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11/30 19:12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어제 오늘 계속 엉덩이가 들썩거려 살 수가 없다. 집중도 제대로 안돼서 일도 잘 안 된다.

 

#1.

 

어제 아침 나는 김해행 첫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창원에 있는 모 공장에 병원일을 하러 가기 위해서였다. 총파업을 진행하는 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은근 '노조가 파업을 때려서 오늘 일정은 진행이 힘들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좋아라(!) 다시 서울 집회에 참석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노조의 성격상 오전 일정은 그대로 진행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의 예상대로 오전일정은 예정되로 진행되었고, 파업을 예감한 사측의 친절한 배려(?)로 오후에 예정되어 있던 일정도 오전으로 땡겨서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선거가 끝난지 얼마되지 않은 회사 관리자의 책상에는 이번에 노조에 당선된 동지들의 성향과 선거공약, 선거 자료 등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 관리자 어찌나 바빠보이던지... 사측의 대응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2.

 

오전일정이 끝나고 지역 활동가 선배를 만났다. 창원에 글케 자주 내려갔는데 한번도 연락을 못해서 겸사겸사 들렀다. 변함없는 언니의 모습과 집회에 가자고 잠바와 모자까지 챙겨주는 언니의 모습이 왠지 짠하게 느껴진다.

 

어디서부터인가 다시 길을 찾아야 하는건 아닌가 싶다.

 

 

#3.

 

서울 집회에 얼렁 참석하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거리는데 빌어먹을 비행기는 무슨 보안점검 땜시 20분이 넘게 연착됬다. 을지로 입구에 도착했을때 연말임을 알리는 색색의 조명들이 반짝이는 을지로입구 한가득 동지들과 전경들이 대치하고 있다.

 

몇년전과 같은 풍경 같은 냄새... 다만 다른 것은 아무도 싸우지 않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전날 인권위 발표에 영향을 받았는지 경찰이 불법시위 운운 경고 방송을 끊임없이 것두 '여성이(하필이면 이런 시국에는 또, 여성이다. ㅠㅠ)'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둠이 내린 그 반짝이는 연말의 거리에는 사람들의 외침과 절규가 가득했다. 버려지는 배추와 전경에게 맞아 찢어진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누르며 담배를 빼어무는 기자의 모습...

 

거리에는 연말의 흥취가 가득하다. 다만 우리는 그 흥취의 주인이 아닐뿐... 누가 그 들뜬듯한 분위기의 주인공일까?

 

#4.

 

간만에 많은 동지들을 만났다. 그저 기약없는 대치가 이어지는 그 춥고 무기력한 을지로입구에서 그나마 동지들을 만난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얼마전 새신랑이 된 동지, 구조조정 싸움에 이겼는데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며 다시 싸움을 준비하던 동지들, 그 동안 왜 안 들렸냐며 반기는 동지, 해고가 되더니만 살이 더 찐다며 너털웃음을 웃는 동지, 인파속에서 그저 목인사와 반가운 눈짓을 보낸 사람들...

 

그나마 그런 만남의 반가움마저 없었다면 정말 추위가 100배는 더 심해졌을 거다.

 

#5.

 

오늘 서울에는 첫눈이 왔다. (그전에 첫눈이 왔다고는 하지만 내가 본 것은 처음이니 오늘의 눈이 첫눈이다. ㅎㅎ) 아이티업종의 사업장에 가니라 잠실대교를 넘은 찰나 하늘에서 갑자기 하얀 것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쌩뚱맞음이라니...

 

그 와중에 비정규개악안이 바로 통과될 예정이니 국회로 모여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치사한 놈들 어제 집회진행되는거 보니까 오늘 통과시켜도 되겠다 싶었나보다.

 

점점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들어선 회사의 사무실... 답답함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상담하는 중에도 머리가 띵하다. 이산화탄소를 측정해보니 1200ppm이란다. (사무실 환경 기준은 1000ppm이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내년 보건관리사업에 대해 관리자랑 이야기하는 사이에 계속 도착하는 문자들 땜시 생각은 완전히 국회앞에 가있다. 이건 혹시 유체이탈? ㅠㅠ

 

젠장... 상담을 진행하면서 산소부족으로 머리가 멍해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도 모를 지경인데 비정규법안이 통과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첫눈인데... 왠지 마음 설레여야 하는 첫눈인데... 나쁜넘들 땜시 2006년 겨울의 첫눈은 왠지 구질구질한 기억과 함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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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30 19:12 2006/11/3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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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eus 2006/11/30 2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경도 못한 첫눈이라니.... 나도 늦은 오후가 꿀꿀답답시런 하루였다.

  2. 해미 2006/12/01 0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우스/ 언니 우리 화이팅해요. ^^

  3. 리우스 2006/12/01 0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그러지뭐... 일요일날 북한산 백운대서 한 두어시쯤에 화잇팅 괜챦겠네... 되면 각자들 가서 거서 만나믄 되지...

  4. 해미 2006/12/02 0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우스/ 당분간은 산에 가기 힘들다는... 아하.. 가구 시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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