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7/02/12 01:05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세상에.. 이리 준비가 안 된 여행은 정말로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캄보디아라는 낯선 땅으로 가면서 고작 내가 준비한 것이라곤 왕복 항공권과 인터넷으로 주문한 가이드북, 그리고 역시 인터넷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다는 확인 메일 출력본뿐이었다.

 

 

출국을 해야 하는 일요일 전전날, 모 위성방송 프로그램의 촬영을 위해 지방에 내려가는 도중 문득 확인한 것은 캄보디아 입국비자를 받으려면 6개월 이상의 여권유효기간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내 여권의 만료일은 2007년 7월 16일... 허거덕, 6개월이 되지 않는다. 부랴부랴 대사관에 전화를 하니 서류를 가지고 빨리 오라고 하는데.. 나는 이미 서울역을 향하고 있었다

.

 

여기서 발생한 나의 째라리즘.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안되면 비자 없어도 되는 베트남으로 넘어가 버릴까? 근데 캄보디아 입국도 안 됐는데 왠 베트남?’

 

아하.. 갑자기 톰 행크스가 주연했던 터미널이라는 영화가 생각났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일요일 오후 비행기를 타야했고, 대사관은 금요일까지 밖에 안 하는데 금요일 하루 종일 충청에 내려가 있으니, 일단 몸으로 부딪혀 볼 수 밖에...

 

 

하여간, 비행기가 뜨는 저녁까지 나는 계속 일을 했다. 귀국후에 일정들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ㅠㅠ

 

 

그렇게 또 부랴부랴 캄보디아로 떠났다.

 

드디어 뱅기가 떴다. 무사히 비행기에 탄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해야. ㅜ.,ㅡ

 

드디어 뱅기가 떴다. 무사히 비행기에 탄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해야. ㅜ.,ㅡ

 

 

캄보디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정말 바빴다. 한 줄도 못 읽은 가이드북도 읽고 씨디로 구워간 얼마전 방영했다는 KBS 역사기행의 앙코르와트 다큐도 보았다. 그나마 비행기가 텅 비어서 널널하게 올 수 있었던건 다행이었다.

 

 

공항에 내린것은 현지 시간으로도 밤 10시가 넘어서였다. 드디어 비자 심사다! 두근두근 심장은 터질듯 한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권과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21달러라는 답변이 들렸다.

 

 

‘오호~ 아무 문제없이 통과인가?’ 라는 생각을 하는 동안 불현듯 ‘이상하다. 가이드 북에서는 분명이 20달러라고 했는데... 어떡하지 따질까? 안돼... 괜히 따지다가 비자 못 받는다.’ 아하~ 여기서 발휘된 나의 비굴함이여! ㅠㅠ

 

 

비자를 받고서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돌아보니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21달러는 내고 있었다. 근데 웃긴것은 내가 받은 영수증에는 20달러만 당당히(!) 적혀있더란 사실이다. ‘아니! 이것들이 팁두 아니고 1달러를 마치 정상가인냥 받아먹어?’

 

 

흑! 하지만 어쩌랴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모든 패키지 손님과 가이드도 모른척하고 넘어간다. 씨엠립 공항이 유난히 그렇다는 이야기가 뒤에서 들린다. 흑... 6개월이 남지 않은 여권에 비굴해진 나의 신세여~

 

 

하지만 공항밖으로 나오자 열대의 더운 기운이 느껴진다. 입고간 점퍼와 긴팔 티셔츠가 민망하기 그지 없다. 다행이 게스트하우스에서 픽업을 나왔고, 나는 드뎌, 지난 일주일간 종종 애용해주었던 툭툭을 타고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아싸라~~~ 기분이 마구마구 좋아졌다. ㅋㅋ

 

 

하지만 뱅기안에서 너무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 아니면 출국전의 피로 때문인지.. 짐풀고 씻기가 무섭게 잠이 들었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 룰루랄라 앙코르 유적지로 떠날 생각을 했다. 남들은 3일이면 된다는 유적지를 6박 7일의 일정으로 왔으니, 일단 주변을 좀 둘러볼까? 하는 생각에 게스트 하우스를 나가는 찰나, 어제 벗어놓은 운동화를 찾는 나의 질문이 교통편을 물어보는 질문인지 안 게스트하우스의 캄보디아인이 주인장을 불러온다.

 

 

그리하여 얼떨결에 툭툭을 다시 타고 앙코르유적 관람에 나섰다.

 

 

캄보디아는 물가가 정말 싸다. 1인당 GNP가 300달러가 안 되는 데다가 영아사망률이 세계 1위를 다툰다는 나라... 이곳에서 나는 하루 10달러짜리 방(뜨거운 물도 나오고 전기사정이 안 좋아서 정전되기 일수라는 캄보디아에서 심지어 에어컨도 된다.)에서 잔다. 그리고 하루종일 툭툭을 빌리는 가격도 10달러다. 기사딸린 택시(사실 경운기 같은 느낌이 더 크기는 하지만...)가 하루 10달러라니...

 

 

이렇게 나의 몇 일간의 앙코르 탐사는 시작되었다.

 

숙소 앞, 앙코르와트로 가는 길... 여기 사람들은 주로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탄다.

 

숙소 앞, 앙코르와트로 가는 길... 여기 사람들은 주로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탄다. 나도 이 길을 따라 어딘가로 향했다. 현지적응이 끝난 둘째날부터는 주로 자전거로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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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2 01:05 2007/02/1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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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zrael 2007/02/12 14: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 잘 다녀오셨는지요..저는 감기에 걸려 죽어가고 있습니다. ㅠ.ㅜ 홍실샘이 샘에게서 책 받아서 제본을 뜨라고 했는데 불행히도 저에게 샘 연락처가 없네요..이거 보시면 저에게 전화 주셔요. 제번호는 011-482-1165입니다. 그리고 혹시 다른 분들 연락처랑 주소 있으시면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감사~ 이멜주소는 dorothy@jinbo.net 입니다. 문헌 리뷰 계획도 짜야는데...우리 만나야되는거 맞죠?

  2. 해미 2007/02/12 1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즈라엘/ 메일 확인하셨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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