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병은 직업병이다. * 이 글은 stone님의 [산업재해? 노동재해?] 에 관련된 글입니다.

(트랙백을 걸어만 놓고 이제야 글을 쓰게 되네요. 대단한 글을 쓸 것도 아니면서 단상을 적는것도 시간이 꽤 걸렸어요. ^^)

 

인간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구성'하고 있는 것들, 그리고  사람들과의 상호관계와 영향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노동이라는 것을 하는 이상, 그러한 노동의 영향은 전방위적으로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나 같은 산업의학전공의들이 보는 교과서에는 '모든' 질환이 수록되어 있다.

 

호흡기, 순환기, 생식기, 근골격계, 피부, 눈... 신체의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인간의 '몸'에 영향을 주는 업무가 무엇이고 유해요인이 무엇인지 빽빽하게 기술하고 있다. 또한 산업의학 전공의의 수련과정은 가정의학과 대단히 흡사하여 내과, 외과부터 피부과, 안과, 이비인후과까지 병원에 있는 모든 과들을 돌면서 기초적인 진료와 치료를 배우게 된다. 이는 물론 공장의사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을 키우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업무관련성에 대한 의학적 역량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즉 교과서 적으로 따진다면 모든 질환은 반드시 업무 관련성을 생각해 봐야만 한다.

 

하지만 하나의 질환을 '직업병'으로 인정하는데 있어서 자본은 인색하기만 하다. 그들에게 노동자들의 질병은 비용이고 부담일 뿐이다. 인간을 기계로 사고하는 그들에게 고장이 잦거나 기대한 만큼의 생산량을 뽑아내지 못하는 기계는 불량품일 뿐이다. 그 기계를 관리하고 치료하기 위해 드는 것은 단지 '비용'일 뿐이다. 이것에 대한 책임을 지느니 기계를 바꿔버리고 싶은 것이다. 그리하여 자본의 책임을 묻기 위한, 정확히 얘기하자면 '착취'를 질병의 원인으로 입증하는 '업무관련성'에는 인색하기만 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과 전술은 달라야 한다.

 

산재로 인정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전술에서 고려해야될 부분일 뿐이다. 모든병은 직업에 의해 발생하거나 직업에 의해 심화될 수 있다. 이에 대한 해결은 '무상의료'라는 제도에 의해서 일부 해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노동'과정 자체에 있다. 그런 원인을 찾아서 해결을 하는 것이, 그리고 원인에 대해 투쟁을 하는 것이 우리의 운동 아닐까?

 

글쎄...잠깐 고민이긴 하다. '해방'이 되면 '직업병'이란 단어는 내지는 범주는 없어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