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04/01 08:49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4. 어톤먼트

 

 

'속죄'라는 제목처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에게 행해진 폭력에 대한 평생의 속죄에 대한 이야기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기를 배경으로 비극적이면서도 대단히 섬세하게 그려지는 영화이다. 인상파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촬영과 이미지가 좋았다.

 

조 라이트 감독은 섬세한 감정의 떨림을 표현하는데 발군인것 같다. 물론 원작자체가 섬세하고 감성적이기 이를데 없다고는 하지만 살짝 떨리지만 억누른 감정을 꼭 움켜쥐는 손가락과 그 손으로 살랑거리는 바람에 햇살이 부서지면 미세한 물결을 만들어내는 분수에 손바닥을 대어보는 것으로 표현해내다니! 정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 제작사가 워킹타이틀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역시!'를 외칠 수 밖에 없는 영화였다. 배우들의 오버하지 않는 연기와 화면의 색감, 그 섬세한 떨림에 내 가슴까지 지~잉 하는 느낌이라니.

 

올해 이례적으로 작품성 가득한 영화들로 쟁쟁했던 아카데미가 아니었다면 작품상이나 감독상을 충분히 노려볼만한 영화였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위의 사진에 있는 브라우오니역의 아역배우였던 사오리즈로난이었다. 질투로 파르르 떨리기는 눈빛과 진실을 왜곡하는 그 순간의 단호한 입술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또 재미있었던 것은 13살의 브라우오니와 18살의 브라우오니, 할머니 브라우오니를 연기한 배우들이 분명 다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닮은 외모와 눈빛으로 같은 사람의 생애에 따라 찍은게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들만큼 절묘했던 캐스팅이었다. 마지막 엔딩도 좋았는데, 개인적으로 식스 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이라 할 만하다.

 

꽃들이 피는 봄, 흔들리는 감성을 가지고 극장에서 홀로 본 후 꽃비가 떨어지는 거리를 홀로 걸으며 이런 저런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데 참 좋은 영화다.

 

#5. 식코

 

 

미국의 의료보험에 대한 현실을 위트있게 보여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나 의료 산업화에 직면한 우리의 현실에서 반면교사가 될만한 영화로 유명한 식코를 한노보연의 동지들과 함께 봤다.

 

익히 유명한 마이클 무어의 재기발랄함이 넘쳐나는 다큐는 미국의 의료보험체계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그들과 함께 쿠바, 프랑스, 캐나다 등을 오가면서 미국의 체계가 유일한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친절함과 각 국면에서의 위트가 넘쳐나는 재미있는 다큐이다. 미국의 현실에 비추어 우리를 조망하고자 한다면 참으로 훌륭한 교재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사실 나는 마이클 무어가 100% 맘에 들지는 않는다. 그의 시선은 역설적이게도 지나치게 미국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미국이 전 세계에 또는 국내에서 저지르고 있는 범죄들에 대해 잘 풀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왠지 그의 비판은 냉소와 비꼬기를 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여전히 세계 제일의 강국인 미국이 이래서야 되겠냐와 같은 노블리스오블리제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뭐랄까 '나는 자랑스런 미국인이고 싶다'와 같은 느낌과 '그래도 미국은 이런걸 만들어 상영할 수 있는 자유는 있는 나라야'라는 오만이 느껴진다고 하면 과도한 것일까?

 

뭐, 개인적인 마이클 무어에 대한 호불호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 현실에서 식코라는 다큐는 아주 훌륭한 선전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거니까.

 

심지어 일요일에 수다떠는 라디오를 들으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도 식코 얘기가 나오고 자연스럽게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DJ와 영화평론가사이에서 이뤄지는 걸 들었다. 확실히 영상의 효과는 크다.

 

#6. 세븐데이즈

 

 

영화가 원래 개봉됬던 시점에 극장에서 봤다면 잘 만든 스릴러라고 호들갑을 떨었을것 같다. 이미 추격자를 봤고, TV로 밥을 먹으면서 보다 보니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는 꽤 괜찮았다. 살인과 유괴가 얽히는 장면, 숨어 있던 유괴범에 대한 반전 등 스릴러로서의 미덕이 살아 있었다. 김윤진의 연기가 살짝 튀는 감이 있기는 하지만 뭐,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연기였다.

 

카메라나 미술은 꽤 괜찮았다. 긴장감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공포를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의 카메라와 미술이었는데 이것이 막판의 반전이라 얽히면서 그 긴장감과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 같았다.

 

일단, 한국영화에서 근래 보기 드문 강박에 얽매이지 않은 반전이라는 점에서 시나리오가 일단 좋았다. 밤에 불 꺼놓고 혼자 맥주 홀짝이면서 보면 스릴 만점일것 같다는... ^^

 

#7. 서툰 사람들

 

 

연극열전2의 개막작인 서툰 사람들. 인기로 공연기간이 연장이 되는 통에 운 좋게 볼 수가 있었다. 내가 본 팀은 연장기간에 투입된 새로운 배우들이었는데, 간만에 아무 생각없이 어찌나 웃었는지 모른다. 장진이 군대에서 제대를 얼마 앞두지 않은 20대 초반에 썼다는 극본은 정말 장진식 수다와 유머, 재기발랄함으로 충만했다.

 

장진은 천재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공연시작전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잠깐의 수다시간을 가진 프로그래머 조재현도 좋았다. 좋아라해 마지 않았던 뉴하트의 최강국의 이미지보다 그냥 동네 아저씨나 놀기 좋아하는 건달의 이미지라고나 할까? ^^

 

#8. 늘근도둑 이야기

 

 

역시, 인기에 힘입어 앵콜 공연에 들어가는 통에 보게됬다. 뉴하트의 '뒤질랜드~'로 유명한 박철민과 박원상이 공연하는 날 봤다. 서툰 사람들 보다는 좀 재미가 덜 했다.

 

박철민의 공연 중 에드립과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힘이 발군이었고 연기의 호흡도 찰떡 궁합이었지만 극본 자체가 너무 입으로 먹고 들어가는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연극이 끝난건지 장이 바뀌는지 헤깔릴 정도였으니까.

 

또한 광주와 국가정보원을 연상시키는 내용들이 깊이가 없이 그저 소재로만 사용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들었다. 재미있고 웃기기는 하지만 뭔가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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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1 08:49 2008/04/0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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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비 2008/04/02 07: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부지런도 하셔요. 오며 가며 감탄만...ㅎㅎ

  2. 샤럽 2008/04/02 1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왕, 이중 씨코는 저도 봤죠.
    그가 로맨틱한 사람이라서 4번째 손가락을 봉합한 게 아니다...
    그거 잊혀지지 않아요.

    어톤먼트, 그 떨림의 묘사,에 관한 해미님의 묘사도 적절함 ㅎㅎ

  3. 해미 2008/04/04 1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비/ 챙겨야 할 아이들이나 가족이 없으니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샤럽/ 오호.. 칭찬인거죠?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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