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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

충치치료를 위해 치과에 갔다가 덧니가 있는 치아교정에 대해 물었다. 꼭 할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고 견적이나 좀 알아보려고. 발치를 해야하는지도. 사실 전에 건강검진 받을 때도 물어봐서 교정하려면 발치해야 한다는 건 알고있긴 했는데, 의사마다 소견이 다를 수도 있으니까. 별 생각없이 물었는데 의사가 하는 말이, 발치도 두개정도 해야하고 치아 뿌리가 짧아서 교정하면 불안정해질 수 있단다. 20대면 모를까 좀 늦은 감도 있고, 남잔데 꼭 할 필요 있겠냐며 개인적으로 비추란다.

 

그래 뭐, 알고있어. 늦은 감이 좀 있지. 지금까지 덧니로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교정하는 것도 새삼 그렇고. 그리고 굳이 발치까지 하면서 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뭐 그리 속상할 것은 없는데 약간 씁쓸하달까 찜찜하달까. 그렇네. 삶의 가능성 하나가 영영 사라진 느낌이랄까.

 

그게 그렇잖아. 할 수 있는데 안하거랑 아예 할 여지조차 없는 것이 다르잖아. 지금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하지만 나중에라도 할 수 있다면 어떤 가능성을 품을 수 있을텐데, 앞으로도 영영 할 수 없는 무언가를 받아들여야 할 때의 그 상실감. 그리고 체념.

 

그래 체념이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지. 닭배달 아저씨 인생의 영토가 '주공1단지 그대의 치킨런' 이듯이, 170이 안되는 나의 키를 받아들이고 나의 덧니를 받아들이고 늘어지는 턱살과 눈가에 주름을 받아들여야겠지.  뭐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내가 뭐 용가리통뼈도 아니고... 그래. 이런게 나이를 먹는다는 거겠지. 체념한다는 거. 받아들인다는 거.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거야. 너무 서운해하지는 말자고. 그렇다고 너무 주눅들지는 말고. 쓸데없이 미리부터 체념하지는 말고. 하는데까지는 해보다가. 안됨 말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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