 과정이 문제가 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가 바로 당 건설 경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논의와 운동이 시작되면 위와 같은 맥락에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세력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논쟁과 쟁점이 벌어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자 경로이다.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해야 하는 것이 매우 긴급한 정치적 과제라는 것을 공유하고 있는 세력들 사이에서도 실제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에 본격 나서기까지는 사전에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은 남아 있다.
그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건설하고자 하는 당의 성격 문제이다. 물론 건설될 당은 기존 민주노동당 운동을 대체해야 하는 당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기준은 주어져 있다. 즉 당의 이념과 노선이 민족주의 또는 사민주의와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하며, 동시에 당의 정치활동에서 의회주의와 합법주의 요소를 철저히 배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될 당이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을 실천하는 사회주의 정당이어야 한다는 점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이것들은 일정한 추상적 원칙 차원의 것이어서 그 자체가 쟁점이 되지 않는 조건에서는 그 이상의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즉 이상의 것들은 당 건설 운동을 같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충분조건은 그 보다는 더 구체로 들어가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랬을 때 우리는 이상의 필요조건에 동의하는 세력들 사이의 ‘반자본주의 정치연합’이 당의 성격과 관련한 출발 시점에서의 준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하나는 당 건설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세력이 어디까지인가, 또는 누구인가의 문제이다. 이는 조직의 문제이며 인격의 문제이다. 가장 원칙적인 수준에서의 답은 위에서 말한 당의 성격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느 누구든 최종적으로는 건설하고자 하는 당의 강령과 규약에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다.
이제까지의 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여타의 쟁점이나 문제는 이제 건설된 당 안에서 해결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는 것으로 설정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 모든 문제를 당 건설 이전에 모두 해결하거나 해소하고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설정하고 있는 경로와는 다른 것이다.
3. 노동자의힘은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에 적극 나서려한다.
노동자의힘은 민주노동당이 출범하려던 시기에 그와는 다른 정치적 입장과 태도 속에서 독자적인 정치운동을 시작했다. 민주노동당이 어쨌든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의 대표적 역할을 하고 있던 지난 10년 동안, 노동자의힘은 적지 않은 어려움 속에서도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노력과 투쟁을 다해왔다.
노동자의힘이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을 본격화⋅전면화할 것을 주장하고 제안하는 것도 바로 그와 같은 활동을 해온 결과이다.
노동자의힘은 2006년 11월 총회에서 조직 내부적으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을 해나갈 것을 결의한 바 있다. 그것은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을 이끌 새로운 정치운동 양식의 창출을 더는 늦출 수 없으며, 또 한편으로는 노동자계급정당이 건설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움직임과 논의가 이미 여러 형태, 여러 수준에서 제기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동자의힘은 이제부터 그러한 움직임과 기운을 묶기 위한 운동과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가고자 한다.
노동자의힘은 지난 2007년을 경유하면서 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노동자민중 정치운동 전반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 노동자의힘도 지난 대선에서 그 어떤 의미 있는 정치활동을 전개하지 못했다. 더 크게는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의 전망을 충분히 제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위에서 민주노동당 운동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을 가했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가 져야 할 몫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민주노동당 구성원 모두에게 가하는 비판이겠지만 그 안의 구체적 상황에 따른 변별점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자의힘은 이제 더 이상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반드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성사시켜 내기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지난 시기 미진하고 부진했던 바와 우리에게 가해진 정당한 비판과 지적을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 속에서 극복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을 주장하고, 제안하며 그를 위한 일 주체로 설 것을 선언하는 자가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라고 믿고 있다.
노동자의힘은 오늘 이후로 우리가 주장한 바를 현실화시켜 나가기 위한 활동과 사업을 본격적이고 전면적으로 그리고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다.
2008.01.10.
노동자의힘
대선 평가를 둘러싼 몇 가지 숙고와 진보운동
이광일(성공회대)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48.7%를 득표하였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26.2%의 지지율을 얻었다. 진보를 자임한 민주노동당은 3%, 사회당은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의 득표를 기록했다. 이러한 선거결과에 근거하여 권력의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다수 언론들과 정치평론가들은 한나라당의 압도적 승리를 전제로 선거 의미에 대한 촌평과 향후 전망을 제출하고 있다. ‘이명박특검법’에 대한 한나라당의 연이은 거부권행사 요구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진정 이것이 전부인가. 한나라당의 승리는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여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재고해 볼 필요는 있다. 그저 ‘그들의 말’에 휩쓸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압도적 승리’에 가려진 것
첫째, 투표율과 득표율에 대한 해석의 문제이다. 이번 선거의 전체투표율은 62.9%로 37.1%의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않았다. 대선 중 역대 최저의 투표율이다. 이를 고려해 산술적으로 추산해 보면, 이명박 후보는 전체유권자 가운데 약 30.8% 정도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압도적 지지’에 의한 당선이라는 평가는 상대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전망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오히려 투표하지 않은 부분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이번 선거에서 정권교체의 열망이 높았던 보수정치세력 지지자들의 결속력은 매우 높았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에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15.1%를 합하면 63.8% 정도가 보수파를 지지하였고 이것은 전체유권자의 40% 정도이다. 투표할 만큼 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추할 때, 기권표에는 항존하는 정치적 무관심층 이외에 개혁적이거나 진보적인 성향의 표가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선거 결과가 진즉에 결정되었기에, 혹은 기존 진보정당들의 퇴영적인 모습과 새로운 의제(agenda)가 빈곤한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투표와 연결시키지 않은 층이다. 민주노동당 지지자 가운데 적지 않은 부분이 ‘반한나라당’이라는 방침 아래 열린우리당 후보를 찍었을 것이고 또 다른 적지 않은 부분은 퇴영적인 민노당에 실망하면서 기권했을 것이다. 사회당의 지지율이 당원수에도 훨씬 못 미쳤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거기에도 다수의 기권표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지난 선거에서 “그래도 진보정당인데’라며 민주노동당에 표를 주었던 진보, 급진지향의 대중 가운데 다수가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상정하는 것이 비현실적일까.
물론 투표율과 득표율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기권표의 성격을 무시한 채, 이번 선거를 한나라당의 ‘압도적 승리’라고 평가하며 향후 정치지형을 점치는 것은 눈에 보이는 현상을 너무 과잉 평가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것이 지니는 한계는 이미 나타나고 있는데, 한나라당의 ‘이명박특검 철회요구’가 그것이다. 이러한 압박은 최소한 특검의 행보를 미리 제한하려는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이 침묵한 사람들의 자존심을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진영의 경우, 최소한 내년 총선의 향배와 대책, 그리고 노무현정권보다 더 강한 신자유주의 공세가 예상되는 지금, 이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좀 더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이들 가운데 최소 10-15% 정도가 어떤 의제를 매개로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이느냐가 향후 정치지형과 관련하여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진보정치세력의 재구성 여부와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지만 말이다. 진보의 덕목이 무엇인가. 현상을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간과해서도 안된다는 사실이다.
‘이념과 실용의 대비’, 현실을 가리는 이데올로기
둘째, 대부분의 언론이 합창하는, 이념이 탈각되고 실용이 압도한 선거라는 해석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이러한 평가는 보수의 언어로 현실을 가리고자 하는 반지성적인 평가이다. 지금 지구적, 일국적 수준에서 전개되는 정치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념, 발상에 의해 압도적으로 지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97년 IMF위기 이후 한국정치의 궤적 또한 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번 선거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명박 후보에 대한 20-30대의 지지를 두고 ‘젊은 세대=진보’라는 등식이 깨졌다고 부산을 떨고 그것을 근거로 ‘실용주의’가 승리하였다는 평가가 무반성적으로 제출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자사의 기사에 대한 대중적 관심제고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일부 언론, 시장에 지배받는 여론조사기관과 정치컨설턴트 등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자극적 평가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들은 그 근거가 견고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실한 것도 아니다. 사실 이들 세대의 거의 다수는 신자유주의 이외에 어떤 이념과 발상, 대안들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어떤 사회관계와 권력관계 위에서 작동하고 있는지조차 잘 알지 못한다. 아니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집권 대통합민주신당과 야당인 한나라당이 공유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정치세력인지 여부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한다. 다수의 일반 대중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바로 그렇기에 이들은 내용을 따져보지도 않은 채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이라는 신자유주의정치세력들의 선동적인 말 한마디와 자신의 미래를 기꺼이 바꾸는 대담함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 이들 세대에 “당신은 스스로를 진보적 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보수적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어 그 응답률로 이들의 진보성 여부를 규정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가. 또한 젊은 세대의 특성상 이들 가운데 스스로를 보수적이라고 응답할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연구자적 입장에서 말하면, 이런 이유로 인해 ‘양적 조사방법’이 아닌 ‘질적 조사방법’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흔히 평가하듯 ‘이념의 탈각’과 ‘실용주의의 부각, 압도’는 서로 대립시켜 비교, 설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라는 하나의 이념, 발상이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비대칭적인 현실 때문에 그 안에서 실용주의가 팽배하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개혁, 심지어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언론들조차 비판 없이 추종하는, 즉 새로이 출범할 이명박정권을 ‘이념을 넘어서는 실용정권’ 등으로 묘사하는 평가는 피상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그 인식,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마치 이념과는 관계없는 듯 행세하면서 현실을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권력의지에 스스로를 복속시키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집권 자유주의정치세력의 운명과 활로
셋째, 기존의 집권 자유주의정치세력의 향후 위상과 관련된 평가이다. 이번 선거에서 이들이 얻은 득표율은 26.2%로 지난해 5.31지방선거의 광역의회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열린우리당이 얻은 21.2%보다는 높다. 하지만 지자체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가 대통령선거라는 점, 투표율이 당시 투표율보다 10% 이상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거의 대동소이한 득표율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이들 세력이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으로 전화한 이후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이 거의 사라진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득표율은 자유주의정치세력이 독자적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득표라 할 수도 있다. 집권을 위해 과거 이들이 3당합당, DJP연합 등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이들이 왜 그토록 ‘반한나라당의 단일화’에 목메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들이 다시 살아날 수는 있을까. 곧 다가올 내년 4월의 총선거에서 그것은 가능할까. 다수의 언론과 평론가들은 ‘친노파’와의 단절 실패와 ‘도로 열린당’으로의 회귀 등을 참패의 핵심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른바 ‘노무현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해법은 탈노무현이다. 그런데 진정 이들이 탈노무현프레임을 구축할 수 있을까. 애석하지만 이번 선거 과정은 그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렇다면 왜 불가능할까? 그것은 한마디로 노무현프레임의 핵심이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97년 IMF위기를 계기로 등장한 김대중정권 이후 자유주의정치세력에게 주어진 역할은 신자유주의를 국가사회의 운영원리로 정착시키는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탈노무현프레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김대중정권과 노무현정권을 거치며 심화된 신자유주의에 대한 제동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이번 대선에서 나타났듯 자유주의정치세력은 그것에 제동을 걸기보다 오히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신자유주의정책에 더욱 더 밀착하는, 따라서 한나라당과 더욱 유사한 정책을 제출하기 일쑤였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이들 자유주의정치세력은 자신들의 차별성을 이른바 ‘평화.개혁세력’이라는 언술에서 찾고자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87년 식 ‘민주 대 반민주’의 구호로 한나라당을 반평화, 전쟁수구세력으로 몰았지만, 대중은 거기에 호응하지 않았다. DJ가 ‘한나라당의 집권’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역설하며 이들을 돕고자 하였으나 그것 또한 찻잔 속의 미풍도 되지 못하였다. 그것은 한나라당이 ‘신대북정책’으로 맞불을 놓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 이유는 이른바 평화.개혁을 상징하는 개성공단이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그 프레임 안에 존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의 핵심은 신자유주의 분업체제에 북한을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의 문제 아니었던가. 즉 대북정책은 신자유주의체제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하위정책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개혁 담론은 대중에게 주변적, 부차적이었다. 상대적으로 안온한 삶을 사는 대중은 그나마 무엇인가 새로운 가치들을 자기화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닐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삶 그 자체에 등이 휘어 고통 받는 대중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그들은 그 고통을 강제한 가시적 정치권력을 가장 중요한 비판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반면, 그 고통을 해소시켜주겠다는 선전과 선동에는 강하게 이끌린다. 더군다나 ‘신자유주의의 길’만이 실현가능한 활로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즉 ‘진보적 대안’이 의미 있는 대중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 못한 상태이라면 그들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명약관화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자유주의 정치세력들은 다시 살아남을 수 있는가. 그들에게 주어진 길은 두 가지인데, 그 하나는 이번 대선과정에서 이미 그들 가운데 일부가 그랬던 것처럼 커다란 줄기에서 차이가 없는 한나라당, 이회창의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것이 야기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자기화하면서 그러한 문제를 완화, 해소하는 방향으로 선명히 이동하는 것이다. 이 후자의 길은 이번 대선에서 범여권으로 분류된 창조한국당의 정책 내용과 통할 것이다. 기우에서이지만 어떤 정치세력, 어떤 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내세우는 내용이 중요하다. 결국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대표되는 현 집권 자유주의정치세력은 이 두 가지 길을 중심으로 하여 재구성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에 하나 혹시 그들이 진보정치세력과 연대할 가능성은 없는가. 이 질문과 관련하여 이 지점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집권 자유주의정치세력들이 스스로를 신자유주의자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항상 그들은 자신들을 개혁주의자, 민주주의자로 포장해 대중에게 소개해 왔다. 어떤 이는 그들이 ‘좌파신자유주의’라고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았느냐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거기에서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좌파’였고 그것은 단지 개혁, 민주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었을 뿐이다. 여전히 다수의 대중은 그것이 신자유주의 개혁, 신자유주의에 근거한 민주주의라는 점을 알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삶에 고통 받는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성장과 번영을 약속하는 신자유주의’를 ‘좌파의 사슬’로부터, 즉 혐오스러운 ‘개혁주의자, 민주주의자’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현실의 고통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좌파 아닌 자유주의정치세력이 한편으로 좌파를 조롱, 희화화시키면서 다른 한편 그것을 통해 신자유주의의 대중적 영향력을 더욱 강화시켰다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 노무현정부가 이명박정권을 탄생시킨 일등공신이라는 세간의 평가로부터 진보가 끄집어 내야하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정치적 교훈이다. 이런 그들이 어떻게 진보와 연대할 수 있겠는가.
자유주의정치세력이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자신들의 주장이 옳았고 대중들이 그것을 알아주지 못한 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남북관계를 경색시켜 줄 것을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어디 그것도 한나라당 마음대로 되겠는가.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은 그리 간단치 않다.
진보의 완패와 진보정치세력의 재구성
마지막으로 진보정치세력의 현재, 향후 전망과 관련된 것이다. 민주노동당, 사회당에 대한 피판은 이미 많은 것들이 제기되어 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비판이 전혀 먹히지 않는 화석화된 정당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에 바라는 것은 최소한 진보정당에 부합되는 행보를 걸으라는 것이다. 굳이 “제도정당은 어쩔 수 없어!”라는 낡은 비판에 기대고 싶지 않다. 또 그 제도의 경계를 넘어서라고 말하지도 않겠다. 그것은 민주노동당, 혹은 사회당의 몫이라기보다 ‘더 많은 진보, 더 많은 민주주의’를 목표로 제도/비제도의 경계를 헐어야 하는 ‘운동정치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 한방에 끝난 완고한 민족주의, 코리아연방, 그리고 말의 성찬뿐인 환경 및 생태문제에 대한 언급, 소수자 차별에 대한 무지와 감수성 빈곤 등은 그 지지자들, 우호자들에게 민주노동당을 진보정당으로 호명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비정규직노동자의 당’이라고 외쳤지만, 비정규직법의 통과 과정에서 보인 비일관성과 동요 이후 민주노동당의 그러한 외침은 의구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혹시 민주노동당의 정파들이 과거에 뿌렸던 땀과 눈물로 현재 자신들이 진보라는 점을 증명하고자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이다. 굳이 ‘87년 체제’의 종말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민주주의와 진보는 과거를 묻지 않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그것들은 오직 지금 이 순간 어디에 서 있는가를 그 판단의 유일한 준거로 삼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민주노동당은 지금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가.
다른 한편 사회당은 어떤가. 그 대선후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선출되었는가. 그것이 내세운 ‘사회적 공화주의’는 또 어떻게 해서 탄생했는가. 그에 대해 대중은 물론 그 당원조차 잘 알지 못한다. 이 사회에 공화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은 없다. 문제는 그 ‘사회적’이라는 수식인데, 그것은 결코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다양한 사회관계들에 내재한 차별과 배제를 제거하자는 ‘급진민주주의’의 또 다른 정치적 판본으로 독해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당이 환호한 창조한국당의 ‘사람중심 진짜경제’가, 그에 근거한 경제정책들이 ‘사회적 공화주의’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알고 싶다. ‘사람중심의 진짜경제’에 대해 보였던 공감과 환호는 자유이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은 인간일반이 아니라 분열된 역사적 사회관계들이다. 그 안에 내재된 권력관계들이며 정치들이다. ‘사람중심의 진짜경제’가 사회당의 급진민주주의와 무언가 상통한다고 생각하며 거기에 환호하였다면, 지금 사회당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선거가 끝난 지금, 사회당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을 잠시 접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사회당의 몫이 아니다. 지금 사회당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번 대선과정에서 자신들이 보인 정책과 정치적 행보에 대한 냉철한 성찰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중은 사회당이 무엇을 하는 정당인지 알지 못한다. 자신들의 당원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0.07%의 지지율이 사회당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 공당으로서의 사회당의 존재가 어떠한가를 반증하는 증거로서는 충분한 수치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대선의 진짜 패배자는 ‘개혁진보세력’이 아니라 진보정치세력이다. 이번 선거의 판세는 63.8% : 26.2%+3%+0.07%가 아니다. 63.8%+26.2% : 3%+0.07%, 즉 90% : 3.07%인 것이다. 여기에 만일 창조한국당을 친신자유주의 정치세력으로 규정할 경우, 그 패배의 골은 더욱 깊다. 범신자유주의세력이 투표자의 96%를 획득한 것이다. 이 초라한 3.07%를 가지고 진보정치세력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직도 좌고우면할 일이 남아 있는가. 진정 대중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면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을 버리는 길밖에 없다.
첫째, 그 방법이 어떠하든 민주노동당은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계급적이지도, 급진민주주의적이지도 않은 ‘완고한 자주파’들과 단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그 재편의 과정에서 사회당 등과 통합할 필요가 있다. 변화를 전제로 한 민노당과 사회당의 강령은 내용상 서로 함께 하지 못할 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제도정당 외부의 계급적, 급진민주주의적인 정치세력들, 혹은 ‘계급좌파’와 ‘비계급좌파’ 또한 이러한 움직임을 외면하지 말고 직간접적으로 개입, 결합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같은 ‘제도정치=개량주의’라는 낡은 혐오는 금물이다. 이미 언급했지만, 그 한계는 제도/비제도의 경계를 끊임없이 재구성하고자 하는 운동정치들의 과제로 계속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현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가 재검토, 철회되어야 한다. 지금 배타적 지지는 오히려 진보정치의 보수화를 조장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이러한 변화에 기존 진보정당의 대중적 명망성과 영향력을 지닌 리더들이 동참하도록 최대한 요구할 필요는 있지만, 결코 그들에게 연연해서는 안 된다. ‘낡은 틀’에서 비상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인물보다는 바로 그 낡은 틀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이 진보정치세력에게 준 기회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시간은 진보정치세력을 마냥 기다리지 않는다.
진보정당 운동의 전면적인 재구성이 필요하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 정치학)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압승을 가져온 2007년 대선은 그간 한국정치를 주도해온 자유주의세력의 정치적 결집체였던 통합민주신당만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열망을 안고 출현한 민주노동당의 참패를 가져왔다. 민주노동당 운동은 그간 한국의 진보정당운동을 대표해 왔다. 그런 만큼, 민주노동당의 참패는 민주노동당 운동의 위기만이 아니라, 진보정당 운동 전체의 위기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위기는 진보정당 운동이 지금과 같은 내용과 방식으로 전개되는 한 앞으로도 희망이 없음을, 새로운 희망을 창출하려면 무엇보다 과감한 자기혁신과 재구성이 있어야 함을 지시한다.
민주노동당이 해소되어야 할 이유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진보정당에게 진보정치의 바턴을 넘기고 역사 속에서 사라져야할 조직이 되어버렸다. 왜 그런가?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민주노동당이 크게 보면 ‘민주개혁세력’, ‘평화애호세력’ 등으로 자처해온 자유주의세력의 제2중대 이상의 정치조직이 되지 못한 데에, 이로 인해 자유주의세력이 성장할 때 동반성장하다 자유주의세력이 추락할 때 동반추락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데에 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개혁세력과 구분되는 ‘급진적’ 진보세력이 아니라, ‘민주개혁세력 내부의 좌파’ 이상의 조직이 되지 못했다. 이렇게 된 것은 민주노동당이 애초부터 장기적으로 당을 함께 할 수 없는 정파들의 연합에 기초하여, 그것도 (사회주의 경향의 계급적 진보세력 일부가 참가하긴 했지만) ‘자주파’로 불리는 좌파 민족주의세력과 ‘평등파’의 주류를 형성하는 사민주의 경향의 계급적 진보세력의 연합에 기초하여 조직된 데에 기인한다.
주지하다시피, ‘자주파’ 내지 ‘민족해방파(NL파)’는 민족통일의 달성과 같은 민족문제의 해결을 계급문제를 포함한 다른 모든 문제들의 해결 보다 우선시하고, 반제문제 등을 일차적으로 ‘민족해방’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좌파민족주의세력을 가리킨다. 이와는 달리, ‘계급적 진보세력’이란 계급문제의 해결을 민족문제를 포함한 다른 모든 문제들의 해결 보다 우선시하고, 민족문제는 물론 반제문제 등을 계급문제의 해결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정치세력을 가리킨다. 그런데 원래 ‘민중민주파(PD파)’로 불린 계급적 진보세력은 애초에는 사회주의적 지향성을 지닌 단일한 세력으로 출현했지만, 이후 크게 보아 체제 내적 개혁을 추구하는 사민주의세력과 자본주의 극복을 추구하는 사회주의세력으로 분화되었다. - 유럽에서는 사민주의자도 대체로 자신을 사회주의자로 동일시여기지만, 여기서는 혼돈을 피하기 위하여 사민주의와 사회주의를 구분한다.- 때문에 오늘날에는 더 이상 ‘단일의 계급적 진보세력’, ‘단일의 PD파’, ‘단일의 평등파’ 등에 대해 말할 수 없다. 오히려 (혁신자유주의 세력을 포함한 자유주의세력과 구분되는) 진보세력은 크게 보아 ‘좌파민족주의세력’과 ‘사민주의세력’ 및 ‘사회주의세력’으로 삼분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들 세력들은 추구하는 운동의 궁극적 목표와 목표 실현의 수단과 경로 등에 대해 상이한 견해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계급문제와 민족문제 등이 중첩적으로 뒤얽혀 있고, 신자유주의 반대,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반전반제의 과제 등이 절박한 당면과제가 되어 있는 오늘날의 조건 속에서 이러한 당면 과제들의 해결을 위해 차이를 넘어 서로 힘을 합쳐 투쟁해야 할 진보세력 내부의 주요한 3대 분파이다. 이들 세력들은 서로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당면과제의 해결을 위해 차이를 넘어 함께 투쟁해 나가야 할 책무를 지닌다. 그렇지만, 이들 세력들이 당을 함께 할 수 있는 세력들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옳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당면과제들의 해결을 위한 연대는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 등에서 차이를 지닐지라도 그 과제들의 해결을 위해 연대하는 제 세력들의 전선운동체나 공동투쟁체에 의해 확보될 일이다. 이와는 달리, 당이란 전선운동체 등과는 달리 무엇보다 자신들의 궁극적인 정치적 목표의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동일한 세력의 정치적 결집체여야 할 것이다. 실제로 당의 목표 등이 전선운동체와 같은 조직의 그것들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전선운동체 등과 구분되는 당과 같은 정치조직이 왜 별도로 필요한 지를 옳게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대중적 요구가 증대된 것을 배경으로 좌파민족주의세력과 사민주의세력 중심의 계급적 진보세력이라는 애초부터 당을 함께 할 수 없는 양대 정파가 중심이 되어 만든 전선운동체적 성격의 정파연합당으로 출범했다. 이런 당이란 잘 운영될 때에도 전선운동체가 행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행할 수 없다. 게다가 이런 당은 현재 민주노동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북주의’ 논쟁이 보여주다시피 공통의 당면과제 이상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봉합’ 이외에는 다른 해결의 길이 없는 끊임없는 노선 분쟁에 휩쓸리지 않을 수 없고, 평등파가 자주파의 ‘패권주의’를 문제 삼고 있는 데에서 드러나다시피 특정 정파의 패권이 관철될 경우 당 운영 문제 등과 관련하여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좌파민족주의세력은 계급문제의 해결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민족문제의 해결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남북한의 화해-협력과 민족문제 해결을 위한 자유주의세력과의 연대나 진보대연합의 형성 등을 중시한다. 그리고 사민주의세력은 개혁의 진전 그 자체만을 중시하기 때문에 사민주의와 혁신자유주의 내지 개혁적 자유주의의 차이란 실제로는 그다지 큰 것이 아니다.
이처럼, 민주노동당은 전선운동체 등을 통해 연대하거나, 필요하다면 ‘선거연합’ 등을 행할 수 있지만 당을 함께 할 수 없는 세력들이 진보운동의 당면과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우선시함으로써 생겨난 당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출현한 당이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열망을 안고 출현한 당이긴 하지만 자유주의세력의 제2중대 역할 이상을 하기 어려운 세력들이 주도하는 당이 됨으로써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기초하여 우리 사회의 발본적인 변혁을 추구하는 당과는 거리가 먼 당,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진정한 의의를 왜곡하고 퇴색시키는 당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의회 진출’ 이라는 당시 진보세력의 당면과제를 최우선시함으로써 창당된 당이기 때문에 의회주의와 합법주의, 대리주의와 관료주의 흐름이 지배적이 된 당, 의원 활동에 대한 당적 통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당, 명망가된 의원들에게 갈수록 의존하는 당, 누가 당선가능한 비례대표 후보가 되는가가 정파들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로 되는 당이 되어버렸다. 거기서 더 나아가 오늘날에는 자주파의 패권까지 관철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계급노선이 민족주의노선과 계급연합노선 등에 종속되어 있는 ‘무늬만의 노동자계급정당’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처럼, 지금까지의 민주노동당은 민족주의와 사민주의의 불행한 결혼이 탄생시킨 정당이며, 사회적 관계의 근본적인 변혁을 바라는 많은 평당원의 사회주의적이거나 사회주의 지향적 열망을 민족주의적, 사민주의적, 의회주의적 전망 속에 가두는 정당이었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그간 민주노총과 전농과 같은 대중조직의 배타적 지지에 크게 의존하는 정당이었다. 그런데 이런 배타적 지지-대변 관계 형성은 민주노동당을 진보정당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만들고 민주노동당의 양적 성장 등에 기여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당과 대중조직들 모두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진보정당은 무엇보다 사회적 관계의 총체적 인 변혁을 위해 투쟁하는 조직이어야 하는 반면, 대중조직은 무엇보다 대중들이 직면한 절실한 당면과제의 해결을 위해 투쟁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대중조직들 간의 그런 배타적 지지-대변 관계의 형성은 민주노동당을 대중조직의 볼모로 만드는 동시에 대중조직을 민주노동당의 볼모로 만들어 버렸다. 그 결과 민주노동당은 대중조직의 한계를 넘어서는 당다운 당으로 활동하는 데에 방해를 받았고, 대중조직은 민주노동당 정치에 종속된 채 대중조직다운 대중조직으로서 활동하는 데에 방해를 받아 왔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상
위에서의 논의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위기가 민주노동당이라는 조직 틀을 유지시키는 선상에서 제기되는 ‘내부 혁신’이나 ‘제2창당 운동’ 등을 통해 극복될 수 있는 위기가 아니라, 참으로 진보정당 운동의 전면적인 재구성의 절실함과 시급함을 알리는 위기라는 점이다. 그런데 진보정당 운동의 재구성은 민족주의와 결별한 새로운 사민주의 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것도, 당을 현재의 민주노동당 보다 더 우경화시키고 진보정치를 결국 자유주의적, 민족주의적 정치의 아류로 전락시키는 데에 기여할 따름인, 혁신자유주의세력들까지 포괄하는 진보대연합 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것도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는커녕 진보정당 운동의 재구성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 그 방향은 기본적으로 진보정당 운동을 더욱 급진화시키는 방향, 자본주의의 극복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며, 그 극복을 위해 투쟁하는 사회주의적 노동자계급정당이라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자본주의사회의 발본적인 변혁을 추구하는 진보정당다운 진보정당은 사회주의적 계급정당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며, 또 그런 정당만이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열망을 올곧게 대변하고, 그 참다운 대의를 실현시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날 축적위기에 갈수록 더 깊숙이 빠져들고 있는 자본주의는 노동자대중에게 갈수록 더 많은 고통을 강요하고, 이들을 위한 사소한 개혁조차 불허하는 지극히 야만적인 체제로 변모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혁신자유주의적-사민주의적 개혁을 통한 자본주의의 전반적인 쇄신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음을, 또 이로 인해 인류가 오늘날 더 한층의 야만이냐, 아니면 사회주의적 변혁이냐의 기로에 처해 있음을 가리킨다. 이런 정세에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되는 진보정당은 다름 아닌 사회주의적 노동자계급정당이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사회주의적 노동자계급정당은 그러나 거대한 역사적 비극을 경험한 이전의 사회주의정당 운동의 과오와 한계를 넘어서는 정당이어야 한다. 그 정당은 무엇보다 대중정치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정당, 대중들의 투쟁과 일상적으로 결합하는 가운데 대중들을 신자유주의-자본주의 이데올로기로부터 해방시키기고 정치의 진정한 주체로 상승시키는 데에 기여하는 정당, 국가권력을 대중권력으로 대체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정당, 철저히 민주적인 사회주의체제의 건설을 추구하는 정당, 생태주의적-여성주의적 관점을 적극 수용하고 계급적 억압 등으로 남김없이 환원되지 않는 모든 형태의 사회적 억압과 차별에 반대하며 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를 유보 없이 옹호하는 21세기형의 새로운 사회주의적 계급정당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정당은 이 시대의 주요한 당면과제의 해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신자유주의 등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과 연대하면서도 그 연대가 사회주의적 변혁에 기여하는 것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정당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진보정당,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
누가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에 앞장서야 할 것인가? 그 건설에 일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은 말할 필요도 없이 민주노동당 내외의 모든 계급적 좌파세력들이다. 이들에게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기 위해 분산되어 있고, 분열되어 있는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 현재의 조직적 소속과 노선상의 차이 등을 넘어 한시바삐 힘을 합치는 일이다. 이는 현 시기에 계급적 좌파세력들에게 요구되는 지고의 과제이다. 이 과제를 회피하거나 이 과제에 분파적, 타성적으로 대처하지 말라! 그리고 이런 노력에 기초해 노동현장과 사회운동의 제 영역에서 활동하는 선진노동자들과 선진적 활동가들을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적극 동참시키고, 바로 이들이 새로운 당의 중추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그런 노력을 통해 건설되는 새로운 진보정당은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진정한 노동자대중정당으로 자신을 계속 성장-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위기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호기로 전환시키자!
민주노동당 운동의 위기는 진보정치 전체를 위기로 내몰고 있지만,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낡은 수구적 진보정치를 노동해방, 사회해방의 미래를 담보하는 새로운 급진적 진보정치로 대체할 수 있는, 참으로 소중한 호기도 제공해 주고 있다. 위기의 호기로의 전환은 그러나 어디까지나 위기를 호기로 전환시키기 위한 많은 이들의 집합적 의지의 결집과 이들의 과감하면서도 책임 있는 행동의 전개를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발본적인 변화와 진보정치 다운 진보정치의 전개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은 이 시기 진보세력의 가장 절박한 정치적 과제가 된 진보정당 운동의 전면적인 재구성을 위해 함께 힘을 합쳐 나갈 과제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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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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