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옆 불안

2008/03/14 17:14 Tags » ,

사무실이 이사를 가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충정로 어떤 건물로 결정했는데 '기찻길 옆'이라는 거다

'기찻길 옆' 그러면 난 기찻길옆오막살이아기아기잘도잔다가 생각나는게 아니라 6-7년 전에 읽은 어떤 소설이 생각난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섬을 삼킨 돌고래'라는 단편집인데(지금은 제목이 바뀌어 새로 나온듯) 이 중에 '근대도시'라는 편이다

이 사람의 근작은 '파프리카'이고 이건 안 읽었지만 일본 SF의 선구자인지 뭔지 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작가 중 하나다. 나의 최강 비위로 역겹고 더러운 건 참겠는데 아무렇게나 강간하고 정액을 발사하는 내용은 아무리 옛날 사람(5,60년대 활동)임을 감안해도 영 별로라서.

이 단편집도 SF로 분류돼 있긴 한데 뭐 스페이스오페라같은 건 아니고 현대 사회 부조리?를 괴상한데다 여성비하적인 발상으로 풍자한 블랙코미디 정도다.

 

문제의 '근대도시'는 뭐냐면,

어떤 젊은 부부가 좋은 집을 얻어 이사를 했는데 그게 기찻길 옆이다. 그걸 감안해도 좋은 집이고 싸서 좋아했는데 어느날 창을 열어놓고 밥을 먹는데 흰 밥에 빨간 점이 투두둑 떨어진다.

그...그것은 지나가는 객차에서 날아들어온 생리대에서 떨어진 생리혈이었던 거다..... 아우.................

그 후로도 계속 똥, 토사물 같은 게 이 집안으로 계속 날아들어온다

이 부부는 뭔가의 이유로 이사를 하지 못하고 쓰레기를 막아보려 고군분투하지만 아무튼 계속 고생한다는 내용.

뭘 풍자하려고 했던거지?는 기억이 안나;;;;; 아무튼 이 단편에선 오물들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 것만 기억에 남아 그 후부터 지금까지 기찻길 옆이라면 바로 이것이 떠오르는 트라우마 같은게 생겨버렸다

 

뭐 아무튼 기찻길 옆으로 이사한다니 남들은 소음을 걱정하더라만 난 이런 요상한 상상에 시달렸던 거다

물론 그런 일이 벌어질 염려는 없다

엊그제 계약할 때 따라가서 건물 구경을 했는데 선로 방음벽도 있고 게다가 2층이고.

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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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4 17:14 2008/03/14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