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독립 미디어 콘텐츠와 디지털자전거 타기!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 32 호, 2006년 5월에 실린 글입니다.

(중간 중간에 링크된 텍스트들이 있는데, 밑줄 등의 표시는 없어서... 아웅...)

독립 미디어 콘텐츠와 디지털자전거 타기!

- 독립미디어온라인플랫폼 프로젝트를 위한 해외사례1 -

 

조동원(jonairship@gmail.com www.gomediaction.net)

 

 

 지난 ACT! 3월호(30호)에서 “비디오 재생기: 민주주의 플레이어!”에 대한 글, 그리고 ACT! 4월호(31호)에서 ‘민주적 미디어 생산과 이용과 공유를 활성화시키는 공동작업으로서 “독립미디어온라인플랫폼 프로젝트 를 제안했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이고, 어떤 측면에서 좋은 건지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을 나눠보기 위해, 이와 유사한 해외의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의 공동체미디어센터 간 프로그램 교환을 위한 “디지털자전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고자 하는데, 이후 몇 차례 이어지는 글들에서 더 조사하고 여력이 된다면 보다 다양한 해외 사례들을 유형별로 정리해 더 소개해 볼 수도 있겠다.

 

 

몇 가지 에피소드: 뭔가가 필요해~

 

1. 공동체 상영을 위한 프로그래밍과 배급

지 난 5월 4일 평택에 대한 노무현 정권의 폭력적 국가 폭력에서는 보다 많은 곳들에서, 그리고 FTA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련한 인터넷 동영상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다. 예를 들어, 지역 촛불문화제나 상영회를 할 예정인데 이 때 상영할 수 있는 영상을 다운로드 받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최근에 민중언론 참세상의 영상 콘텐츠들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한 것도 워낙에 하려고 했다고 하는데, 이 즈음 이러한 요청들을 받으며 전격 시행한 모양이다.

한미 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http://nofta-ip.jinbo.net) 주최로 지난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한미FTA저지 지적재산권 강화반대 문화제”가 있었다. 이 문화제의 한 프로그램인 “지식을 민중에게로: 지재권 돌려차기 영화제”1)에서는 국내의 영화들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들도 소개되었는데, 그 중 저작권 관련 해외 영화들의 경우 이 문화제의 취지에 맞게 대부분 자율적인 저작물 이용허락 표시제도인 한국의 정보공유라이선스와 같은 크리에이티브커먼즈를 채택한 것들이었고, www.archive.org와 같은 공개된 서버나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대항하는 “지식 해적질? 국제 단편 영화제”를 통해 구한 것들 이었다.

그런데, 영화들을 인터넷을 통해 보는 것보다는 좋은 화질로 상영관에서 보기 위해서 보다 큰 용량의 영화 파일이 필요했고, 이를 얻기 위해 각 제작자들에게 연락을 하여 FTP를 이용해 서버에 올려달라고 부탁하는 과정을 거쳤다. 보통 상영 시간이 긴 영화들의 경우 대부분 우편으로 VHS나 DV, DVCAM으로 전달받게 되는데, 준비 시간이 촉박했기도 했지만, 다행히 1분에서 길어야 9분정도 되는 초단편들이었기 때문에 FTP로 올리고 내려받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일을 올리는 과정에서 외국에 있는 제작자들이 인터넷 접속 속도가 대부분 낮아 힘들어했다. 뭔가 좀 더 좋은 파일 공유의 방법이 없을까나...

 

2. 영상 소스 공유

(비 디오) 영상 제작 과정에서도 이러한 소스 공유가 보다 손쉽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와 관련한 한 가지 에피소드는 FTA 저지를 위한 교육용 영상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었다. FTA라는 거짓말에 대한 여러 가지 교육 영상이 제작되었고(보러가기), 민중언론 참세상 영상팀에서도 현재 제작 중에 있는데, 필자가 듣기로 이에 포함되었으면 하는 내용 중의 하나는 해외의 자유무역협정의 전례나 이를 좌초시킨 민중의 투쟁에 대한 영상 소스였다.

“KBS 스페셜” 팀 은 FTA의 전례가 될 법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파괴적 결과가 어떤지를 현지 취재를 통해 보여주기 위해 멕시코를 다녀왔다는 소식도 들리는데, 독립 미디어 진영은 돈도 없고 자원도 없다보니 이러한 소스를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KBS를 비롯한 주류 방송사가 최소한 이러한 다큐멘터리나 시사 보도 프로그램들의 영상 콘텐츠를 공개하는 아카이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개아카이브 사업은 영국의 BBC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 사례처럼 주류 미디어도 전향적으로 고려해 볼만한 창조적인 사업이므로 중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지만, 당장은 힘드니 독립 미디어 제작 활동가는 직접 소스를 구할 수밖에 없다.

이미 독립미디어센터(www.indymedia.org)와 같은 대안적 미디어운동 네트워크를 통해 이러한 영상은 다양하게 유통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빅노이즈 필름에서 만든 “4차 세계 대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FTP 서버에서 혹은 비트 토런트(Bit Torrent)로 다운받을 수 있었다(여기서). 그리고, 마침 필요한 소스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를 발견하였다. 2002년을 전후로 캐나다, 미국, 그리고 멕시코 등의 중남미에서 있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전미자유무역협정(FTAA) 반대 투쟁의 이야기들을 담은


 “자유를 무역하다"

“자 유를 무역하다: FTAA에 내몰린 삶의 진실(Trading Freedom: the secret life of the FTAA)”이다. 이는 독립미디어센터(IMC)의 당시 ‘FTAA 비디오 프로젝트팀’이 제작하여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해놓았다(여기서 찾아보기). 그 런데 그 웹사이트에 공유 라이선스 표시를 해두지 않아 직접 연락을 했고 아무 문제없다고 오히려 쓰라고 올려놓은 거라고 하면서 영상 소스의 사용을 허락해 주었다. 이렇게 독립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영상 소스들을 보다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나...

 

 

3. 다양한 미디어 제작 콘텐츠 공유

필자는 또한 FTA 저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의 공식 홈페이지 제 작과 운영을 담당하는 선전홍보팀 회의에 결합하면서, 메인에 있는 “뻥이야!” 이미지라든가, 그 자체로 FTA에 대한 느낌을 곧바로 전해주는 카피, 그리고 “FTA 안돼!”나 3종 기획포스터 등의 소스들을 공유하여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편집해 더 멋진 것들, 더 설득력 있는 것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었다. 예를 들면, “FTA 안돼!”라는 포스터의 경우, X자를 긋거나 손바닥을 내미는 포 즈가 있는데, 더 많은 다양한(특히 포스터가 살짝 엄숙한 감이 있는데 익살맞게도) 포즈를 취해 누구나 자기의 포스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들이라면 적절한 해상도와 뽀로샵이라면 (편집 가능한) psd라는 파일 형식 등으로 공유할 수 있겠다. 이미지뿐만 아니라, 텍스트(카피 등)나 사운드 등의 다양한 소소들도 있겠다. 이를 위해서는 소스 공유를 할 수 있는 공간(자료실 등의 게시판) 등에 정보공유라이선스를 자유롭게 채택하도록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현재는, 홈페이지의 자료실에서 몇 가지 이미지 소스들을 볼 수 있기는 하다.

 

 

덧붙여, 오픈소스(open source)운동은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의 공개로부터 시작되어 “지식과 정보의 자본주의적 상품화를 보장하는 지적재산권에 구속되지 않고 이용자가 소프트웨어를 마음대로 수정하고 배포”(이규원, “For copyleft, Against copyright - 에릭 레이몬드 외,「오픈소스」”(책소개), [네트워커] 23호)하는 것이지만, 최근 수 년 동안 이 운동은 소프트웨어를 넘어 지식과 정보의 다양한 영역들로 확장되어 왔다. 이는 오픈콘텐츠(open content)운동(국내외 정보공유운동 모델과 Open Access License 발제문 참조, 2004.03.16.)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이런 것들을 보다 많이 가능하게 할까나...

 

 

그러면 디지털자전거를 한 번 타볼까?

위의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인류지식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위한 인터넷 아카이브(www.archive.org)나 ‘전세계 풀뿌리미디어의 홈’인 아워미디어(www.ourmedia.org)와 같은 공유 서버를 구축하면 될 일이기도 하다(서버를 제공하는 곳들은 그 외에도 Wikimedia Commons, Common Bits, Indymedia Video, Prelinger Archives 등). 참고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미디어문화행동(http://gomediaction.net)에서 이러한 공유 서버를 활용하여 누구나 디지털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온라인 상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비용도 좀 덜 들면서 효율적이고 진보적인 기술적 장치를 활용할 수 있다면?

그 렇게 한 번 해보려는 해외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 싶다. 미국의 퍼블릭 액세스 센터 간 프로그램 교환을 위해 현재 시험 운영중이 있고 올 여름에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될 “만들고 뿌리고 공유하자, 공동체미디어의 배급을 위한” [디지털자전거(digital bicycle)] 프로젝트! “디지털자전거”는 퍼블릭 액세스 센터, 공동체 미디어 기술 센터, 그리고 독립 미디어 제작자들을 위한 온라인 공동체라고 소개되어 있다. 한마디로 공동체미디어센터 간의 p2p 배급 공동체이다. 디지털자전거 프로젝트(http://dev.digitalbicycle.org) 는 “기술을 통한 더 나은 공동체 건설(Building a better community through technology)”을 지향하는 로웰통신사(Lowell Telecommunications Corporation, 다음부터 LTC로 줄임. http://ltc.org)가 2004년 1월부터 추진하기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LTC 는 미국 메사추세츠주(州)의 로웰 지역에 있는 공동체 미디어 기술 센터로서 2개(공공, 정부)의 퍼블릭 액세스 채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공동체 주민들을 위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잇고, 케이블 액세스 채널을 가지고 공동체 방송국을 운영하면서, 공동체 미디어 콘텐츠들의 배급과 공유에 대한 보다 효율적인 방식의 필요성을 느끼며 현실적인 대안을 찾으려 했던 모양이다: 바로, 디지털자전거 타기! 왜 자전거일까? 이전에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나 공동체 미디어 콘텐츠를 퍼블릭 엑세스 센터에서 케이블 방송국이나 필요한 공동체에 흔히 자전거를 타고 날랐다고 한다. 그런 전통에 따라 온라인을 통한 공동체 미디어 콘텐츠의 운반을 위해 디지털자전거를 만든 셈이다.

그 동안 독립 미디어 콘텐츠 배급에 드는 비용의 문제가 보다 직접적인 프로젝트의 동기였던 모양이다. 최근까지 공동체 미디어 센터들은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VHS 등의 테잎을 복사하고 이를 우편으로 혹은 자전거를 타고 직접 송출(방송)하는 곳, 상영하는 곳으로 보내왔다. 이러한 독립 미디어의 배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 중에 아래의 2가지를 주목해 보자(Daniell Krawczyk, "Stop Dubbing, Start Downloading: Take a Ride on the DigitalBicycle," Alliance for Community Media, [Community Media Review], summer 2004). 우선, 제작 자체는 거의 모두 디지털로 되고 있는데, 배급에 있어서는 물리적이고, 아닐로그의 선형적인 포맷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VHS를 제외하면 저장 매체 자체야 모두 miniDV, DVCAM, DVD 등 디지털 형태이지만 이것들을 만드는 것(그리고 복사하는 것) 그리고 이동시키는 것 모두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에 더해, 이러한 배급의 비용 부담이 이를 받는 사람, 보는 사람, 후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보내는 사람, 즉 제작자에게 지워지고 제작비에 산정된다.

그 래서 이러한 배급 과정을 디지털화 하고 온라인을 활용한다면, 복사하고 보내는 등의 노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반면, 온라인을 통한 비용은 인터넷 대역폭의 사용료에 그칠 것이다. 용량이 큰 파일들을 교환하고자 한다면 서버를 갖추고 FTP 접속을 이용해야 하지만, 서버 비용도 그렇지만 만약 동시 다운로드 수가 폭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 대역폭은 감당이 안 될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자전거 프로젝트를 위한 온라인 공유 방식은 일대일 파일 공유 네트워크인 P2P(peer to peer)1) 프로토콜, 그 중에서 비트 토런트(Bit Torrent)가 채택되었다.

 

 

디지털자전거 분해해 보기

더 많은 것들이 덧붙여질 수도 있겠는데, 현재 모습을 볼 때, 디지털자전거는 다음과 같은 장치들로 조립되어 있다: 비트 토런트 + 웹 커뮤니티 + 크리에이티브커먼즈 + RSS 등.

 

비 트 토런트(Bit Torrent)라는 것의 작동 과정을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다: 특정한 (대용량) 파일의 토런트 파일(.torrent)을 내려받은 후, 비트 토런트만의 파일 다운로드/업로드 프로그램을 일컫는 클라이언트(clients)를 이용하여, 본 (대용량) 파일을 다운받게 되는데, 요게 신기하게도 다운로드되면서 동시에 업로드 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함께 다운받게 되고, 이렇게 되면 서버를 거치지 않고 더 빠른 속도로 내려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가 비트 토런트를 사용한 파일을 하나 다운받는다면 우리는 동시에 이미 그 네트워크 무리의 일부가 되는 것이고, 대역폭의 부담 또한 개별 이용자들에게는 사라지는 것이다. 이를 운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클라이언트) 또한 무료로 구할 수 있인데, 특히 “Azureus”라는 클라이언트는 오픈소스소프트웨어(둘러보고 다운받기)이다. 그래서, 비트 토런트는 중앙 집중화된 서버의 장점(신뢰성, 조직력, 그리고 퀄리티의 관리)과 탈중심화된 네트워크의 장점(집단적 저장, 수 천 여 이용자들의 대역폭 활용)을 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와 같이 비트 토런트와 같은 한 단계 진화된 p2p 프로그램을 통해 DVD 화질에 가까운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들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한글화가 되지 않아 우리에게는 낯설기도 하지만, 상당히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왔고, 이미 2005년 초에 영화업계의 법적 공격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기도 했다. 보다 상세한 설명 그리고 바로 따라해 보기 팁 참조). 토 런트 파일(.torrent) 및 그에 대한 정보들이 모아져 있는 중앙 서버의 비용은 웹 커뮤니티와 파일 전송 관련 정보 및 콘텐츠 정보를 손쉽게 검색하는, 그리고 필요하다면(필요할 것 같은데) 블로그 등의 다양한 소통 공간을 마련하는 수준에서만 고려하면 된다. 참고로 블로그와 토런트를 합한 블로그 토런트(Blog Torrent)라는 프로젝트도 있다(http://www.blogtorrent.com 혹은 http://koreanjurist.com/index.php?id=105 참조).

 

다 른 한편, 웹 커뮤니티(웹사이트)는 이들을 보기 좋게 그리고 접근하기 좋게 모아 놓은 곳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의 p2p는 다운받으면 그만이었는데, 비트 토런트와 같은 p2p 방식은 자연스럽게 웹 커뮤니티를 함께 구축할 수 있게 되면서 BBS나 블로그 등의 형태로, 제작된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보다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이용자들의 의견을 받을 수도 있고, 포럼을 형성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디지털자전거의 웹 커뮤니티를 보면, 웹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 Contents Management System) 중에서 오픈소스로 나와 있는 두루팔(Drupal, http://drupal.kldp.org 참조)을 활용하여 구축하여 이의 운영과 관리를 훨씬 유연하고 개방적이며 그래서 효율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 리고 당연히도 이렇게 공유하는 미디어 콘텐츠에 대해 별도의 저작권 표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공유하려는 파일의 토런트 파일을 만들고 이와 함께 이 파일에 대한 정보를 업로드 하는 시점에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표시를 곧바로 가능하게 함으로써 창작자들이 스스로 권리의 범위를 선택하고, 이용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온 라인상의 포털에 대항하는 새로운 직접 배급 장치이자 가장 각광받는 웹의 콘텐츠 배포 방식으로 주목되고 있는 RSS 역시 디지털자전거에 부착되어 팟캐스팅(podcating) 등 광범위한 배급/공유의 가능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RSS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의는 [네트워커]에 실린 관련 글들 참조). 그러면서 방송과 인터넷이 만나 생겨난 새로운 용어(웹캐스팅 webcasting, 팟케스팅 podcating 등) 중에 브로드캐칭(broadcatching)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는 비트 토런트(Bit Torrent)와 RSS를 결합시킨 것으로서 인터넷에서의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대안적인 배급/유통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 중의 하나다(참조: http://en.wikipedia.org/wiki/Broadcatching).

 

현재 이 디지털자전거 웹사이트(http://dev.digitalbicycle.org)는 베타 테스트를 하는 중이고(이를 위해 이 사이트 이용상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 줄 자원 활동가들을 구하고 있기도 하다: http://digitalbicycle.org/beta), 올 여름에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다보니, 현재 올라가 있는 다양한 공동체 미디어 콘텐츠들을 빠르게 내려 받거나 하기는 힘들다. 왜냐면 서로 공유하고 있는 이용자들이 1-2명이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어떠한 효용을 가질지 이해하기에는 큰 문제없다.

 

이 를 만들고 있는 LTC는 이러한 온라인 미디어 장치들을 통해, 비용이 거의 안 들면서 아주 빠르고, 무엇보다도 손쉬우며 함께 힘 모으는 방식으로 콘텐츠 공유를 원활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여하간의 공동체 미디어 센터 간에 콘텐츠 공유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이러한 공유 콘텐츠를 가지고 다양한 것들을 해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지역 케이블 방송국에 혹은 공동체 상영회를 할 때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들을 곧바로 혹은 이를 소스로 재편집하여 방영/상영할 수 있다. 또,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을 것이므로 미디어교육의 멀티미디어 교재로 활용할 수도 있고, 이를 제작한 사람이나 콘텐츠에 재현된 사람들과 웹 커뮤니티의 온라인 포럼을 통해 혹은 실시간 채팅/화상대화 등을 통해 보다 상호작용적인 대화의 광장을 만들 수도 있겠다.

 

결 국, 디지털자전거는 p2p네트워킹-비트 토런트, 웹 커뮤니티, RSS, 블로그 등 인터넷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들을 유연하게 채택하면서 온라인을 통해 대안적인 배급/공유의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 같다. 덧붙여, 이 디지털자전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LTC가 하는 사업 중에 흥미로운 것은 “100초 영화제”이다. 이 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 역시 모두 오픈 콘텐츠로서 개인적 이야기들, 뮤직 비디오, 청소년 미디어,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비디오믹스, 그냥 인용만 한 것, 편집도 살짝 한 것 등등 다양하다. 이에 대한 자세한 소개, 그리고 출품된 100초 영상들은 별도의 웹사이트(http://100second.ltc.org)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영화제는 오픈 콘텐츠 제작의 활성화를 위한 이벤트로 기획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일 것이다.

 

 

공동체 미디어의 온라인 배급과 공유

이 미 영화산업은 디지털시네마 혹은 디지털스크린네트워크(DSN, digital screen network)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배급/상영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고 거의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여 해보겠다는 것인 만큼 비용절감 및 새로운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게 분명한데, 독립 미디어 콘텐츠 역시 인터넷의 진보적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저와 같은 대규모 비용의 투여 없이 비자본주의 방식의 대안적인 배급/상영 네트워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식은, 집단적 협력을 가능하게 하고, 폭넓은 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제작을 자극하면서 공동체 액세스 센터를 개별적으로 그리고 전국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Daniell Krawczyk, 같은 글). 곧 독립/대안/공동체 미디어 제작 - 배급 - 공유 - 상영을 위한 집단적 협력 네트워크인 셈이다. 물론, 이것이 아직 시험 중이어서, 일정한 진전을 보이며 성과를 낸 것이 아니니, 정말 좋은가?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니 당분간, 주로 미국에 사는 미디어 선수들이 새로운 이륜차, 디지털자전거 타는 모습을 지켜보면 된다.

 

반 면, 국내에는 (최소한 비영리적인 맥락의) 진보적 미디어 온라인 공유 프로젝트는 (논의는 간헐적으로 있었으나 실행된 적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도 이런 거 하나쯤 필요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제일 앞에 얘기한 여러 상황에서도 그렇지만, 현재 시민방송 RTV에서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 중 “행동하라! 비디오로! - 액션V” 와 같은 프로그램 제작 과정(전국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각 지역의 현안을 주제로 직접 기획 제작한 단편들을 모아 각 꼭지로 구성하여 종합하는 것)은 이러한 온라인 배급/공유 시스템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또한, 퍼블릭 액세스 전국 네트워크 차원에서 공동체액세스TV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지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온라인으로 배급/공유하면서 제작 소스 공유, 방영 프로그램 아카이브,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 제작 등을 더 해볼 수 있겠다. 이렇게 케이블, 위성, 지상파를 통해 액세스된 프로그램이 인터넷에서 아카이브 되는 것, 그리고 이것이 정보공유라이선스를 통해 개작 허용된 것이라면, 새로운 액세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용으로 그리고 제작 소스로 공유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퍼블릭 액세스가 (여전히) 그 편성권은 방송사에 있는 것이 문제적이라고 본다면, 인터넷에서의 액세스 프로그램 배급은 그러한 방송사의 편성 권력을 탈중심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유력한 대안 채널일 수 있다(Jay Dedman, “Where We’re At and Where We’re Going,” [Community Media Review] Winter 2005).

(아직 본격적으로 네트워킹 되고 있지는 않지만) 미디어교육 네트워크, 공동체라디오 네트워크는 위와 같이 적용하고 응용해 볼 수 있을 것이고, 현재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http://blog.jinbo.net/crazykorea) 의 전국순회 상영회 사례를 보더라도 독립영화 배급 및 공동체상영 네트워크는 바로 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을 것이고, 진보적 인터넷언론 네트워크 역시 이미 진보RSS와 같은 실험을 살짝 하고 있으니 영상/라디오 뉴스 콘텐츠들은 곧바로 신디케이션 형태로 실험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각 지역의 미디어센터들이 하나 둘 세워지고 있는데 퍼블릭 액세스, 미디어교육, 독립영화/공동체 상영회를 복합적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각 지역 미디어센터는 지역 간 소스 및 콘텐츠 공유의 각 지역 거점으로 역할 할 수도 있겠다.

FTA 를 아무래도 우리 사회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전면화 시킬 것이고 그와 동시에 이에 대한 지역별 운동, 영역별 투쟁이 거대 장기화될 가능성도 큰데, 이러한 온라인 배급/공유 시스템은 인터넷 독립 미디어 다채널 방송국 등의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데 있어서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쟁점들: 놓쳐서는 안 되는...

굳 이 디지털자전거를 안 타더라도, 이와 비슷한 해외 사례들이 여럿 있다. 디지털자전거가 채택하고 있는 기술로서 비트 토런트 자체를 독립 미디어 제작자 및 이용자들을 위한 것으로 만든 인디 토런트(indy torrent)가 그 중의 하나이고(참고: http://indytorrents.org 혹은 http://docs.indymedia.org/view/Global/IndyTorrents), 독립미디어센터의 비디오 배급 프로젝트(http://video.indymedia.org)도 흥미롭고, 그 외에도 찾으면 찾는 족족 계속 나오는데...

어 쨌거나 지금 당장 디지털자전거를 타거나, 인디 토런트를 만들어보든가 하면서 독립/대안/공동체 미디어 콘텐츠의 배급과 공유를 위한 온라인 배급/공유 활동에 참여하자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모두 영어로 되어 있잖아! 언어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다 될 일이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애초에 이러한 해외 사례를 우리도 똑같이 해보자고 이를 소개한 것도 아니었고, 이를 적절히 참조해서 우리 나름의 미디어 공유 공동체; 혹은 독립미디어온라인플랫폼을 만들어나가면 될 텐데,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쟁점들이 토론되고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대략 아래와 같이 세 가지 정도가 아닐까.

 

1. 문화적인 측면

비 자본주의적 방식의 대안적 공유의 문화: 이러한 문화적 측면에서 이러한 실험과 개척은 훌륭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이냐? 기술적인 솔루션은 사실 이미 다 나와 있는 것이니, 사실 독립/대안/공동체 미디어 제작자들, 이용자들, 그리고 다양한 공동체 주체들이 이를 나름의 목적과 기획에 맞게 자율적으로 활용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 아닐 수 없다. 돈도 없고 자원도 없는 조건에서, 많이 참여할 수록 그 잠재력이 폭발적으로 발현되는 네트워크의 효과에 기대는 이러한 독립 플랫폼은 그러한 문화가 널리 퍼져야 또 가능하기 때문이다.

 

2. 경제적인 측면

비 자본주의적 방식의 대안적 공유라는 문화적 측면에서 이러한 실험이 실제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제작에 드는 비용이며 이러한 문화가 안정적으로 재생산되기 위한 경제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의 경제적 측면 또한 관건이 아닐 수 없다. 문화적 확산이 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경제적 문제의 해결, 이는 저작권의 문제를 타고 넘어야 한다. 그럴 때에야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 텐데, 정보공유라이선스와 같은 것은 저작권 체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의미가 있을 뿐이지 가난한 독립 미디어 제작자들의 현실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그다지 새롭지는 않지만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있다. 이는 다음 글에서 보다 자세히 논의하고자 한다.

 

3. 정치적인 측면

그 리고, 무차별적인 콘텐츠의 공유가 무조건 좋은 일인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우리는 어떠한 콘텐츠를 공유하면 좋을까? 당장 답은 없다. 심도 깊은 토론과 전략이 필요한 부분이다. 단순한 기술적 솔루션으로서 디지털자전거를 구경하거나 독립미디어온라인플랫폼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국내외 상황 변화에 대한 정치적 판단과 감각으로 정교한 디자인이 들어가야 한다. 어떤 콘텐츠들이 만들어져야 하고, 어떻게 보여 져야 하는지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택의 폭력 사태, 평택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평화항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 보다 더 엄청난 국가와 자본의 폭력으로서 FTA가 마구 달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독립미디어온라인플랫폼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 것인지, FTA로 끝날 것도 아닌 신자유주의 세계화와의 장기적 전면전을 준비해야 하는 정세 속에서 이러한 시스템은 바쁜 와중에서도 해볼 만한 것인지 말이다.

 

그 래서 대안 인터넷TV 프로젝트 - 독립미디어온라인플랫폼이라는 주제의 이어지는 다음 글들에서는 디지털자전거를 잠시 세워놓고 참조해 볼 만한 다른 해외의 사례들을 찾아보거나, 위의 경제적 측면들, 정치적 측면들을 좀 더 집중하여 논의해 보면 좋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