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12/08 00:30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병원일 때문에 익산에 다녀왔다.

 

회사에서 마중을 나오신 분의 차를 타고 무심히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요새 여기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에요.'라고 이야기하신다. '왜요?'라고 되물으니 '소나 돼지 같은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는 새종류부터 가축까지 전부 죽였어요.'하신다.

 

나중에 보상을 받을 터이니 크게 재산상의 손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운전하시던 분 생각이다. 실재로 어떨지는 알 수 없는일...) 동네 분위기가 횡한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아하... 맞다. 바로 여기가 최근 조류독감때문에 문제가 된, 바로 그 동네인 것이다.

 

차를 타고 가는길... 이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감염루트로 뉴스에서 보도되던 그 국도가 보인다. 그 국도를 조금 지나치는데 '소독' 어쩌고 하는 입간판이 서 있다.

 

들어보니 익산에서 다른 지역(가려는 목적지는 익산과 전주의 중간쯤이었다.)으로 가려면 그렇게 국도에서 차량등에 순간 소독을 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우리가 지나갈 타이밍이 마침(!) 약이 떨어진 타이밍이라 소독없이 지나온 것이라고 이야기하신다. 흐흠...

 

전혀 딴나라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갑작스레 조류독감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문득 최근 도래한 감염병들의 특징들이 떠올랐다. 조류 인플루엔자나, 사스, HIV와 광우병이 모두 감염성 질환이고 이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1. 광우병을 제외하고는 치료약이 있으나 제약회사의 농간땜시 못 사먹는 사람이 많다.

 

- 조류인플루엔자의의 치료약인 타미플루는 미국 제약회사인 로슈홀딩이 독점적 특허권을 가지고 있어서 생산량이 딸려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태들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 인구 대비 비축율이 미국이나 영국의 10분의 1인 2%밖에 안 된다고 한다. 

 

- 에이즈 치료제인 푸제온 역시 로슈사가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수지가 안 맞아 팔지도 않는다. 글고 다른 약들은 너무 비싸서 돈 없으면 사먹지도 못한다.

 

2. 가난한 사람들이 더 잘 걸리고 걸렸을 때 치명율도 높다.

 

- 우리 업계의 많은 연구 결과들은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가장 먼저 드는 것이 사스의 유행이다. 전세계를 국경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자본(물자)의 이동에 따라 자유롭게(?) 전세계로 퍼졌다는...

 

- 매년 겨울 맞아야 하는 독감예방주사는 원래 취약한 어린이나 노인들이 먼저 맞아야 하지만 백신으로 돈좀 벌어볼려는 병원들이 아무한테나 놔주는 바람에 정작 맞아야 할 사람들은 약이 없어 맞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 글고 조류인플루엔자나 사스, 독감 전부... 영양상태 안 좋은 어린이들과 노인들이 가장 잘 사망하는 집단이다.

 

- 광우병도 마찬가지다. 돈 있는 사람들이야 비싼 한우 사먹고 육질 좋은 생고기만 골라먹겠지만 돈없는 사람들은 그나마 싼 미국산 소고기(LA갈비 열풍이 갑자기 떠오른다. ㅠㅠ)를 먹고 것도 국물 많이 낼 수 있게 뼈다구 넣고 푹푹 삶아 먹어야 한다.

 

초록색의 페니실린이 발견되면서 전염병의 시대는 '끝'났다고 수업시간에 배웠건만... 빌어먹을 자본이 다시 새로운 전염병들을 전파시키고 있고 확산시키고 있다. 게다가 지금도 부족해 FTA로 더 열심히 확산(?) 시켜보겠다고 난리다. 우와~~왕! 왕짜증이다.

 

 



써야하는 논문은 안 쓰고 이런 잡다한 글만 쓰고 있다. 이상하게 이런저런 압박에 몰리면 불질이 더 땡긴다. ㅠㅠ

 

해야 할 일이 제대로 진행이 안 된니까 괜히 제약자본 등등에 적개심가 증오심만 더욱 커진다.

 

흐흑... 정녕 인터넷을 끊어야 한단 말인가? 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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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8 00:30 2006/12/0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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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ewtimes 2006/12/08 01: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콘스탄트 가드너'란 영화를 보면 그 적개심과 증오심이 더욱 커질 것이얌...그 전에 논문 빨리 써랑..

  2. 알엠 2006/12/08 0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콘스탄트 가드너..정말 처절하고 끔찍하고...슬픈 영화였죠. 그래도 손에 꼽을만한 영화...

  3. 해미 2006/12/08 09: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newtimes, 알엠/ 보구 싶었다가 못 본 영화네요. 논문끝나면 후딱 봐줘야지. ㅋㅋ

  4. MCEscher 2006/12/09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WHO도 '신종 전염병의 시대'라고 선포하면서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지만 정작 그 위기의 구조적인 이유에 해당하는 '이윤창출을 위한 밀집 사육'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고 그럴 수도 없겠지. 인간 때문에 도살된 익산의 가축에게 조의를! -_-ㅋ

  5. 해미 2006/12/11 0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CEscher/ 생각만해도 끔찍하지 않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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