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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유럽 가스본쟁, 무엇을 배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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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가스분쟁,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시베리아 송유관 남북협력…안정적 에너지 공급선 만들어야
러시아가 터키에 건설하고 있는 블루스트림송유관.
과거 공산국가 시절 소비에트 연방에 속했던 우크라이나가 90년대 초 독립이후 지난 10여년 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그래도 과거 형제국으로서 사이 좋게 지내왔다. 동유럽 국가들은 독립해 구 소련의 정치적 영향권에서 벗어났어도, 석유와 가스 등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로부터 싼 가격으로 공급받아 왔고, 러시아 역시 이런 정책을 통해 자국의 영향력을 계속 행사해 왔다.

그런데 작년부터 과거 소비에트의 위성국가였던 동유럽 일부국가들, 예컨데 폴란드, 체코, 헝가리가 이미 유럽연합에 가입했고, 또 내년에는 불가리아나 루마니아도 유럽연합에 가입할 전망이다. 만약 이런 추세가 계속 된다면 유럽 국제정치에서 동유럽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은 현저히 감소될 것이다. 특히 작년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를 가져온 친서방적·반러시아적 '오렌지 혁명'은 대국 러시아의 영향력과 자존심에 결정적으로 흠집을 낸 사건이었다.

러-우크라이나 갈등 EU국가들까지 파장

이 오렌지 혁명 이후 작년 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가격을 현재보다 5배 올리겠다고 발표해 우크라이나와의 긴장은 물론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통해 가스를 공급받는 독일,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다른 유럽연합 국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체 가스 소비량의 3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독일이나 헝가리, 18%를 의존하는 오스트리아는 물론 다른 유럽연합국가들에도 타격이 크다. 현재 러시아가 유럽에 수출하는 가스의 80%가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통과하고 있고, 당장의 수급 차질은 크게 염려되지 않지만,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중단은 유럽 경제는 물론 유럽연합의 동유럽으로의 통합 확대 등 정치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강추위를 동반한 폭설이 내린 유럽의 연말 연시에 유럽의 언론들이 당장 1월 1일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 러시아의 결정을 톱 뉴스로 장식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무기로 겉으로는 구 동유럽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시위하고 있지만, 그 파장의 궁극 목표는 유럽연합이 과거 바르샤바 조약국가인 동유럽으로까지 서유럽의 이념을 계속 확장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유럽연합이 자신의 고유한 철학적 가치와 정치적 이념인 민주주의를 계속 구 공산권에 수출하고 있는데 대해 러시아도 이에 동유럽과 유럽연합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무기로 맞대응하고 있다.

에너지원 확보라는 새로운 형태의 분쟁

냉전이 종료한 이후 오늘날의 국제정세는 지속적인 개발과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역사적으로 독일이나 일본이 2차 대전에서 자국 국경선과 인접한 지역 이외로 전쟁터를 확대한 이유는 단순히 영토 확장이 아니라 석유 등 에너지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는 국제정치학자들이 많다. 중국 역시 최근 인권문제로 서방으로부터 고립되는 아프리카나 이란과 같은 나라에 대해 외교적 행보를 활발히 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중국의 지속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원 확보이다.

이 점에서 지난 연말 총리의 중동 순방외교라든가 최근 이라크 파병 연장안 의결은 이와 같은 장기적인 에너지원 확보 정책이라는 점에서 조명할 수 있다. 특히 이라크 파병 명분에 대해 국론이 엇갈린 적도 있지만, 파병 결정은 한·미 관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개발을 위해 우리가 민주주의나 인권과 같은 명분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국익을 위한 실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결과로 생각된다.

명분 중요하지만 국익 위한 실리도

특히 우리로서는 석유나 가스를 언제까지나 중동에만 의존할 수 없고, 그 때문에 이미 재작년과 작년 대통령이 과거 소련 연방에 속하던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에너지 국가들을 방문한 바 있다. 중동 이외에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국가로부터 석유나 가스를 싼 가격에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그러나 무엇보다 시베리아 송유관 사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점에서 최근 일부에서 민주주의나 인권과 같은 측면에서 명분상 대북한 지원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장기적으로 시베리아 송유관 사업이나 대 유럽 수출 물류환경 개선을 위한 남북한 철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과 같은 프로젝트는 미래 에너지 확보와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표적인 사안이다. 이런 사안은 결국 북한의 협조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없으므로 그 때문이라도 다소간의 명분론은 일시적으로 접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이 바라보는 북한의 인권 문제와 한국이 보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시각차는 이런 점에서 당연해야 하는데, 국내 일부 언론에서 미국의 시각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쉽다. 최근 유럽의 에너지 전쟁을 계기로 남북 관계 등 복잡한 국제정세를 한번 되새겨 본다.


윤종석 주독홍보관
등록일 : 200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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