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 끼리"

2006/09/05 02:00 여름 안에

학교 다닐 때(아직도 학교 다니지만 여기서 학교 다닐 때란, 주로 대학 친구들과 수업을 같이 듣던 시절을 말한다) 친구들에게 같이 머하자 어디가자 하면 주로 이런 말을 들었던 거 같다. 

 

"여자들끼리 무슨 재미로 여행을 가"

 

음 맞아 진짜 이 말을 많이 들었던 거 같다. 그래서 대학 때를 생각하면 한 번도 여자들끼리 여행을 간 적이 없다. (그래도 여자 둘이서 간적을 한 번 있는 데 1박 2일로 선미와 전주에 갔을 때다.)

 

여성주의 영화를 찍으면서도 남자배우가 와서 스텝이 여자밖에 없으니까 너무 어색하고 이상하다 말했고 실제로 그 사람이 말하는 것들이 참 다른 이들의 공감을 얻기가 힘들었다.

 

아역배우와 어머니가 오셔서도 "남자 스텝이 없어서.... 몸으로 놀아주지를 못한다."(여기서 몸으로 놀아 준다는 것은 비행기를 태워 주는 등의 들어다 놨다 해주는 그런 놀이들) 는 애기를 했다. 그래서 내가 엄청 압박을 느끼고 몸으로 놀아 줘야 겠다는 강박에 쌓여서 들었다 놨다 해줬다.

 

실제로 여자끼리 놀면 재미있을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술을 먹으면서도 여자들끼리 있으면 진짜 고민되는 것이지만 말하지 못하는 애인과의 성관계 문제 라던가 의 이야기를 참 많이 하는 거 같다. 이애기가 시작되는 무렵은 어쪄다 남자들이 일찍 빠지는 날이었던 거 같다.

하하(겸연쩍은 웃음)

 

이번 여름에 여자들끼리 모여서 영화를 만들고 그리고 여자들끼리 짧지만 MT도 갔다. 채식주의의 풍성한 식탁에서 고기가 이렇게 소외될 수 있구나 생각했고 골라서 술을 먹으며 먹은 사람도 안 먹은 사람도 각자 알아서 취하고 이야기를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일의 굴레로 아쉽게도 새벽에 나왔지만 다음 날도 재미있게 잘 왔으리라 생각한다.

 

녀남-남녀가 함께 사는 세상이기에 어울림은 당연하고 어디가나 골고루 섞여 있어야 하는 것도 자연스런 모습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녀남이 함께 섞여 있는 순간에 여전히 무엇인가 불편하다. 그 불편함의 주체와 근원은 역시나 여성에게로 오는 규제나 굴레가 아닐까 한다. 그것은 녀남-남녀이 함께 하는 순간에 무작정 표출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자들 끼리" 함께 해보면서 해방감을 맛보는 것이 중요하고 그 느낌을 가지고 녀남-남녀가 함께 하는 세상으로 갈 수 있지 않을 까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다같이 사진을 못찍었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9/05 02:00 2006/09/05 02:00
─ tag 
Trackback URL : https://blog.jinbo.net/mbc112/trackback/54
  1. 여름  2006/09/05 03: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글을 다 쓰고 보니, "남자들끼리 무슨 재미로가" 라는 말이 생각났다. 남자들의 여자끼워 넣기에 대해 생각하니 분노가 치민다.
  2. 껌뻑  2006/09/05 1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끄덕끄덕..
  3. 정화  2006/09/05 17: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 사진을 같이 못 찍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