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의 법칙

2007/01/23 00:34 Tags »

오늘따라 너무너무 다리가 아프고 피곤하다 ---> (당연하게도) 자리가 없다

힘들고 피곤한데 마침 자리가 있어 앉았다 ---> 한 정거장만에 할머니가 내앞에ㅡ.ㅜ

간밤에 잠을 못잤네 지하철에서 잠을 보충해야지 ---> 수다여학생들/닭살커플/껌을 딱딱소리내며 씹는 아줌마/기차화통삶아먹은 목소리로 통화하는 아저씨 중 하나가 꼭 내옆자리에

컨디션도 괜찮고 서서가도 상관없지만 좀 지루하다 ---> 가방안에 잡지나 책이 없다!

그렇다면 지루하던 차에 책 대신 엠피쓰리나 들을까? ---> 배터리 방전!

지하철역에 배포되는 무가지를 주워 스도쿠 부분을 살살 분리해보자 ---> 스도쿠 한가운데가 쭉 찢어진다!

무가지에서 스도쿠 부분을 성공적으로 떼어냈다 ---> 볼펜이 없군

 

이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날 수 있다고 보나? 물론 있다. 아래 상황도 플러스해보자

열차 한 량이 떠나가도록 두 영감이 대화를 나누는데,(옆자리도 아니고 맞은편에 앉아서, 적지 않은 서있는 사람들 사이사이로 고개를 내밀어가며 우렁찬 목소리들)

 

"나라 꼴이 다 여자들 때문에"

"박근혜 씨를 대통령으로 안미는 여자들 때문에"

"여자들이 뭘 안다고 선거권을 줘가지고"

"특히 40살 밑에 여자들이 큰 문제야"

"50살 밑에 여자들도 마찬가지야"

"제 년들이 육이오에 육 자를 알어?"

"누구 덕에 학교도 가고 밥먹고 사는 줄도 모르고"

"옛날같았으면 돌아다니지도 못할 년들이"

"그럼그럼그럼"

"나라 망친 년들"

"공산당 무서운 줄 모르는 년들"

"박근혜 지지 안하는 미친년들"

 

 

머릿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노인을 때려서는 안됩니다'

80대 할아방구를 갈겨주고 튀어 '1호선 패륜녀'로 네이버 검색순위 수위를 다툴지도 모를 위기였다(설마)

조용히 눈을 감고 40분간 감상 후 하차했다

 

결론 : 맥락없는 상황과 관계없는 인간으로부터 무차별적으로 가장 큰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 있는 장소는 단연 지하철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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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3 00:34 2007/01/23 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