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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한국, PSI 참여키로, 8개 중 5개 요구 수용

한국, PSI 참여 공식화…8개 요청사항 중 5개 수용
북한 반발 불가피…'전략적 유연성' 이어 논란 예고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4 일 (화) 17 : 04   
 

  정부가 남북 관계를 고려해 참여를 미뤄 왔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해 관련국들 간의 회의결과 브리핑을 청취하고 WMD 차단훈련에 참관단을 보내는 등 '부분적인 협력' 방침을 정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4일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과정에서 어느 정도 민감성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WMD 확산을 반대하는 입장과의 조화를 맞춰나가는 취지에서 사안별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이미 PSI의 목적이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했지만 현재 전면적인 참가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식 참여' 외엔 거의 모든 활동 함께 하기로
  
  미국이 요청한 PSI 8개 협력 방안 중 우리 정부가 협조키로 한 것은 한미 군사훈련에 WMD 차단훈련을 포함하는 방안, PSI 활동전반에 대한 브리핑 청취, PSI 차단훈련에 관한 브리핑 청취, 역내 차단훈련 참관, 역외 차단훈련 참관 등 5가지다.
  
  정부는 이들 5개 분야에 대한 협조 방침을 지난단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미 군사훈련에 WMD 차단훈련을 포함하는 방안은 이미 시행해 오던 것이며 나머지 4개 항목은 이번에 새롭게 포함됐다. 미국측의 요청 사항 중 제외된 3가지 항목은 PSI 정식참여와 역내 차단훈련시 물적지원, 역외 차단훈련시 물적지원 등 실질적인 참여에 관한 것들이다.
  
  정부는 이달 10일 이같은 결정을 미국에 통보했고, 그 첫 활동으로 올 4월 5∼6일 호주에서 개최되는 공중차단 훈련에 정부 참관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미국 뜻대로…운신폭만 좁아져" 비판 거세질 듯
  

 
정부가 북한을 겨냥하고 있는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참여를 공식화했다. 사진은 지난 2002년 12월 스커드 미사일 15개를 싣고 예멘으로 항해 중이던 북한 화물선 서산호를 수색하는 스페인 해군의 모습 ⓒ연합뉴스  

  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는 육상·해상·공중에서 핵·생화학 무기 및 미사일 등 WMD와 관련된 물질과 부품 등을 불법 수송하는 선박·차량·항공기에 대해 검문·검색을 통해 차단하자는 구상으로 2003년 5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 의해 발표됐다.
  
  그 뒤 영국, 프링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들 대부분이 이 계획에 참여해 13회에 걸쳐 해상훈련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취지에 동의한다'는 입장만을 표명했을 뿐 참여를 미뤄 왔다. 북한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미국은 2004년 10월 일본 도쿄만에서의 '팀 사무라이 2004' 훈련과 2005년 8월 싱가포르만 훈련 등을 실시하던 당시 우리 정부에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또 지난 2005년 8월 PSI를 총괄하는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차관도 한국을 방문해 NSC 등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동참을 요청하는 등 압박을 계속해 왔다.
  
  정부가 전적으로 미국의 주도 하에 있는 PSI에 일부나마 참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19일 제1차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한 것과 더불어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이 미국의 세계 전략으로 깊숙이 포섭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서산호 나포 유사 사건 재발로 분쟁 촉발 우려
  
  특히 미국이 2002년 12월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의 '서산호'를 나포했던 사례와 같이 정확히 북한을 겨냥하고 있는 PSI에 우리 정부가 본격 참여할 경우 북핵 문제를 비롯한 북미간의 갈등 상황에서 한국의 독자적 운신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004년 이미 PSI의 주요 타깃이 북한임을 명시적으로 밝혀 왔다.
  
  이와 관련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24일 〈오마이뉴스〉 기고문에서 '미국이 금융수단을 통해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는 로버트 조지프 차관의 2005년 12월 연설을 근거로 "WMD가 단순히 미사일 등 하드웨어적인 무기만을 지칭했던 것을 넘어, 넓게는 한 나라의 질서, 혹은 공정한 경제 질서를 해치는 것까지도 포함시키기로 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최 의원은 "미국은 해상이나 공항 봉쇄를 통해 재래식 대량살상무기 수출의 차단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었다고 판단했다"며 "각종 위조나 밀매, 돈세탁 등은 물론 해외성 범죄의 '젖줄'인 금융을 제재하는 또다른 수단을 통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반 장관은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정부가 PSI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는 최 의원의 주장에 대해 "라이스 장관과의 회담에서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관련 실무 레벨에서 충분히 논의해오고 있었다"고 답했다.

황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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