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12/26 09:29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몇일이 지나도 그 문자에 대한 짜증이 가라앉지 않는다.

 

아니..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선후배를 넘어, 동지의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서로가 서로의 삶에 개입하면서  맞는 방향을 찾아갈 수 있는 그런 선후배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는 것을 확인함' 따위의 문자를 보내고 그날의 그 짜증나고 불편한 자리를 정리하다니... 내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렇게 행동해야 하고, 그렇게 말해야만 했는지 한번도 물어봐주지 않고,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하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지... 그래도 10년을 넘게 보아 온 후배이고 동지인데 그렇게 자르면 되는 문제인지... 만약에 내가 진정으로 그렇다면 그렇지 않게 하기 위해 재조직이라도 하려고 애써야 하는 문제인건 아닌지...

 

나는 선배의 불편함과 짜증남을 알겠는데, 그리고 그날 그렇게 이야기하고 행동한 것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그 자리를 마련했던 선배의 '선배에 대한 예의' 운운한 발언이 짜증난 건 마찬가지인데, 다만 대응방식이 달랐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그런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면 굳이 따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다만 느낌만을 공유하면 되는거라 생각했는데...

 

선배의 생각은 달랐다. 그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은 내가 못 마땅한가 보다. 싸우고 싶지도 않았고, 싸운다고 해결될 문제도 또는 조그마한 변화라도 가져올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고, 싸우면 아무 죄도 없는 주변 사람들한테 피해나 입히지 싶었고, 공식적 관계에서 선배와 후배인 나로서는 그 택도 없는 질서랑 괜히 부딪혀 나만 상처받는 일 따위는 하고 싶지도 않았고 굳이 그런 일에 쓸 마음과 에너지는 다른데 쏟는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고, 공식적인 관계를 '전술상'으로든 '경제상'으로든 필요하여 유지하고 있는 나로서는 듣기 싫은 소리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열심히 듣는 척 안 듣고 있고, 그 선배한테 뭐라뭐라 이야기 듣는것 보다 내가 이야기하는게 그 형이 덜 상처받을 거라 생각했다는 사실을 이해해 줄줄 알았는데... 

 

그런 태도를 보이는 내가 비겁하게 느껴졌나보다.  내가 하는 태도가 비겁하다고 생각했다면, 그리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런 나에 대한 단정을 담은 문자를 보낼 것이 아니라 그러지 말라고 다시한번 이야기를 해보자고, 왜 그러냐고 묻고 토론했어야 옳다.

 

정말 완전 실망이다.

 

그 선배를 어떻게 조직하고 만날건지... 정말 대략 난감하다.

 

가뜩이나 심란하고 복잡한 연말인데, 완전 안습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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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6 09:29 2006/12/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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