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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녹보라 패러다임과 새로운 운동 전망

 

이은숙(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집행위원)

2010. 12. 3. 연리문화제

 

1. 적녹보라 패러다임은 적, 녹, 보라 각 운동들의 새로운 운동 지평을 열어줄 것입니다.

 

새로운 운동 패러다임으로서 적녹보라 패러다임은 각 운동들의 의제와 주체의 확장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운동의 전망을 열어 나갈 새로운 운동 주체들이 형성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 사회운동들이 직면한 현실들에 천착함과 동시에 무엇이 운동의 진로를 가로막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각 운동들은 끝없이 서로간에 연대와 소통을 요구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각 부문들 사이에 그다지 소망스런 연대와 소통이 이루어져 오지는 못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각 운동들이 자신들의 운동에 갇혀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끊임없이 자신들의 운동의 중심성을 일방적으로 제출하고 추구하여 왔기 때문은 아닐까요?

 

2. 적녹보라 패러다임은 노동운동, 생태/환경운동, 여성운동 등 사회의 운동들이 현재 처하여 있는 질곡지점들을 해소시켜줄 것입니다.

 

노동운동에 환경/생태운동이 함께 할 수 있다면, 노동운동에 여성운동이 함께 할 수 있다면, 환경/생태운동에 노동운동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여성운동에 노동운동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세계는 바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함께 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연대성명서에 연서명하는 것, 투쟁현장에 지지방문하는 것, 투쟁지원금을 보내는 것, 여러 가지 방법들도 물론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보십시다. 현재 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성들에게 이 투쟁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환경/생태계에는 이 비정규직 투쟁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또한 현재 사회 일각에서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는 투쟁은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그 운동과 함께 한다는 것은 노동운동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환경/생태계에는 낙태금지법 반대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4대강 개발 반대 투쟁은 또 어떻습니까? 4대강 개발 반대가 여성들에게,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그 의미들이 보다 분명해지면 그럴수록 '함께 한다'는 것이 또렷하게 의미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래야만, 각 운동이 자신들의 의제만으로도 허덕이며 각개분투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더욱 더 허덕이게 되는 일이 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3. 새로운 운동의 전망을 패러다임의 전환에서부터 찾아나가는 것은 현대 사회운동들의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어 있습니다.

 

누구든지 이 광포하게 변해가고 있는 시대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활동가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사람들의 생각도, 언어도, 습관까지도 수시로 바뀌고 있습니다. 문화의 차이가 이제는 국경이나 인종이나 계급을 넘어 한편으로는 통합되어가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더더욱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변화의 방향도 단선적이고 일방향적인 것이 아니라 복선적이고 다면화된 방향으로, 그래서 이제는 선(line)이 아니라 점의 궤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운동들은 여전히 구태 속에서 완고하게 변화를 거부하고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패러다임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입니다.

일방향적이고, 단선적이며, 일운동중심적인 운동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각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에 전국의 주부들과 여성들이 모두 동참한다면 일이 어떻게 전개되겠습니까. 이 투쟁에 그린피스 활동가들과 세계의 환경생태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거 동참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왜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이,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이, KTX 승무원 투쟁이 그렇게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걸까요.

 

4. NGA가 제기하는 적녹보라 패러다임은 페미니즘의 통찰력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성별화(gender making)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이 세계의 모든 사물들은, 그리고 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다 성(性)과 관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자본주의-군사주의-제국주의의 구석구석을 세밀히 살펴봅시다. 그리고 지금의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군사주의는 무슨 근거로 사람들을 자본주의-군사주의-제국주의로 체계화시키게 되었을까요. 그 지배체제의 골간은 무엇일까요. 그것들은 사람들 사이의 감정과 이성을 통하여 어떤 때는 공개적으로, 어떤 때는 은밀하게,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의 통찰력은 이 세계의 지배체제가 성체계(gender-sexuality-sex system)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준 사상입니다. 페미니즘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람들 속에 깊이 내면화되어 있는 이러한 성체계에 근거한 지배의 메커니즘에 대하여 문제를 설정하고 제기하여 왔습니다. 적녹보라 패러다임을 제기하게 만든 것은 바로 페미니즘입니다. 맑스주의가 하나가 아니듯이 페미니즘은 물론 하나가 아닙니다. 그러나 세계를 성별화시켜 지배해온 구조를 폭로하고 그 구조에 저항하는 점에서 여러 페미니즘들의 입지점은 동일합니다. 세계의 구조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변혁운동들이 바야흐로 페미니즘에 귀를 기울이고 크게 공감하며 활동하고 있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게 하기 시작한 것이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

 

5. 적녹보라 패러다임을 통하여 새로운 운동의 전망을 열어가는 길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우리는 무차별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에 나뭇잎처럼 표류하고 있으면서도, 또한 그 와중에 스스로가 바뀌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모른 척하기 일쑤입니다. 그리고 또한 사람의 생각이나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바꾸면 힘들고 귀챦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변화는 천천히 올 것입니다. 그러나 운동의 변화와 세계의 변화를 향한 목표와 전망을 분명하게 가져나가게 될수록 변화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20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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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7 08:37 2010/12/0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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