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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3

단식 일주일째, 몸을 비우면 머리가 맑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단백질 덩어리인 뇌는 맑아진 듯도 하다. 그러나 어디에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머리 속은 맑지 못하다. 왜 단식을 시작했고, 왜 그런 고민을 계속하면서도 아무것도 멈추지 않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무엇이든 등을 떠미는 대로 간다. 그렇게 살아왔고, 아마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렇게 살아질 듯도 하다. 그래서 피로하다. 나는. 내가. 

먹는것도 없는데 설사는 멈추지 않는다.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알 수 없는데, 몸은 그동안의 상태를 용서하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설사가 없는 날을 불안하다. 이런것도 일종의 스톡홀름 신드룸인지 모른다. 어쨋든 이즈음은 무엇이든 변하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싫다. 설사도 그냥 계속 평생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진짜. 

10월 다이어리와 11월 다이어리가 미친듯한 속도로 채워지고 있다. 이렇게 살면 안된다고 생각하면 할 수록 더 그렇게 된다.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처럼, 그렇게 된다. 어디 빈틈도 없이 채워진 시간들 속에서 살아내면 다행이라고, 언제나 그랬듯이 살아냈으니 아마 결론은 다행일거라고. 그렇게 생각도 한다. 가을이다. 벌써.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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