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01/01 18:18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1.

 

칼바람이 부는 명동성당. 하느님을 모신다는 자들이 휘두르는 폭력에 마음이 많이 상했을 동지들을 만났다. 그나마 그들 최대의 명절을 맞아 큰 분란을 막아보려는지 급돌변한 태도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처구니 없기도 하지만,

 

칼바람 막아주는 비닐과 몸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전기가 들어오는건 정말 다행이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자리에 앉아 있는게 참 미안했다. 하루라도 먼저 와서 그 추위를 나누었어야 하는데 말이다.

 

#2.

 

엄마 같은 지리산과 애인 같은 설악산. 다시 겨울 지리산을 찾기로 했다. 겨울산을 훨씬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기대 만땅이라 할 수 있다. 아하.. 설악산도 땡기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3.

 

상처를 주고 말았다. 그리고 상처를 입었다. 고난위도의 마술을 사용하면 마법사의 몸에도 내상이 생기는 것처럼... 상처를 줄 것이 뻔한 말을 내뱉고 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도 상처를 입는다.

입은 사람이나 준 사람이나 모두의 상처가 빨리 아물기를 기대하는 나는 여전히 이기적이다.

 

#4.

 

연애시대를 다시 봤다. 대사 하나 하나 마음에 와서 콕콕 박히는게 여전하다. 나이가 드는 만큼 그 느낌이 더 풍부해지는 좋은 드라마.

 

#5.

 

우~~ 이게 얼마만의 숙취냐. ㅠㅠ 소주에 와인을 퍼마셨더만 집에 오는 길에 먹은것을 다 개워냈는데도 여전히 속이 좋지 않다. 그닥 마음이 허한것도 아닌데, 요즘은 술이 땡긴다. 아~~ 속이 이따구니 당분간 절주 모드닷!

 

#6.

 

아무리 살펴봐도 이명박은 골룸을 닮았다. 생긴것도 그렇지만, 그 무시무시한 집착이라니... 경부운하를 품에 꼭 안고 마이 트레~~져를 외칠거 같은 표정이 딱 골룸 같다. 선거가 끝나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그 순간 수백번도 넘게 그렸던 마음속의 시뮬레이션이 아무 소용이 없음을 깨달았다(연애시대에서 은호가 동진-유경 커플의 행복한 데이트 모습을 목격한 그 순간처럼 시뮬레이션을 통한 탈감작은 커다란 충격에는 별 소용이 없나보다. ㅠㅠ).

 

'뭐 지금보다 크게 나빠지겠어? 결국 비슷할건데 뭐!'라며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저~어~기 머나먼 한 곳에서 시커먼 포스를 가진 무엇인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호~ 통재라~

 

#7.

 

항상 정확히 2kg이다. 지리산 종주가 끝나고 나면 늘어나는 몸무게의 질량이 말이다. 왜 그런 걸까? 지리산의 호연지기를 온몸의 세포 곳곳에 간직하구 와서일까? 비록 다녀와서의 거한 술자리와 밀린 일로 새벽까지 밤새며 일하긴 했지만... 하여간 겨울지리산 쵝오!

 

#8.

 

알았다. 나의 병명은 '연애에 있어 싸이코 패스' 였던 것이다.

 

#9.

 

'누나는 왜 자꾸 자기 주변에 장벽을 쳐요?'라는 후배의 한 마디. 장벽이 있다는 걸 알아봐 주는 게 참 고마웠지만 그 장벽이 어느 순간에 생긴것이 아닌, 작은 trauma의 벽돌로 굳건하게 오랜 세월 쌓여져 온 것이라는 사실을 설명하는건 어려웠다.

 

차근차근 시간이 흐르고, 그 벽돌 사이를 메웠던 것들이 세월에 약해지면, 그때는 더 이야기하기 쉬울지도 모르겠다.

 

#10.

 

잘 가라! 2007, 나의 서른 한살 한 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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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1 18:18 2008/01/0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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