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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당뇨병 환자의 금주

오늘 아침 검진을 하다가 진찰실 밖을 나가서 데스크에서 이야기를 하고 다시 들어오는데, 어떤 사람이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 분 차례가 되어 진찰실에 들어와서  "선생님 덕분에 이제 술도 안 먹고 혈당관리 잘 하고 있어요, 그 때 아버님 이야기까지 하시면서 설명해주셔서 감동을 받았어요"  하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  

울 아빠는 당뇨병을 잘 관리하지 못해 일찍 돌아가셨다. 59세. 지금 내 나이보다 겨우 몇 살 더 많은 나이였다.  당뇨병을 잘 관리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아버지 생각이 나곤 했다.  아빠는 누군가에게  당뇨병을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받은 적이 있었을까? 

먹고살기 바쁜 시절에, 전국민 건강보험도 없던 시절에, 지금은 누구나 누리는 국민건강검진도 없던 시절에 아빠는 당뇨병을 진단받았고,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얼마전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 커뮤니티에 작업현장에서 혈당이 거의 500에 육박하는 노동자를 만났을 때의 막막한 심경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경기 북부에서 일하는 의사이다. 그 동네는 참으로 열악한 사업장들이 모여있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의료보험이 없거나, 있어도 병원에 갈 시간도 없고, 바빠서 건강검진도 정기적으로 받지 못하고, 당뇨병을 진단받아도 왜 관리해야 하는지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한다는 점에서 1980년대의 우리 아빠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티비 공익광고에 어느 부부가 바다속의 쓰레기를 줍는 데, 그런다고 바다가 깨끗해지냐는 질문에 그래도 우리가 지나온 길은 변화가 있잖아요 하는 장면이 기억이 난다. 내가 하는 검진도 그런 기분으로 할 때가 많아서 격하게 공감이 갔었다.  

아침에 여러가지로 마음이 바빴다.
이런 검진센터를 운영하는 과장으로서의 내가 해야 할 일들의 행정업무가 좀 많았다. 
내가 일하는 터전을 지키는 것도 나의 임무이니. 

오랜만에 여기와서 적어둔다. 
가끔씩 와서 이전의 나와 대화를 하면서 용기를 얻어가기도 하는 진보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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