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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투쟁에서 역사투쟁으로

태백산맥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주워들은 얘기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것. 빨치산 주인공(?)의 말이다. 우리의 투쟁은 이제 현실투쟁에서 역사투쟁의 단계로 넘어간다... 비록 우리는 여기서 패배하겠지만, 우리가 백기를 들고 패배하는 것과 이 지리산을 우리의 피와 시체로 덮으며 패배하는 것의 역사적 의미는 다를 것이다...

 

비슷한 말을 80년 광주의 현장에서도 들을 수 있다. 저 전두환의 군대가 이 도청을 점령할 때, 우리가 다 도망가고 텅 빈 상태의 도청을 점령하는 것과 우리의 피와 시체로 덮인 도청을 점령하는 것은 다를 것이다...

 

지금, 우리의 투쟁도 현실투쟁이라기보단 역사투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대중들의 불신과 지배계급의 반동 속에 패배하겠지만,

 

우리의 깃발이 피로 물들고 군홧발에 꺾여 우리의 조기가 될 때 남는 역사적 의미는 있을 것이다.

 

대중들의 불신이 우리의 진지를 잠식하더라도,

 

우리가 거기에서 걸어 내려오는 것과 잠식될 대로 잠식된 진지에서 추락해 죽어가는 것의 의미는 다르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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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똑바로 해라.

* 민중언론 참세상["이건희 삼성회장은 노동탄압박사"] 에 관련된 글.

오늘 학교로 오는 버스에 몸을 싣고 피곤한 눈꺼풀을 닫으려 할 때, 버스 노동자 아저씨가 틀어놓으신 라디오 소리가 자꾸 내 귀를 괴롭혀서 편히 잠을 자지 못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방송은 <손석희의 시선집중>이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들이 논술/구술 준비하면서 챙겨 들으면 좋을 것이라 추천했던 바로 그 방송(우리 학교엔 소위 386 선생들이 많았다). 답답한 세상일이 억지로 귀에 들어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으나 나름대로 품위는 있는 방송이라 생각했기에 견딜 만했다.



그런데, 아마 무슨 미디어오늘의 누구와 함께 하는 코너였을 것이다. 고려대 학생들이 이건희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취득을 저지했다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안 그래도 전일 고려대 다니는 친구가 이건희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길래 무슨 일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고려대 당국이 이건희에게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역시 고려대다, 그 정도 비상식을 실력저지할 수 있을 정도의 강단은 남아 있구나 하면서 흐뭇해 하는데, 이 놈의 손석희가 문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코너에서 고려대 학생들이 '왜' 그 행사를 저지했는지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시종일관 초점이 맞춰진 부분은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고려대 당국이 엄청난 저자세를 보였다는 점 뿐이었다. 예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강연을 막았을 때도 이렇지 않았는데, 참 삼성의 힘을 세더라, 뭐 이런 식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고려대 학생들의 투쟁은 그냥 해프닝이 되고,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이 가진 힘을 전 대통령의 경우와 대조해 드러내면서 한껏 자신과 자기 프로그램의 '진보성'을 뽐내고 있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고려대 학생들이 그 행사를 저지하면서 외쳤을 구호, 외쳤을 발언 같은 것은 한치도 소개되지 않았다. 이게 뭐하자는 건가? 게다가 배석한 미디어오늘 관계자(직위와 이름은 까먹었다)는 "물론 학생들의 행위가, 정당했던 건 아니죠. 하지만 학교 당국 측의 대응은 좀 과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는 망발까지 보여 주었다. 아 그래, 한 마디로 말해서 학생들의 행위는 별 정당성도 없는 해프닝이었는데, 다만 중요한 건 삼성 재벌의 힘에 쫄아서 과잉대응한 학교 당국의 문제다? 허 참, 대단한 진보성이시다.

 

그 저지투쟁에 있어 핵심은 과연 이건희가 그 학위를 받을 만한 인간인가, 고려대는 왜 그 학위를 이건희 따위에게 수여하려는가에 있다. 학교 당국의 대응은 그 이후 문제이다. 그런데 손석희와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그 문제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하면서 오로지 '재벌에게 쫀 학교 당국'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애초부터 이건희가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한 인간백정이라는 것, 그따위 인간에게 학위를 수여한다는 고려대 당국의 발상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이라는 것에 대한 논점은 온데간데 없다.

 

무노조 경영과 노동탄압의 선구자, 노동자들의 피로 살을 찌우는 흡혈귀에게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한다는데 그것을 저지하지 않는 학생이 학생인가, 난 그것을 묻고 싶다. 손석희는 대답해보라, 이건희가 철학박사 학위를 받을만한 사람인지!! 지금 E마트 노동자들과 삼성SDI 노동자들의 피맺힌 절규가 끝나지 않았는데, 이건희에게 명예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은 대체 어떤 대학인지!! 이에 대해 대답하지 않고 그 투쟁을 얘기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상쾌한 아침이 될뻔했는데, 손석희 때문에 다 망했다. 고려대 학생들의 투쟁에 연대와 지지를 보내며, 당차게 일어선 학생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손석희, 똑바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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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데이 유감

* 이 글은 민중언론 참세상[1일 노동자대회, 민주노총 '세상을 바꾸는 투쟁' 선포] 에 관련된 글입니다.

2학년 활동가로서 메이데이에 참가했다.

 

감회도 새로웠지만, 너무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았다.

 

작년의 메이데이를 보면서는 '무슨 민주노동당 전당대회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민주노동당 원내진출 축하 일색이었었다.

 

올해의 메이데이는... 점점 노조 관료들의 기회주의와 개량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것 같다.

 

민주노총에서 특정 문예패들의 공연을 거부했다는 유인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매우 추상적인 내용을 담는 문선까지도 검열할 정도라니...

 

대체 이들은 어느 세상에서 온 사람들이란 말인가.

 

게다가 올해 메이데이 집회는 투쟁의 장이 아니라 하나의 이벤트에 가까웠다.

 

연속해서 이어지는 뻔한 관료적 발언들... 대책없는 대리주의....

 

집회가 끝나고 행진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뜨악했다.

 

서울 도심에서 노동계급의 힘을 보이고, 그 변혁의 의지와 구호들을 뿜어낼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한다고?

 

결국 전학투위 차원에서 단독 행진을 하긴 했지만, 씁쓸했다.

 

게다가 최악의 이벤트는 독도 관련 선언문 낭독이었다.

 

드디어 이것들이 갈때까지 갔구나 생각했다.

 

메이데이가 어떤 날인가. 전세계 노동계급의 국제주의를 과시하고 단결하는 날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맑스의 외침을 실천하는 날, 인터내셔널의 날이다.

 

이런 날에 "우리 민족의 이름으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섬뜩한 선언이라니...

 

일본 노동자들, 아시아의 노동자들과의 연대는 어디로 간 것인가.

 

그따위 선언 낭독할 여유가 있으면 비정규직 철폐에나 신경쓸 일이지...

 

노사정 합의는 결렬되었지만 "대화와 합의의 기조엔 동의했다"는 이목희 개새끼의 발언이 더욱 우울하다.

 

115년 전의 노동자들이 하늘에서 울고 있다-

 

스파이즈여, 그건 들불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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