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14살 쿠르드 소녀 렝긴을 살려줘요

** 이 글은 쿠르디스탄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쉬티가 보내온 글입니다.


한달 전쯤 한 친구가 인근 도시에 사정이 딱한 아이가 하나 있는데 도와줄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어 왔습니다. 한번 아이를 찾아보겠노라고 약속을 한 후 차일피일 미루다가 며칠 전에야 겨우 아이를 찾아갔었습니다.



아이는 제가 사는 곳에서 한시간 정도 떨어진 소도시에 살고 있었습니다. 14살이고, 렝긴이란 예쁜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였습니다. 아이는 8살적부터 당뇨를 앓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쿠르드 무장독립운동세력(PKK)을 지원했다는 죄목으로 36년 형을 선고받고 현재 13년째 복역중입니다.

쿠르드족의 독립국가 건설은 1차 대전후 로잔 협약으로 국제적으로 약속되었던 내용이고, 터키 공화국의 설립자인 무스타파 케말에 의해서도 약속되었던 것입니다. PKK는 이런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를 하다가 탄압을 받고 산으로 들어가 무장 투쟁을 시작한 단체로, 흔히 알고있듯이 테러단체는 아닙니다.

로잔 협약을 주도했던 유럽의 국가들에 의해서 PKK는 작년에 EU의 테러단체 목록에 추가되었고, 이에 반발하여 로이터와 BBC는 뉴스 보도에서 PKK를 테러단체로 간주하지 않겠노라고 발표해 논란이 일기도 했었습니다.

대부분의 이슬람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쿠르드족 공동체도 가정의 수입을 거의 전적으로 가장에게 의존합니다. 그래서 남편이 수감된 이후 이 가족은 일정한 수입이 없이 전적으로 이웃과 친척들의 도움으로 아이의 치료비를 충당하고 있었지만 거의 한계에 이른 상황이었습니다.

아이가 병을 앓기 시작하자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위한 의료보험 카드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했었습니다. (대부분 정치범의 가족과 친척에게는 의료보험 카드가 발급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쿠르드족의 대부분은 정치범의 가족이거나 친척입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의료보험 카드를 갖고있는 쿠르드족은 약 30%남짓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이를 치료하던 의사와 함께 의료보험 카드를 만들기 위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가버너(터키의 지방정치 형태는 독특합니다. 유럽연합의 압력으로 지방정부와 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선거를 실시하긴 하였지만, 동시에 중앙 정부에서 행정관을 파견합니다. 그래서 한 도시에 두명의 시장이 존재하는 기이한 형태의 지방 정부가 구성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실권은 중앙정부에서 파견된 행정관이 갖습니다. 의료보험증을 발급받는데 필요한 간단한 서류들도 이 행정관의 서명이 없이는 발급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정치적인 이유로 발급이 거부됩니다.)를 찾아가서 의료보험 카드를 만들기 위한 서류의 발급을 요청하자 가버너 왈 "아이는 정치범의 자식이니 자라면 나중에 터러리스트가 될 것이다. 그러니 죽도록 내버려 둬라"라고 하면서 서류의 발급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아이가 8살 때의 일입니다.

그 후 아이의 가족은 다시는 의료보험 카드를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비싼 치료비를 고스란히 주위의 도움만으로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을 리 만무합니다. 아이는 주위의 도움으로 마련한 당뇨병 치료약을 집에서 스스로 주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약의 부작용으로 아이의 신장은 서서히 망가져가고 있었습니다. 이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신장을 보호하는 치료를 받아야하는데 이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신장이 상당히 망가진 듯 아이의 얼굴은 상당히 부어올라 있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감옥에서 아이들의 아버지가 전화를 해와서 아이의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제발 당신들이 구걸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아이들만은 교육을 시켜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이를 포함 5남매 중, 교육 시기를 놓쳐버린 큰딸을 뺀 다른 자녀들은 모두 학교엘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 가을 학기에 이 중 두명이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총 3명이 고등학교엘 다니고 있습니다. 막내아이는 지금 중학생인데 내년에 고등학생이 된다고 합니다.

중학교까지는 아이들을 교육시키는데 큰 돈이 들어가지 않지만 고등학교부터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상적인 가정에서 조차도 3명을 한꺼번에 고등학교에 보내는 것은 부담이 되는 일입니다. 아이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이유입니다. 일단 이 새로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두 아이가 당장 급하게 필요한 교복과 교과서 등은 주위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 마련해 줄 수 있었지만, 렝긴이 지속적인 치료를 받도록 지원하고 아이들이 계속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가족의 13살난 막내아이는 제가 찾아갔을 때 "한번도 아버지의 얼굴을 본적이 없어요"라고 말해서 필자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아이가 40일 되던날에 아버지가 수감되어 13년째 감옥에 있다고 합니다.

터키 디아르바크르에서 아쉬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