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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힘]9.11 일본 총선거 (11.10자)

9.11 일본 총선거
 국제

기관지노힘  제87호
김영준 | 노동자의 힘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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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압승, 민주당 참패
9.11 일본의 총선거는 고이즈미와 자민당의 압승과 민주당의 참패로 규정할 수 있다. 선거전 자민당은 249석에서 단독 과반수가 넘는 296석을 확보했고, 민주당은 175석에서 113석으로 격감했기 때문이다.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은 34석에서 31석으로 줄었고, 공산당은 9석으로 유지, 사회민주당은 5석에서 7석으로 늘었다. 나머지 자민당에서 '우정민영화 반대'를 했던 세력들이 만든 당과 무소속도 24석에 이르지만 크게 줄었다.

대통령적수상 고이즈미의 행보
이번 선거는 고이즈미 내각이 주장해왔던 '우정민영화'가 참의원에서 부결된 것을 계기로 고이즈미수상이 중의원을 해산함으로써 치러진 선거이기 때문에 '고이즈미'의 의지과 모두 관철되었던 것이다. 이제 고이즈미는 일본에서는 "대통령적 수상"이라 표현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잡게 되었다. 사실 자민당의 승리가 아니라 '고이즈미'의 승리이다. '우정민영화'를 개혁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자민당 내부의 반발세력을 제거하면서 이룬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이권분할형의 자민당 지배체계"와 고도성장을 지탱해 왔던 "복지국가형 자본주의"를 구조적으로 전환하여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정책과 그를 실행하는 정치체계로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예상되는 '우정민영화'법안의 재상정을 통한 관철만이 아니라 소위 '평화헌법의 개헌'과 '군국주의화'가 추진될 것이고, 일본이 그동안 유지시켰던 각종 복지정책이 후퇴되고 '개혁'이라는 이름아래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 실시될 것이다.

민주당의 참패의 의미
민주당은 2003년 총선거에 의해 구체화된 '양당구조'를 지향하면서 이번 선거에 '정권채택 선거'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이는 패배로 끝났다. 민주당은 스스로를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세력으로 자임하며 '정권교대'를 전략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자민당의 개혁공격에 대해 방어적인 대응으로 그 차별성을 확보할 수 없었다. 어정쩡한 '우정민영화 대책'과 '공무원 급여 총액 2할 삭감'등의 공약이 이를 말하며, 이는 '신자유주의자와 구사회당계·노조간부출신'이라는 이질적 인물들의 결합이라는 민주당 내부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선거 결과로 민주당은 당내 구사회당계와 '연합'의 노조간부들의 위치는 축소될 것이며, 이는 새로운 당대표의 선출이 말해주는 바이다.

일본 운동진영의 과제
이제 일본은 고이즈미의 독주아래 '우정민영화'를 거쳐 본격적으로 '헌법개정', '연금개악', '대폭 증세'로 이어질 것이다. 여론 조사에 의하면 일본 국민의 다수가 '평화헌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고, 경기침체, 고용불안 등 경제적 불안감과 불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강력한 리더쉽'을 가진 '고이즈미'를 선택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변화를 갈망하고 있으나 사회운동진영이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평화헌법 사수'와 '전쟁반대'의 움직임이 풀뿌리 조직으로부터 광범위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그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이고 이런 의사를 대변할 정치세력은 더욱 약화되었다.
변화의 강풍속에 일본사회운동은 '평화수호', '전쟁반대', '신자유주의 반대'의 거대 흐름을 조직해야 하는 과제와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는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제에 대해 우리 또한 자유롭지 못해 어깨가 무거워진다.
 

2005-11-10 19:58:10


독일총선: 신자유주의에 대한 심판과 좌파당의 약진
 국제

기관지노힘  제87호
원영수 | 노동자의 힘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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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8일 독일총선의 결과는 상당히 복잡한 것이었다. 외형상 추락했던 슈뢰더 총리와 사민당은 상당한 수준으로 지지율을 회복하여 최악의 패배를 모면한 반면, 낙승이 예상되었던 앙겔라 메르켈의 기민련·기사련은 선거전의 높은 지지율을 까먹고 사상 두 번째 낮은 득표로 정권창출이 난망한 상황이 되었다. 양쪽의 하위파트너였던 소수정당 자민당은 일정한 성과를 낸 반면, 녹색당은 제자리걸음이었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무대에 등장한 좌파당은 첫 총선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슈뢰더의 사민당은 기민련의 졸전에 힘입어 최악의 참패는 면했지만, '하르츠 IV' 법안과 '아겐다 2010' 등 신자유주의로의 선회한 정책에 대한 대중적 심판을 받았다. 반면 슈뢰더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의 반사이익을 누렸던 기민련은 연이은 실책으로 집권의 기회를 놓쳤다. 기민련의 실수는 상대적으로 자민련의 반사이익으로 귀결되었고, 사민당과 녹색당에 대한 반대는 좌파당의 약진으로 귀결된 양상이다. 그러나 큰 지형에서 보자면 사실상 독일정치는 사민당, 기민련, 녹색당, 자민당 등 4당의 '신자유주의 대연정' 속에서 좌파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었다.

정치적 배경과 선거운동

지난 5월 슈뢰더 정권은 승부수를 던졌다. 실업급여삭감, 연금삭감, 의료보험 부담금인상, 등 하르츠 IV 법안과 아겐다 2010으로 상징되는 슈뢰더의 '제3의 길'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중적 분노로 사민당은 연이어 주의회 선거에서 참패했고, 이와 동반하여 지지율이 바닥을 치면서 사실상 통치불능 상태에 이르자, 예정된 일정을 1년 앞당긴 조기총선이란 초강수를 승부수를 던졌다.
선거운동 초반 기민련은 사민당에 비해 약 24%나 지지율이 앞서 손쉬운 압승을 낙관했다. 그러나 슈뢰더는 선거운동 전략을 대폭수정하여 마치 야당인 것처럼 선거운동을 했고, 그 결과 총선직전에는 기민련을 1∼2% 차이로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슈뢰더는 좌파의 이탈표와 대중적 분위기를 고려하여 최저임금제 도입 등 대중의 요구에 영합하는 선거운동을 펼친 반면, 메르켈은 세제개혁 및 부가세 2% 추가인상을 주장하여 지지층의 이탈을 촉발했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상당한 혼란에 빠졌고, 예상지지율은 예측불허의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표: 독일총선결과
기민련·기사련 225석 35.2%
사민당 222석 34.2%
자민당 61석 9.8%
좌파당 54석 8.7%
녹색당 51석 8.1%

선거결과와 연정시나리오

9월 18일 선거는 아무도 승리를 주장할 수 없는 절묘한 결과를 낳았다. 기민련·기사련은 1당의 위치를 차지했지만, 자민당과의 연정으로 과반수를 확보할 수 없었고, 사민당 역시 기존의 적록연정을 재창출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1) 보수연정: 기민련-기사련-자민당, 2) 대연정: 기민련-사민당, 3) 교통신호등 연정(또는 자메이카연정): 사민당-자민당-녹색당, 4) 적적록 연정: 사민당-녹색당-좌파당 등의 연정시나리오가 제출되고 있다.
그러나 작센주 드레스덴의 한 지역구에서 선거일 전에 한 후보가 사망함으로써 그 지역구의 선거일은 10월 2일로 연기됐다. 공식 선거결과도 10월 2일 발표할 예정이어서 본격적인 연정 협상도 그 이후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현재의 구도로서는 기민련-사민당을 축으로 하는 대연정 이외에는 유의미한 연정이 없는 상태다. 설사 대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는 외형상 정치적 파국은 피할 수 있을 뿐, 이미 대중적 저항에 부딪힌 신자유주의적 대연정으로의 복귀라는 유권자의 판단과 정반대되는 결과를 낳는 황당한 사태로 귀결될 수도 있다.


좌파당의 약진 - 과연 독일민중의 희망인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대목은 좌파당의 약진이다. 혹자는 전후 독일정치에서 최초로 사민당 왼편의 진짜 야당이 등장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이번 총선에서 좌파당은 서독지역에서 4.9%, 동동지역에서 25.4%를 득표했다. 각각 2002년 총선시 민사당의 득표에 비해 3.8%와 8.5% 증가한 것으로, 전국평균 8.6%의 득표로 54석을 획득했다. 과거 녹색당이 제도권에 진입하는 과정이나 독일정치의 보수성을 고려하면 그 성장세는 대단히 폭발적인 것이다.
2004년 서독지역의 좌파조직 및 노조내 사민당 탈당파로 구성된 '노동과 사회정의를 위한 선거대안'(WASG)에, 오스카 라퐁텐(Oskar Lafontaine)이 합류하고, 2005년 8월 동독 통일사회주의당의 후신 민주사회주의당(PDS)과의 협상을 통해 좌파당(Linkspartei)을 결성하여 9월 총선에 참여했다. 선거운동은 은퇴 뒤 복귀한 민사당의 그레고르 기지(Gregor Gysi)와 오스카 라퐁텐 쌍두마차로 동서독 양지역을 누비면서 전국정당화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신생정당 좌파당의 속사정과 미래는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다. 당 전체적으로 이념적 기조는 반신자유주의로 요약할 수 있지만, 명확한 사회주의적 지향을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좌파 케인즈주의로 최소한의 합의수준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 당내 세력관계는 크게, 1) 민사당 다수파(사회주의적 지향, 당기구 장악), 2) 선거대안 다수파(노동조합 출신의 사민주의세력과 사회운동 좌파 중심), 3) 오스카 라퐁텐의 민중주의 그룹(대중적 이미지 제고에 기여, 케인즈주의 그룹), 4) 민사당 소수파(당내 기반은 약하지만, 지방정부에 참여하는 신자유주의 세력), 5) 소규모 좌파 제정파(트로츠키주의 좌파, 구 공산계 좌파 등) 등 5개 그룹 또는 경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의 세 세력이 주력을 이루지만, 현단계 반신자유주의와 좌파케인즈주의적 대안(?)을 뛰어넘어 새로운 정치변혁의 주체로서 대중적 정치세력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노동조합과의 관계가 관건인데, 공식적으로 좌파당은 노조에 대한 "중립성"을 방침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민당 지지세력에 맞서 노동조합운동의 헤게모니를 장악할 가능성은 아직 취약하다.
또한 선거주의의 한계를 넘어, 사회운동 및 노동자투쟁과 결합하는 새로운 투쟁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 역시, 라퐁텐과 기지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의 성향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발전경로로 보인다. 다수의 소규모 좌파들이 좌파당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들이 좌파당을 견인할 정치적 지도력을 갖춘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과연 좌파당이 사민당에 대한 대안적 좌파정치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제도권내 선거정당으로, 또하나의 녹색당으로 전락할 것인가? 이 문제는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의 문제로 남아 있다.


독일의 계급투쟁과 정치세력화

2003년 금속노조(IG-Metal)가 동독지역에 대한 주35시간 파업에서 실패하고, 2004년 슈투트가르트 다임러-클라이슬러에서 자본의 해외이전 공세에 굴복하는 등 독일 노조운동은 패배를 거듭했다. 그러나 보쿰의 오펠사, 만하임 알스톰사에서 완강한 현장투쟁을 시발로, 2004년 여름 하르츠 IV 및 아겐다 2010에 대한 대중적 불만이 폭발했다. 6개월간 매주 월요일 전국 220개 도시에서 15만여명이 시위를 벌였고, 연인원 150∼200만명이 참가했다.
그러나 노동조합 지도부의 무기력과 정치적 대안의 부재 속에서 좌파당이 등장하자 대중들은 선거정치를 하나의 대안으로 인식했고, 그 결과가 이번 선거결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독일총선의 핵심적 메시지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이었고, 이는 올해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신자유주의적 EU헌법 부결투쟁의 승리와 같은 맥락에서 파악해야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독일의 정치구조와 세력관계는 좌파당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공세를 결정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세력관계의 변화로까지 나아가지 못했고, 제도정치에서 그 중심에 서게 된 좌파당 역시 대안적 주체로 성장할 가능성을 담보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다. 사태는 여전히 복잡한 변수에 의해 작동되겠지만, 독일의 노동운동이 계급투쟁의 고리로 작동하면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2005-11-10 19: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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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힘]심화되는 미제국주의 위기 (12.8자)

미주정상회담: 전미자유무역협정(FTAA)의 파산
 - 심화되는 미국제국주의의 위기

기관지노힘  제90호
원영수 | 노동자의 힘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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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4∼5일 아르헨티나의 남부 휴양도시 마르델플라타에서 "빈곤과 투쟁하기 위한 고용창출 및 민주정치의 강화"의 기치 아래 모인 제4차 미주정상회의(Summit of the Americas)는 부시의 참패로 끝났다. 부시를 포함, 34개국 서반구(남북아메리카) 정상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미주정상회의는 2000년 캐나다 퀘벡의 경우처럼 반세계화 노동자·민중운동의 저항에 부딪혔다. 11월 4일 마들델플라타의 거리를 메운 5만 명의 항의 시위행진은 월드컵 경기장에 모여 진정한 라틴 아메리카 민중의 의지를 표출했고, 부시가 추구했던 FTAA의 사망을 선언했다.

라틴 아메리카: 반제국주의 정치의 확산

일찍이 1973년 9월 11일 아옌데 민중연합 정권을 타도한 피노체트 쿠데타를 계기로 시작된 신자유주의 공세를 반세기를 거치면서 남미대륙을 초토화했다. 유엔의 통계에 의하면, 남미의 5억 8천만 인구 가운데 9,600만 명이 월 1달러 이하로 생존하고 있다. 2004년 남미의 경제성장률은 5.5%였지만, 여전히 2억 2천 만 명이 빈곤층에 속한다. 신자유주의 사반세기가 가져온 초라한 성적표이다.
이에 맞서 1994년 사파티스타 봉기이래, 1998년 차베스 정권이 주도하는 볼리바리안 혁명, 2001년 12월의 아르헨티나 봉기, 2002년 6월 페루의 전력민영화 반대 민중봉기, 2003년 10월 볼리비아의 천연가스 국유화를 위한 민중봉기 등 아래로부터 민중투쟁이 폭발하고 있다. 또한 차베스 정권 외에도 2002년 10월 브라질의 룰라, 12월 에콰도르의 쿠티에레스, 2004년 10월 우르과이의 바스케스 등 중도좌파 정권들이 민중투쟁에 힘입어 등장하면서, 쿠바와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한 라틴 아메리카판 '악의 축'이 구축되어 2세기에 걸친 미국의 정치·경제적 지배에 대한 반제국주의 전선이 구축되고 있다.
이번 미주정상회담은 바로 이렇게 격동하는 정세 속에서 미국 부시정권의 라틴아메리카 정권이 시험대에 오르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미주정상회담: 5 대 29

11월 4일 오후부터 개막된 미주정상회담은 부시와 미국에 대항하는 5개국 블록이 형성되었다.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르과이의 정상들은 남미가 당면한 긴급한 문제인 빈곤과 고용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주장하면서, 부시가 제시한 FTAA 재협상을 강력하게 거부했다. 특히 브라질의 룰라와 아르헨티나의 키르치너는 미국의 농산물 보조금에 대한 미국의 확실한 입장을 요구하면서, FTAA 재협상 카드를 거부했다.
부시와 멕시코의 빈센테 폭스를 중심으로 한 29개국은 5개국을 제외한 새로운 협상을 시도했지만, 5개국의 사실상 라틴 아메리카 인구와 GDP의 절반을 포괄하는 실세 블록이었기에 자유무역협상을 더 이상 강제할 수 없었고, 정상회의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메리카 볼리바르대안'(ALBA)를 주장하면서 원칙적 반대를 주장하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와 조건부 반대를 주장한 브라질의 룰라 간에 일정한 의견차이는 있었지만, 부시정권의 일방적인 자유무역협정 강요에 반대하는 블록의 정치적 승리로 귀결되었다.
전미자유무역협정(FTAA)은 지난 1994년 클린턴 정권에 의해 마이애미에서 출범한 미주정상회담의 핵심의제로서 2005년 1월 시효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반세계화 운동의 폭발적 성장, 특히 라틴 아메리카에서 무차별적 신자유주의 공세의 결과로 빈곤과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FTAA 반대운동은 전대륙적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베네수엘라 차베스의 볼리바리안 혁명이 이 FTAA 반대운동과 반신자유주의 전선에 동참하면서 세력관계는 변화했고, 미국의 강제하려는 '마이애미 정신'은 파산했다.

제3차 민중정상회담

11월 1∼3일 서반구 사회운동 네트워크의 주최로 열린 제3차 민중정상회담은 미주정상회담에 대응하는 민중운동의 구심점이었다. 약 600개 풀뿌리운동, 노동조합, 및 정치조직에서 온 5천여 명의 활동가들이 참가했고, 150여 개 패널, 워크숍, 전체회의 등 연인원 12,000여명이 참석하여, FTAA와 미국제국주의에 대항한 라틴 아메리카 민중의 의지를 밝혔다.
개막식에서는 아르헨티나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은 연설을 통해 "우리 민중들은 군대를 필요로 하지 않고, 특히 북미에서 온다면 사양한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의료와 교육 자원이며, 죽음이 아니라 삶을 위한 자원을 원한다"고 선언했다.
한편 이번 민중정상회담에는 미주정상회담에 유일하게 제외된 쿠바의 대표단도 300여명이 참여하였다. 또한 폐막식에서는 쿠바 국회의장 리카르도 알라르콘이 연설함으로써, 쿠바혁명에 대한 라틴아메리카의 연대를 재확인했다.

금요일의 반미-반FTAA 투쟁

1월 4일 새벽 수도 부에노스 아이에스에서 디에고 마라도나와 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 보스니아 영화감독 에미르 쿠스트리카 아르헨티나 작가이자 의원 미구엘 보나소 등을 태운 전세열차 'Alba Express'가 500km를 달려 마르델 플라타에 도착했다. 차가운 날씨에 비가 뿌렸음에도, 금요일 오전 5만여 명의 시위대가 소개된 마르델 플라타 중심가를 거쳐 3시간 동안 월드컵 축구경기장으로 행진했다.
"부시 반대! 다른 아메리카는 가능하다!"(No to Bush! Another America is possible!)는 슬로건의 결집한 5만 명의 시위는 라틴아메리카 전역의 공동투쟁의 일환이었다. 이날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브라질과 우르과이에서도 마르델 플라타의 투쟁에 연대하는 공동투쟁이 전개되었다. 특히 부시가 11월 5일 방문할 예정이던 브라질에서는 브라질의 반미시위: 수도 브라질리아, 리우데자네이루, 발바도르, 벨렘 등의 도시와 마토그라소두술 주(파라과이 접경지대로 미군배치 예정지)에서 반미시위가 벌어졌다.
월드컵 경기장에 운집한 5만여 명의 대중집회의 중심은 당연히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였다. 그는 오후부터 개막되는 정상회담에 앞서 민중투쟁에 동참했다. 차베스는 일성으로 "전미자유무역협정은 사망했다! 우리 아메리카의 민중들이 FTAA를 매장했다"고 선포했다.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민중들이 결집한 이 곳이 진정한 미주정상회담이라고 덧붙였다.
2시간에 걸친 차베스의 열정적인 연설이 끝난 후에는 쿠바 가수 실비오 로드리게스 및 아르헨티나 가수 빅토르 에레디아 등이 참여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꿈과 사랑, 삶을 노래하는 대중콘서트가 열었다.
한편, 정상회담이 개막되는 시점에 마르델플라타 거리에서는 시가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정상회담 보안을 위해 배치된 8천명의 경찰의 삼엄한 경계에 맞서, 수 백여 명이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을 쏘면서 실력대결을 벌였다. 이들은 반부시 슬로건을 외치면서 경찰과 충돌했고, 시위대는 50여 개 상점을 공격했고 가구와 사무집기를 불태워 바리케이드를 구축했다. 전투 와중에 은행 하나에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50여명의 시위대를 체포했다.
또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도 경찰에 맞선 가두투쟁이 벌어져 외국계 은행과 맥도널드 등을 시위대가 공격했다. 이번 정상회담에 맞춰, 좌파 노총(CTA)이 FTAA 및 미국제국주의 반대 총파업을 선언했고, 주요 교원노조들도 1일 파업에 들어갔다.

전미자유무역협정의 파산과 반세계화 운동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협정의 확산을 아메리카 전대륙에 강제하려던 부시정권의 신자유주의 프로젝트는 이번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 정상회담에서 다시 한번 파산했다. 이는 라틴 아메리카 전역을 휩쓸고 있는 민중운동의 정치적 승리이다. 부시가 초라한 패자였다면, 차베스는 당당한 승자였다. 그는 미주정상회담에서 라틴아메리카 민중을 대변했고, 실제로 민중투쟁과 함께 했다.
이번 미주정상회담 반대투쟁의 승리는 반세계화운동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994년 출범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전대륙적 확산을 저지한 것이다. 이는 동시에 9.11이후 확산되는 라틴 아메리카의 반미·반제국주의운동의 성장을 확인하는 것이며, 새로운 민중적 대안의 가능성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다.
또한 이번 12월 홍콩각료회의에서 WTO·DDA를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를 완성시키려는 미국제국주의와 초국적 자본 및 국제금융기구들에 대한 강력한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투쟁은 1999년 시애틀전투, 2003년 칸쿤전투에 이어, 반세계화 민중운동진영이 쟁취한 또 한번의 승리로 기록되어야 한다.
 

2005-12-08 16: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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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투]국제이주자 2억명, 이유는 3D의 차이

국제이주자 2억명, 20년새 2배 늘어
UN 국제이주세계위원회, 각국 이주정책 자유화 및 이주자 권리 보장 촉구
 
현재 전 세계적으로 국제이주자는 2억명에 달하는 등 갈수록 증가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국제노동재단 '국제노동동향'에 따르면 UN 국제이주세계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세계이주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2억명의 국제이주자가 존재하며 이는 20년 새 2배가 증가한 수치다. UN 통계에 따르면 80~2000년 새 선진국으로의 이주자는 4,800만명에서 1억1천만명으로, 개도국으로의 이주자는 5,200만명에서 6,500만명으로 각각 늘었다.

이들 중 50%가 여성 이주자다. 이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금액은 1,500억 달러로 저개발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다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UN 국제이주세계위원회는 국제 이주가 증가하는 이유로 3D의 차이, 즉 선진국과 저개발국간의 개발 격차(Development), 인구 분포의 차이(Demography), 민주주의의 발전 정도의 차이(Democracy)를 들었다.

선진국가 저개발국간 빈부차가 심화되면서 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주자들이 선진국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또한 선진국의 인구 감소와 노령화는 세계 노동 수요공급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이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제이주를 세계 경제발전에 최대한 이용하고 이주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내, 지역, 국제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는 지적이다.

UN국제이주세계위원회는 잘 제도화된 개방적 이민정책을 실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선진국의 노동력 수요와 저개발국의 노동력 공급간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이주자들의 노동권 등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송출국, 유입국, 통과국들의 의무가 국제적으로 부여되고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UN국제이주세계위원회는 이주자들이 한 국가의 경제발전 및 사회의 역동성에 기여하는 점을 인식해, 각국 정부는 자국 개발정책에 이주 정책을 반영하고, 지역 및 국제 사회가 이주 정책을 더욱 심도 있고 성실하게 검토하고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윤정 기자  yon@labortoday.co.kr
     
2006-01-09 오전 10:35:20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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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투]휴전전 일대는 부동산 투기의 마지막 노른자

   
<노동과 세계>

한국 보수우익의 위선과 속물스러움
미국신문에 실린 서울 이북 군사지역 규제완화 기사를 읽어보니

한국에 관한 재미있는 기사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1월16일자 1면 머리기사로 실렸다. 서울 북쪽 비무장지대에 가까운 접경 지역에 대한 규제가 대폭 풀리면서 개발 바람이 뜨겁게 불고 있다는 게 주내용이다.

이 글을 쓴 제임스 브룩 기자는 개발자들이 들이닥칠 이 지역을 “지난 두 세대 동안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 일종의 완충지대이자, 국제적으로 개발이 가장 안 된” 곳으로 묘사했다. 그는 “남한의 경제적 팽창이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오랜 동안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비무장지대의 남쪽 끝자락까지 밀려오고 있다”면서 한나라당 대권주자의 한 명인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말을 소개했다. “경기도의 북쪽 지역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정말로 성장하고 있다. … 이곳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면, 어떻게 필립스가 1백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었겠는가.”

“북한 전차가 내려왔던 곳을 남한 불도저가 밀고 올라갈 것”

1면과 8면에 걸쳐 실린 이 기사는 비무장지대를 비롯해 서울 북쪽의 지형을 표시한 지도를 보여주면서 파주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두 세대에 걸쳐 남한 남자들 사이에 최전방 군사도시로 알려져 있는 접경도시 파주는 노동자들이 서울보다 값싼 아파트를 찾음에 따라 2003년 이래 인구가 두 배 늘어 30만에 달하게 되었다. 남한의 수도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이주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건설 노동자들이 자유로의 너비를 8차로로 두 배 넓히는 중이다. 서울의 지하철은 2008년 이곳까지 연결된다. 파주시의 지도자들은 고속열차인 KTX를 끌어오기 위해 로비를 하고 있다. … 산업단지 세 곳과 인구 15만의 계획도시 한 곳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 모두 비무장지대 남단으로부터 25킬로미터 안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임스 브룩 기자는 “지난 10년 동안 땅값은 열배나 뛰었는데, 이는 서울보다 빠른 것이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북한의 남침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으로 일관하고 있다. 남북 사이의 “정치적 긴장완화가 경제적 성과를 낳고 있다”는 표현이 그렇고, “거의 파산한 나라인 북한의 경제규모는 남한의 3%에 불과하다”는 표현도 그렇다. “우리는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정달호라는 남한 외교관의 말을 인용한 것도 그렇다. “한반도 평화에 관한 신뢰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는 남한 정부가 군용지 140곳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한 데서 잘 알 수 있는데, 이 중에는 비무장지대와 서울 사이에 위치한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대목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기사는 “북한의 전차가 밀고 내려왔던 협곡을 조만간 남한의 불도저가 밀고 올라가게 될 것”이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수도 서울의 ‘무장해제’에 침묵하는 보수우익

여기서 짚어볼 문제가 있다. 비무장지대와 서울 북쪽 사이는 어떤 지역인가. 이곳은 군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을 북한의 침공으로부터 사수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제임스 브룩 기자의 글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상비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120만 병력의 절반이 비무장지대에서 150킬로미터 안에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휴전선을 중심으로 북한은 세계 최대규모의 포병부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 그리고 남한을 방문하는 미국 정치인들은 비무장지대의 남쪽 지대에서 기념촬영을 하면서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부른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남한 정부는 이 지역에 소재한 군사지역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했고, 공단과 도시를 짓고 있다. 노무현 정부야 “친북좌파에다 김정일의 하수인”이라서 그렇다 치자.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늘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떠들고 철통같은 국가안보를 부르짖으며 국가보안법 절대사수를 고집하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한국의 보수우익들도 수도 서울이 맞이한 이 희대의 비상사태 앞에서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백만을 굶겨 죽인 범죄정권”이자 “호시탐탐 적화야욕에 불타는 전쟁광”인 북한 군대의 바로 코앞에서 ‘개발 열풍’에 들뜨고 ‘땅값 상승’에 눈멀어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고 있는 이 희한한 사태에 대해서는 '할 말은 하는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조차도 사실 보도만 할 뿐이다. “군 보호구역 6천5백만평 해제, 개발사업 활기”라는 환영조의 제목을 달아놓고는 “국방부는 작전환경 변화와 국민재산권 보장을 위해 6522만평에 이르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하고 623만평을 통제구역에서 제한구역으로 완화한다고 밝혔다”는 게 요지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가 나가기 불과 일주일 전인 1월6일자 사설에서 국정원이 민간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휴가나 외출을 나온 병사들에게 물어본 결과 현역 병사 10명 중 6명이 앞으로 전쟁이 날 가능성은 없다고 믿는다는 조사결과에 시비를 걸면서, 이렇게 썼다.

“지구상 어느 곳보다 첨예한 갈등의 현장에서 복무하는 우리 현역 병사들이 전쟁은 아예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의미 없는’ 군복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엄연히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철책선, 북한의 남침이나 붕괴를 상정하고 짜여 있는 군 작전계획, 각종 전술훈련, 북한을 향해 배치돼 있는 수많은 육해공 화력들은 대체 무얼 위해 있다는 말인가. … 북한은 지금도 여전히 최상위 규범인 노동당 강령에서 ‘남한 적화(赤化)’를 지우지 않고 있다. 수십만 정규군을 공격형으로 전진배치하고, 재래식 무기의 40%를 휴전선 가까이 벌여놓고 있다. 이 상황에서 마지막 보루라 할 군의 중추세대가 일방적으로 정신무장을 해제 당해버린 현실을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마음이 무겁다.”

물신에 눈먼 보수우익의 진면목

비무장지대인 휴전선 일대가 역설적이게도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지역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개발의 열풍, 부동산 투기의 바람은 이제 그곳까지도 집어삼키고 있다. 지난 1월13일 국방부가 발표한 6천만평이 넘는 군사지역 규제 철폐·완화 발표는 본격적인 신호탄이다. 서울 이북 지역 어느곳을 가나 군대가 만든 군사시설과 진지를 만날 수 있다. 이제 그 앞뒤로 아파트가 서고 공장이 서고 도로가 난다. 북한군의 탱크를 저지하려 만든 대전차장애물을 비웃듯 그 옆으로 4차선 도로가 뚫리고 있다.

지금 경기도 북부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발과 건설은 군대에 크고 작은 불편을 초래하며 군사작전에 어려움을 줄 게 틀림없다. 만에 하나 북한군이 남침한다면 남한군의 방어작전에 크게 불리할 것임도 자명하다. 무엇보다 최전방 사단 작전구역 안에서 이뤄지는 개발 광풍을 바라보며 그곳에서 근무하는 젊은 병사들의 다수가 남북 간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믿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수도 서울의 안보 상황이 이러한 데도, 눈만 뜨면 북한의 남침야욕과 군사적 위협을 들먹거리며 민주주의의 발전과 인권의 진보를 가로막던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이 땅의 수구기득권세력이 침묵하고 있는 실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제임스 브룩 기자가 밝혔듯이 “지난 10년 동안 땅값은 열 배나 뛰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는 한나라당으로 대표되고, 언론으로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수구기득권세력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래 줄기차게 부동산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으로 부를 축적해 왔는데, 이들에게 휴전선 일대 지역은 그야말로 마지막 노른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눈앞에서 셀 수 없는 돈들이 왔다갔다 하는데 자신들이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북한의 남침 위협이 생각났을 리 만무하다.

사실 한국의 보수우익 가운데는 물신(物神)에 눈이 어두워 휴전선 일대 군사지역 규제 ‘개혁’을 (자신들이 수십년 동안 주장해 온) 북한의 군사적 위협 증대와 남한의 군사적 약점의 노출, 그리고 젊은 병사의 ‘정신무장’ 해이와 연결시켜 생각하지 못하는 우둔한 자들이 많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보수우익의 엘리트들은 이 문제들의 연결고리를 생각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일부러 침묵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돈과 이권 앞에서는 자신들이 해야 할 말을 못하거나 일부러 안하는 자들, 이런 자들이 한국의 보수우익들이다. 사회라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데, 이래서 우리 사회가 이토록 어려운 지도 모른다.
윤효원 본지 국제담당 객원기자 
2006-01-19 오후 4:23:41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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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투]민노당-민주노총, 영국모델과 유사

   

대기업 노동조합을 위한 '변명'
당내선거 맞은 민주노동당, 노동조합과의 관계 제대로 풀어야

민주노동당 내부가 어수선하다. 당대표를 비롯해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당내 선거가 진행 중이라 그렇다. 2005년 4월 총선에서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뒤 임기를 시작한 최고위원회가 자기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진 사퇴해 이뤄지는 당내 경선이라 ‘축제’ 분위기가 되지 못하는 게 어수선함의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물론 그 바탕에는 지난 총선 이후 (혹은 그 이전부터) 점차 물과 기름처럼 되어가는 민주노동당과 보통 당원 사이, 그리고 민주노동당과 국민 대중 사이의 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민노당, ‘이슈’가 문제인가 ‘행태’가 문제인가

'통합형' 대표를 선출했던 지난번과 달리, 이번 당내 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의 내부 권력을 나누고 있는 NL과 PD라는 양대 정파가 각자의 대표 후보를 냈다. 여기에 한 정파가 미는 대표 후보와 80년대 이후 상당 기간 같은 정파에 속했던 분이 ‘정파로부터의 독립’을 내세우며 대표 후보로 나섰다. 당 지도부의 미숙과 지도력 부재, 기간 활동가들의 경험과 역량 부족, 지지율의 지속적인 하락, 울산 북구 보선 패배, 지도부 사퇴 등으로 이어지는 ‘위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내부의 정파들이 통합 지도부를 내지 못하고, 당권을 놓고 다툼에 들어간 게 모양새가 영 좋지 않다.

지도력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고, 조직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며, 실무자들이 갖고 있는 경험과 역량이 풍부한 조건에서도 당권을 둘러싼 지나친 경쟁은 당 조직의 발전에 해를 입힐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작금의 상황을 생각할 때 당내 경선의 ‘열기’가 더해갈수록 민주노동당의 앞길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권 경쟁이 80년대 중반에 형성된 한물간 이데올로기의 유산에 서있다면야 더더욱 그러하다.

21세기로 접어든 지 6년째를 맞이하는 데도 80년대 중반에 형성됐던 NL과 PD라는 낡은 대립구도가 ‘운동 세계’의 뒷덜미를 낚아채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실 변화에 눈감고 보통 사람의 정서와 유리된 NL과 PD라는 정파 간 대립은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는 대학 학생회 선거판을 좌우하면서 학생운동을 ‘정리’하더니, 90년대에는 노동조합 선거판을 문란케 하면서 얼마 전 내셔널센터의 대의원대회를 폭력으로 얼룩지게 했다. 그리고 21세기에는 드디어 (당분간은 이 땅에서의 마지막 시도가 될 수도 있는) 진보정당의 선거판까지 어지럽히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 당대표를 NL이 잡든 PD가 잡든, (지도부와 실무자 모두 경험과 역량이 크게 부족하고 당조직 일선기관과 활동가들의 상태가 일하는 사람들의 정서와는 크게 유리되어 있는) 민주노동당의 행보가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안법이 이슈가 됐든, 비정규직이 이슈가 됐든, 부유세가 이슈가 됐든지 간에 엄동설한에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하는 ‘철야농성’ 방식으로 대표되는 민주노동당의 정치 행태는 똑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과 노조의 관계 설정 문제

최근 일간지를 통해 이번 당대표 경선에 나선 “세 후보가 당의 최대지지 기반인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당 대의원·중앙위원 안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노총의 비중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는 전언이다.
사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 재정립 문제는 민주노동당이 아닌 민주노총 내부에서 먼저 제기됐는데, 그때는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2000년과 2004년 총선 사이다. 이 시기에 지금은 한국 정치사의 에피소드로 전락해버린 개혁당을 지지했던 소수세력은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고, 이른바 ‘범좌파’를 지지했던 일부 세력 역시 똑같은 주장을 했었다.

이 논란이 잦아든 때는 2002년 대선에 즈음해서였고, 확실하게 정리된 때는 2004년 1월 민주노총에 이수호 집행부가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창당 이후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라는 공든 탑이 무너질까봐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가 민주노동당의 조기 궤도 안착과 2004년 총선 성공의 숨은 공로자임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작금의 관계 재설정 문제가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노조 간부와 민주노총 임원의 비리사건으로 당 지지율이 타격을 입었다는 판단이 직접적인 원인인 듯하나, 현 시기(!)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둘러싼 민주노동당 (그리고 민주노총) 내부 정파들의 이해관계도 배경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작년초까지만 해도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전체 당원의 40%가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는 설명이 당 정체성의 근거였으나, 불과 한해 사이에 민주노총의 존재는 떼어내야 할 혹처럼 다뤄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내부의 이런 분위기는 당 부설연구기관인 진보정치연구소가 “대기업노조를 한국 사회 위기 10대 주범의 하나”로 지목한 데서 절정에 이르렀다.

영국노동당의 노동조합 ‘입김 빼기’ 경험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는 당이 노동조합(노총)을 만든 스웨덴 모델보다는 노동조합이 당을 만든 영국 모델에 가깝다. 영국 모델의 경우 노동조합이 당을 만들다 보니 당에 대한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엄청났고, 결과적으로 당이 급격히 ‘우경화’ 하는 것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당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김을 약화시키길 원하는 그룹이 생겨났다(그 대표적인 사람이 영국 일류대학인 옥스퍼드대학 출신의 변호사인 토니 블레어 현 영국 총리다). 역사적으로 이들 그룹은 노동조합의 권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1993년 전당대회에서 기존의 당헌규정으로 보장되던 노동조합의 블록투표제를 폐지해버렸다.

블록투표제는 전당대회의 안건에 대해 특정 노조 안에서 찬성 600표, 반대 400표가 나오더라도, 노조 위원장은 전당대회에서 노조원 전체의 표(즉 투표에 참가한 1,000표+투표에 참가하지 않는 노조원)를 찬성표로 던지게 되는 제도를 말한다. 1993년 전당대회의 결정으로 전당대회에서 노동조합 내부의 찬반 투표수는 그대로 계산되고, 노동조합이 전당대회에서 차지하는 투표권을 당원의 규모와 관계없이 70%로 제한하게 되었다(영국 노동당 당원에서 노조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로도 영국 노동당은 노동조합의 정치헌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과 당원의 대부분이 노동조합원인 상황을 바꾸기 위해 개인당원을 증가시키고 당비를 기업인과 독지가의 기부금, 개인당원의 당비 등으로 다양하게 조달하는 사업을 벌여 왔다. 그 결과 이전과 비교할 때 노동조합의 입김은 많이 빠졌고, 영국 노동당은 ‘대중적 계급정당’에서 ‘국민정당’으로 바뀌게 되었으며, 당 지도부의 권한은 크게 강화되었다.

‘자주’와 ‘평등’, ‘고립’과 ‘평균’?

정당은 정파조직일지 모르나, 노동조합은 대중조직이다. 만약 정당이 노동자들에 기반한 계급적 대중정당을 지향한다면 노동조합은 그 당의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이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대기업노조주의에 기반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사업장이 많은 한국노총보다 민주노총이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민주노동당이 짧은 시기 안에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기업노조가 가진 풍부한 자원과 인력이 자리잡고 있다.

더군다나 민주노총에 소속된 산별조직이나 대기업노조는 사회경험이 없는 20대나 30대가 다수인 민주노동당 활동가들이 갖고 있지 않은 인적 풀(pool)을 갖고 있다. 이들은 한 직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로, 또 가정을 가진 보통의 가장으로, 대중의 바다에서 대중과 더불어 살아 왔다. 다만 이들이 접촉하는 상당수의 대중이 대기업노동자들일 뿐이다.

민주노총에 거리를 두는 대신에 민주노동당의 당대표 후보로 나선 세 명의 후보 모두 비정규노동자를 당이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혹자는 ‘비정규센터’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찬란한 투쟁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민주노총조차 제대로 끌어안지 못하는 비정규직들을 민주노동당이 끌어안을 수 있을런지는 의문이다. 솔직히 말해 활동가들의 수준·경험·역량이라는 측면에서 대중운동의 성과조차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 민주노동당의 현재 실력에서 불가능한 이야기다.

현재의 조건에서 민주노동당이 ‘민주당’이 아닌 ‘노동당’을 지향한다면, 노동조합을 잘 알고 관련 경험을 많이 가진 이들이 지도부에 많이 당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당대표 경선에 나선 어느 후보는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의 어머니”라고 표현했다. 올바른 말이다. 여기에 이런 말을 보탰다면 더 올바른 말이 됐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어머니 품을 떠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고 약하다”고.

아름다운 가치인 ‘자주’와 ‘평등’을 ‘고립’과 ‘평균’으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해선 민주노동당이 치러야 할 비용은 아직은 많은 게 분명해 보인다.
윤효원 본지 국제담당 객원기자 
2006-01-12 오후 1:30:59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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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투]2006년 프로그램, 리스본 전략

   

유럽 노동법제 현대화 등 검토
유럽집행위원회 2006년 프로그램 발표

유럽집행위원회는 ‘유럽의 잠재력을 깨우기 위해’라는 2006년 프로그램을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해외노동동향’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유럽이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유럽이 지금과 같은 호황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대화가 필수임을 강조한 것이다. 고용과 관련해서 경제성장을 촉진시키고, 보다 나은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06년이 개정된 리스본전략(고용창출과 성장)을 현실화하는데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기술과 지식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핵심요인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노동자들의 지리적, 직업적 이동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유럽의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라며 이주노동자를 EU차원의 불법체류자 단속 공동정책을 세울 것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노동법제를 현대의 흐름에 맞춰 검토, 정부 견해를 발표하고, 성평등을 증진시키기 위해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 속에서의 성장, 번영 그리고 연대 : 남녀간의 평등을 위한 로드맵’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노동과 보건, 안전정책을 쇄신 및 보강하기 위한 의견서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리스본전략(또는 리스본아젠다)은 지난 2000년 3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유럽연합(EU) 15개국 정상들이 합의, 서약한 유럽의 장기적인 발전전략이다. 유럽통합을 완성할 계획으로, 2010년까지 3%대의 경제성장률과 70%대의 고용률, 금융 및 유통 등의 서비스시장 통합을 이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윤정 기자  yon@labortoday.co.kr
2006-01-03 오후 12:00:19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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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투]국제노동조합운동 재편 흐름

   

국제노동조합운동의 재편이 다가오고 있다
국제자유노련과 세계노동자연맹 올해 11월 통합…새로운 국제노동조직 창설

현재 국제노동조합운동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최대조직인 국제자유노련(ICFTU)과 기독교계열의 국제노동조합 조직인 세계노동자총연맹(WCL)이 통합하여 새로운 국제노동조직을 창설함으로써 국제노동운동의 재편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004년말에 일본에서 개최되었던 ICFTU 제18차 세계대회에서 만장일치로 WCL과의 조직통합이 결의된 데 이어, WCL도 지난해 11월말에 브뤼셀에서 개최한 제26차 세계대회에서 ICFTU와의 조직통합에 의한 새로운 국제노동조직 창설을 85% 찬성(10% 기권, 5% 반대)으로 의결함으로써, 양 조직의 공식기구를 통한 조직통합 결의 절차가 완료된 것이다.

▲ 강충호 한국노총 국제국장.
그 과정에서 양 국제조직은 오는 11월 1~3일에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서 새로운 국제노동조직의 창립총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창립총회 하루 전날인 10월30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ICFTU와 WCL이 각각의 임시총회를 열어서 조직해산을 완료하기로 하는 등 세부적인 추진일정도 확정되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9~10일에 홍콩에서 개최된 ICFTU 집행위원회의에서는 양 조직의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통합조직의 규약(안)을 놓고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는 등 새로운 국제노동조직의 창설을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국제노동조합운동의 역사와 조직 현황

그동안 국제노동조합운동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5년에 창립된 세계노동조합연맹(WFTU)과, 동서냉전이 시작되면서 미국과 영국 등 자본주의 국가의 노총들이 세계노련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창립한 국제자유노련(ICFTU), 그리고 1920년에 창설된 기독교 계열의 노동조합의 국제조직으로서 1968년에 종교주의를 철회하고 명칭을 변경한 세계노동자총연맹(WCL)의 3개 조직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런 가운데 WFTU와 ICFTU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상호대립하면서 국제노동조합운동을 양분해 왔으나, 1980년대말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WFTU 가맹조직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ICFTU가 국제노동조합운동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게 되었다.

최근 각 조직의 공식자료에 따른 조직규모를 보면, ICFTU가 150개국 231개 조직의 1억5천만명의 조합원을 포괄하고 있는데 반해서, WFTU는 북한, 베트남, 쿠바 등의 사회주의 국가와 제3세계 국가를 중심으로 120개국 1억3천만명의 조합원을, WCL은 아프리카와 남미를 중심으로 116개 국가의 144개 조직의 2천6백만명의 조합원을 포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WFTU와 WCL의 실제 조직규모는 훨씬 작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ICFTU와 WCL의 통합 추진 배경과 경과

ICFTU와 WCL의 통합논의는 WFTU를 탈퇴한 서유럽의 노총들이 ICFTU를 창설하면서 기독교 노동조합들에게 함께할 것을 요청한 데서 드러나듯이 오랜 역사를 지닌다. 당시 ICFTU의 요청에 대해서 WCL의 전신인 국제기독교노동조합연맹(IFCTU)이 노동조합운동의 다원주의 원칙과 냉전 이데올로기에 종속된 노동조합운동을 거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합류를 거부하였지만, 1960년대말 WCL이 종교적 색체를 걷어내면서 양 조직의 이념과 정책이 유사해진 데다가, 1974년에 WCL의 유럽지역 가맹조직들이 ICFTU 가맹조직들이 창설한 유럽노련(ETUC)에 가입하면서 양 국제조직의 통합 주장이 또다시 제기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말 냉전체제가 붕괴되면서 세계노련(WFTU)을 탈퇴한 동유럽과 남미지역 조직들의 가맹을 둘러싸고 ICFTU와 WCL간에 경쟁과 갈등이 생겨나면서 양 조직 간의 통합논의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0년 4월에 남아공에서 개최되었던 ICFTU 제17차 세계총회에 참석한 윌리 타이스(Willy Thys) WCL 사무총장은 “두 조직은 비슷한 정책방향을 갖고 있는 만큼 단결해서 같이 투쟁해야 한다”는 ICFTU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해서 “세계수준에서 노동조합의 단일구조가 유익할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고 반박하였고, 이후 계속된 ICFTU의 통합제안에 대해서도 소극적 내지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였다.

하지만 ICFTU와 WCL은 국제노동기구(ILO)와 세계사회포럼(WSF)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양 조직 지도부 간에 조직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한 끝에 각조직의 최고 의결기구인 세계총회를 통해서 공식적인 결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조직 통합에 따른 논란과 쟁점

ICFTU와 WCL의 통합이 결정된 가운데, 통합조직의 기조와 원칙, 정책과 조직 등 제반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협상이 진행되면서 적지 않은 논란과 쟁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기존조직의 단순한 통합이 아니라 조직 통합을 통한 새로운 국제노동조직을 창설하기로 한 만큼, 새로운 국제조직과 기존 조직들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와 함께, WCL이 적극 제기하고 있는 ‘다원주의(pluralism)’에 대해서도 조직의 결속력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새조직의 기조와 원칙을 놓고 ICFTU와 WCL 간에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WCL이 기존의 준회원(Associated Membership) 제도를 새 조직에 그대로 존속시키자는 주장에 대해서 ICFTU 조직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지도부 선출이나 의석배정에 있어서도 ‘맹비를 납부한 조합원수’라는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통합조직의 최고의결기구가 될 세계총회에 참석할 대의원수 배정에 있어서 WCL의 요구에 따라서 소규모 조직들에게 상대적인 혜택을 주는 문제는 소규모 조직이 많은 WCL의 조직현실을 감안하여 받아들이는 쪽으로 양해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그럴 경우 ICFTU와 WCL 가맹조직들이 통합조직에서 배정받게 될 대의원수는 각각 787명과 157명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WCL의 기존 조직들 가운데 실체가 없는 유령조직들이 적지 않고 조직규모도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는 등 정확한 실태파악조차도 어려운 현실은 조직통합에 있어서 장애요인이 될 것이며, 지역조직과 산업별 국제조직의 통합과 세계조직과의 관계 설정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쟁점들에 대해 ICFTU와 WCL은 각각 조직내부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상호 간에 협상을 계속하여 오는 6월말까지 논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국제노동조합운동의 재편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ICFTU와 WCL이 예정대로 오는 11월에 통합하여 새로운 국제노동조직이 출범한다는 것은 국제노동조합운동이 기존의 세계노련(WFTU)과 새로운 조직의 양대축으로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더우기 80년대말 이래 쇠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세계노련(WFTU) 내에서 조직을 해산하고 새로 출범하는 국제노동조직에 함께 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국제노동조직의 대통합도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이처럼 국제노동조직이 상호협력과 조직통합을 추진해나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에서는 기존의 양대노총이 조직통합은 고사하고 지난 1년여 동안 유지해 오던 공조마저 파기하였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제3노총' 창립도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2007년의 복수노조 시대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노동조합운동의 발전을 고민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단결과 통합을 추진해나가고 있는 국제노동운동의 최근 상황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는 마당에 일국 내의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충호 한국노총 국제국장 
2006-01-11 오전 10:49:08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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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유럽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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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유럽-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구대륙, 다양한 문화의 보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복지사회, 자유로운 사상과 정치적 자유의 땅.

유럽은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유럽은 개인주의와 자국 문화 우월주의가 판치는 곳이며, 미국과 경쟁하는 또 다른 패권주의이며, 과거 영광의 향수에만 젖어있는 민족들로 비춰지기도 한다. 비교의 대상으로건, 선망의 대상으로건 아니면 비판의 대상으로건 우리는 자주 유럽을 언급한다. 유럽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관점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또한 사람은 자신의 계급적 처지와 당파성에 따라 똑같은 현상이라도 제각각 다른 해석을 한다. 유럽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이렇다’라는 해석이 어떤 이에게는 유럽찬양론으로 비칠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유럽비판론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 ‘미국을 바로 알자’는 지성인들의 지미(知美)론이 반미(反美)라고 비판되기도 했었다. 어쨌거나 선진국으로서의 유럽 나라들은 우리가 뒤쫓아 가야 할 앞선 나라들이지만, 경제적으로 우리와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경쟁국가들이기도 하다.

희망적 모델이자 닮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

유럽은 우리에게 미래사회의 희망적 모델이 될 수도 있고, 닮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유럽은 어떠한가’라는 현상적 분석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유럽이라는 물건의 질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이 물건의 용법을 알고 활용하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유럽의 지성사는 이데올로기와 사상의 준거모델을 제공하고 있고, 유럽의 역동적 사회사는 사회적 이슈의 풀(pool)로서 손색이 없다. 이미 우리에게 유럽사회는 사고에 있어서 하나의 준거모델이 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2월 1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1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공개적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의 신사참배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독일은 일부 영토까지 포기할 정도로 역사인식을 철저히 청산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이런 독일의 역사인식은 단순한 사례가 아니라 대일 입장 표명에 있어서 정책적인 준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과거사 청산과 독일 통일의 교훈

우리의 과거사 청산문제에 있어서도 프랑스의 사례는 자주 인용되고 있다. 나치로부터의 해방을 맞이한 프랑스에서는 역사적 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나치 협력자들을 대대적으로 축출하는 대숙청을 단행했다. 천재 작가 로베르 브라지야크가 총살됐고, 르노자동차의 루이 르노 회장은 수감 중 옥사했으며, 민족주의 사상의 대부 모라스와 프랑스 최고급 식당 맥심의 사장도 감옥에 갇혔다.

프랑스의 대숙청은 대문호·대기업 총수·유명 배우를 가리지 않았다. 99만 명의 사람들이 나치협력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이중 즉결처분되거나 사형이 집행된 사람들만 1만 명에 달했다. 결국 우리와 전혀 다른 선택과 결단을 취했던 프랑스는 오늘날 과거사의 인식이 우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프랑스의 대숙청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역사적 교훈에 가깝다.

우리 민족의 궁극적 염원인 민족통일 문제에서도 독일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노태우 정권 때 북방정책의 모델이 되었던 것은 서독정부의 동방정책(Ost Politik)이다. 하지만 북방정책은 동방정책의 본질적 문제의식을 담아내지 못했기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동방정책이 동독과 동독의 우방을 지원함으로써 동독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시켰던데 비해 북방정책은 북한과 북한의 우방을 분리함으로써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유럽을 뒤흔든 사건이 주는 시사점들

때로는 유럽 사회를 강타한 사건들을 보면서 불행을 준비하고 예방하는 반면교사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영국에서의 광우병 파동, 스페인 민족주의 집단의 테러사건, 프랑스의 석면 대참사와 AIDS 혈액 수혈파동 등이 그러하다. 우리는 유럽을 혼란으로 빠뜨린 이런 사건들에서 충분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으며 똑같은 사건이 되풀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역사적 흐름이나 사회발전의 방향에서는 충분히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아날학파(Annales)의 태두인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은 정치사를 ‘사건사(l'histoire événementielle)‘라고 조소하며, 역사흐름의 파악은 수세기에 걸친 이른바 중장기(longue durée)라는 시간적인 개념에 입각해서 볼 때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개별적인 역사적 사건은 하나의 물거품 같은 것으로 역사 전체의 흐름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했다.

물론 거시적으로 이런 역사적 관점은 중요하다. 하지만 사건사는 사건사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는다. 사건 하나 하나가 앞뒤의 맥락 없이 발생하지는 않으며 각각의 사건은 충분한 사회적 모순과 시사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유럽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근대 이후 유럽은 세계사의 중심이었다. 지성사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인류가 공유하는 많은 사상과 이데올로기와 가치는 유럽에서 만들어졌다.

인간에게 역사는 거울이다

역사적 인식은 언제나 중요하다. 인류는 역사라는 시간의 궤적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고 과거-현재-미래는 연속적이기 때문이다.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고사성어 중 ‘전사지불망 후사지사(前事之不忘 後事之師)’라는 말이 있다. ‘지난 일을 잊지 않음은 뒷일의 스승이 된다’는 의미다. 인간에게 역사는 하나의 거울이다. 우리는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과거를 반추해봄으로써 현재를 개척할 수 있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사회의 발전과 진보는 일국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가치의 문제이다. 따라서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선진적인 나라들의 역사는 일국사가 아니라 인류사의 한 부분이 될 수 있고 다른 나라에게도 역사적 거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동적인 유럽의 사회사는 사회적 이슈와 이념과 가치의 생생한 교과서다. 유럽 사회사를 통해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리면 된다. 유럽은 장점도 많고 나름대로 문제점도 많다. 유럽이라는 다른 산의 돌이 우리 사회의 미래라는 ‘옥’을 가리는데 도움이 된다면 유럽은 충분히 우리의 거울이 될 수 있다.

유럽의 궤적과 고민속에서 찾는 우리의 미래

그들의 사고와 이념의 궤적, 그들이 사회를 변화하고 발전시킨 과정, 그들이 제기했던 사회적 이슈들, 그들의 현재의 고민들을 살펴보면서 그 속에서 옥석을 가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옥들을 찾아낸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그만큼 더 희망적일 수 있다. 또한 그들의 좌절과 혼돈 속에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불행의 개연성을 찾아내고 대비한다면 우리는 미래의 불행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유러피언 드림 속에서 우리는 코리언 드림을 그려내야 할 것이고 그들의 좌절 속에서는 우리의 불행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요즘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 문제로 온 사회가 들끓고 있다. 난자 공여문제로 불거진 연구윤리 논쟁, 국익과 진실 간의 갈등 문제, 언론의 취재윤리 논란 등은 유럽 사회들도 이미 홍역처럼 한번씩은 겪었던 문제들이다. 유럽의 과거와 현재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는 의외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최연구: 프랑스 마르느 라 발레 대학교에서 ‘남북통일과 독일통일의 지정학’이라는 논문으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겨레 21 파리통신원, 르몽드 디쁠로마띠끄 한국어판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한국과학문화재단 전문위원, 사이언스타임즈 편집장 겸 주간을 거쳐 현재 한국과학문화재단 BSC구축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프랑스 문화읽기(중심, 2003)' '르몽드(살림,2003)'등이 있다.
등록일 : 200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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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유럽 가스본쟁, 무엇을 배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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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가스분쟁,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시베리아 송유관 남북협력…안정적 에너지 공급선 만들어야
러시아가 터키에 건설하고 있는 블루스트림송유관.
과거 공산국가 시절 소비에트 연방에 속했던 우크라이나가 90년대 초 독립이후 지난 10여년 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그래도 과거 형제국으로서 사이 좋게 지내왔다. 동유럽 국가들은 독립해 구 소련의 정치적 영향권에서 벗어났어도, 석유와 가스 등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로부터 싼 가격으로 공급받아 왔고, 러시아 역시 이런 정책을 통해 자국의 영향력을 계속 행사해 왔다.

그런데 작년부터 과거 소비에트의 위성국가였던 동유럽 일부국가들, 예컨데 폴란드, 체코, 헝가리가 이미 유럽연합에 가입했고, 또 내년에는 불가리아나 루마니아도 유럽연합에 가입할 전망이다. 만약 이런 추세가 계속 된다면 유럽 국제정치에서 동유럽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은 현저히 감소될 것이다. 특히 작년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를 가져온 친서방적·반러시아적 '오렌지 혁명'은 대국 러시아의 영향력과 자존심에 결정적으로 흠집을 낸 사건이었다.

러-우크라이나 갈등 EU국가들까지 파장

이 오렌지 혁명 이후 작년 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가격을 현재보다 5배 올리겠다고 발표해 우크라이나와의 긴장은 물론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통해 가스를 공급받는 독일,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다른 유럽연합 국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체 가스 소비량의 3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독일이나 헝가리, 18%를 의존하는 오스트리아는 물론 다른 유럽연합국가들에도 타격이 크다. 현재 러시아가 유럽에 수출하는 가스의 80%가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통과하고 있고, 당장의 수급 차질은 크게 염려되지 않지만,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중단은 유럽 경제는 물론 유럽연합의 동유럽으로의 통합 확대 등 정치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강추위를 동반한 폭설이 내린 유럽의 연말 연시에 유럽의 언론들이 당장 1월 1일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 러시아의 결정을 톱 뉴스로 장식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무기로 겉으로는 구 동유럽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시위하고 있지만, 그 파장의 궁극 목표는 유럽연합이 과거 바르샤바 조약국가인 동유럽으로까지 서유럽의 이념을 계속 확장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유럽연합이 자신의 고유한 철학적 가치와 정치적 이념인 민주주의를 계속 구 공산권에 수출하고 있는데 대해 러시아도 이에 동유럽과 유럽연합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무기로 맞대응하고 있다.

에너지원 확보라는 새로운 형태의 분쟁

냉전이 종료한 이후 오늘날의 국제정세는 지속적인 개발과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역사적으로 독일이나 일본이 2차 대전에서 자국 국경선과 인접한 지역 이외로 전쟁터를 확대한 이유는 단순히 영토 확장이 아니라 석유 등 에너지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는 국제정치학자들이 많다. 중국 역시 최근 인권문제로 서방으로부터 고립되는 아프리카나 이란과 같은 나라에 대해 외교적 행보를 활발히 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중국의 지속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원 확보이다.

이 점에서 지난 연말 총리의 중동 순방외교라든가 최근 이라크 파병 연장안 의결은 이와 같은 장기적인 에너지원 확보 정책이라는 점에서 조명할 수 있다. 특히 이라크 파병 명분에 대해 국론이 엇갈린 적도 있지만, 파병 결정은 한·미 관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개발을 위해 우리가 민주주의나 인권과 같은 명분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국익을 위한 실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결과로 생각된다.

명분 중요하지만 국익 위한 실리도

특히 우리로서는 석유나 가스를 언제까지나 중동에만 의존할 수 없고, 그 때문에 이미 재작년과 작년 대통령이 과거 소련 연방에 속하던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에너지 국가들을 방문한 바 있다. 중동 이외에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국가로부터 석유나 가스를 싼 가격에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그러나 무엇보다 시베리아 송유관 사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점에서 최근 일부에서 민주주의나 인권과 같은 측면에서 명분상 대북한 지원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장기적으로 시베리아 송유관 사업이나 대 유럽 수출 물류환경 개선을 위한 남북한 철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과 같은 프로젝트는 미래 에너지 확보와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표적인 사안이다. 이런 사안은 결국 북한의 협조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없으므로 그 때문이라도 다소간의 명분론은 일시적으로 접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이 바라보는 북한의 인권 문제와 한국이 보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시각차는 이런 점에서 당연해야 하는데, 국내 일부 언론에서 미국의 시각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쉽다. 최근 유럽의 에너지 전쟁을 계기로 남북 관계 등 복잡한 국제정세를 한번 되새겨 본다.


윤종석 주독홍보관
등록일 : 200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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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프랑스 새 성장모델 모색 - 우파 좌파정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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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지금 새 성장모델 모색중
모든 국민이 혜택 누리는 근본적 사회개혁에 초점
프랑스 사회경제는 자유시장 경제와 국가의 경제기획을 강조하는 사회주의를 절충한 제도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프랑스 사회경제제도는 저성장, 실업, 과도한 사회보장으로 인한 재정적자의 내적 요인과 세계화라는 외적 요인에 의해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최근 파리를 비롯한 대도시 인근에서 발생된 폭력소요 사태는 프랑스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백일하에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사회 계층별 불평등의 심화

프랑스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에도 시민들이 삶의 현장에서 마주치는 사회조건은 상대적으로 퇴보하고 있다는 데 있다. 프랑스 사회는 전통적으로 양분화된 계층 구조를 가지고 있다. 총 경제활동 인구의 약 60 %정도를 차지하는 서민층은 중산층에 비해 소득 수준이 2.5~3배 낮으며, 실업률 수준은 3~4배 높다. 따라서 서민층 자녀들은 고등교육을 받는 기회가 적어지고 이는 또 다시 계층 간 소득의 차이를 만들며 각 세대가 누리는 사회혜택 면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는 사회적 불평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대도시 인근에서 발생한 폭력소요 사태로 인한 정부의 비상사태 연장 결정에 반대하는 프랑스 시민들.
경제성장으로 얻은 부의 분배가 불균형적으로 이루어 질 때 필연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은 깊어지게 되는데 프랑스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87~95년 사이 월급에 의한 실질적인 소득 증가는 거의 없었지만, 주식투자로 인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평균 84%, 채권 수익은 105%, 그리고 부동산 가치는 33% 증가 했다 (프랑스 통계청 자료).

실업이 늘어나고, 특히 청소년 및 50대 이후 세대들의 고용 위기가 심각해진 1990년대 이후에는 사회 계층 간 소득 차이가 더 심화되고 있다. 한 예로, 기업이 창출한 총 부가가치 (노동수입+자본수입) 대비 노동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 추세에 있어 기업 이익창출에서 차지하는 노동자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이는 봉급생활자들의 사회적 협상 능력이 자본 능력에 비해 점점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경제 주도 정책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르몽드(2005년 9월 1일자)는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이 과연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사회 성장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이 신문은 매우 낮은 경제 성장률이 적절한 부의 재분배를 실현하는데 결정적인 제약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부유 계층의 소득을 축소해 재분배 정책을 구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방법은 현대 민주자본주의사회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화 추세에 따라 자본이나 기업이 자국의 높은 조세율이나 인건비를 피해 언제든지 타국으로 이전할 수 있기때문에 단순한 조세정책을 통한 재분배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따라서 조세정책을 넘어 선 종합적인 사회정책을 강구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사회 모델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고용증진 앞세워 사회 성장 달성

올해 6월 출범한 드 빌팽 총리 내각은 ‘고용 증진’을 앞세워 ‘사회성장’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드 빌팽 총리가 말하는 사회성장이란 ‘모든 국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성장, 모든 국민에게 구매력을 회복시키는 성장, 그리고 고용을 창출하는 성장’을 의미한다.

따라서 드 빌팽 정부의 종합대책은 고용, 경제성장, 국가재정, 민생경제, 교육 등 핵심적인 국가 정책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급격한 세계화 추세에 따라 기존의 사회경제 제도를 ‘현대화’ ‘세계화’의 궤도에 맞추어 가려는 정책 의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드 빌팽 총리가 말하는 ‘사회성장’은 단순한 경제 활성화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사회정책의 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기본원칙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 양극화 해소 적극 개입

첫째, ‘정의와 책임’ 원칙. 프랑스와 같은 유럽 선진국이 안고 있는 문제는 경제적 위기가 아닌 사회적 위기에서 나온다. 사회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있어야 하는데 프랑스의 낮은 경제성장률로서는 파격적인 고용확대가 어려울 뿐 아니라, 늘어나는 실업으로 정부 실업보조금 혜택도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를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을 필요로 하게 된다.

드 빌팽 총리는 세제 및 서민주택 정책 등을 통해 공평한 부의 분배를, 그리고 고용, 교육 면에서 차별 없는 기회의 균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사회성장은 모든 국민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있는 행위를 할 때 가능하다.  드 빌팽 총리는 “모든 시민이 참여와 자기 개발을 이루어 나갈 때 국민적 총력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시민의 책임있는 참여와 사회구성원으로서 자기 개발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면, 고용 확대를 위해 정부는 실업자가 취업하면, 실업보조금보다 높은 경제적 혜택을 보장함으로써 취업동기를 유발하고 아주 작은 노동에도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공정한 분배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실업자에게 매달 생활보조비를 지급하는데 이는 최저임금의 절반에 해당해 실질적으로 취업동기 부여를 하지 못했다. 이러한 불공정한 점을 시정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일정한 고용수당을 저소득 취업자에게 매달 지급해 정부 생계비 지원만을 받는 것보다 최소한 800유로 이상 즉 50% 이상의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기업이나 국민 모두가 이러한 조치에 대해 연대적 책임의식을 갖고 동참해주길 권유하고 있다.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조화

둘째, ‘사회성장’은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을 조화시킬 때 가능하다. 유럽 선진사회는 가장 앞선 사회경제 제도(자유시장경제+사회복지제도)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이를 통해 불거진 문제들을 속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체 제도를 아직 찾지 못했다. 결국 드 빌팽 총리는 기존 제도의 혁신적인 변화보다는 실행 방식에서 시각을 넓히고 새롭게 함으로써 ‘사회성장’을 이끌어내려고 한다.

자유시장제도가 현재까지 가장 바람직한 경제제도이지만 사회정의를 세워 주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자유경제 체제에서는 가진 자들이 못가진 자들보다 항상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부가 부의 재분배 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인적 자원관리 측면에서도 공정한 재분배 정책을 수립할 때 경제가 사회와 조화를 이루면서 사회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랑스 정부는 공정한 부의 재분배, 고용 창출, 기회의 균등 등을 주된 지침으로 삼고 경제와 사회 두 분야의 정책을 조화 있게 실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드 빌팽 정부는 고용증대를 통해 경제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사회적 연대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조치로 고용정보를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또 올 1월부터는 ‘고용서비스 수표제도’를 도입해 직장 근무로 인해 발생되는 가족관련 비용을 지원, 관리하고 새 고용계약, 기업 청소년 계약 등 다양한 노동계약을 실제화하고 인력 채용시 인종과 지역의 차별없이 고용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민서민층에 대해서도 명문대 입학 특례를 허용하는 등 인적 자원 면에서 재분배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사회성장을 위한 구체정책들

프랑스가 2005년 9월에 발표한 사회성장 정책의 주요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 분야.

◆고용 정책의 활성화: 자발적인 실업을 줄이고 취업 동기 효과를 높이기 위해 파격적인 고용수당 제도 도입, 복잡한 사회보조금 제도 간소화, 실업연금 혜택자에 대한 체계적인 통제장치 강구.  

◆공공투자 촉진 및 교통인프라 현대화: 50% 이상의 정부차관과 재정경비를 감축해 연말까지 재정 적자를 국민총생산 3% 수준으로 축소. 공공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고속도로 공기업의 일부를 민영화해 2006년도에 100억 유로의 재정수입을 확보.

◆구매력 제고 : 세제 개혁 특히 중산층에 대한 소득세 감면을 통해 35억 유로를 조세자에게 환원, 소득 과세기준을 7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하고 재산소득세도 개혁하여 소비자 구매력을 제고. 사내 주주제도의 활성화와 세제 혜택을 통해 기업의 견고한 자금원을 마련하고, 경제적 애국주의 실현의 도구로 삼음.

◆에너지 비용 보조 : 저소득층 가계에 등유 난방비 지원, 석유제품 가격 안정조세를 운수업체 지원과 고용수당 재원으로 전용. 무공해 자동차 구입시 2000유로까지 세금 공제, 식물성 연료기름의 점진적인 사용권장, 고속 및 일반 도로에서 자동차 주행 속도 10Km 감속 등.

◆주택 보급 확대 : 서민 주택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기존의 주택지원금, 무이자 주택융자 지원 폭 확대, 사용 목적을 제한했던 유휴 토지를 해제해 2006년 1분기까지 5000가구 서민주택 건설, 5000만 유로 국토개발자금을 즉시 주택환경개선사업에 투자한다. 사용되지 않는 건물을 정부가 구입하며 주택용으로 재건축. 2010년 올림픽을 위해 파리 북부에 확보한 파리 시소유 토지를 일정한 협정가격으로 민간주택업자에 매각, 주택 보급 확대.    


"기회균등 없는 자유경쟁은 속임수"

“경제문제는 경제로 풀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은 경제문제는 사회문제와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수많은 연구 및 통계가 공통적으로 밝히는 현대사회 문제 중의 하나는 기회의 불균등 현상의 심화다. 원론적인 말이지만 자유시장경제는, 기회가 균등한 가운데 각자의 노력에 따라 그 결과를 보상받는다는 논리를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기회의 균등이 없다면, 자유경쟁이란 어떤 모습이든지 간에 속임수에 불과하게 된다. 부유한 자는 자기가 가진 다양한 수단들 즉 부동산, 금융자산 등을 통해 노동을 통한 자산 증식보다 훨씬 빠른 시일 내에 더 많은 수익을 얻게될 뿐 아니라 많은 정보와 교육기회를 통해 불균형을 가속화, 지속화시키게 된다. 결국, 공정한 부의 재분배는 공정한 기회의 균등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에서 경제문제와 사회관계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성장 정책을 통해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사회정책을 통해 ‘기회 균등’이 우선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공정한 부의 재분배를 위한 경제제도가 계획되고 실시 될 때, 모든 국민이 책임있는 사회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며, 비로소 민주 복지 사회의 풍요함을 골고루 나눠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는 것이다.  

물론 프랑스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성장’ 정책이 최선이 아님을 누구나 알고 있다. 경제성장이 불투명하고, 누적된 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프랑스가 과연 ‘사회성장’ 정책추진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지, 또는 정책이 불명확하거나 효과 분석이 막연한 면이 있다는 비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프랑스가 당면한 사회위기를 어떻게 타개해가는 지를 면밀히 지켜 보면서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볼 때 ‘좌파’(?)적인 상기 정책들이 좌파인 사회당이 아닌 드골의 적통을 이어받아 위대한 프랑스를 꿈꾸는 ‘우파’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한 번 음미해볼 만하다.   

이승유(주 프랑스 홍보관)
등록일 : 200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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